럽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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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머니


산에 걸려 있는 구름은
사람이 있는 곳까지 내려오지 않는단다
안개만 사람이 있는 곳까지 내려와 사북사북 먹어 치운단다
마을과 학교와 집과 길과 흐르는 강물까지.....
삽시간에 다 먹어치우고 난 뒤 서서히 물러난단다
아빠! 내 팔과 다리, 내 목과 가슴을 다 뜯어 먹어요
엉엉 울었던 내 코흘리게 시절 ,
안개는 입도 손발도 없으면서 먹어치울 수 있느냐
묻고 있을 때 아버지는 연을 만들고 있었네
연은 의문에 찬 나를 실고 구름이 있는 곳으로 오르고 있었네
탱자 가시 울타리를 벗어나
걸릴 것이 없는 곳으로 나를 데리고 나섰네
찢어지기 쉬운 한 장의 한지이면서도
실크로드를 떠나던 그 옛선인들처럼....
내 있는 곳의 비좁음과 그곳의 넓음을 잇고자
먼 길을 나서고 있었네

연줄은 가늘수록 더 멀리까지 풀릴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을 전해주면서
더 멀리까지 풀게 했네

연은 가벼워야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것을
아버지는 그 중심점을 잡아 주면서
밥풀에 유리조각, 사금파리 조각들을 가루로 만든 뒤
연줄에 입혀 당기면 당길수록 팽팽해지는
그 전율을 손끝으로 느끼게 했네

풀어주고 당기는 찡함을 우리 손끝에서
가슴으로 가져와 익히게 했던 아버지
바람이 거칠어요, 바람이 불지 않아요, 발을 구를 때
하늘은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란다
연은 그 길을 찾아간단다하시면서
아버지는 연줄을 풀어 날리게 했네
사람이 있는 곳까지 내려오지 않는 구름이 있는 그 곳까지....

그 연과 연줄을 놓아버리고 살아온 지금,
모든 것을 사북사북 다 먹어 치우는
세상이라는 이 안개 속에 묻쳐 있네
안개는 서서히 걷친다고 말씀을 들려주셨던
아버지처럼 그 연을 만들어 나란 생의 질긴 연줄을
손끝으로 풀며 당기는 그 쨍한 전율을 다시 찾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