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사물함 번호표를 받고 옷을 벗는다 번호표를 더듬더듬 읽으며 잊어먹지 마라 글을 모르는 그녀는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암호 속으로 자신의 옷을 남김없이 밀어 넣고 있다 살면서 잠궈 놓고 찾지 못한 그녀의 분신처럼 해독할 수 없었던 수많은 번호표는 기억나지 않는, 그녀의 지나간 말<語>들이다
그녀가 야 ㅇ! 하고 말하면 어느새 ㅇ은 탕 안으로 둥글게 와서 머문다 그 속으로 머리를 밀어 넣으면 모든 소리는 귓속에서 교선이 끊긴 채 자폭해버리고 만다 타-앙-, 그녀가 나를 부른다 <들어가지 마시오> 수증기 속에서 흔들리는 글자들을 손을 뻗어 거칠게 닦는다, 만진다, 본다, 자음과 모음들을 조합하며 그녀가 묻는다 이게 무슨 글자니
토막 의자에 웅크린 나의 등은 굽었다 그녀의 손이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내 등을 오르내리는 동안 나의 두 발은 물고기가 되어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어쩜 이리 달만냐, ㄴ ㄹ ㅁ ㅇ 둥근 소리가 그녀의 자궁 속으로 들어온다 글자들은 몸속을 떠돌다 거꾸로 잠이 든 태아의 긴 꿈을 읽는다 오십육 숫자는 암호가 되어 그녀의 몸에 새겨진다
나는 그녀의 온몸 가득 새겨진 무수한 글자들을 본다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암호들이 세상을 향해 打電을 한다. 그녀의 몸 가장 깊숙한 곳에 새겨진 이름 하나, 나를 향해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자음동화(子音同化)
자음동화(子音同化)
- 어머니
박선경
목욕탕 사물함 번호표를 받고 옷을 벗는다 번호표를 더듬더듬 읽으며 잊어먹지 마라 글을 모르는 그녀는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암호 속으로 자신의 옷을 남김없이 밀어 넣고 있다 살면서 잠궈 놓고 찾지 못한 그녀의 분신처럼 해독할 수 없었던 수많은 번호표는 기억나지 않는, 그녀의 지나간 말<語>들이다
그녀가 야 ㅇ! 하고 말하면 어느새 ㅇ은 탕 안으로 둥글게 와서 머문다 그 속으로 머리를 밀어 넣으면 모든 소리는 귓속에서 교선이 끊긴 채 자폭해버리고 만다 타-앙-, 그녀가 나를 부른다 <들어가지 마시오> 수증기 속에서 흔들리는 글자들을 손을 뻗어 거칠게 닦는다, 만진다, 본다, 자음과 모음들을 조합하며 그녀가 묻는다 이게 무슨 글자니
토막 의자에 웅크린 나의 등은 굽었다 그녀의 손이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내 등을 오르내리는 동안 나의 두 발은 물고기가 되어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어쩜 이리 달만냐, ㄴ ㄹ ㅁ ㅇ 둥근 소리가 그녀의 자궁 속으로 들어온다 글자들은 몸속을 떠돌다 거꾸로 잠이 든 태아의 긴 꿈을 읽는다 오십육 숫자는 암호가 되어 그녀의 몸에 새겨진다
나는 그녀의 온몸 가득 새겨진 무수한 글자들을 본다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암호들이 세상을 향해 打電을 한다. 그녀의 몸 가장 깊숙한 곳에 새겨진 이름 하나, 나를 향해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