결혼은 신중하게 하세요.

2022.09.15
조회34,301

성의있게 쓴 이 긴 글을 주작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는게너무 당황스러운데, 이 커뮤니티가 판이라 그러려니 하고주작이라는 댓글은 그냥 무시하겠습니다.
이 글의 요점은 나 잘났다 자랑하는 목적이 아니라평생 살아갈 배우자 감, 평생 내 보호자가 될 사람은 정말 신중히 골라서 만나라는 겁니다. 충고도, 조언도 아닌 제 기준에서 이것저것 따져보고 사귀었던 경험을 작성한거니너무 부정적인 댓글은 삼가해주세요 ㅠㅠ


저는 결혼 전에 수십 명과 연애했어요.
운 좋게 괜찮은 외형으로 태어나 내가 좋으면 쉽게 연애를 시작했고
된 사람 만나면 일찍 결혼하고 싶기도 했었어요.

썸 탈 때는 뭐 다들 간, 쓸개 빼줄 것처럼 잘해줬는데
사귀다 보니 상대방의 본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식탐 많은 사람, 대화 안 통하는 사람, 우기는 사람,
공감 능력 저하된 사람 등등 정말 다양했어요.
어른들한테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 하도 들어서
내가 노력해서 될 게 아니다 싶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헤어졌어요.
세상에서 내 자신이 제일 소중한데 저렇게 인간 덜 된 사람들한테
시간 낭비, 감정 낭비하는 게 너무 아깝고 싫었어요.

그리고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 집 드나들며
남자친구 부모님 뵙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이 사람 좀 괜찮은데?' 생각 들면 바로 남자친구 집에가서
남자친구 부모님 뵀어요.
집이 몇 평이고 돈이 있나 없나 이런 조건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남자친구가 보고 자란 환경, 집의 청결도, 부모님의 성향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그 집을 알려면 화장실부터 봐라. 라는 말이 있듯
저는 남자친구 집에 처음 방문하면 화장실부터 들어갔는데
손만 씻고 바로 나온 적도 있네요.
여러 식구 작은 집에 옹기종기 살아도 청결하고, 정리 정돈 잘 되어있고,
깨끗하고, 가족들 웃음 많고, 화목하면 만사 오케이였어요.
그런데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꼭 그때부터 하나씩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또 결국 헤어지고~

제가 깔끔 떨고 까다로운 편이라
저희 부모님은 "어떻게 니가 원하는 완벽한 남자와 결혼하겠냐" 하며 혀를 차셨지만
내가 최소 40년을 같이 살아야 하는,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배우자 고르는데
이 정도는 신중해야지 싶었어요.
천원짜리 하나를 사도 이리저리 비교해 보잖아요.

저는 짧게 연애하건, 1~2년을 연애하건
상대방에게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애정표현 과할정도로 잘하고 애교도 많은편인데
은근 보수적이고 꼰대기질이 있어서
유흥 싫어하고, 술, 담배 안하고, 집순이에
항상 언행에 신경쓰다보니 남친에게 트집잡힐게 전혀 없었죠..
조금의 흠도 잡히고 싶지 않아서 데이트비용도 똑같이 냈고,
아니 오히려 제가 더 썼어요.
나중엔 뚜벅이 남친과 데이트하기 힘들어서 차도 제가 샀어요.
그래서 항상 싫은 소리는 저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 남자친구들이 평소에 또는 헤어질 때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줄 여자는 없을 것 같아." 라는 말을 꼭 했어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한다는건 다른 시선으로 보면 호구 일 수도 있지만
이별을 할 때 미련이 한 톨도 남지 않는다는게 큰 장점이었어요.
이별로 인해 슬프고 아파해본 적이 없어요.
상대방이 저한테 미련이 남아도
제가 뒤도 안 돌아보는 성격인 걸 아니까 붙잡지도 못하고,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나도 연락을 해오는
언제나 제가 갑인 관계가 됐죠.

서른셋에 결혼했는데
수십 명의 전 남자친구들 중 한 사람이 제 남편이 됐어요.
많은 남자들을 만나다 보니 정말로 그놈이 그놈이고
나이 먹고서 새로운 사람 만나 서로 알아가고 하는 게 너무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그나마 제 기준 제일 완벽에 가까웠던 사람과 결혼했어요.
가장 오래 사귀었지만(3년) 둘 다 사회 초년생이 되면서부터
일에 집중하다 보니 서로한테 소홀해지고
결국 연애보단 커리어 쌓는 거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맞아서
좋게 헤어졌었어요.

연애 초기 때 예정 없이 방문했던 남편의 집은
깨끗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었고, 화장실은 물 때 하나 없었어요.
같이 저녁 먹는다고 어머님께서 그릇에 반찬을 덜어 주시는데
반찬통 하나하나 랩 씌운 상태로 뚜껑이 닫혀있었고요.
이런 게 저희 집에선 당연한 건데
당연하지 않은 집들도 굉장히 많았기에 크게 와닿았어요.

남편 또한 늘 자기 방 청소는 스스로 했고,
샤워를 하면 화장실 물기를 다 닦고 나오고,
본인이 먹은 그릇은 당연히 싱크대에,
본인이 만든 쓰레기는 바로 휴지통에..
모든 생활습관, 가치관, 성향이 저와 비슷했어요.
신기하게 양가 부모님들까지도 비슷하셨죠.

그리고 연애할 때 남자친구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 짜증섞인 말 한마디를 안했어요.
이건 정말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엄마한테 대하는게 곧 배우자를 대하는거라고 했어요.

물론 남편이 제 기준에 100% 완벽하진 않지만
예전에 연애를 오래 했으니 서로에 대해 잘 알기도 했고앞으로 이 사람보다 더 괜찮은 사람은 못 만나겠다. 싶더라고요.
현재 결혼 4년 차인데 결혼 준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서로 성향이 비슷하다 보니 모든 부분에서 코드가 잘 맞고
자라온 환경까지 비슷해서 공감, 이해관계가 굉장히 좋아요.
각자 집에서 부모님 도와 집안일도 함께했기에
누구 한 사람이 무언가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더라고요.

결혼이라는 건
"내가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현재 내 옆에 있는 남자친구가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으니 이 사람과 결혼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집안과 집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돈이 조건이 아닌, 다른 조건들을 많이 따져보세요.

진즉 연애 초기 때 문제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알아보고
아니다 싶을 땐 뒤도 안 돌아보고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연애할 때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들인데
내가 이 사람을 고칠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부모도 못 고쳐놓은걸 누가 고칠 수 있을까요?
이거 하나만 빼면 다 좋은 사람인데라는 생각
그거 하나 때문에 안 좋은 사람인 거예요.

지금 당장 너무 좋아서,
결혼하면 안 싸울 것 같아서 결혼 강행하는 거
정말 도박이고 미련한 짓이에요.
어느 커뮤니티를 가도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 파혼할까요 이런 글들이
굉장히 많은데 너무 안타까워요.
결혼할 때 이혼 생각하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결혼이고,
최소 4~50년을 매일 같이 보고, 매일 밥 먹고, 매일 자고
평생 내 베스트 프렌드, 배우자, 보호자잖아요.

결혼할 사람 조건의 제일 우선은 그 사람의 외모, 돈, 성격보다는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부모
자라온 환경, 평소 생활 습관, 가치관, 성향이라는 말은 꼭 드리고 싶어요.
완벽한 결혼 생활은 없다지만
나 자신을 제일 사랑하고, 내 미래만 생각하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이혼보단 파혼, 파혼보다는 연애할 때 최선을 다해서 미련 없이 헤어지는 거.

사람은 타고난 기질이 있기 때문에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보통 본인의 선택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자꾸 상대방의 단점을 외면하려 하는데
결혼까지 생각하실 때는 콩깍지 벗겨내고
내 선택이 이번에도 실패였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현실적으로 보세요.
충분히 헤어질 수 있고, 충분히 안 할 수 있는 결혼이예요.
그럼에도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해서 결국 결혼을 한 뒤에
후회하고 남편을 원망한다면....
정말 말 그대로 지팔지꼰인 거겠죠....

정말 결혼은 타이밍이라고,
사람에게 다 인연은 있다고
결혼할 시기에 옆에 있는 사람과 헤어지는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운좋게 괜찮은 외형으로 태어난 만큼
남자를 만날 때 외모를 기본적으로 깔고 다른 조건들을 따져봤기에
현재 남편 객관적으로 잘생겼고, 정년 보장된 직장에, 술 담배 안하고
집돌이라 회사-집, 주말엔 둘이서만 보내고 가정에 충실합니다.
뭐 가끔 화나게 해도 얼굴보면 풀려서 이게 제일 장점이라면 장점이네요.

그만큼 내가 나이 좀 더 먹었다고,
뒤쳐지는 것 같다고 원하는 조건들 포기하지 마세요.
고르고 고르다 보면 내꺼 있어요.

글이 굉장히 길어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따져보고
사람 고르라는 말 같지만,
솔직히 이정도는 남자든 여자든 배우자로써 기본적으로 갖춰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혼가정, 개인간의 성격 등등 다 각자 사정이있지만
배우자 단 한사람의 인격만 제대로 따지세요.
서로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고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