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다가 33살한테 번호 따였어

ㅇㅇ2022.11.04
조회14,440

우리 카페가 사장님이 공부할 거 가져와서 공부해도 된다고 하실 정도로 많이 한가한 편이야 그래서 나도 자격증 공부할 거 있고 해서 카운터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우리 카페에 자주 오시는 남자 손님이 계셔 근데 그 분이 나 공부하는 거 보더니 자기도 예전에 이거 공부했었다 하시면서 말을 거셨었어 그게 처음이었는데 그 뒤로부터도 계속 여러 번 말 거시더라구 그래서 나는 아 그냥 같은 거 공부 하는 사람 봐서 반가워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그냥 넘겼었어

근데 오늘 알바하고 있는데 그 분이 또 오셨어 오늘따라 1층 매장에 손님이 하나도 없고 그 분밖에 없는 거야 한가하기도 하고 공부도 다 끝나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그 분이 공부는 이제 끝났냐 많이 한가하냐 하면서 말을 거셨어 그래서 아 저 분도 할 거 없으신가보다 하면서 맞장구 치고 그랬는데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거야 학교는 무슨 과 다니냐 몇 살이냐 알바 끝나고 집 가면 뭐 하냐 물어보시길래 대충대충 대답했었어

집 가면 영화 볼 거다 그냥 ㅇㅇ학과 다닌다 22살이다 했더니 이번엔 자기 과를 맞춰보라는 둥 자기 나이를 맞춰보라는 둥 이것저것 맞춰보라는 거야 나는 별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지라 갑자기 맞추라고 하니까 대충 생각하는 척 하고 대답했거든 원래 사람 관해서 뭐 맞추고 그런 거 잘 못 하기도 해서 대학 졸업은 했다길래 20대 후반이나 30대쯤 됐겠지 해서 29살이요 했더니 그 분이 29살처럼 보인다니까 좀 기쁘네요 이러면서 또 한참 얘기를 막 하셨어

그러다가 갑자기 그 분이 내가 영화나 뭐 여러가지 추천 해줄 테니까 번호 달라고 하면 줄 거에요? 하시길래 별 생각 없이 영화 추천? 나야 땡큐베리감사지 하면서 영화 추천해줄거에요? 알겠어요 이러고 번호 드렸거든 근데 점점 생각해보니까 이게 맞는건가 싶더라구

정말 그냥 단순히 영화나 아니면 여러가지 추천해줄 의도로 번호 물어보신 걸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싶어서 괜히 알려줬다 싶은 생각도 들고 막 후회도 되고 그러더라구

그렇다고 이미 알려줘버린 거 삭제하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막 카톡으로 연락이 이미 와있더라구 자기 이름은 ㅇㅇㅇ이에요 알바 끝날 때까지 몇 분 정도 남았네요 이렇게 와 있어서 내가 핸드폰 본 거는 다 보이니까 답장은 또 해야겠다 싶어서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 하고 보냈거든

그랬더니 점심은 먹고 일 하냐고 또 왔었는데 내가 알바 끝날 때까지 폰을 안 봐서 집 가는 길에 봤거든 그냥 알림 뜬 거로만 봐서 아직 답장도 안했고…

단골손님인지라 그냥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알려주겠다고 해놓고 좀 아닌 것 같다고 번호 삭제해달라고 말씀 드리기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 그 분도 기분이 나쁘지 않게 잘 돌려서 거절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서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