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쳤던 17년도 수능일이 정확히 11월 17일이었어 그리고 이번 수능도 11월 17일이더라고,,? 추억에 젖어 있다가 호오오옥시나 내가 도움 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와봤어
6년 전 수능이고 지금은 통합수능에 영어도 절평인 걸로 알고 있어서 라떼랑은 많이 다르겠지만...ㅎ 그래도 내 수능 결과로 희망 얻은 후배들 많았었어서, 한 명한테라도 도움 줄 수 있다면 그 나름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처음으로 글 써본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9월 마지막 모의평가 이후 두 달만에 수능에서 열 등급 넘게 올려서 최고점수 받았었어 9월만 살짝 미끄러졌던 거 아니라 그전까진 늘 점수 비슷했었고 10월 학평이랑도 거의 비슷했던 걸로 기억해
부모님을 포함한 아무도 수능 날까지, 누군가는 수능 성적표 받기 전까지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 없었거든 근데 당시에 나는 뭐에 홀려있었다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난 무조건 해낸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 내 머릿속에서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결과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려고 했었어
수능이 여타 다른 시험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전국민의 대부분이 한 번씩은 겪는다는 점도 있지만 시험 당일의 멘탈과 컨디션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인 것 같아 사실 공무원 시험, 전문직 시험이 아무리 어려워도 열심히만 하면 평소 실력과 엇비슷하게 나오는데 수능은 번번이 실전에서만 미끄러지는 경우도 많거든 나도 저렇게까지 성적이 오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유일하게 멘탈을 꼽을 정도로 수능장 멘탈관리는 정말 중요해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명료하지는 않지만 기억 더듬어서 전날이랑 당일에 내가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적어볼게 참고로 나는 사탐 이지영쌤 인강(포스텝만), 수학 정상모쌤 현강(12월부터 커리 쭉), 영어 조정호쌤 현강(6모 이후부터), 국어 홍준석쌤 현강(6모 이후부터) 들었어서 선생님들이 알려주신 팁들 조합해서 활용했어
1. 전날 식단은 본죽에서 친구랑 삼계죽 먹고 집 가서 수능선물로 받은 조각케이크 반 조각 정도 먹은 기억 난다 간식은 편의점에서 산 포도당캔디 챙겨갔어 초콜릿은 평소에 먹던 것도 아니고 카페인 있어서 기복이 생길 것 같았거든
수능도시락은 한 달 전부터 점심마다 식단 조합해보고 제일 몸에 잘 맞는 거 챙겨갔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죽 직전으로 엄청 질게 만든 흰밥이랑 안 맵게 만든 고추장불고기, 거기에 더해서 자극적이지 않은 국 한 가지 정도 챙겨갔던 것 같아
2. 전날은 예비소집일이니까 시험장 한 번 들러서 경로 체크하고, 집에 바로 와서 과목별 시험 순서대로 한 번씩 싹 훑었어 중구난방하지 말고 순서대로 공부해주는 게 중요해 사실 그때쯤에 체력이 정말 그지였어서 조는 바람에 거의 뭐 제대로 공부한 건 없지만 몸속에 루틴 한 번 더 박아넣는다는 느낌으론 유효했던 것 같아
사실 그 때 진짜로 ‘공부’를 하려고 하면 안 되기도 해 시험 전날이잖아 이미 습득할 만한 지식은 다 습득한 상태였어야 해. 모르는 게 물론 있을 수 있어. 근데 그건 이미 내 지식이 아니야 오히려 자잘한 거 몇 개 더 머릿속에 넣어가려다 타과목 루틴 깨지고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에 멘탈에 영향갈 수 있어. 갖고 있는 것만 잘 챙겨서 아는 거 안 틀린다는 생각으로 스킬 위주로 복기해줘 영어 빈칸에서는 어떤 스킬, 순서 맞추기에서는 어떤 스킬, 사문 도표문제에서는 어떤 스킬 이런 식으로. 나는 개인적으로 진짜진짜 어려웠었는데 내가 공부한 끝에 완벽히 이해한 문제들만 추려서 다시 풀었었어. 나 이만큼 성장했고 그 때 몰랐던 걸 이제는 안다는 느낌으로 자신감 챙겨가기 좋았거든
3. 그리고 짐 미리 싸두고 다음날 입을 옷 챙겨두고 자 교복 입으려는 애들 많을 텐데 나는 고3때 생리불순 때문에 살이 많이 찌는 바람에 교복이 늘 불편했어서 공부할 때 제일 자주 입던 츄리닝 조합해서 너무 두껍지 않게 겹겹이 입었어. 시험 볼 땐 적당히 추운 상태가 집중하기 좋아서 너무 따뜻하게 입으려고는 안 했던 것 같아.
4. 자는 거! 어쩌면 수능장 멘탈관리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이 시점부터일 수 있는데, 자려고 딱 누우면 사위가 조용하면서 온갖 생각 다 들거든 이 때 그냥 생각 딱 차단해야해 루틴이 잘 잡혀있으면 웬만해선 바로 잠들지만 어쩌면 잠이 몇 시간이고 안 올 수 있는데, 그냥 뭐 딴 거 하지 말고 눈 감고 있어. 전날에도 당일에도 시험 루틴/스킬 이외에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해. 이지영쌤이 해 주신 말씀인데 시각정보가 차단되는 것만으로도 뇌는 상당히 많은 피로를 해소하거든
나는 시험장에 1등으로 들어갔어 전날 열 시 조금 넘어서 자고, 거의 한 다섯시반쯤 일어나서 나온 것 같아. 솔직히 교문 앞에서 응원하는 선생님들이랑 후배들 만나고 싶지 않았어. 그날은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어서 그 누구의 영향이 오더라도 안 받고 싶었거든
그리고 이건 좀 중요한 건데 그 날 시험장에 삐걱거리는 의자들이 대부분이었어. 나도 당일에 가서 알게 된 건데 1등으로 들어간 덕분에 하나씩 다 앉아보고 멀쩡한 의자에서 시험 칠 수 있었어 나중에 들어보니까 의자 삐걱거려서 신경쓰였다는 애들 많더라 시험 당일에 탑쓰리로 잘한 짓 같아
의자 바꾼 후에는 미리 화장실 들러서 볼일 다 해결했어 나중 되면 줄 길게 서서 잘 못 가 혹시라도 이미 줄 서있으면 단어장 챙겨서 그 앞에서 외워 특히 영단어는 알고 있는 거여도 순간 생각 안 날 수 있거든 중간중간 리마인드해주는 거 좋아
5. 손풀기 문제나 읽을 만한 지문같은 거 챙겨가서 각각 교시 시작 직전에 풀었고, 내 팁은 멘탈관리를 안 하는 게 멘탈관리였거든. 무슨 말이냐면 긴장감과 멘탈에 대해서 너무 생각하다 보면 반대로 강박감 들면서 불안해질 것 같아서, 온전히 시험 그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사실 적당한 긴장감은 몰입도를 높여서 기량 발휘하기에 좋아. 그러니까 긴장 느낀다고 너무 풀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6. 시험 도중에 당황하지 마.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인 거 아는데 제일 중요해. 17년도 영어 빈칸 첫 문제가 킬러였는데 그거 고심해서 풀고 나니까 18분 남아있더라. 전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고 심지어 나 땐 영어가 상대평가였어서 더 쫄렸었어. 근데 그냥 옆에 미리 짜서 걸어뒀던 물수건으로(매 교시 감독관님께 허락 받았음) 얼굴 한 번 닦고 더 집중했어. 결과적으로 다 풀었고 영어 난생 처음 만점 받았고. 당황하느라 쓸 시간 5분보다 두세문제쯤 못 푼대도 당황할 시간 과감히 삭제하고 최선의 완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
7. 중간중간 낮잠 절대 자지 마. 자고 나면 뇌가 완전히 깨는 데 3시간은 걸려. 나도 당일날 주요과목 다 끝나고 아마 한국사 전에 잠깐 잤다가 문제 안 읽혀서 당황했었어ㅠ 그나마 한국사라 3등급까지는 감점 안 되니 다행이었지,,,
여기까지 대충 기억나는 건 다 적은 것 같다
나도 스스로 내 케이스가 상당히 극단적이고 희귀한 케이스인 걸 알아서 어쩌면 이 글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겠다는 고민도 해 봤는데, 사실 진짜 중요한 건 이 글 읽은 모두에게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샘솟고 모르던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와서 내일모레 전과목 1등급을 받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고. 다만 원래 받던 등급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거, 혹은 운이 좋다면 평균 2-3등급 정도 오르는 거. 그 정도 기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잖아. 다들 알다시피 수능에서 미끄러지는 애들 정말 많아. 수능 다음 날에 학교 가서 분위기 보면 체감이 될 거야. 근데 대부분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제자리를 지키면 상대적으로 반등하기 마련이거든.
당장 내 동생도 공부에 소질 전혀 없는 애라 만년 7-8등급 언저리였어서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는데 수능에서 5등급대로 올리면서 대학 갔었고.
여담이지만 대학을 와 보니 생각보다 대학 간판은 인생에 큰 도움이 돼 주지 않아. 수능 한 번 대박난다고 갑자기 사회가 날 떠받들어주는 시절은 지난 지 오래고, 하루아침에 레벨업하듯 공부머리가 트여서 온갖 고시는 다 패스할 정도의 대단한 사람이 되지도 않더라구. 수능은 매년 있고 스카이 입학생도 매년 수만 명씩 쏟아져나오니 객관적으로도 대단치 않은 수준이야. 그냥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19살짜리 여자애가 꽤나 만족스러운 종잇조각 한 장 얻었을 뿐이지
대학을 가서도 마찬가지로 피나게 노력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나는 평생 느껴본 적 없던 열등감을 대학 가서 처음 느꼈을 정도로 내가 가진 게 참 없더라 고작 국어수학영어 아무리 잘해도 어디 가서 생산성 있는 일 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냐
근데 의외로 그 때의 내가 살아가는 데 교본이 되더라구 순간순간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내가 그 때 어떻게 노력했었고 멘탈을 다잡았고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되짚어가면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한테 배우게 되더라
당장 길이 안 보여서 방황하는 나도 나이듯 남은 시간 18분, 남은 문제는 14문제인 상황에서 눈 한 번 깜짝 안 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것도 나라는 생각에 나는 그 때의 나한테 아직도 참 많은 위안을 받아
그니까 그냥 겁먹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면 좋겠어. 미래의 자기 자신한테 조언해줄 수 있도록!!:)
수능 직전에 너무 구구절절 라떼얘기 해놔서 끝까지 읽었을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남겨두면 누군가는 내년에라도 도움받지 않을까.... 질문 혹시라도 있으면 기쁘게 받을게
모두들 수능 잘 보기를 바라 대학 후배로 보자구
대학 졸업생인데 수능 이틀 남았대서 응원차 글써봄
내가 쳤던 17년도 수능일이 정확히 11월 17일이었어 그리고 이번 수능도 11월 17일이더라고,,? 추억에 젖어 있다가 호오오옥시나 내가 도움 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와봤어
6년 전 수능이고 지금은 통합수능에 영어도 절평인 걸로 알고 있어서 라떼랑은 많이 다르겠지만...ㅎ 그래도 내 수능 결과로 희망 얻은 후배들 많았었어서, 한 명한테라도 도움 줄 수 있다면 그 나름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처음으로 글 써본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9월 마지막 모의평가 이후 두 달만에 수능에서 열 등급 넘게 올려서 최고점수 받았었어 9월만 살짝 미끄러졌던 거 아니라 그전까진 늘 점수 비슷했었고 10월 학평이랑도 거의 비슷했던 걸로 기억해
부모님을 포함한 아무도 수능 날까지, 누군가는 수능 성적표 받기 전까지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 없었거든 근데 당시에 나는 뭐에 홀려있었다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난 무조건 해낸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 내 머릿속에서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결과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려고 했었어
수능이 여타 다른 시험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전국민의 대부분이 한 번씩은 겪는다는 점도 있지만 시험 당일의 멘탈과 컨디션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인 것 같아 사실 공무원 시험, 전문직 시험이 아무리 어려워도 열심히만 하면 평소 실력과 엇비슷하게 나오는데 수능은 번번이 실전에서만 미끄러지는 경우도 많거든 나도 저렇게까지 성적이 오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유일하게 멘탈을 꼽을 정도로 수능장 멘탈관리는 정말 중요해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명료하지는 않지만 기억 더듬어서 전날이랑 당일에 내가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적어볼게 참고로 나는 사탐 이지영쌤 인강(포스텝만), 수학 정상모쌤 현강(12월부터 커리 쭉), 영어 조정호쌤 현강(6모 이후부터), 국어 홍준석쌤 현강(6모 이후부터) 들었어서 선생님들이 알려주신 팁들 조합해서 활용했어
1. 전날 식단은 본죽에서 친구랑 삼계죽 먹고 집 가서 수능선물로 받은 조각케이크 반 조각 정도 먹은 기억 난다 간식은 편의점에서 산 포도당캔디 챙겨갔어 초콜릿은 평소에 먹던 것도 아니고 카페인 있어서 기복이 생길 것 같았거든
수능도시락은 한 달 전부터 점심마다 식단 조합해보고 제일 몸에 잘 맞는 거 챙겨갔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죽 직전으로 엄청 질게 만든 흰밥이랑 안 맵게 만든 고추장불고기, 거기에 더해서 자극적이지 않은 국 한 가지 정도 챙겨갔던 것 같아
2. 전날은 예비소집일이니까 시험장 한 번 들러서 경로 체크하고, 집에 바로 와서 과목별 시험 순서대로 한 번씩 싹 훑었어 중구난방하지 말고 순서대로 공부해주는 게 중요해 사실 그때쯤에 체력이 정말 그지였어서 조는 바람에 거의 뭐 제대로 공부한 건 없지만 몸속에 루틴 한 번 더 박아넣는다는 느낌으론 유효했던 것 같아
사실 그 때 진짜로 ‘공부’를 하려고 하면 안 되기도 해 시험 전날이잖아 이미 습득할 만한 지식은 다 습득한 상태였어야 해. 모르는 게 물론 있을 수 있어. 근데 그건 이미 내 지식이 아니야 오히려 자잘한 거 몇 개 더 머릿속에 넣어가려다 타과목 루틴 깨지고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에 멘탈에 영향갈 수 있어. 갖고 있는 것만 잘 챙겨서 아는 거 안 틀린다는 생각으로 스킬 위주로 복기해줘 영어 빈칸에서는 어떤 스킬, 순서 맞추기에서는 어떤 스킬, 사문 도표문제에서는 어떤 스킬 이런 식으로. 나는 개인적으로 진짜진짜 어려웠었는데 내가 공부한 끝에 완벽히 이해한 문제들만 추려서 다시 풀었었어. 나 이만큼 성장했고 그 때 몰랐던 걸 이제는 안다는 느낌으로 자신감 챙겨가기 좋았거든
3. 그리고 짐 미리 싸두고 다음날 입을 옷 챙겨두고 자 교복 입으려는 애들 많을 텐데 나는 고3때 생리불순 때문에 살이 많이 찌는 바람에 교복이 늘 불편했어서 공부할 때 제일 자주 입던 츄리닝 조합해서 너무 두껍지 않게 겹겹이 입었어. 시험 볼 땐 적당히 추운 상태가 집중하기 좋아서 너무 따뜻하게 입으려고는 안 했던 것 같아.
4. 자는 거! 어쩌면 수능장 멘탈관리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이 시점부터일 수 있는데, 자려고 딱 누우면 사위가 조용하면서 온갖 생각 다 들거든 이 때 그냥 생각 딱 차단해야해 루틴이 잘 잡혀있으면 웬만해선 바로 잠들지만 어쩌면 잠이 몇 시간이고 안 올 수 있는데, 그냥 뭐 딴 거 하지 말고 눈 감고 있어. 전날에도 당일에도 시험 루틴/스킬 이외에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해. 이지영쌤이 해 주신 말씀인데 시각정보가 차단되는 것만으로도 뇌는 상당히 많은 피로를 해소하거든
나는 시험장에 1등으로 들어갔어 전날 열 시 조금 넘어서 자고, 거의 한 다섯시반쯤 일어나서 나온 것 같아. 솔직히 교문 앞에서 응원하는 선생님들이랑 후배들 만나고 싶지 않았어. 그날은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어서 그 누구의 영향이 오더라도 안 받고 싶었거든
그리고 이건 좀 중요한 건데 그 날 시험장에 삐걱거리는 의자들이 대부분이었어. 나도 당일에 가서 알게 된 건데 1등으로 들어간 덕분에 하나씩 다 앉아보고 멀쩡한 의자에서 시험 칠 수 있었어 나중에 들어보니까 의자 삐걱거려서 신경쓰였다는 애들 많더라 시험 당일에 탑쓰리로 잘한 짓 같아
의자 바꾼 후에는 미리 화장실 들러서 볼일 다 해결했어 나중 되면 줄 길게 서서 잘 못 가 혹시라도 이미 줄 서있으면 단어장 챙겨서 그 앞에서 외워 특히 영단어는 알고 있는 거여도 순간 생각 안 날 수 있거든 중간중간 리마인드해주는 거 좋아
5. 손풀기 문제나 읽을 만한 지문같은 거 챙겨가서 각각 교시 시작 직전에 풀었고, 내 팁은 멘탈관리를 안 하는 게 멘탈관리였거든. 무슨 말이냐면 긴장감과 멘탈에 대해서 너무 생각하다 보면 반대로 강박감 들면서 불안해질 것 같아서, 온전히 시험 그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사실 적당한 긴장감은 몰입도를 높여서 기량 발휘하기에 좋아. 그러니까 긴장 느낀다고 너무 풀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6. 시험 도중에 당황하지 마.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인 거 아는데 제일 중요해. 17년도 영어 빈칸 첫 문제가 킬러였는데 그거 고심해서 풀고 나니까 18분 남아있더라. 전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고 심지어 나 땐 영어가 상대평가였어서 더 쫄렸었어. 근데 그냥 옆에 미리 짜서 걸어뒀던 물수건으로(매 교시 감독관님께 허락 받았음) 얼굴 한 번 닦고 더 집중했어. 결과적으로 다 풀었고 영어 난생 처음 만점 받았고. 당황하느라 쓸 시간 5분보다 두세문제쯤 못 푼대도 당황할 시간 과감히 삭제하고 최선의 완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
7. 중간중간 낮잠 절대 자지 마. 자고 나면 뇌가 완전히 깨는 데 3시간은 걸려. 나도 당일날 주요과목 다 끝나고 아마 한국사 전에 잠깐 잤다가 문제 안 읽혀서 당황했었어ㅠ 그나마 한국사라 3등급까지는 감점 안 되니 다행이었지,,,
여기까지 대충 기억나는 건 다 적은 것 같다
나도 스스로 내 케이스가 상당히 극단적이고 희귀한 케이스인 걸 알아서 어쩌면 이 글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겠다는 고민도 해 봤는데, 사실 진짜 중요한 건 이 글 읽은 모두에게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샘솟고 모르던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와서 내일모레 전과목 1등급을 받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고. 다만 원래 받던 등급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거, 혹은 운이 좋다면 평균 2-3등급 정도 오르는 거. 그 정도 기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잖아. 다들 알다시피 수능에서 미끄러지는 애들 정말 많아. 수능 다음 날에 학교 가서 분위기 보면 체감이 될 거야. 근데 대부분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제자리를 지키면 상대적으로 반등하기 마련이거든.
당장 내 동생도 공부에 소질 전혀 없는 애라 만년 7-8등급 언저리였어서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는데 수능에서 5등급대로 올리면서 대학 갔었고.
여담이지만 대학을 와 보니 생각보다 대학 간판은 인생에 큰 도움이 돼 주지 않아. 수능 한 번 대박난다고 갑자기 사회가 날 떠받들어주는 시절은 지난 지 오래고, 하루아침에 레벨업하듯 공부머리가 트여서 온갖 고시는 다 패스할 정도의 대단한 사람이 되지도 않더라구. 수능은 매년 있고 스카이 입학생도 매년 수만 명씩 쏟아져나오니 객관적으로도 대단치 않은 수준이야. 그냥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19살짜리 여자애가 꽤나 만족스러운 종잇조각 한 장 얻었을 뿐이지
대학을 가서도 마찬가지로 피나게 노력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나는 평생 느껴본 적 없던 열등감을 대학 가서 처음 느꼈을 정도로 내가 가진 게 참 없더라 고작 국어수학영어 아무리 잘해도 어디 가서 생산성 있는 일 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냐
근데 의외로 그 때의 내가 살아가는 데 교본이 되더라구 순간순간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내가 그 때 어떻게 노력했었고 멘탈을 다잡았고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되짚어가면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한테 배우게 되더라
당장 길이 안 보여서 방황하는 나도 나이듯 남은 시간 18분, 남은 문제는 14문제인 상황에서 눈 한 번 깜짝 안 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것도 나라는 생각에 나는 그 때의 나한테 아직도 참 많은 위안을 받아
그니까 그냥 겁먹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면 좋겠어. 미래의 자기 자신한테 조언해줄 수 있도록!!:)
수능 직전에 너무 구구절절 라떼얘기 해놔서 끝까지 읽었을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남겨두면 누군가는 내년에라도 도움받지 않을까.... 질문 혹시라도 있으면 기쁘게 받을게
모두들 수능 잘 보기를 바라 대학 후배로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