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경기도 장거리, 2살 연하남

아핳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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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여자입니다
작년 9월에 2살 어린 연하남을 만났습니다
저는 고양시에 살고 그 남자는 수원시에 삽니다
같은 경기도인데 거리가 꽤 있는 장거리 커플이었습니다

10년지기 친구가 소개시켜준 남자애라 믿고 만났고 소개시켜준 친구가 서로 잘 맞을것 같다고 했습니다
만나기전 일주일동안 카톡, 전화를 했는데 취미나 식성, 취향, 가치관 등 서로가 너무 잘 맞는것을 느꼈습니다
호감을 가득 가지고 9월 어느날의 금요일에 만났고, 그 첫만남, 육교에서 내려오던 그 남자애 모습과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눈에 선할만큼 잊혀지지가 않고 제 기억속에 남아있습니다

첫 만남에서 대화도 너무 잘통하고 함께 걸으며 얘기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 다음날 또 만났습니다
고양과 수원 중간쯤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시간이 되길 기다리는내내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고 설레어서 일이 손에 안잡힐정도였습니다
점심쯤에 만나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서로 함께 공부하고 저녁을 먹고.. 밤에 또 함께 걷고.. 둘다 헤어지기 싫어서 밍기적거리고 아쉬움이 얼굴 가득이었습니다
운명이라는게 있다는 그게 이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 남자애를 만나려고 그 동안 그렇게 돌고 돌아서 힘들게 지나왔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제가 그 남자애에게 ‘집에 보내기 싫었다.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거야?’ 라고 했습니다
정말 진심이었고, 잡고 싶었고, 내 미래에 그 남자애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기때문입니다

그러고 또 온종일 연락을 하고, 전화통화도 하고..
저는 다음날 일요일 오전에 출근을 했다가 점심쯤에 퇴근하는중에 그 남자애 생각에 또 심장이 뛰고 설레어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기에 남자애는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어서 방해가 될까 싶은 생각에 전화를 해서 만나러 수원으로 가도되냐고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너무 좋지!‘라고 말하는 대답을 듣자마자 수원으로 갔습니다
남자애가 집앞에 마중을 나와줬고 만나자마자 손을 잡았습니다 사실은 어제부터 너무 손을 잡고 싶었는데 참았다고 하더라고요 함께있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날… 남자애가 고백을 해주더라고요..
우리가 적은 나이도 아니고 진지하게 만났으면 한다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이쁘게 만나자고요
저는 당연히 좋았습니다. 고백을 하지 않았어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걸 알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귀게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데이트를 하고 서로 집을 오가고 두달 가까이 이쁘게 만났습니다

남자애가 백패킹, 러닝, 스노우보드가 취미입니다
봄,여름,가을엔 백패킹과 러닝을 하고 겨울에는 스키장 시즌방을 운영합니다
11월 중순쯤 들어서 남자애가 회사일도 바빠지고 겨울 시즌방 등 정신없어 보임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쉼없이 달리는 느낌이 들어 응원도 해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저 나름 노력했습니다
남자애가 독촉전화에 시달리는 업무를 하고 있어서 저는 쉴만한 타이밍을 눈치봐가며 연락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연락이 뜸해지고 바쁨이 느껴지고 그 와중에 백패킹 모임과 시즌방 모임 챙기기에 바쁨이 눈에 보였습니다
제가 하는 말들, 제가 주는 응원들이 남자애 귀에 마음에 닿지 않는다는걸, 제가 허공에다 말하는건지 벽에다 말하는건지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걸 느꼈습니다
하루는 남자애가 회사 후배와 술을 먹으러가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다음날 점심때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사건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라 걱정되는 마음이 너무 크기도 하고 최근 회사일도 쉽지 않게 흘러간다는걸 알았기때문에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될거 같아서 집으로 연락 후 찾아갔는데 집에 있는 잠이 덜깬 그 모습을 보고 울컥했습니다 잘 있어서 집에 있어줘서 다행이라 생각이 들어서요..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힘들어하던 남자애 모습과 요즘 일들이 쉽지 않다고 했던 말, 그런것들이 계속 떠올라서 집에와서 시간을 갖자고 했습니다 너 주변에 쌓인 일들 좀 정리하고 연락 달라고요.. 너무 버거워보이고 힘들어 보인다고요… 이때는 남자애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남자애라 쌓인거 전부가 아니어도 한두가지 정리가 되면 분명 다시 연락이 올거라 믿었습니다
그 후 2주가량 뒤에 연락이 왔고, 서로 안부를 묻다가 남자애는 해외로 워크샵을 갔습니다
물론 이때도 연락이 아주 뜸 했습니다 정신없어 보이는건 여전했고요.. 해외 워크샵을 다녀온 후 만날날을 약속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애 아버지가 다치셨다며 급하게 가느라 약속이 취소가 되었고, 저는 또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만날날을 약속 잡는걸 시도를 하다가 계속 못잡고.. 이 남자애는 아마도….. 아마도…. 아버지가 다치신 그쯤부터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업무에 시달리고 직장동료에 시달리고 시즌방에 시달리고 그 와중에 워크샵때문에 아버지가 다치신걸 한참 뒤에나 알았으니.. 정작 챙겨야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던 본인을 자책하고 있었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대화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함께 일을 풀어나갈지 의논하고 싶었습니다
많이 힘들어 하는게 보였기때문에 남자애 집에 몇주간 지내면서 옆에서 챙겨주고 같이 함께 극복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애는 이별을 선택했습니다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했습니다
일도 상황도 모든게 잘 풀리지 않아서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여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켜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을 한가지씩 정리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근데 저는 저 말을 하고 있는 남자애가 왜 이뻐보이는지… 힘들다고 말하고 놓아달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또 심장은 뛰는지……
그러는 와중에 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힘들어보여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면 어떻게하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남자애는 몇날 며칠을 준비해 온 말을 저에게 막 쏟아내고 제 얘기는 하나도 듣지 않은채 잘지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나 너 많이 좋아한다고 힘든거 끝날때까지 옆에 같이 있겠다, 기다려주겠다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이런 말이 하나도 귀에 닿지 않았나보더라고요.. 계속 잘지내라고 본인이 피곤하니 집에 가봐야한다고 잘지내라고 합니다
마음이 너무 찢어질것 같았습니다
남자애 집에 있던 제 짐을 건네 받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가슴에서 불이 날정도로 ..
이대로 진짜 끝이 나는구나…… 나는 싫은데.. 이별이 준비가 안됐는데.. 나는 아직 많이 좋아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날것 같았는데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어서 꾹 참았습니다
그러고 집에 들어와서 밤새 펑펑 울었습니다
눈물이 안멈추더라고요 가슴부근과 등 상체가 열이 너무 나고 불타는 느낌이들고 기운도 없고.. 다음날 출근할 기력이 없어서 오전 반차를 내고 추스리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 뒤로 몇날 며칠을 아무것도 안하고 회사와 집을 멍하니 다녔습니다 집에와서도 무기력하고 먹는것도 뭘 하는것도 싫어서 그냥 가만히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남자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나 너가 헤어지자고 등떠밀어서 너가 하자는대로 하려고 했는데 잘 안돼. 나 못하겠어’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누나를 만나러 시간을 내고 누나집까지 가는게 힘들어!‘ 라고 소리치며 말하더라고요……. 그간 소소한 짜증은 봐왔지만 이번건 솔직히.. 실망이 아주 컸습니다…
저는 상처만 받은 한가득 짜증 섞인 전화통화를 마치고.. 다시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매일 할일을 만들어 놓고 그간 자주 못갔던 운동도 매일가고 약속을 잡고 2월달까지 스케줄을 꽉채웠습니다 정신없이 생각없이 지내보려고 하루하루 시간별로 할일을 적어놓고 그냥 생각없이 그 스케줄에 맞춰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아니 매일… 매 순간 그 남자애가 떠오릅니다 생각이 날때면 마음은 먹먹하고 가슴에는 아직도 불이나서 뜨겁습니다

부모님이 저희집에 며칠 묵기로해서 혹시나 마음고생한다고 걱정하실까 싶어 집에 있던 그 남자애 짐을 다 챙겨 집 앞까지 가져다 놨습니다
다른건 다 메모장에 적혀있는데 몇호인지 안적어 놨더라고요… 가져다주러 가는내내 사진첩에 있는 그아이 사진을 보며 갔습니다 이제 그 아일 만날 이유가 하나도 없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아직 그 남자애 좋아해요 못 잊었습니다
근데 힘들어 하는 그 남자애한테 제가 짐이 될까봐
마음에도 없는 소릴 했습니다
이제 연락 안할거라고.. 나중에 내 연인이 생기면 전남친하고 연락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진 않을거라고… 너를 온전히 이해하고 가까이에 있는 좋은 사람 만나라고 마지막으로 연락을 남겼습니다
그러고 남자애 전화번호도 지우고 인스타 팔로우도 끊고요……….
근데 저는 아직 제 핸드폰에 그 남자애 사진도 메모도 아무것도 못지웠습니다 못하겠어요 못지우겠어요 저는 아직도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어요..

사실 그 남자애한테 서운한거 있었어요
제 얘기는 하나도 안듣고 본인 얘기만 하느라 말못한거 있었어요… 왜 나한테는 힘든거 다 쏟아내고 주변 사람들한테는 아무렇지 않은척 왜 그리 친절하냐구요…… 아는 지인보다 못한게 내 사람 내 가족이었냐구요.. 정말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힘든거 같이 이겨내고 싶을만큼 많이 좋아했어요
회사때문에 힘들어할땐 때려치우라고 말해주고 싶었고 아버지때문에 힘들어할땐 옆에서 같이 고민하고 걱정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많이 좋아하는게 보였기때문에 소개시켜준 친구도 소개시켜줘서 이 상황을 만들어 미안하다하고 친구가 본인이 잘못한거라 말하고 있구요
또 다른 친구들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 들어왔기때문에 걱정을 너무 하고 있어서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도 못하고 있어요..

너무 보고 싶고 그립고 아직도 좋아합니다
다시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좋다고 말할 수 있는데..
글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더 노력해야겠지요
그런데 천천히 하려합니다
그 남자애와의 기억이 잊혀지는게 싫으네요..
말할데가 없어서 여기다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