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아버지 위로 큰아버지랑 고모가 계세요. 두 분 다 결혼하시고 각각 아들이 하나씩 있으십니다. 큰오빠는 큰아버지네 아들이고 스물다섯, 작은오빠는 고모네 아들로 나이는 같지만 생일이 두 달 정도 빨라서 어른들이 오빠라고 부르게 시키셨는데 저와 같이 스물셋입니다. 어릴 때는 외동딸로 자라는 게 싫어서 오빠 라고 부르며 지냈지만, 지금에 와서는 명절만 되면 오빠 타령을 해대는 게 지긋지긋해 죽겠습니다. 오빠 둘이 본받을 만한 어른인 것도 아닙니다. 큰오빠는 할머니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장남의 외동아들이라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지면서 자랐습니다. 사고 싶은 건 큰아버지나 큰어머니, 아니면 할아버지가 전부 사 주셔서 최신형 핸드폰부터 컴퓨터까지 안 갖춘 게 없었습니다. 큰오빠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온 가족이 가장 좁은 할머니네 댁에서 모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정작 그렇게 다 가지고 자라니까 간절함이 없었던 건지, 오빠는 인서울을 겨우 했습니다. "그런 대학이 서울에 있다고?" 소리가 나올 학교였는데도 큰아빠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보냈다며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시던지. 작은오빠 (사실 오빠라고도 부르기 싫지만, 다른 호칭이 없는 관계로 유지하겠습니다.) 는 더 심각합니다. 고모와 고모부 모두 똑똑하셔서 저는 작은오빠가 큰오빠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줄 알았어요. 물론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들 하시지만, 당장 고등학생 셋의 노력을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척도가 공부 밖에 없는 관계로 계속 대학 이야기만 나오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학과 상관없이 열심히 사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작은오빠는 재수를 해 큰오빠와 같은 대학에 갔습니다. 정시로 좋은 대학에 갈 거라고 떵떵거리더니만 첫 수능에서는 전문대에 합격했거든요. 고모는 그 다음 설날에 일이 바빠 오지 못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저는 미국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영어에 소질이 있어서 유학을 꿈꿔왔고, 부모님이 하나 밖에 없는 딸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덕에 유학의 길이 잘 되어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 SAT와 토플을 차근차근 준비해 장학금을 받고 꽤 좋은 미국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QS 세계 랭킹으로는 서울대보다 높고,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전공 랭킹이 높아 전망이 좋은 편입니다. 합격서를 손에 든 날 처음으로 설날을 기다렸습니다. 어리석었나 봅니다. 이미 40여 년을 아들만 떠받들며 사신 어른들의 편견을 겨우 합격서 한 장으로 깰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세뇌하듯 말씀하신 차별 발언들은 이제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저도 이제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고, 제가 어떻게 하든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부모님은 뭐 했냐고 물으실 텐데, 부모님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막내 아들 며느리라는 가장 쉽지 않은 자리에서 최대한 저를 지키신 어머니와 늦게나마 그래도 눈치를 채고 그때부터 무조건적으로 제 편이 되어 준 아버지를 원망한다면 정말 제 편인 가족은 아무도 없을 거라서요. 이제 제가 문제 삼는 부분은 어이가 없으시겠지만 금전적인 부분입니다. 감정적으로야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는 거 압니다. 겨우 그런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싸우기에는 제 정신 건강이 훨씬 소중하고요.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도저히 이렇게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큰오빠와 작은오빠 모두 대학에 들어갈 때 저희 집에서는 노트북을 하나씩 받아 갔습니다. 150만원 상당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컴퓨터에 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아닌지라 정확하게 알지 못 했는데, 얼마 전 친해진 친구 말로는 맥북이나 비싼 노트북 브랜드가 아님에도 그 가격이 나오려면 스펙이 상당히 좋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제 노트북은 저희 집에서 사 주셨습니다. 그리고 큰아버지께서는 질스튜어트 지갑을, 고모께서는 스와로브스키 귀걸이를 하나 주시더군요. 해당 브랜드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노트북에 비해 저 물건들의 가격이 어느 정도 선인지가 너무 잘 보이니까 그냥 황당했습니다. 그러고는 하시는 말씀이 "어차피 너 시집가면 남편 돈으로 좋은 지갑 살 거 아니니." "귀걸이 아꼈다가 딸에게 물려 주렴." 어차피 "시집가면 남"인데 남이 될 얼굴들 엿 한 번 제대로 먹이거나 뭐라도 좀 뜯어내고 싶습니다. 가정 형편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저희 부모님이 잘못을 저지른 관계도 아닌데 저만 여자란 이유로 쩨쩨한 선물만 받는 것도 지긋지긋합니다. 무슨 방법 없을까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친척들에게 엿먹이고 싶어요.
큰오빠는 할머니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장남의 외동아들이라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지면서 자랐습니다. 사고 싶은 건 큰아버지나 큰어머니, 아니면 할아버지가 전부 사 주셔서 최신형 핸드폰부터 컴퓨터까지 안 갖춘 게 없었습니다. 큰오빠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온 가족이 가장 좁은 할머니네 댁에서 모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정작 그렇게 다 가지고 자라니까 간절함이 없었던 건지, 오빠는 인서울을 겨우 했습니다. "그런 대학이 서울에 있다고?" 소리가 나올 학교였는데도 큰아빠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보냈다며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시던지.
작은오빠 (사실 오빠라고도 부르기 싫지만, 다른 호칭이 없는 관계로 유지하겠습니다.) 는 더 심각합니다. 고모와 고모부 모두 똑똑하셔서 저는 작은오빠가 큰오빠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줄 알았어요. 물론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들 하시지만, 당장 고등학생 셋의 노력을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척도가 공부 밖에 없는 관계로 계속 대학 이야기만 나오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학과 상관없이 열심히 사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작은오빠는 재수를 해 큰오빠와 같은 대학에 갔습니다. 정시로 좋은 대학에 갈 거라고 떵떵거리더니만 첫 수능에서는 전문대에 합격했거든요. 고모는 그 다음 설날에 일이 바빠 오지 못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저는 미국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영어에 소질이 있어서 유학을 꿈꿔왔고, 부모님이 하나 밖에 없는 딸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덕에 유학의 길이 잘 되어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 SAT와 토플을 차근차근 준비해 장학금을 받고 꽤 좋은 미국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QS 세계 랭킹으로는 서울대보다 높고,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전공 랭킹이 높아 전망이 좋은 편입니다. 합격서를 손에 든 날 처음으로 설날을 기다렸습니다. 어리석었나 봅니다. 이미 40여 년을 아들만 떠받들며 사신 어른들의 편견을 겨우 합격서 한 장으로 깰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세뇌하듯 말씀하신 차별 발언들은 이제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저도 이제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고, 제가 어떻게 하든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부모님은 뭐 했냐고 물으실 텐데, 부모님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막내 아들 며느리라는 가장 쉽지 않은 자리에서 최대한 저를 지키신 어머니와 늦게나마 그래도 눈치를 채고 그때부터 무조건적으로 제 편이 되어 준 아버지를 원망한다면 정말 제 편인 가족은 아무도 없을 거라서요.
이제 제가 문제 삼는 부분은 어이가 없으시겠지만 금전적인 부분입니다. 감정적으로야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는 거 압니다. 겨우 그런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싸우기에는 제 정신 건강이 훨씬 소중하고요.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도저히 이렇게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큰오빠와 작은오빠 모두 대학에 들어갈 때 저희 집에서는 노트북을 하나씩 받아 갔습니다. 150만원 상당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컴퓨터에 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아닌지라 정확하게 알지 못 했는데, 얼마 전 친해진 친구 말로는 맥북이나 비싼 노트북 브랜드가 아님에도 그 가격이 나오려면 스펙이 상당히 좋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제 노트북은 저희 집에서 사 주셨습니다. 그리고 큰아버지께서는 질스튜어트 지갑을, 고모께서는 스와로브스키 귀걸이를 하나 주시더군요. 해당 브랜드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노트북에 비해 저 물건들의 가격이 어느 정도 선인지가 너무 잘 보이니까 그냥 황당했습니다. 그러고는 하시는 말씀이 "어차피 너 시집가면 남편 돈으로 좋은 지갑 살 거 아니니." "귀걸이 아꼈다가 딸에게 물려 주렴."
어차피 "시집가면 남"인데 남이 될 얼굴들 엿 한 번 제대로 먹이거나 뭐라도 좀 뜯어내고 싶습니다. 가정 형편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저희 부모님이 잘못을 저지른 관계도 아닌데 저만 여자란 이유로 쩨쩨한 선물만 받는 것도 지긋지긋합니다. 무슨 방법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