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 4월의 봄꽃이 화창하게 피어나는 동시에 실렌의 성전에는 갖가지 음식과 금방 빚은 곡주들을 운반하는 하급신녀들이 서둘러 어느방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쪽에는 많은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는데 누군가가 급히 빛의 여신 케롤리아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렇게 성스러운 날에 소란이냐" 발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부른 이를 꾸짖었다. 그녀의 두 피부는 희다못해 창백해보여 그녀의 붉은입술을 더욱 붉게 만들었는데 두 눈빛만은 그녀가 결코 약한 여자가 아니라는것을 보여주듯 냉정하게 빛났다. "카로스신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무슨일인가" 딱딱한 어조로 하급신녀를 쳐다보며 케롤라이나는 광이 번쩍나는 빈술잔을 어느 한곳에 가지런히 놓았 다. "여왕님을 뵙고 싶어하십니다. 무슨 급한 용무이신것 같습니다." '그 쥐새끼 같은놈이 어머니를 왜 만나려고 그러지' 그들과 앙숙일수밖에 없는 카로스가 여기까지 온걸보면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난것이 틀림이 없었 다. 자신보다 하급신인 카로스와의 만남은 500년전 그것도 우연히 센타리칼 계곡에서 본게 마지막이 였다. 다시는 그런 간교한 자와 마주치고 않아 일부러 신들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오늘 그의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뒤틀렸다. 케롤라이나는 갑자기 그때의 생각이 나는듯 얼굴을 찌푸리고는 신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지혜의 샘에서 그를 기다리게 하라" "네 알겠습니다. 케롤라이나님" 대답을 마친 하급신녀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뒤로 나가고나자 케롤라이나는 몸을 돌려 빛의 여왕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슈라를 부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어서 오시오. 카로스신이여" 은색 치마를 발아래까지 끌고 천천히 걸어오는 슈라여왕의 자태는 모든이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드는 마력과 같은 힘이 있었다. 몇천살은 되었을 슈라의 얼굴은 그 많은 세월동안 자신의 젊음까진 잡지못했 는지 몇가닥의 주름이 잡혀있었다. 곧 슈라는 지혜의 샘 중앙부근에 나있는 유리로 된 큰 의자에 앉고는 손을 들어 카로스 에게 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카로스는 저런 거만한 늙은여우의 명령스런 행동이 거북스러웠지만 지금 그런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 다. "그래요. 무슨일로 이런 곳을 찾아오셨습니까" 슈라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에게 연유를 물어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500년전 센타리칼계곡에서 신들의 비밀스러운 일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슈라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자 곁에 있던 슈라의 큰 딸 케롤라이나가 자신의 어머니곁으로 다가왔다. "카로스님. 도대체 왜 지금 와서 그런 얘기를 꺼내시는 겁니까? 그건 금기의 말인걸 모르십니까?" 또박또박 말하는 케롤라이나의 음성에서는 카로스를 향하는 분노의 마음이 조금씩 표출되었다. "아..흥분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 얘기는 해서 안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금한게 있어서 말입니다. 500년전 신들이 모여 그 마족을 봉인해 둔건 저도 기억합니다. 그 봉인의 열쇠를 슈라님께 서 가지고 계셨다는것도 알고 있구요." 케롤라이나는 카로스의 말을 듣고는 흥분해서 입을 열려다가 자신의 어머니 슈라가 제지하자 뒤로 물러났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때 가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봉인의 열쇠는 약속되로 깨끗이 소멸되었습니다. 이미 16년전에 말입니다. 절대 그는 깨어나지 않을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슈라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자신또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 다. "그렇다면 안심이구요. 슈라님을 믿겠습니다. 이상하게 요즘 제 주위로 검은기운이 뻗혀서 전 또 무슨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럼 그 마족이 아니라면 악의 화신 데스포그밖에 없군요." "카로스" 그의 말이 심하게 거슬렸던 슈라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향해 온몸을 심하게 떨었다. "난 그대보다 높은 신이오. 감히 어디에 와서 이런 금기시되는 말을 지껄이단 말이오. 요즘 심히 거슬리는군요" "제 말이 주제넘었다면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어찌 위대하신 빛의 여왕 슈라님을 능멸할수 있겠 습니까. 안그렇습니까? 케롤라이나님?"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우며 케롤라이나의 온몸을 살피는 카로스는 그녀의 증오섞인 눈빛을 바라보자 다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케롤라이나님..저는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요즘 재미있는것에 빠져서 더이상 지체하는건 무리인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밤은 슈라님의 생신날인것 같은데..경축드립니 다." 곧 카로스는 두 모녀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다음 그자리에서 빛을 내며 사라졌다. "버러지만도 못한 놈" 슈라는 잠시간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요즘 더욱 약해 진 빛의 힘때문에 자신보다 한참이나 낮은 하급신들이 그녀를 차오르려고 애쓰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였다. 어서빨리 빛의 권능이 더 떨어지기 전에 그녀의 딸 케롤라이나에게 여왕의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괜찮으십니까? 어머니" 케롤라이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다. 카로스 저 놈 요즘 부쩍 나에게 대하는게 무례하구나. 그건 그렇고 저 놈이 왜 500년 전의 일을 들추는거지.. 분명 난 그 봉인의 열쇠를 그 아이의 몸에 심어두었어. 그리고 그 인간놈이 바로 죽여버렸.." 슈라의 말은 거기에서 끝이났다. 500년전 마족을 봉인한 열쇠를 자신이 파괴하기 위해 건네받았다 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직해두었는데 16년전 자신의 막내딸이 어이없게 인간의 남자와 정분이 나자 화가난 그녀는 곧바로 막내딸의 씨앗에 봉인의 열쇠를 심었다. 곧 태어나면 죽이라는 말한마디와 함께...그때 확실히 살펴보지 않고 아퀼트만 믿은게 바보였다. '설마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어머니..분명 봉인의 열쇠가 소멸되었다 하지 않았습니까? 안그러면 다시 확인해서 완전히 사라지게.." "안된다. 카로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은 그 봉인의 열쇠를 소멸시킬수 없어. 그 마족이 깨어나면 금방 자신의 힘을 되찾을것이다." 슈라는 만약의 일을 생각해서인지 안색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는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케롤라이나를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게 했다. "만약...만약 말이다... 그가 깨어나면 넌 또다시 500년전때처럼 그를 혼란시킬수 있느냐?" 그녀는 어머니의 말이 무슨뜻인지 알고 있었다. 엄청난 힘을 소유한 그를 아주쉽게 봉인시킬수 있었던건 모두 케롤라이나의 유혹 덕분이였다. 그 상처로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에는 마족에 대한 연민으로 하루하루를 가슴아파하며 보냈지만 말이다. "또다시 그를 유혹하라는 건가요?" "만약을 대비해서 하는 말이다. 자 이제부터 그때의 일을 알아보아야 할것 같구나. 어서 빨리 서두르자구나....곧 다가올 만월의 밤을 대비해서..." 슈라의 마지막 말은 자신만이 들을수 있는 희미한 목소리였다. "아이구 내 사랑하는 아들....인물이 훤하구나" 거대한 몸을 뒤척이며 데르미온의 방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오자 소년의 주위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하인들이 쫑쫑걸음을 하고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카르넨의 영주 올리비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로 다가오며 아래위로 훝어보더니 곧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못보던 사이에 그의 아들은 안색이 훨씬 좋아보였는데 그동안 또다시 쓰러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데르미온은 아래위로 금빛 실로 짜여진 사잔문양의 옷을 걸쳤는데 오랫만에 입어보는 격식적인 차림이 라 영 불편하게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새벽아침부터 여러명의 하인들이 들어와 옷하나를 입히는데 여러시간이 걸렸던 것이었다. 이런 큰 연회가 일년에 한번이었다는거에 대해서 데르미온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그래. 오늘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그는 자신의 아들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제가 뭐 무리한게 있었나요. 제 옆엔 항상 하인들이 있는데..급할땐 제 주치의도 바로 달려오잖아요." 약간 짜증이 섞인 말투로 데르미온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심드렁하게얘기했다. "그래그래..근데 요즘 실비앙의 딸 류안이란 아가씨에게 부쩍 관심이 많은것 같더구나" 데르미온의 의중을 잠깐 떠 보기 위해 올리비안은 그의 아들을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제가 여자에게 관심있는거 보셨습니까? 그냥 특이해서 그러는것 밖에 없습니다." 말은 그렇게 꺼냈지만 사실 데르미온은 류안의 이름이 나오자 마자 옴몸이 경직되었다. "그래..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그 아이 하고는 정을 나누지 않길 바란다. 이 아비의 말을 명심해라" "왜 그렇죠?" 자신도 모르게 올리비안의 말에 반문한 데르미온은 아버지의 알수없다는 눈빛을 마주하고는 자신의 고개를 내렸다. "그냥 궁금해서요. 무슨 이유 때문이죠?" "다른 이유는 없다. 넌 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니까 그러는거다. 아무 이유도 없어...아무 이유도.." 올리비안은 데르미온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던 따스하고 인간적인 눈빛 을 자신의 아들에게 한없이 보여주었다. 류안은 자신의 치마에 붙은 흙먼지를 두 손으로 털어내고는 영주의 성안 연회장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갔다. 너무나 얄밉게도 공작부인은 자신의 마차에 그녀를 태워주지 않고 뒤에 따르는 낡고 지저 분한 하인들의 마차에 그녀를 친절하게 넣어주고 가 버렸다. 이런 호사스런 귀족들의 연회에 익숙하지 않은 류안은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 실비앙의 명에 의해 어쩔수 없이 끌려오게 되었다. 이미 한쪽에선 공작부인과 그녀의 사촌일가들이 먼저 도착해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류안을 발견하고는 곧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류안. 이리오거라" 공작부인은 일순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선 단호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말썽도 일으키지 말거라. 비천한 네가 소란을 일으키는걸 난 원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네 소개도 할필요가 없어. 넌 그저 한쪽에 박혀 음식이나 먹으며 시간을 때우란 말이다. " "언니, 그만해. 쟤도 생각이 있으면 그렇게 나서지 않을꺼야. 어서갑시다. 좀 있음 연회가 시작되요." 풍만한 몸짓을 가지고 있는 공작부인의 사촌동생은 언니의 팔을 이끌고는 연회장안으로 들어갔다. 류안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어쩔수없다는듯이 그녀들을 따라 연회장안으로 들어가니 휘황찬란하게 꾸며놓은 내부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온통 화려한 무늬와 금박제로 벽면들을 꾸며놓았 는데 하나하나가 값비싼 것들처럼 보였다. 놀라운것은 내부뿐만이 아니였다. 식탁위에 차려진 갖가지 진수성찬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는 데 류안이 태어나서 처음보는 요리들도 수십까지가 되었다. 그녀는 공작부인의 말대로 조용하게 구석진곳을 찾으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녀를 누구에게 소개시켜 줄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어보였기에 그냥 조용히 음식이나 먹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안녕하십니까. 카르넨의 영주 올리비안 여러분들에게 인사올립니다." 연회가 시작되려는지 영주 올리비안이 류안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데르미온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대대적인 연회가 오늘도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곳곳에 서 오신 영주님들과 많은 귀족여러분들 그리고 신사숙녀분들.. 오늘밤은 마음껏 마시고 취하는 자리이 니 부담없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그들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경건하게 영주를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악단들의 음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흥 재수 없는 계집도 행차하셨군" 낯익은 목소리가 류안의 귀에 들리자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에안젤의 사촌 리치였다. 아니나다를까 그의 주변에는 리치외에 에안젤 그리고 그들의 패거리들이 둘러서 있었다. 좀 피곤해지겠다는 생각이 류안의 얼굴에 스치자 왠만하면 아무일도 없이 지나가길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어머나 쟤 진짜 머리가 붉은색이야. 저 빛깔은 마녀들만 갖는거 아니였어?" 에안젤의 한쪽옆에 서있던 페르나가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다. "분명 저 마녀가 마법을 걸어 우리 아버지의 혼을 빼놓았던거야. 그래서 아버지가 저런 계집을 들이신 거구..정말 화가 나 미칠것 같아." 류안의 얼굴만 보아도 짜증이 나는지 에안젤은 씩씩거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무 흥분하지마라. 에안젤..저런 계집은 이 오빠에게 다 맡기렴" 리치는 한쪽입술을 씩 올리며 야비하게 말을 내뱉었다. 류안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빠져나갈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며 조금씩 조여오는 에안젤일당들을 피 해 한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를 구월해준건 다른아닌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신사 숙녀분들....자자 중앙의 플러어로 나오십시오. 즐거운 댄스시간이 찾아들었습니다. " "어머나..부끄러워라. 누가 나에게 춤을 청할까?" 페르나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얼굴을 치며 애교섞인 웃음을 내뱉고는 리치를 향해 한쪽눈을 감아보였다. 그러자 리치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한쪽팔을 그녀의 앞으로 내밀려 허리를 숙였다. "페르나양에게 제가 춤을 신청하겠습니다. 저와 한곡 추실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받아들이겠어요" 이미 모든게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격식을 차리며 중앙으로 나가자 모두들 제각기 자신의 파트너 를 데리고는 춤을 추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제 남은건 류안과 에안젤 그리고 뚱보 루시아나밖에 없었다. "에안젤 넌 왜 한슨의 춤신청을 거절한거야?" 조금전 리치의 친구인듯한 한 남자가 와서 에안젤에게 정중히 춤신청을 해왔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거 절했다. 오직 그녀의 상대는 데르미온밖에 없으니깐 말이다. 작년에 이어 데르미온이 그녀의 파트너가 될꺼라는 확신은 변함이 없었다. 왜냐하면 에안젤은 올해도 자신의 아버지인 실비앙에게 미리 부탁을 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난 너희하고는 격이 달라서 아무하고나 춤을 못 춘단 말이야. 알겠어?" 에안젤은 일부러 류안이 들으라는 식으로 그녀를 한번 노려보고는 그 자리를 홱 벗어나더니 다른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사라지나 한시름 놓은 류안은 한쪽 테이블로 다가가서는 그 자리에 앉았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온몸이 피곤하기 시작했다. 곧 류안은 허기도 달랠겸 그녀앞에 놓여진 고기스튜를 후루룩 마시며 자신의 입가를 살짝 닦아내었다. "여기 앉아도 되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금전 에안젤 일당과 함께 있던 뚱뚱한 소녀 루시아나였다. "어...어그래" 입안에 있던 음식을 마저 삼킨 류안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루시아나를 쳐다보았다. "난 류안이라고 해.. " 먼저 인사를 한건 류안이였다. "알고 있어. 너에 대해선 익히 들었어. 난 루시아나라고해 " "그럼 날 안좋게 생각하겠구나. 다른 아이처럼 말이야" 순간 류안의 눈빛이 슬퍼졌다. 여기와서 친구하나 사귀지도 못하는게 너무나 안타까워서였다. "아냐.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녀가..." 루시아나는 끝말을 하지 못한채 자신의 손가락만 주물럭 댈뿐이였다. "근데 넌 춤추러 나가지 않니?" 류안의 말에 루시아나는 풀이 죽은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이런 뚱보란 춤추려고 하겠니. 나와 춤추고 싶어하는 사람은 카이넨 아니 이 나라에 단한명도 없을껄" "왜...넌.." 류안의 말은 거기에서 끝날수 밖에 없었다. 언제왔는지 에안젤이 다가와 화를 버럭내며 루시아나의 팔을 잡아 당겼기 때문이였다.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너도 저 계집애처럼 되고 싶은거야? 어서 이리로와 . 데르미온님이 내려오셨 단말야." 아니나다를까 조금전부터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누구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멀리서나마 데르미온의 밝은금발이 류안의 눈에 들어왔다. '에고 복많은 놈.. 사람들에게 완전히 안겨있구만' 류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놓여진 포도주를 한모금 마셨다. "안녕하십니까. 데르미온님 소녀를 기억하고 계시는지" 에안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자 주위의 소녀들이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영주 다음으로 지위가 높은 실비앙의 딸이라 그녀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어서였다. 모든 사람들은 곧 데르미온이 그녀에게 춤신청을 할꺼라는걸 알고 있었는데 나머지 소녀들은 그저 부러운듯 그 모습을 지켜볼뿐이었다. "안녕하시오. 에안젤양. 부디 좋은 저녁이 되십시오." 짧고 단호하게 말한 데르미온은 곧바로 몸을 돌려 누군가를 찾는듯 앞으로 걸어갔다. 에안젤은 당연히 그가 자신에게 춤을 신청할꺼라 믿고 자신의 손을 내어주려 했는데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건 멀어져가 는 데르미온의 뒷모습뿐이었다. "에안젤 괜찮니?" 곧 그녀의 옆에는 진심으로 걱적하는듯한 표정의 루시아나가 에안젤을 불렀다. "저리비켜." 머리끝까지 화가 난 에안젤은 사람들을 밀치고는 분한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기 숨어있다면 내가 못찾을것 같아? 홍당무" 류안은 낮은 어조로 자신을 부르는 데르미온의 목소리에 마시고 있던 포도주를 하마터면 그에게 내뱉을 뻔했다. "여긴 왠일이에요?" "왠일이긴 연회가 시작되었으니 내려왔지" "아니 에안젤과 함께 있어야 되지 않나요?" 그녀는 슬쩍히 자신을 불같이 쏘아보고 있는 에안젤의 시선을 느끼며 그를 향해 말을 했다. "내가 왜 그녀와 함께 있어야 하지? " "아니 그게...모두가...그러니까...데르미온님과 에안젤이.."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류안의 입안에서는 말이 뒤죽박죽 섞이며 흘러나왔는데 갑자기 데르미온이 자신에게 절을 하기시작하자 놀란 류안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은 분명 리치가 페르나에게 하는 행동과 같은 것이였다. "저에게 춤출수 있는 영광을 주시게습니까? 류안양" "네...제...제가요?" 놀란 건 류안뿐만이 아니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데르미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 데 이미 에안젤은 입에 거품을 물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서 대답해주십시오. 제가 아가씨에게 부족합니까?" "아..아뇨...받아들일께요." 곧 데르미온이 한쪽팔을 류안쪽으로 내밀자 그녀는 얼떨결에 그의 손을 잡고는 무대중앙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연습한걸 실전으로 바꿔봐. 잘 못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줄테니까" 처음의 성격으로 돌아온 데르미온이 장난스럽게 얘기를 하자 류안은 온몸에 긴장이 흘러내렸다. "난 완전하게 배우지 못했다구요." "도대체 집에서 뭘 연습한거야? 왜 파트너가 없어서 춤이 안되던가?" 그녀를 놀리는게 재미있는지 계속해서 데르미온은 류안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지금 노력하니까 제발 입 좀..닥..." 지금 자신이 데르미온에게 무슨소리를 하고있는지 깜짝놀란 류안이 자신의 입을 닫았다. "나에게 입좀 닥치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군....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그...그게..아니..." 식음땀을 흘리며 류안은 데르미온의 팔에 안긴채 춤을 추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신경은 온통 춤을 틀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힘좀 빼. 어디 뻣뻣해서 춤을 제대로 출수 있냐? 오늘은 내 발 밟는거 혼내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떨어져서 추지말라구" 갖가지 오묘한 인상을 쓰고 있는 류안을 쳐다본 데르미온은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더욱 자신 의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디가니. 에안젤?" 공작부인은 자신의 딸이 거의 흥분한채로 밖으로 뛰쳐나가는걸 뒤따라가며 그녀의 앞에 다가갔다. "에안젤" "용서안해요. 절대 용서안해요. 제가 죽는한이 있어도 그 계집애 절.대. 용서안해요" 부들부들 떨고있는 에안젤의 눈에선 참고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오늘도 글을 올립니다. 참 부끄러운 글솜씨죠 ? ㅋㅋ 혹시 이해가 안되시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주세요.... 저도 가끔 글을 적으면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서리.... 다 제가 부족해서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춥지않아서 운동하기가 쉬운것 같아요. 모두들 몸튼튼히....그럼 오늘 저는 그만~~
히아데스의 푸른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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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봄꽃이 화창하게 피어나는 동시에 실렌의 성전에는 갖가지 음식과 금방 빚은 곡주들을 운반하는
하급신녀들이 서둘러 어느방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쪽에는 많은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는데 누군가가 급히 빛의 여신 케롤리아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렇게 성스러운 날에 소란이냐"
발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부른 이를 꾸짖었다. 그녀의 두
피부는 희다못해 창백해보여 그녀의 붉은입술을 더욱 붉게 만들었는데 두 눈빛만은 그녀가 결코 약한
여자가 아니라는것을 보여주듯 냉정하게 빛났다.
"카로스신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무슨일인가"
딱딱한 어조로 하급신녀를 쳐다보며 케롤라이나는 광이 번쩍나는 빈술잔을 어느 한곳에 가지런히 놓았
다.
"여왕님을 뵙고 싶어하십니다. 무슨 급한 용무이신것 같습니다."
'그 쥐새끼 같은놈이 어머니를 왜 만나려고 그러지'
그들과 앙숙일수밖에 없는 카로스가 여기까지 온걸보면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난것이 틀림이 없었
다. 자신보다 하급신인 카로스와의 만남은 500년전 그것도 우연히 센타리칼 계곡에서 본게 마지막이
였다. 다시는 그런 간교한 자와 마주치고 않아 일부러 신들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오늘 그의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뒤틀렸다.
케롤라이나는 갑자기 그때의 생각이 나는듯 얼굴을 찌푸리고는 신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지혜의 샘에서 그를 기다리게 하라"
"네 알겠습니다. 케롤라이나님"
대답을 마친 하급신녀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뒤로 나가고나자 케롤라이나는 몸을 돌려 빛의
여왕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슈라를 부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어서 오시오. 카로스신이여"
은색 치마를 발아래까지 끌고 천천히 걸어오는 슈라여왕의 자태는 모든이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드는
마력과 같은 힘이 있었다. 몇천살은 되었을 슈라의 얼굴은 그 많은 세월동안 자신의 젊음까진 잡지못했
는지 몇가닥의 주름이 잡혀있었다.
곧 슈라는 지혜의 샘 중앙부근에 나있는 유리로 된 큰 의자에 앉고는 손을 들어 카로스
에게 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카로스는 저런 거만한 늙은여우의 명령스런 행동이 거북스러웠지만 지금 그런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
다.
"그래요. 무슨일로 이런 곳을 찾아오셨습니까"
슈라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에게 연유를 물어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500년전 센타리칼계곡에서 신들의 비밀스러운 일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슈라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자 곁에 있던 슈라의 큰 딸 케롤라이나가
자신의 어머니곁으로 다가왔다.
"카로스님. 도대체 왜 지금 와서 그런 얘기를 꺼내시는 겁니까? 그건 금기의 말인걸 모르십니까?"
또박또박 말하는 케롤라이나의 음성에서는 카로스를 향하는 분노의 마음이 조금씩 표출되었다.
"아..흥분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 얘기는 해서 안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금한게 있어서
말입니다. 500년전 신들이 모여 그 마족을 봉인해 둔건 저도 기억합니다. 그 봉인의 열쇠를 슈라님께
서 가지고 계셨다는것도 알고 있구요."
케롤라이나는 카로스의 말을 듣고는 흥분해서 입을 열려다가 자신의 어머니 슈라가 제지하자 뒤로
물러났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때 가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봉인의 열쇠는 약속되로 깨끗이 소멸되었습니다.
이미 16년전에 말입니다. 절대 그는 깨어나지 않을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슈라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자신또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
다.
"그렇다면 안심이구요. 슈라님을 믿겠습니다. 이상하게 요즘 제 주위로 검은기운이 뻗혀서 전 또
무슨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럼 그 마족이 아니라면 악의 화신 데스포그밖에 없군요."
"카로스"
그의 말이 심하게 거슬렸던 슈라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향해 온몸을 심하게 떨었다.
"난 그대보다 높은 신이오. 감히 어디에 와서 이런 금기시되는 말을 지껄이단 말이오. 요즘
심히 거슬리는군요"
"제 말이 주제넘었다면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어찌 위대하신 빛의 여왕 슈라님을 능멸할수 있겠
습니까. 안그렇습니까? 케롤라이나님?"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우며 케롤라이나의 온몸을 살피는 카로스는 그녀의 증오섞인 눈빛을 바라보자
다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케롤라이나님..저는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요즘 재미있는것에 빠져서
더이상 지체하는건 무리인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밤은 슈라님의 생신날인것 같은데..경축드립니
다."
곧 카로스는 두 모녀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다음 그자리에서 빛을 내며 사라졌다.
"버러지만도 못한 놈"
슈라는 잠시간의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요즘 더욱 약해
진 빛의 힘때문에 자신보다 한참이나 낮은 하급신들이 그녀를 차오르려고 애쓰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였다. 어서빨리 빛의 권능이 더 떨어지기 전에 그녀의 딸 케롤라이나에게 여왕의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괜찮으십니까? 어머니"
케롤라이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다. 카로스 저 놈 요즘 부쩍 나에게 대하는게 무례하구나. 그건 그렇고 저 놈이 왜 500년
전의 일을 들추는거지.. 분명 난 그 봉인의 열쇠를 그 아이의 몸에 심어두었어. 그리고 그 인간놈이
바로 죽여버렸.."
슈라의 말은 거기에서 끝이났다. 500년전 마족을 봉인한 열쇠를 자신이 파괴하기 위해 건네받았다
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직해두었는데 16년전 자신의 막내딸이 어이없게 인간의 남자와 정분이 나자
화가난 그녀는 곧바로 막내딸의 씨앗에 봉인의 열쇠를 심었다. 곧 태어나면 죽이라는 말한마디와
함께...그때 확실히 살펴보지 않고 아퀼트만 믿은게 바보였다.
'설마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어머니..분명 봉인의 열쇠가 소멸되었다 하지 않았습니까? 안그러면 다시 확인해서 완전히 사라지게.."
"안된다. 카로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은 그 봉인의 열쇠를 소멸시킬수 없어. 그 마족이 깨어나면
금방 자신의 힘을 되찾을것이다."
슈라는 만약의 일을 생각해서인지 안색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는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케롤라이나를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게 했다.
"만약...만약 말이다... 그가 깨어나면 넌 또다시 500년전때처럼 그를 혼란시킬수 있느냐?"
그녀는 어머니의 말이 무슨뜻인지 알고 있었다. 엄청난 힘을 소유한 그를 아주쉽게 봉인시킬수
있었던건 모두 케롤라이나의 유혹 덕분이였다. 그 상처로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에는 마족에 대한
연민으로 하루하루를 가슴아파하며 보냈지만 말이다.
"또다시 그를 유혹하라는 건가요?"
"만약을 대비해서 하는 말이다. 자 이제부터 그때의 일을 알아보아야 할것 같구나. 어서 빨리
서두르자구나....곧 다가올 만월의 밤을 대비해서..."
슈라의 마지막 말은 자신만이 들을수 있는 희미한 목소리였다.
"아이구 내 사랑하는 아들....인물이 훤하구나"
거대한 몸을 뒤척이며 데르미온의 방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오자 소년의 주위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하인들이 쫑쫑걸음을 하고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카르넨의 영주 올리비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로 다가오며 아래위로 훝어보더니 곧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못보던 사이에 그의 아들은 안색이 훨씬 좋아보였는데 그동안 또다시 쓰러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데르미온은 아래위로 금빛 실로 짜여진 사잔문양의 옷을 걸쳤는데 오랫만에 입어보는 격식적인 차림이
라 영 불편하게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새벽아침부터 여러명의 하인들이 들어와 옷하나를 입히는데
여러시간이 걸렸던 것이었다. 이런 큰 연회가 일년에 한번이었다는거에 대해서 데르미온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그래. 오늘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그는 자신의 아들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제가 뭐 무리한게 있었나요. 제 옆엔 항상 하인들이 있는데..급할땐 제 주치의도 바로 달려오잖아요."
약간 짜증이 섞인 말투로 데르미온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심드렁하게얘기했다.
"그래그래..근데 요즘 실비앙의 딸 류안이란 아가씨에게 부쩍 관심이 많은것 같더구나"
데르미온의 의중을 잠깐 떠 보기 위해 올리비안은 그의 아들을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제가 여자에게 관심있는거 보셨습니까? 그냥 특이해서 그러는것 밖에 없습니다."
말은 그렇게 꺼냈지만 사실 데르미온은 류안의 이름이 나오자 마자 옴몸이 경직되었다.
"그래..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그 아이 하고는 정을 나누지 않길 바란다. 이 아비의 말을 명심해라"
"왜 그렇죠?"
자신도 모르게 올리비안의 말에 반문한 데르미온은 아버지의 알수없다는 눈빛을 마주하고는 자신의
고개를 내렸다.
"그냥 궁금해서요. 무슨 이유 때문이죠?"
"다른 이유는 없다. 넌 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니까 그러는거다. 아무 이유도 없어...아무 이유도.."
올리비안은 데르미온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던 따스하고 인간적인 눈빛
을 자신의 아들에게 한없이 보여주었다.
류안은 자신의 치마에 붙은 흙먼지를 두 손으로 털어내고는 영주의 성안 연회장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갔다. 너무나 얄밉게도 공작부인은 자신의 마차에 그녀를 태워주지 않고 뒤에 따르는 낡고 지저
분한 하인들의 마차에 그녀를 친절하게 넣어주고 가 버렸다.
이런 호사스런 귀족들의 연회에 익숙하지 않은 류안은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 실비앙의
명에 의해 어쩔수 없이 끌려오게 되었다.
이미 한쪽에선 공작부인과 그녀의 사촌일가들이 먼저 도착해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류안을
발견하고는 곧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류안. 이리오거라"
공작부인은 일순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선 단호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말썽도 일으키지 말거라. 비천한 네가 소란을 일으키는걸 난 원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네 소개도
할필요가 없어. 넌 그저 한쪽에 박혀 음식이나 먹으며 시간을 때우란 말이다. "
"언니, 그만해. 쟤도 생각이 있으면 그렇게 나서지 않을꺼야. 어서갑시다. 좀 있음 연회가 시작되요."
풍만한 몸짓을 가지고 있는 공작부인의 사촌동생은 언니의 팔을 이끌고는 연회장안으로 들어갔다.
류안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어쩔수없다는듯이 그녀들을 따라 연회장안으로 들어가니 휘황찬란하게
꾸며놓은 내부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온통 화려한 무늬와 금박제로 벽면들을 꾸며놓았
는데 하나하나가 값비싼 것들처럼 보였다.
놀라운것은 내부뿐만이 아니였다. 식탁위에 차려진 갖가지 진수성찬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져 있었는
데 류안이 태어나서 처음보는 요리들도 수십까지가 되었다. 그녀는 공작부인의 말대로 조용하게
구석진곳을 찾으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녀를 누구에게 소개시켜 줄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어보였기에 그냥 조용히 음식이나 먹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안녕하십니까. 카르넨의 영주 올리비안 여러분들에게 인사올립니다."
연회가 시작되려는지 영주 올리비안이 류안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데르미온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대대적인 연회가 오늘도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곳곳에
서 오신 영주님들과 많은 귀족여러분들 그리고 신사숙녀분들.. 오늘밤은 마음껏 마시고 취하는 자리이
니 부담없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그들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경건하게 영주를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악단들의 음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흥 재수 없는 계집도 행차하셨군"
낯익은 목소리가 류안의 귀에 들리자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에안젤의 사촌 리치였다. 아니나다를까 그의 주변에는 리치외에 에안젤 그리고 그들의 패거리들이
둘러서 있었다. 좀 피곤해지겠다는 생각이 류안의 얼굴에 스치자 왠만하면 아무일도 없이 지나가길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어머나 쟤 진짜 머리가 붉은색이야. 저 빛깔은 마녀들만 갖는거 아니였어?"
에안젤의 한쪽옆에 서있던 페르나가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다.
"분명 저 마녀가 마법을 걸어 우리 아버지의 혼을 빼놓았던거야. 그래서 아버지가 저런 계집을 들이신
거구..정말 화가 나 미칠것 같아."
류안의 얼굴만 보아도 짜증이 나는지 에안젤은 씩씩거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무 흥분하지마라. 에안젤..저런 계집은 이 오빠에게 다 맡기렴"
리치는 한쪽입술을 씩 올리며 야비하게 말을 내뱉었다.
류안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빠져나갈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며 조금씩 조여오는 에안젤일당들을 피
해 한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를 구월해준건 다른아닌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신사 숙녀분들....자자 중앙의 플러어로 나오십시오. 즐거운 댄스시간이 찾아들었습니다. "
"어머나..부끄러워라. 누가 나에게 춤을 청할까?"
페르나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얼굴을 치며 애교섞인 웃음을 내뱉고는 리치를 향해 한쪽눈을 감아보였다.
그러자 리치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한쪽팔을 그녀의 앞으로 내밀려 허리를 숙였다.
"페르나양에게 제가 춤을 신청하겠습니다. 저와 한곡 추실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받아들이겠어요"
이미 모든게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격식을 차리며 중앙으로 나가자 모두들 제각기 자신의 파트너
를 데리고는 춤을 추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제 남은건 류안과 에안젤 그리고 뚱보 루시아나밖에
없었다.
"에안젤 넌 왜 한슨의 춤신청을 거절한거야?"
조금전 리치의 친구인듯한 한 남자가 와서 에안젤에게 정중히 춤신청을 해왔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거
절했다. 오직 그녀의 상대는 데르미온밖에 없으니깐 말이다.
작년에 이어 데르미온이 그녀의 파트너가 될꺼라는 확신은 변함이 없었다. 왜냐하면 에안젤은 올해도
자신의 아버지인 실비앙에게 미리 부탁을 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난 너희하고는 격이 달라서 아무하고나 춤을 못 춘단 말이야. 알겠어?"
에안젤은 일부러 류안이 들으라는 식으로 그녀를 한번 노려보고는 그 자리를 홱 벗어나더니 다른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사라지나 한시름 놓은 류안은 한쪽 테이블로 다가가서는 그 자리에 앉았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온몸이 피곤하기 시작했다.
곧 류안은 허기도 달랠겸 그녀앞에 놓여진 고기스튜를 후루룩 마시며 자신의 입가를 살짝 닦아내었다.
"여기 앉아도 되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금전 에안젤 일당과 함께 있던 뚱뚱한 소녀 루시아나였다.
"어...어그래"
입안에 있던 음식을 마저 삼킨 류안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루시아나를 쳐다보았다.
"난 류안이라고 해.. "
먼저 인사를 한건 류안이였다.
"알고 있어. 너에 대해선 익히 들었어. 난 루시아나라고해 "
"그럼 날 안좋게 생각하겠구나. 다른 아이처럼 말이야"
순간 류안의 눈빛이 슬퍼졌다. 여기와서 친구하나 사귀지도 못하는게 너무나 안타까워서였다.
"아냐.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녀가..."
루시아나는 끝말을 하지 못한채 자신의 손가락만 주물럭 댈뿐이였다.
"근데 넌 춤추러 나가지 않니?"
류안의 말에 루시아나는 풀이 죽은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이런 뚱보란 춤추려고 하겠니. 나와 춤추고 싶어하는 사람은 카이넨 아니 이 나라에 단한명도
없을껄"
"왜...넌.."
류안의 말은 거기에서 끝날수 밖에 없었다. 언제왔는지 에안젤이 다가와 화를 버럭내며 루시아나의
팔을 잡아 당겼기 때문이였다.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너도 저 계집애처럼 되고 싶은거야? 어서 이리로와 . 데르미온님이 내려오셨
단말야."
아니나다를까 조금전부터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누구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멀리서나마 데르미온의
밝은금발이 류안의 눈에 들어왔다.
'에고 복많은 놈.. 사람들에게 완전히 안겨있구만'
류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놓여진 포도주를 한모금 마셨다.
"안녕하십니까. 데르미온님 소녀를 기억하고 계시는지"
에안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자 주위의 소녀들이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영주
다음으로 지위가 높은 실비앙의 딸이라 그녀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어서였다.
모든 사람들은 곧 데르미온이 그녀에게 춤신청을 할꺼라는걸 알고 있었는데 나머지 소녀들은 그저
부러운듯 그 모습을 지켜볼뿐이었다.
"안녕하시오. 에안젤양. 부디 좋은 저녁이 되십시오."
짧고 단호하게 말한 데르미온은 곧바로 몸을 돌려 누군가를 찾는듯 앞으로 걸어갔다. 에안젤은 당연히
그가 자신에게 춤을 신청할꺼라 믿고 자신의 손을 내어주려 했는데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건 멀어져가
는 데르미온의 뒷모습뿐이었다.
"에안젤 괜찮니?"
곧 그녀의 옆에는 진심으로 걱적하는듯한 표정의 루시아나가 에안젤을 불렀다.
"저리비켜."
머리끝까지 화가 난 에안젤은 사람들을 밀치고는 분한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기 숨어있다면 내가 못찾을것 같아? 홍당무"
류안은 낮은 어조로 자신을 부르는 데르미온의 목소리에 마시고 있던 포도주를 하마터면 그에게 내뱉을
뻔했다.
"여긴 왠일이에요?"
"왠일이긴 연회가 시작되었으니 내려왔지"
"아니 에안젤과 함께 있어야 되지 않나요?"
그녀는 슬쩍히 자신을 불같이 쏘아보고 있는 에안젤의 시선을 느끼며 그를 향해 말을 했다.
"내가 왜 그녀와 함께 있어야 하지? "
"아니 그게...모두가...그러니까...데르미온님과 에안젤이.."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류안의 입안에서는 말이 뒤죽박죽 섞이며 흘러나왔는데 갑자기 데르미온이
자신에게 절을 하기시작하자 놀란 류안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은 분명 리치가 페르나에게 하는 행동과 같은 것이였다.
"저에게 춤출수 있는 영광을 주시게습니까? 류안양"
"네...제...제가요?"
놀란 건 류안뿐만이 아니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데르미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
데 이미 에안젤은 입에 거품을 물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서 대답해주십시오. 제가 아가씨에게 부족합니까?"
"아..아뇨...받아들일께요."
곧 데르미온이 한쪽팔을 류안쪽으로 내밀자 그녀는 얼떨결에 그의 손을 잡고는 무대중앙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연습한걸 실전으로 바꿔봐. 잘 못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줄테니까"
처음의 성격으로 돌아온 데르미온이 장난스럽게 얘기를 하자 류안은 온몸에 긴장이 흘러내렸다.
"난 완전하게 배우지 못했다구요."
"도대체 집에서 뭘 연습한거야? 왜 파트너가 없어서 춤이 안되던가?"
그녀를 놀리는게 재미있는지 계속해서 데르미온은 류안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지금 노력하니까 제발 입 좀..닥..."
지금 자신이 데르미온에게 무슨소리를 하고있는지 깜짝놀란 류안이 자신의 입을 닫았다.
"나에게 입좀 닥치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군....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그...그게..아니..."
식음땀을 흘리며 류안은 데르미온의 팔에 안긴채 춤을 추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신경은 온통 춤을
틀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힘좀 빼. 어디 뻣뻣해서 춤을 제대로 출수 있냐? 오늘은 내 발 밟는거 혼내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떨어져서 추지말라구"
갖가지 오묘한 인상을 쓰고 있는 류안을 쳐다본 데르미온은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더욱 자신
의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디가니. 에안젤?"
공작부인은 자신의 딸이 거의 흥분한채로 밖으로 뛰쳐나가는걸 뒤따라가며 그녀의 앞에 다가갔다.
"에안젤"
"용서안해요. 절대 용서안해요. 제가 죽는한이 있어도 그 계집애 절.대. 용서안해요"
부들부들 떨고있는 에안젤의 눈에선 참고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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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을 올립니다. 참 부끄러운 글솜씨죠 ? ㅋㅋ
혹시 이해가 안되시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주세요....
저도 가끔 글을 적으면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서리....
다 제가 부족해서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춥지않아서 운동하기가 쉬운것 같아요.
모두들 몸튼튼히....그럼 오늘 저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