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회상 얘기(별 재미없음 주의)

ㅇㅈ2022.09.26
조회192
어렸을 때는 마냥 평범했음.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싸움도 
못하고 중학교땐 맞고 다니기도 했고... 꼴에 중2병인지 뭔지 당시에 슬램덩크 읽고 천재병에 
걸려서 요즘 애들이 "내 왼손에 흑염룡이 어쩌구저쩌구 " 하는 것마냥 
"후후 나는 천재인듯 ㅎㅎ " 이 지랄 떨면서 다녔음 
물론 그러다가 진짜 똑똑한 애들한테 개털리고 재수없단 소리 들으면서 천재병 단박에 치료됨

(나 치료해준 여자애는 서울대감. )

엄청 열심히 공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영어랑 수학은 없는 형편에도
학원을 꾸준히 보내주셨음.  아버지는 내 공부를 거의 포기하신 상태셔서 중학교 3학년때
진로를 농고 제빵과를 가라고 그렇게 강력하게 어필하셨지만 울어무니한테 씨알도 안먹힘
그리고는 (어찌보면 당연하다시피) 인문계 진학함. 
그당시 내 성적은 반에서 중간보단 살짝 위? 50명중에 시험 잘봤을땐 10등 못봤을땐 18등
그정도였음. 

그렇다보니 고등학교 입학 후 울아부지는 내 학원비를 항상 아까워하셨음. 
울아부지는 살면서 경제활동은 아예 안하셨고 (돈을 버신적이 없음)
어머니는 카페 하시면서 (당시엔 다방) 한달에 150만원 남짓 버는 형편...
할아버지가 남기신 재산 깎아먹으면서 지내면서 하루하루 쪼달려하심 
그러다보니 어차피 저놈(나) 공부로 밥벌어먹고 살기 힘든 놈인데 뭐하러 헛 돈 쓰냐며 
뭐라하셨으나 울어무니는 끝까지 포기 안하고 학원 보내면서 커버해주심. 
그렇다고 나에 대해 무슨 큰 기대를 하신건 딱히 아님. 그냥 무난하게
전문대 치기공학과나 지방대 사범대 가기를 희망하심
치기공학과는 울 형이 치대 다니고 있었고 사범대는 어릴적 내 장래희망이 선생님이었음
어쨌든 일반계 고등학교 다녔고 고2 2학기 중간고사 반에서 42명중에 30등까지 
떨어져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의고사 보면 4등급, 내신은 반에서 평균 20등 정도는 
했던거 같음. 정말 평범 그 자체...
그러다가 고2 겨울방학때부터 정신차리고 공부 열심히 했는데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진듯...
영어는 원래 학원 다녀서 나름 최상위권이었고 수학은 기초가 잡혀 있었는지 겨울방학때부터 
빡세게 하니까 바로 1등급 점수 나옴.
고2 마지막 모의고사 4등급이었는데 고3 3월달 첫모의고사 1등급에 전교 4등을 하게됨.
그 날의 기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를 꼽으라면 3손가락 안에 들 정도...
밥 안먹어도 배부르다는 말 그때 완전 실감했음. 
(진짜로 점심 안먹었고 너무 기분좋아 배 고픈지도 모름)
그 이후로는 이제 신나서 공부하기 시작함. 지금으로선 이해하기 어렵지만 공부가 정말 
재밌었음. 언어영역 공부할때 비문학, 문학(시, 소설) 등등 지문 읽는 것도 재밌었고
수학 어려운 문제 풀 때 희열을 느꼈고 (영어는 그냥 원래 잘했고) 윤리과목 동양철학, 서양철학
공부할때도 문제 맞추는 재미가 있었음. 그땐 그랬음
물론 친구들이 야자시간에 볼려고 빌려온 만화책도 엄청 많이 보고 기숙사 외박하는 날엔
사우나 -> 만화방 -> 국밥 -> 피시방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
마냥 미친듯이 공부만 한건 아님
여하튼 내 인생에서 고3은 참 즐거웠던 시기였고 결과적으로 수능도 1등급 안에 들었음
원래 목표였던 지방대 사범대는 이제 쌉가능한 점수였으나 이제 눈이 너무 높아짐
그리고 1년만에 이정도 성과를 달성했으니 더 큰 목표가 생겨서 고려대 사범대를 가자는
꿈이 생겼음

부모님께 재수하겠다고 했고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함. 
일단 친 형이 재수 끝에 치대 들어가기도 했고 1년만에 이정도 성과를 냈으니 1년더 공부하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맺을거라는 기대를 하셨음. 울아부지도 이때는 
'어떻게 저놈이 저렇게 성적이 잘나오지?' 마냥 신기해하시면서 알아서 하라고 놔둠.
주변에서는 재수하게 되면 재수비용도 만만찮게 들었지만 당시에 운좋게도
새로 생긴 입시학원(광주 플라톤학원)에서 입학시험 2등까지 반학기 전액 장학금 제도가 
생기면서 그 학원을 반학기 동안 공짜로 다니면서(아싸 개꿀) 부모님 경제적 부담도 덜어드림.
당시 입시학원임에도 새로 생긴 학원이라 인지도가 낮아서 한 반에 학생수가 10명도 안됨. 
교사수가 학생수보다 많았음 ㅋㅋㅋ
그럼에도 나름 강사진은 과하다시피 잘 갖춰줘서 학업에 크게 지장은 없었음.
그리고 2학기때는 당시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대성학원으로 옮김. 그 이유는 2학기때는
장학금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재수하면서 처음으로 연애를 하게됐는데
그때 여자친구 부모님이 연애사실을 알게되고 학원을 옮겨버리심.
그리고 나도 따라감;;;;;;;;;;;;
여하튼 이런저런 일들도 있었고 고3때만큼 학업에 집중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수능성적은 현역때보단 잘 나왔음. 그리고 드디어 내 인생에서 가장 운 좋은 선택을 
하게됐는데...
당시 문과였던 나는 교차지원이 가능한 꼴찌 지방대 의대를 지원하게되고 그 대학을 
예비12번으로 3차 추가모집에 마지막으로 합격하게됨. 
원래 고3, 재수때 전혀 생각도 안했던 의대 입학이었으나 부모님이 내 점수를 보곤 눈 돌아가서
무조건 의대에 지원하라고 압박하심. 
당시 어린 나는 꼴에 무슨 생각인지 의대 가기 싫다고 억지를 부렸으나 
마음 한편엔 의대 합격하고 삼수하면 폼은 좀 나겠다는 병신같은 생각으로 일단 지원을 했고
결과적으로 합격 후 한 학기를 다니면서 술쳐마시며 게임하고 놀다보니 3수하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접게됨

의대 다니면서 예과 2학년때 적당히 공부하다보니 유급을 당함...(열심히 안했으니 당할만 했음)
워낙 유급으로 유명한 학교였고 예과때부터 유급을 당하니 부모님 걱정도 이만저만 잔소리도
겁나 많이 듣고 스트레스 꽤나 받던 시기임.
허나... 본과로 올라가서 이때부턴 정신 바짝차리고 진짜 빡공모드 다시 들어갔는데
난 살면서 이 시기가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던 시기였음
내 딴엔 난 머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1~2등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중상위권은 들거라 생각했음. 하지만 의대공부는 수능과는 완전히 달랐음
의대공부는 일단 어마무시한 양에 암기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함. 나는 암기력이 동기들에 비해
딸리는 편이었음. 수학적 사고능력 이라든가, 유추 능력이라든가, 창의적인 발상따윈 
의대공부에 별 도움이 안됨. 그저 암기암기암기임.
선암기 후이해가 의대공부의 토대이며 족보, 족보, 그저 족보가 그나마 생명줄임
 본과 4년을 어찌어찌 초저공비행으로 다행히 유급없이 졸업하게됨 ㅠㅠㅠㅠ
진짜 개빡세고 힘든 4년 이었음.
고3, 재수시절 수능 공부? 그건 정말 나에겐 별거 아니었음.
힘들다기보단 기대와 즐거움이었고
의대 공부는 고난과 역경, 미칠듯한 스트레스와 함께한 시간들이었음 ㅠㅠㅠㅠ
의대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1,2 년차 시절 과도한 업무량에 이틀에 2시간밖에 못 잘 때도
속으로 '그래도 의대 다닐때보단 낫다.' 이 생각으로 버텼음



쓰다보니 귀찮다...
몇명이나 여기까지 읽어줬을지 모르겠지만 
별 재미도 없는 시시콜콜한 얘기 읽어줘서 고마워요. 
요즘 업무에 육아에 친구 만날 시간도 없고 심심해서 여기다가 썰 풀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