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튜닝 아시나요?

RubyGuy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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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는 PC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심상한 물건이다.

그래서 귀한 줄 모른다. 지금은 대량화되고 싸게 보급되어 액세서리 소모품으로 전락했지만 태생은 고가 장비였다.

모든 게 앞으로만 달려가는 세상, 톡톡탁탁 기계식 타자기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그립다. 게임회사 넥슨 필름팀 모델링 파트장인 이춘광(32)씨는 컴퓨터 두 대에 키보드는 무려 10개나 갖고 있다. 여태껏 그의 손을 거쳐간 키보드만도 30개가 넘는다.

키보드 튜닝 아시나요?◀인체공학 키보드인 체리의 'MX5000'을 안고 있는 이춘광씨.

■빨간불 자판 야간작업에 최고

 그가 가장 아끼는 자판은 '체리 빨간불'이다. 보통 키보드의 3분의 1 크기의 콤팩트형이다. 자판을 두드리면 빨간불이 들어온다. 그 불빛에 기분이 발그레해진다. 야간작업도 그만이다. 원래 군사용으로 납품되던 물건이었다.

 그 다음이 80년대 나온, 소장품 중 가장 오래된 '애플 확장1'이다. 20만원에 구입했지만 현재 키보드 전문사이트에서는 40만원까지 거래된다. 독일 e베이를 통해 인터넷으로 구입한 18만원(운송비 3만원 포함) 체리의 MX5000은 '애플'과 함께 단종된 제품이다. 소위 인체공학 키보드다. 각이 조절되고 높낮이도 바꿀 수 있다.

키보드 튜닝 아시나요?

▲이춘광씨가 가장 아끼는 애장품 '체리빨간불'

 19만원에 구입한 '리얼포스'도 애장품이다. 인체공학을 고려한 일본 제품으로 MX5000과는 달리 어깨가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키보드 압력이 새털같다. 엄지 50그램, 새끼 손가락 30그램 정도다.

 그는 기분따라 키보드를 바꾼다. 그는 우울하면 '애플 확장1'키보드를 두드린다. 째깍이는 소리와 피아노치는 같은 키감이 리드미컬하다. 소리가 커서 우울할 때 제격이다. 감정을 톡톡 두드려주니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 좋다.

 체리 종류는 키감이 사각사각 부드러워 여유 있을 때 쓴다. 가벼우면서 속도감이 필요한 고속타자땐 리얼포스를 선택한다. 전자계산기처럼 생긴 테렉슨은 쫀득쫀득 손을 휘감는 느낌이다. 소리가 없는 넌클릭은 주변 방해가 없어 사무실에서 주로 쓴다.

키보드 튜닝 아시나요?

 ■튜닝도 자유자재  보통 얼리어답터란 물건을 사용해보고 소감을 쓰지만 자신은 기계를 모으면서 주변사람에 권유하는 형이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 치고 그의 키보드 한번 안써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제품을 빨리 써보고 주위와 소통한다는 얼리어답터 측면에서 보면 반만 해당된다.

 중고로만 거래되는 애플이나 체리 등은 골동품 같아서 가격도 비싸 젊은층이 쉽게 접해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젊은층들도 기계식의 리듬감에 취해보기를 권한다.

 그는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다 현재 게임 회사에서 프로모션이나 게임 초반 스토리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 하루 일과로 바쁘긴 하지만 키보드 튜닝으로 밤을 꼬박 새기도 한다.

철판 빼고 인체공학 측면을 무시한 대량생산 제품도 직접 기판을 제작하고 납땜질을 하면 확 달라진다. 어떤 때는 아예 몽땅 뜯어고쳐 원가만 받고 팔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선 자기가 가진 키보드를 대여하기도 하고, 튜닝 테스트와 직거래도 잦다. 화목도 다지고 정보도 교류한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하나씩 팔기도 했다. 또한 다른 키보드를 쓰고 싶을 때도 팔아서 교체했다.

"애장품 키보드를 팔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만든 기묘한 키보드를 남들에게 마음껏 줄 수 있는 여유는 언제 가질 수 있을까." 키보드 얼리어답터 이씨가 꿈꾸는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