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관리를 하면 안되는 이유

ㅋㅋ2022.10.25
조회775

어장관리를 하면 안되는 이유

가희

아직 차가 없는 진희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했다. 그러다 유원지를 지나가게 됐는데 미정 언니가 또 생각난다.

"진희야! 미정 언니랑 술 한 잔 할까?"

끄덕인다.

"좋아요. 근데 미정 언니는 어떤 사람이에요?"

언니를 한 마디로 표현해줘야 하나?

"2+1은 뭐니?"

"3이죠!"

"서로 3을 만들어야 하면 항상 3을 만들어주는 사람?"

진희가 고개를 갸웃 거린다.

"내가 -1이면 4가 돼서 3을 만들고 내가 -4면 +7이 돼서 3을 만들어 주는 그런 언니라고"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토요일이라 언니의 도장엔 아무도 없었다. 도장 바닥에 앉아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술을 마신다. 언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는데 너무도 건강미가 넘쳤다.

"자자! 마셔 마셔! 오늘은 죽을 때까지 먹는 거야!"

나도 거들었다.

"술은 몸에 해로우니 우리가 마셔서 모두 없애죠."

진희가 풋 하고 웃는다.

"언니 얘는 성준 씨 만나면 데굴데굴 구르겠어요."

"성준 씨가 누구에요?"

"미정 언니 애인!"

"아아!"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고 진희가 좀 취했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언니 두 분은 애인이 다 있으시잖아요."

언니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하세요?"

언니가 술잔을 들며 빙긋 웃는다. 순간 아저씨를 생각했다. 근데 언니가 진희에게 되 묻는다.

"너는 행복의 기준이 뭐니?"

진희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아무 걱정 없이 고통 없이 사는 것?"

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런 기준이라면 난 행복하다."

진희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우와! 애인이 잘해주시나 봐요. 직업이 뭐에요?"

"응! 노가다."

진희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왜? 노가다라니까 이상해?"

"아....아니에요."

내가 끼어들었다.

"우리 애인도 노가다인데!"

진희의 표정이 다 읽힌다. 언니들 애인이라 노가다를 왜 만나냐는 소리는 못하겠고 에이그 이년아! 킥킥, 언니도 눈치를 챈 듯 다시 질문했다.

"넌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니? 어장관리하는 남자들 중에 마음에 드는 남자 없어?"

"없어요. 근데 언니 어장관리가 그렇게 나쁜 건가요?"

언니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아니! 나쁜 거 없어 네 선택이니까 대신 나중에 과보를 받을 생각은 해야지!"

"과보요?"

“어장관리하는 남자들이 마음에 안 차는 이유가 뭘까?”

“그게....”

언니가 자르며 말했다.

“이 남자는 직업은 좋은데 키가 작아서 싫고, 다른 남자는 외모는 좋은데 직업이 별로여서 싫고, 그렇다고 남 주기는 아까워서 끊지는 않고, 맞니?”

침묵은 긍정이다.

“그러다 보면 너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남자들을 창조하겠지!”

창조라는 말에 진희가 눈을 크게 뜬다.

“창조요?”

언니가 술잔을 들며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들이 바보니? 하나 둘 재수 없다고 떠나가겠지, 그러면 네 주위엔 너보다 잘난 남자들이 모이겠지, 네가 고를 수 있는 남자는 다 떠나고 없으니까”

언니는 정말 고수다.

“그 남자들이 너를 어장관리 하겠지! 갑을 관계가 바뀐다. 고르는 게 아니라 선택권은 남자에게 넘어가지, 그리고 네가 갑질하던 것을 고스란히 과보로 돌려받겠지! 그러면 너는 그 남자들을 떠나며 이렇게 말하겠지!”

내가 대신 대답해줬다.

“나쁜 새끼들 재수 없어.”

언니가 씩 웃는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노처녀가 된다. 그래도 못 깨달으면 너만큼 어린 20대 들에게 이렇게 무용담을 얘기하겠지! 내가 왕년에 삼성 연구원도 만나봤다고....”

이제 말뜻을 이해한 것일까? 진희가 물었다.

“그러면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언니가 말한다.

“한 가지만 고치면 돼!”

진희가 궁금한 듯 눈을 크게 뜬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는 나와 동급인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진희가 반박한다.

“언니! 저는 사람들을 존중해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언니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 노래 아니?”

진희가 끄덕인다.

“근데 남자를 골라? 그게 존중하는 거야? 고른다는 말 한마디만 들어봐도 너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어. 네가 그렇게 남자를 무시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야 예쁘니까! 남자들이 전부 너한테 친절하니까 취하는 거야! 예쁜 여자가 팔자가 세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야!”

근데 갑자기 도장 문이 열리면서 성준 씨가 들어온다. 두 손에 무언가를 가득 들고서 말이다.

“배달 왔습니다!”

진희가 성준 씨를 보더니 미정 언니에게 물었다.

“음식 또 시키셨어요? 이번 엔 제가 낼 게요.”

언니와 내가 빵하고 터졌다. 그런데 이뇬이 지갑을 꺼내며 성준 씨에게 묻는다.

“얼마에요?”

근데 성준 씨는 한술 더 뜬다.

“네! 삼 만원입니다.”

돈을 받아 들더니 씩 웃으며 돌아선다.

“장난치지 마!”

언니가 소리를 꽥 지르자 성준 씨가 뒤돌아오며 진희에게 돈을 다시 건네준다.

“인사해라! 우리 오빠다.”

“네? 오빠요?”

멍청한 표정을 짓는 진희에게 내가 소리를 꽥 질렀다.

“언니 애인이라고!”

성준 씨가 싸온 오징어볶음과 소면을 안주 삼아 2차로 술을 더 마셨다.

“우와! 애인한테 이런 음식도 해주세요? 대단하다.”

언니가 오징어 볶음 양념에 소면을 비비며 말했다.

“네가 만나본 남자들 중에 이런 사람 있었을걸! 그전에 네가 잘랐겠지! 노가다하는 사람 싫다고”

진희는 성준 씨를 보고 있다. 내가 물었다.

“진희야! 학원에 현정샘 있지?”

“네! 제가 닮고 싶은 선생님이시죠.”

“현정샘의 스승이야!”

진희가 입을 저억 벌리고 성준 씨를 본다. 언니가 매운지 소면을 호호 분다.

“오빠! 매운 고추 조금만 넣어!”

언니가 갑자기 진희에게 질문한다.

“너 우리 오빠 같은 남자 어떠냐?”

그 말이 끝나자 진희가 성준 씨를 자세히 본다. 언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한다.

“이 남자가 노가다를 하지만 요리를 잘하는 남자인지, 전직 국어선생인지, 어장관리를 했다면 알 수 있니?”

진희가 고개를 젓는다.

“아빠가 살아생전에 나에게 귀에 딱지가 지도록 했던 말씀이 있다. 인간은 600만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태어난다. 그러니 서로 존중해라. 누가 높고 낮음은 없다. 내가 상대방을 낮다고 짓밟으면 너는 더 높은 상대에게 짓밟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