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먼저 용서해 볼까요..?

ㅇㅇ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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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때부터 갈등 상황이 생기면 입을 닫고 도망가던 회피형 남자와 어찌어찌 하다 보니 결혼하게 되였습니다. 임신 중에도 다툼이 있으면 집을 나가기 일쑤였고 얼마 전에도 말다툼 후 100일도 안된 핏덩이와 절 놔두고 집을 나가 사흘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습관적인 가출과 무책임한 모습에 치가 떨려 이혼서류를 작성해 전달했고 속옷을 가지러 집에 들어와서는 서류를 보았는지 사인을 하고 집을 다시 나가더라고요. 그날 저도 아이와 함께 친정으로 왔습니다.

아이가 있다 보니 이혼 합의서 이외에 양육과 친권에 관한 합의서도 필요하다고 하여 남편의 합의를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보름 넘게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며칠 전 저의 양육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달은 일이 많아 바쁘니 1월 초에 이혼조정을 신청하겠다며 카톡이 왔습니다. 할 말 없으니 답장을 하지 말라며 못을 박아놨길래 저도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이 사실을 아신 후 매일 같이 전화가 오십니다. 당신의 아들이 부족하고 미련하니 제가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되겠냐며, 이번만 용서하고 잘 넘어가면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을 거라며 당신을 봐서 한 번만 넘어가 달라며 애원하십니다.
시어머니와는 평소 갈등이나 다툼이 없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자꾸 울립니다.

제가 원하는 건 어머니의 사과가 아니라 아이 아빠의 사과다. 욕심 다 버리고 사과는 아니어도 그동안 진지한 대화 한 번 못했으니 먼저 대화 요청을 하면 대화해 볼 의향은 있다며 저도 강하게 나가고 있지만 마음 한 편이 무겁습니다.

남편은 어머니께 제가 이혼서류를 작성한 게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화나는 일이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먼저 사과를 할 생각도 없답니다.

저는 홧김에 이혼서류를 작성한 게 아닙니다. 그동안 다른 일들로 조금씩 신뢰에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

마음 굳게 먹고 소송도 불사할 생각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꿈에
나타나 엉엉 우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이번 한 번은 덮고 넘어가야 하는지, 어머니 말처럼 못나고 미련한 사람이니 제가 포용하고 넘어가 줘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됩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 아이가 자는 틈을 타 글을 써봅니다.
친동생, 친한친구라 생각하시고 지혜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행복한 연말 되셔요




+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제목은 ‘먼저 용서해 볼까요’가 아니라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까요’가 적절했을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댓글처럼 남편은 저에게 사과할 생각도 마음도 없는데 혼자 측은지심을 느껴 착각을 하고 있던 것 같아요. 저도 제 입장에서만 작성한 글이니 남편도 저에 대한 여러 불만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가 아니었기에 남편의 잘못만을 운운할 수는 없겠지요. 서로의 결점을 감싸주고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성숙한 결혼 생활을 꿈꿨는데 서로가 많이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인생은 배움의 여정이고, 결혼의 본질은 다른 성격의 사람과 함께 조화되어 사는 것이란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마음이 아프지만 후에 제 인생의 양분이 되어줄 일이라 생각하고 기운 내보려 합니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은 건강한 가정 꾸리시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마음이 일렁일 때마다 남겨주신 댓글들 보며 마음 다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