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성숙의 과정

ㅇㅅㅇ2022.11.17
조회8,358
참고로 필자는 남자.
모든 사람이 공통되는 건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공감하는 분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 그냥 슬픔
헤어짐을 통보받은 당일.

-잃고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붙잡기 시작함
-두려움에 오열하며 이성을 잃어버리는 건 덤.
-상대를 사랑하는 정도가 클 수록 정신은 더욱 혼미해짐(필자 주관).

조금 진정을 하고 잘 지내라는 인사 후 또 욺.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그냥 슬픈 정도.
다음 날 부터는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함(?)

2. 실감
이별 후 다음 날.

-난 분명 새벽 5시에 잠들었는데 8시에 기상함
-핸드폰을 확인함. 카톡 왔을까봐.
-sns도 들어가 봄. 나랑 찍은 사진 싹 내린거 확인함.
드디어 이별을 실감함. 열심히 살기는 개뿔, 이 때부터 자존감은 순식간에 떨어지기 시작함. 상대에게 매달릴 수록 자존감 떨어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짐.

#필자는 질질 끌려온 취업난 때문에 가뜩이나 자존감 떨어지던 중이었어요. 근데 거기서 더 떨어질 게 있더라고요.

3. 시간여행
전 연인과의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합나다. 제대로 기억 안 나면 사진첩이나 대화내용 보면서 되새겨 보곤 했어요.

-부족했던 기억이 떠오르면 자책/후회
-이게 원인일 것이다 임의판단하고 자책/후회
-복선이었나 싶은 기억이 떠오르면 자책/후회
-도중에 좋은 기억이 떠오르면 그걸로 자책/후회
-돌아봤던 기억 또 꺼내서 자책/후회

+ ‘그럴 사람이 아닌데’ 라는 부정은 덤

4. 무기력
과거에서 머물러있는 기간.
고통에 취하게 되는 기간. 자존감 바닥.
일상에서 해오던 것들이 자책(후회)과 뒤바뀝니다.

-밥 먹는 시간에 자책 (체중 감소)
-일 하는 시간에 자책 (능률 저하)
-이동하는 시간에 자책 (이땐 자책보다는 멍때리는 걸 지도)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에 자책 (분산된 주의집중)
-약속 잡을 시간에 자책 (대인관계 욕구 상실)
-자는 시간에 자책 (불면증)

마치 자책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이 됨.

# 필자는 마음의 고통이 가장 심했던 기간에 그 고통을 신체에 풀기도 했어요(뺨, 손등 꼬집거나 뜯기, 머리카락 뜯기). 그러고는 회사 화장실에서 손등 벅벅 긁는 제 모습을 보고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 그 순간의 저에게는 최선의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어요.

5. 기회
어떠한 계기로 아픔이 조금씩 무뎌지는 기간.
특정한 계기가 없다면, 충분히 아픈 뒤 무뎌지기 시작하는 기간.
타인의 말들이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공감을 통해
-칼럼, 게시글을 통해
-거울로 본 내 모습을 통해
-내 마음을 적어내려간 것(글쓰기)을 통해
등••

이때부터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던 것 같아요.

6. 객관화
나와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기(현실직시)
일상 생활에서 ‘나다운’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직 아프긴 하지만 무기력할 정도는 아님
-상대방 생각은 꾸준히 나지만 무기력해질 정도는 아님
-스트레스는 받지만 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님
-식사량이 점점 늘어남
-흡연량이 감소함
-바닥이 아닌 앞을 보고 걸어갈 수 있게 됨
-이별을 받아들이며 당시 나의 과실들을 인정하는 태도로 변함.
-상대방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거라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됨.
-알 수 없는 열정이 생김.
-자주 웃게 됨

#전 연인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7. 성숙
문득 생각은 나지만 나를 가꾸기 위해 나아가는 시기.
=이별의 아픔에서 해방된 시기

-나를 어떻게 가꿀 지 계획을 세움
-과거에 놓치고 있던 생활들을 찾기 시작함
-열심히 돈을 벎
-의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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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현재 이별 3주차예요. 고작 3주?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절정을 찍고 나니 생각보다 빠르게 제 생활이 돌아오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7번(성숙)의 경우는 아직 실행하진 않았지만, 곧 찾아올 거라 생각해서 몇 가지 떠올려서 적어본 겁니다.

1-2주. 이 기간은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어요. 순간적으로는 죽는게 낫겠다 싶은 날도 있을 정도로요.
로봇같은 표정, 축 처진 몸. 주변 모든 사람들이 걱정했습니다. 근데 이제는 잘 웃는 것 같아서 보기 좋데요.
정말 너무 사랑했기에, 그만큼 아팠던 것 같아요.

최근들어 저는 그녀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돌아와주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제가 훨씬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교훈을 남겨줬으니까요.

엄청 행복해보이고 다른 남자가 생긴다면 또 그거대로 아프긴 할 것 같지만, 이젠 제가 망가질 정도로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이 듭니다.
이젠 저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싶어지네요.

충분히 아파하세요. 다 털어내고 다시 일어납시다.
원래부터 아름다웠던 여러분이 쓰러지면 누가 다시 일으켜줄까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고,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나를 어느때나 지켜주는 존재는,
바로 ‘나’예요.

그 누구도 대체불가능한. 이 세상에 아름답게 피어났기에, 사랑받아냐 마땅할 사람은 ‘나’ 랍니다 :)

같이 잘 이겨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