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인적인 넋두리가 될 수 있어. 긴 장문이 예상돼. 나는 어릴 때 가수를 꿈꿨어. 사람들은 내 목소리가 좋다고 했지. 나도 내 목소리가 좋았어, 그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지. 빈 소년 합창단을 알아보기도 했어. 오디션도 보고 다녔지. 그토록 바라던 연습생이 됐어. 난 너무 기뻤어. 하지만 감기에 걸렸는데, 그때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가버렸어. 말도 못했고, 아무것도 못했어. 연습생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추락했어. 그 이후로 19년이 흘렀어. 나는, 성인이 됐고 여전히 가수라는 꿈을 품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어. 목소리를 잃기 전이었어. 가창시험이 있었어. 중학생 때였거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야유가 쏟아졌어. 남잔데 여자 목소릴 낸다고. 성추행까지 일삼았어. 괴로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그런 기억 때문에 노래를 안 부르게 됐어.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듣게 됐어. 노래가 좋아서, 그 노래만 1년 내내 들었어. 그러다가 2021년 3월 24일, 방탄소년단이 유퀴즈에 나온 걸 보게 됐고, 그들 또한 나처럼 방황하고, 괴로워했던 거에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았어. 그래서 사실 그때가 처음이었어. 노래를 부른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근데 의외로 잘 부르더라. 물론 그때보다 목소리는 낮아지고 이상해져서 약간 트젠 같은 목소리가 됐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색다른 느낌이어서 내 목소리가 맘에 들었어. 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태형이의 개인 인터뷰 덕분이었어. 멤버들 모두 방황하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 바짓가랑이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도 하고, 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도 했다고 했어. 하지만 태형이도, 남준이도, 석진이도, 윤기도, 호석이, 지민이, 정국이도 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냈어. 그걸 보면서, 나는 엄청 울었어. 내가 너무 바보 같았거든. 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인 저 사람들조차도 저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냈는데, 왜 나는 고작 그런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좁은 상자에 가뒀을까. 그걸 깨부순 곡이 소우주였어.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빛나고 있대. 난 내가 빛을 삼키고 어둠을 토해내는 괴물이라고 여겼어.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어.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으니까. 정말로 내가 게이이고, 괴물일까? 그러다 보니 나는 게이이고,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더라. 나는 나였어. 결코 남이 나를 대체하거나 남이 하는 말로 날 정의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날 괴롭혔던 애들을 찾아가서 일일이 용서했어. 태형이를 보면, 항상 생각하는 게 내가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저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였어. 물론 포기하지 않고 데뷔했다고 해서 빌보드를 휩쓰는 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저런 즐거운 삶을 살고 있겠구나 싶었거든. 그래서 태형이를 시작으로 모두를 좋아하게 됐어. 하지만 보다시피 나는 남자야. 주변에서 안 좋은 시선을 보냈어. "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해? 너 게이야?""군대도 안 가는 놈들을 뭐 좋다고 좋아하냐?" 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면 게이이다. 그렇다면, 여자가 여자 아이돌을 좋아하면 그 사람들은 레즈비언일까? 그건 아니거든.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다른 거야. 내가 성정체성으로 고민했을 때, 홍석천 님께 들은 얘기야. 나는 나다. 남들이 함부로 정의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이야길 듣는 건 아무렇지 않아. 그리고 내가 만난 태형이는 무척이나 허술했어. 게임에서 만난 적이 있어. 퀘스트 진행하는 중에, 갑자기 누가 친구 신청을 했다는 거야. 봤더니 닉네임이 너무 방탄스러웠어. thv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엔 그냥 외국인 아미가 그렇게 했나보다, 했는데, 자기가 닉네임을 티 나게 해놓고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까, 얘는 진짜 순수한 애다 싶었거든.
난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 우린 이미 이런 행동으로 두 사람을 떠나 보냈는데, 너희는 이게 재밌어? 그 두 사람이 대중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알잖아. 너무 많은 편견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너무 많은 비난을 했고, 너무 많은 관섭으로 그녀의 인생에 훈수를 뒀어. 이제 그녀는 돌아오지 않아.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어. 뮤비로만 볼 수 있고, 휴대폰에 남은 사진으로밖에 못 봐. 물론 태형이가 그렇게 연약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게 재미있어? 왜 다들 웃고 있어? 다들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아. 혹은 내가 이상해진 걸까? 떡밥이 많아져 바빠질 아미들 생각하니 울음이 터지던 남준이를 보던 그날, 내가 속했던 단톡방의 아미들은 그러더라. "바쁘고 힘든 건 알겠지만 단체활동 이어가주면 안 되니?ㅠㅜㅠㅠ""욕심 부려서 미안한데 개인 활동 나는 별론데ㅠㅠㅠ 다시 생각해주면 안 돼?" 나는 정말 내가 다른 세계에 있는 건가 싶었어. 2년 동안 코로나가 계속 이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죽었다가 평행 세계에서 깨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 난 이제 대중이 무서워.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도 무서울 거야. 주위를 좀 봐봐. 자기들이 하는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 입는 옷, 먹는 것, 듣는 노래, 인스타를 이용하는 시간까지 그 모든 거 하나하나를 가지고 추리하고 소설 쓰고 비난하잖아.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걸 보면 그들도 무서워하지 않을까? 이게 정말 재미있어? 왜 다들 그래. 사진을 어디다 올리는지, 어디를 갔는지, 뭘 먹었고 누구랑 놀았는지, 그게 중요해? 그게 막 너희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야? 막 그런 걸 찾아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그러니? 서로 다른 성인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클럽에서 방방 뛰고 옥수동 삼겹살 집에서 상추에 절인 깻잎에 명이나물에 구운 김치를 얹어서 데이트를 하건 말건, 동물원에서 키스를 하건 말건, 그게 중요해? 만일 서로 다른 두 성인 남녀가 만나는 행위가 민법이든 형법이든 어디에든 금지로 기재되어 있으면 나에게 말해줘. 내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거로 여길 테니까. 하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게 아니야. 분명 나는 그런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목숨 거는 사람들과 한 곳에 살거든? 지구라는 곳에서 가장 큰 대륙인 아시아의 동북 쪽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천에 사는 사람. 근데 계속 보면, 다른 세상 같아. 마치 연예인이 해주는 그 모든 서비스를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는 그 시선들이 너무 싫어. 그리고 같은 남자로서 제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일반인인 우리도 갔으니 연예인도 가야 한다. 물론 그렇게 보면 평등하지 않아. 일반인이고 연예인이고를 떠나서 우리나라 남성으로 태어나면 국방의 의무를 지켜야 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 대부분이 근거로 드는 것은 간단해. 신주호 부 대변 인과 페이스북에서도 댓글로 이야기했지만 "역사상 대한민국에서 이런 예외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예외 없이 군대를 가야 한다. 일반인 중에도 비행기 한 번 못 타고, 해외 한 번 못 가본 사람들이 널렸다. 단지 그런 특권을 누린다고 해서 군대까지도 면제 받아야 하는 특권은 어디에도 없다." 그 사람의 주장이야. 그런데 난 그렇게 생각해. 이미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 진입했을 때부터 그들은 예외로 자리 매김 했다고.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닦아 놓은 길을 밟기 시작한 후부터, 그들은 하나의 상징으로 변했다고. 그래서 예외가 있다면 그 예외에 발맞춰 걸어가야 한다고. 그것이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변화'를 맞이하는 첫 단계라고. 예외에 발맞춰 걷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이루어낼 수 없다고. 예외는, 우리에게 독이 될 때도 있고 득이 될 때도 있어.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 법식 례와 바깥 외를 붙여서 만든 말로 기존에 있던 법칙 바깥에 존재하는 것을 말할 때 써. 이미 예외는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예외를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야. 그렇다고 모두가 그걸 수용해야 한다는 광신도적 생각은 없어. 강요는 옳지 않거든. 하지만 생각해야 해. 태형이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고, 범법 행위를 저지른 적도 없어. 연애가 범법 행위이고 이렇게 욕 먹어야 할 행동이라면 그거야 말로 편협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아닐까 싶어. 태형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연애를 한다고도 안 한다고도 말한 적이 없어. 이렇게 된 건, 그가 말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저스틴 뜨또,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그런 일을 겪었으니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오죽했으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할 정도였어. 파파라치가 너무 따라 다녔고, 팬들이 너무 많은 루머를 생산했거든. 사람들은 그녀의 인생을 조종했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길 바랐지. 그건 이기심이야. 지금 사람들이 태형이를 비롯해 방탄소년단에게 하는 행동도, 말도 다 이기심일 거야. 나는 했는데 왜 쟤네는 안 해? 평등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미 '나'와 '쟤네'는 평등하지 않았어.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고 보통의 부모 밑에서 자란 건 사실이지만 다른 게 있다면 저들은 우리보다 더 빨리 미래의 가능성을 찾았고, 자기 꿈을 이루었고, 성공이란 부수적 성과를 손에 넣었어. 그게 다른 거야. 마라토너들은 출발선에서 나오는 속도가 등수를 좌지우지 해. 우린 단지 그 속도가 달랐을 뿐이야. 우린 결코 그들과 똑같지 않아. 하지만 자꾸 사회가 정한 정사각형에 그들을 대입하려고 해. 그 정사각형에 갇혀 버린 우리조차 그들에게 사각형을 대입하려 해. 내가 작가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내 가족들은 길길이 날뛰었어. 왜 그런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힘든 길이니까 가는 거야. 인생은 결코 평탄할 수 만은 없으니까. 난 힘든 길을 가보는 걸 좋아하거든. 가족들은 나를 계속 회유했어. 작가는 안 된다, 너는 글 쓰는 재주도 없을 뿐더러 아이큐도 낮으니까 글 따위는 못 쓴다고. 하지만 나는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어. 난 그게 좋단 말이야. 태형이도 그런 걸 좋아해.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아미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고, 비단 태형이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 걸 좋아해. 만일 태형이를 비롯한 모두가 남을 위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면 그들은 이미 추락하고 없을 거야.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것은, 배가 침몰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어. 그래서 매일 무대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면서 춤을 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봄으로서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고 의기를 투합해 앞으로 나아가. 그들은 이런다고 무너지지 않아. 방탄이 하락세를 탔다고 해도, 하락세를 탄 그들을 이기지 못하면 정말 의미가 없어.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그들은 무너지지 않아. 물론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는 날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들은 너희가 뭐라고 해도 절대 굴복하지 않아. 하나 하나가 다 그런 존재야. 내면이 강한 자들이기에, 방황했으면서도 곧잘 제자리를 찾아 이곳까지 올라왔어. 만일 태형이가 정말 자기만 생각하고 남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연애를 하면서도 아닌 척하고 있는 거라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기만이겠지. 하지만 태형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겁도 많고, 수줍음도 많고, 낯을 잘 가리고, 하지만 막상 알고 나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고, 냉철하게 생겼지만 속은 너무나 다정하고 따스한 사람이야. 이런 말을 하면 또 정신승리네 뭐네 아미는 장애다 이런 소리 듣겠지만 마음껏 욕해. 난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존경하고 내가 우상으로 생각하고 간접적이나마나 절망에 빠졌던 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줬던 사람이 하지도 않은 일, 하지도 않은 말, 하지도 않은 행동으로 욕을 먹는다면 그건 절대 용서하지 않아. 연애하는 건 범죄가 아니야. 설령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그들의 삶에 참견할 권리도, 권한도, 그럴 자격도 없어. 그 사건 이후로 무엇이 변했을까? 복숭아 같던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로,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 배운 게 있을까? 반성을 했을까?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그런 삶을 살았던 복숭아에게, 우리는 아직도 미안해 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혐오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가장 강하게 제하는 중이야. 그래서 두 사람이 죽었어. 복숭아와 그의 절친. 내가 이 이야길 하는 건 '악플' 때문이야. 지금도 우린 악플 속에 파묻혀 지내. 한 사람의 인생을 멋대로 판단하고 훈수 두고 그 사람의 인격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비난하며 짓밟아버리는 어느 멍청한 사이코들이 보라고 하는 얘기야. 너희는 이게 재미있니? 이게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는데 당사자들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너희들끼리 팬픽을 쓰고 있는 거야?
복숭아와 그 꽃이 지고 난 뒤로 무엇이 변했나.
그냥 개인적인 넋두리가 될 수 있어. 긴 장문이 예상돼.
나는 어릴 때 가수를 꿈꿨어.
사람들은 내 목소리가 좋다고 했지. 나도 내 목소리가 좋았어, 그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지.
빈 소년 합창단을 알아보기도 했어. 오디션도 보고 다녔지.
그토록 바라던 연습생이 됐어.
난 너무 기뻤어.
하지만 감기에 걸렸는데, 그때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가버렸어.
말도 못했고, 아무것도 못했어.
연습생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추락했어.
그 이후로 19년이 흘렀어. 나는, 성인이 됐고 여전히 가수라는 꿈을 품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어.
목소리를 잃기 전이었어.
가창시험이 있었어. 중학생 때였거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야유가 쏟아졌어.
남잔데 여자 목소릴 낸다고.
성추행까지 일삼았어.
괴로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그런 기억 때문에 노래를 안 부르게 됐어.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듣게 됐어.
노래가 좋아서, 그 노래만 1년 내내 들었어.
그러다가 2021년 3월 24일, 방탄소년단이 유퀴즈에 나온 걸 보게 됐고, 그들 또한 나처럼 방황하고, 괴로워했던 거에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았어. 그래서 사실 그때가 처음이었어.
노래를 부른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근데 의외로 잘 부르더라.
물론 그때보다 목소리는 낮아지고 이상해져서 약간 트젠 같은 목소리가 됐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색다른 느낌이어서 내 목소리가 맘에 들었어.
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태형이의 개인 인터뷰 덕분이었어.
멤버들 모두 방황하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 바짓가랑이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도 하고, 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도 했다고 했어. 하지만 태형이도, 남준이도, 석진이도, 윤기도, 호석이, 지민이, 정국이도 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냈어.
그걸 보면서, 나는 엄청 울었어.
내가 너무 바보 같았거든.
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인 저 사람들조차도 저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냈는데, 왜 나는 고작 그런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좁은 상자에 가뒀을까.
그걸 깨부순 곡이 소우주였어.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빛나고 있대.
난 내가 빛을 삼키고 어둠을 토해내는 괴물이라고 여겼어.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어.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으니까. 정말로 내가 게이이고, 괴물일까? 그러다 보니 나는 게이이고,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더라.
나는 나였어. 결코 남이 나를 대체하거나 남이 하는 말로 날 정의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날 괴롭혔던 애들을 찾아가서 일일이 용서했어.
태형이를 보면, 항상 생각하는 게 내가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저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였어.
물론 포기하지 않고 데뷔했다고 해서 빌보드를 휩쓰는 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저런 즐거운 삶을 살고 있겠구나 싶었거든.
그래서 태형이를 시작으로 모두를 좋아하게 됐어.
하지만 보다시피 나는 남자야.
주변에서 안 좋은 시선을 보냈어.
"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해? 너 게이야?""군대도 안 가는 놈들을 뭐 좋다고 좋아하냐?"
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면 게이이다.
그렇다면, 여자가 여자 아이돌을 좋아하면 그 사람들은 레즈비언일까?
그건 아니거든.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다른 거야.
내가 성정체성으로 고민했을 때, 홍석천 님께 들은 얘기야.
나는 나다.
남들이 함부로 정의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이야길 듣는 건 아무렇지 않아.
그리고 내가 만난 태형이는 무척이나 허술했어.
게임에서 만난 적이 있어.
퀘스트 진행하는 중에, 갑자기 누가 친구 신청을 했다는 거야.
봤더니 닉네임이 너무 방탄스러웠어.
thv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엔 그냥 외국인 아미가 그렇게 했나보다, 했는데, 자기가 닉네임을 티 나게 해놓고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까, 얘는 진짜 순수한 애다 싶었거든.
난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
우린 이미 이런 행동으로 두 사람을 떠나 보냈는데, 너희는 이게 재밌어?
그 두 사람이 대중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알잖아.
너무 많은 편견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너무 많은 비난을 했고, 너무 많은 관섭으로 그녀의 인생에 훈수를 뒀어.
이제 그녀는 돌아오지 않아.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어. 뮤비로만 볼 수 있고, 휴대폰에 남은 사진으로밖에 못 봐.
물론 태형이가 그렇게 연약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게 재미있어?
왜 다들 웃고 있어?
다들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아.
혹은 내가 이상해진 걸까?
떡밥이 많아져 바빠질 아미들 생각하니 울음이 터지던 남준이를 보던 그날, 내가 속했던 단톡방의 아미들은 그러더라.
"바쁘고 힘든 건 알겠지만 단체활동 이어가주면 안 되니?ㅠㅜㅠㅠ""욕심 부려서 미안한데 개인 활동 나는 별론데ㅠㅠㅠ 다시 생각해주면 안 돼?"
나는 정말 내가 다른 세계에 있는 건가 싶었어.
2년 동안 코로나가 계속 이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죽었다가 평행 세계에서 깨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
난 이제 대중이 무서워.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도 무서울 거야.
주위를 좀 봐봐.
자기들이 하는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 입는 옷, 먹는 것, 듣는 노래, 인스타를 이용하는 시간까지 그 모든 거 하나하나를 가지고 추리하고 소설 쓰고 비난하잖아.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걸 보면 그들도 무서워하지 않을까?
이게 정말 재미있어?
왜 다들 그래.
사진을 어디다 올리는지, 어디를 갔는지, 뭘 먹었고 누구랑 놀았는지, 그게 중요해?
그게 막 너희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야?
막 그런 걸 찾아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그러니?
서로 다른 성인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클럽에서 방방 뛰고 옥수동 삼겹살 집에서 상추에 절인 깻잎에 명이나물에 구운 김치를 얹어서 데이트를 하건 말건, 동물원에서 키스를 하건 말건, 그게 중요해?
만일 서로 다른 두 성인 남녀가 만나는 행위가 민법이든 형법이든 어디에든 금지로 기재되어 있으면 나에게 말해줘.
내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거로 여길 테니까.
하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게 아니야.
분명 나는 그런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목숨 거는 사람들과 한 곳에 살거든?
지구라는 곳에서 가장 큰 대륙인 아시아의 동북 쪽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천에 사는 사람.
근데 계속 보면, 다른 세상 같아.
마치 연예인이 해주는 그 모든 서비스를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는 그 시선들이 너무 싫어.
그리고 같은 남자로서 제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일반인인 우리도 갔으니 연예인도 가야 한다.
물론 그렇게 보면 평등하지 않아.
일반인이고 연예인이고를 떠나서 우리나라 남성으로 태어나면 국방의 의무를 지켜야 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 대부분이 근거로 드는 것은 간단해.
신주호 부 대변 인과 페이스북에서도 댓글로 이야기했지만
"역사상 대한민국에서 이런 예외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예외 없이 군대를 가야 한다. 일반인 중에도 비행기 한 번 못 타고, 해외 한 번 못 가본 사람들이 널렸다. 단지 그런 특권을 누린다고 해서 군대까지도 면제 받아야 하는 특권은 어디에도 없다."
그 사람의 주장이야.
그런데 난 그렇게 생각해.
이미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 진입했을 때부터 그들은 예외로 자리 매김 했다고.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닦아 놓은 길을 밟기 시작한 후부터, 그들은 하나의 상징으로 변했다고.
그래서 예외가 있다면 그 예외에 발맞춰 걸어가야 한다고.
그것이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변화'를 맞이하는 첫 단계라고.
예외에 발맞춰 걷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이루어낼 수 없다고.
예외는, 우리에게 독이 될 때도 있고 득이 될 때도 있어.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
법식 례와 바깥 외를 붙여서 만든 말로 기존에 있던 법칙 바깥에 존재하는 것을 말할 때 써.
이미 예외는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예외를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야.
그렇다고 모두가 그걸 수용해야 한다는 광신도적 생각은 없어. 강요는 옳지 않거든.
하지만 생각해야 해.
태형이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고, 범법 행위를 저지른 적도 없어. 연애가 범법 행위이고 이렇게 욕 먹어야 할 행동이라면 그거야 말로 편협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아닐까 싶어.
태형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연애를 한다고도
안 한다고도 말한 적이 없어.
이렇게 된 건, 그가 말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저스틴 뜨또,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그런 일을 겪었으니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오죽했으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할 정도였어.
파파라치가 너무 따라 다녔고, 팬들이 너무 많은 루머를 생산했거든.
사람들은 그녀의 인생을 조종했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길 바랐지.
그건 이기심이야.
지금 사람들이 태형이를 비롯해 방탄소년단에게 하는 행동도, 말도 다 이기심일 거야.
나는 했는데 왜 쟤네는 안 해? 평등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미 '나'와 '쟤네'는 평등하지 않았어.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고 보통의 부모 밑에서 자란 건 사실이지만 다른 게 있다면 저들은 우리보다 더 빨리 미래의 가능성을 찾았고, 자기 꿈을 이루었고, 성공이란 부수적 성과를 손에 넣었어.
그게 다른 거야.
마라토너들은 출발선에서 나오는 속도가 등수를 좌지우지 해.
우린 단지 그 속도가 달랐을 뿐이야.
우린 결코 그들과 똑같지 않아.
하지만 자꾸 사회가 정한 정사각형에 그들을 대입하려고 해.
그 정사각형에 갇혀 버린 우리조차 그들에게 사각형을 대입하려 해.
내가 작가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내 가족들은 길길이 날뛰었어.
왜 그런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힘든 길이니까 가는 거야.
인생은 결코 평탄할 수 만은 없으니까.
난 힘든 길을 가보는 걸 좋아하거든.
가족들은 나를 계속 회유했어.
작가는 안 된다, 너는 글 쓰는 재주도 없을 뿐더러 아이큐도 낮으니까 글 따위는 못 쓴다고.
하지만 나는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어. 난 그게 좋단 말이야.
태형이도 그런 걸 좋아해.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아미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고, 비단 태형이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 걸 좋아해.
만일 태형이를 비롯한 모두가 남을 위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면 그들은 이미 추락하고 없을 거야.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것은, 배가 침몰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어.
그래서 매일 무대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면서 춤을 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봄으로서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고 의기를 투합해 앞으로 나아가.
그들은 이런다고 무너지지 않아.
방탄이 하락세를 탔다고 해도, 하락세를 탄 그들을 이기지 못하면 정말 의미가 없어.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그들은 무너지지 않아. 물론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는 날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들은 너희가 뭐라고 해도 절대 굴복하지 않아.
하나 하나가 다 그런 존재야.
내면이 강한 자들이기에, 방황했으면서도 곧잘 제자리를 찾아 이곳까지 올라왔어.
만일 태형이가 정말 자기만 생각하고 남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연애를 하면서도 아닌 척하고 있는 거라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기만이겠지.
하지만 태형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겁도 많고, 수줍음도 많고, 낯을 잘 가리고, 하지만 막상 알고 나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고, 냉철하게 생겼지만 속은 너무나 다정하고 따스한 사람이야.
이런 말을 하면 또 정신승리네 뭐네 아미는 장애다 이런 소리 듣겠지만
마음껏 욕해.
난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존경하고 내가 우상으로 생각하고 간접적이나마나 절망에 빠졌던 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줬던 사람이 하지도 않은 일, 하지도 않은 말, 하지도 않은 행동으로 욕을 먹는다면 그건 절대 용서하지 않아.
연애하는 건 범죄가 아니야.
설령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그들의 삶에 참견할 권리도, 권한도, 그럴 자격도 없어.
그 사건 이후로 무엇이 변했을까?
복숭아 같던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로,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
배운 게 있을까?
반성을 했을까?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그런 삶을 살았던 복숭아에게, 우리는 아직도 미안해 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혐오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가장 강하게 제하는 중이야.
그래서 두 사람이 죽었어.
복숭아와 그의 절친.
내가 이 이야길 하는 건 '악플' 때문이야. 지금도 우린 악플 속에 파묻혀 지내.
한 사람의 인생을 멋대로 판단하고 훈수 두고 그 사람의 인격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비난하며 짓밟아버리는 어느 멍청한 사이코들이 보라고 하는 얘기야.
너희는 이게 재미있니?
이게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는데
당사자들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너희들끼리 팬픽을 쓰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