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돌아가시면 무슨 감정이 드나요?

Dr2022.09.26
조회3,041

안녕하세요.저는 23세 여자입니다.
이곳이 화력이 가장 쎈 곳이라 주제와 다르지만 올려보아요.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런 암 판정에 손써볼 새도 없이 가셨네요.

짧은 시간동안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면서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아파서 그런건지 인지능력도 많이 떨어지고, 밤 새 잠도 못주무셔서 아파하는 엄마 배를 밤새 쓸어주다가 짐이 들었던 어느날 새벽에 울다지쳐 잠들었는데 삐- 하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보니 엄마 심장이 멎었더군요.
그 전날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할거냐고, 너무 고통스러워하시고 만약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아난다고 해도 코로나때문에 호스피스에 계셔야 해서 얼굴도 못본다고 , 그냥 편하게 같이 있으면서 보내주는게 어떻냐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엄마의 숨이 멎는 순간까지 지켜볼수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엔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리느라 눈이 다 아플 지경이었는데 막상 돌아가신걸 보니 아무 생각이 안들었습니다.

내가 아는 엄마가 아닌 것 같고 해서요.
이후 치러진 장례식에서는 상주가 저 하나라 너무 바빠서 눈물 흘릴 새도 없었어요.
아빠는 장례식장 밖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는건지 보이지 않았고 이런 일은 처음이라 경황도 없이 움직이다보니 그냥 무념무상 했던것 같아요.

그때 제대로 슬퍼할수 없어서인지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엄마의 죽음이 잘 와닿지가 않아요.
집에서 혼자 살림하면서, 아니면 심심할 때 엄마한테 전화 했던걸 이모한테 하고 있을때나, 친구들이랑 가족 얘기가 나오면 순간적으로 우리 엄마이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까먹고 우리엄마는- 하고 얘기를 합니다.
엄마가 잠든 납골당을 봐도 아무 생각이 안들어요.
그냥 도자기에 우리엄마 이름이 적혀있구나 정도.

그래서 납골당도 자주 안갔습니다.
세시간 거리인 고향에 있는 납골당에 고생해서 가봐도 엄마와의 추억이나 슬픈 감정은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요.
거기에 아빠의 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아서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가 아빠때문에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에 반해 아빠는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가정환경을 버티기가 힘들어서 저는 열 아홉에 혼자 서울로 나가 독립을 했는데, 그때부터 엄마가 아팠던것 같다고 짐작하세요.
중재자 입장이었던 제가 없으니 갖은 스트레스가 엄마를 덮쳤겠죠.
전부 말은 못하지만, 엄마가 자기 몸에 휘발유를 부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아빠는 아직까지도 엄마의 죽음에 자신이 했던 짓을 후회하면서 제게 전화를 해요.
죽고싶다, 우울증이다, 오늘은 자기 자신을 때렸다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면 전화를 끊고싶을 뿐이에요.

이 글을 쓴 이유는 엄마의 죽음에 덤덤한 제가 싸이코패스인가 싶어서에요.
엄마 돌아가시고 집에서 유품 정리할때 옷가지들은 태워야 한다고 해서 제가 몇개를 제외한 전부를 태웠는데, 그걸 보고 아빠도 너는 냉혈한같다고,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냐고 할 정도였어요.

저도 제가 엄마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까지 덤덤할줄은 몰랐거든요.
어릴적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는 왜 안슬퍼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엄마랑 나랑 비슷한 감정이겠구나 내가 엄마를 닮았나? 싶어요.

엄마 핸드폰, 일기장, 아끼던 반지 등 엄마를 기억할수 있는 물건들은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금고에 보관중이에요.
꺼내 보기가 겁나기도 하고 괜히 슬프고 싶지 않아서인게 큰거같긴 하네요.

아빠는 제가 이런 생각인게 이해가 안가나봅니다.
실은 오늘이 엄마의 기일인데, 납골당에 엄마보러 안갔어요.
굳이 거기가서 하얀 도자기에 인사하고 오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엄마 유품 같은걸 보면서 엄마를 기억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했는데, 타박을 하시더라구요.
제사도 안지내면서 엄마보러도 안오냐고.
근데 듣다보니 꼭 제가 잘못한것 같아서 글을 써봅니다.
보통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떤 기분이 드는게 정상인걸까요?제가 너무 생각이 어린건지, 아니면 아빠 말대로 싸이코패스인건지 잘 모르겠어요. 경험해 보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좀 꼭 부탁드립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글에 두서가 없더라도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