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쉬는 열흘 중 8일 정도 지난 무렵, 그러니까 어젯밤에 제가 집 청소, 빨래, 장 보기, 식사 준비, 설거지 등 집의 전반적인 살림을 다 한 상태에서 엄마가 종교활동 때문이 밤늦게 돌아오시니까 어이가 없어서 충동적으로 엄마한테 “최소한 나한테 집안일 시킬 거면 시키기 전에 어느 정도 정리는 하고 시켜라” 라고 한 게 시작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어제 집안일을 마치려고 할 때 보니까 그저께 설거지도 빨래 개는 것도 반찬 준비도 쓰레기 정리도 하나도 안 되어있더라고요... 하다못해 알바할 때도 다음 시간 친구에게 넘길 때 엄청 바빴던 게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정리하고 넘기는 게 당연해서 더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엄마가 부모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낳아줬으면 그 정도도 값도 못하겠느냐, 그러면 집을 나가라, 안 그러면 머리끄댕이를 확 잡아버릴라 등 말하시길래 울컥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한두 분의 댓글만 달려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을 줄 몰랐어요... 그래서 초반에 배경 정보를 제대로 못 적어놨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하나하나 적어둘 걸 아쉽네요 ;)
일단... 곧 있으면 개강이기도 하니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앞으로는 웬만해서 엄마랑 마주치지 않도록 하려고요. 탁 터놓고 얘기해보라 조언하신 분들이 많은데, 저랑 엄마는 사고방식 자체가 정말 많이 달라서 얘기하면 할수록 싸웁니다. 지난 열다섯 해 정도가 그랬어요. 궁금하지 않겠지만 뭐랄까 제 대화 방식은 ‘왜?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가 뭔데?’ 쪽이고, 엄마 방식은 ‘이유가 뭐가 중요한데? 하란 대로 할 것이지’ 쪽입니다.
그래서 다소 답답한 마무리겠지만,, 그냥 일단은 버티려고요.
그리고 아빠랑 동생을 커버친 이유가 뭐냐면, 아빠는 아침 5시부터 출근준비를 하시고 저녁 8시 반쯤 집에 오시는 많이 피곤한 직장이라 단순히 밥 짓는 거나 설거지 종종 하는 것, 빨래를 갠다든지 하는 사소한 걸로도 참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었어요. 그외에도 주말(제가 알바갔을 때)에 보통 아빠가 집안일을 해서 딱히 아빠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앞으로도 그렇고요.
동생은 학교 폭력 피해자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나아진 상태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최대한 손 가는 일 없도록 하려는 중이라 아무 상관 없다고 한 거니까 동생은 뭐하냐는 식의 댓글은 없었으면 합니다. 성별도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동생은 아무 잘못 없고 상관도 없어요.
마지막으로 다시 말씀드리자면, 제 질문의 요지는
> 엄마가 저한테 앞으로 방학동안 집안일을 모두 책임지라는데 이게 맞나요? <
입니다.
단순히 알바를 쉬는 열흘 동안이 아니라, 개강하기 전까지 계속이요. 원글 본문에 그렇게 적어놨는데 생각보다 이걸 알바 쉬는 열흘동안만 하라고 받아들인 분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론 결국 집안일 안 한 거 아니니까 뭐가 문제냐고 하는 분들 계시는데, 열흘 중 5일 정도를 하다가 이건 아니지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정정합니다.
앗 참고로 대학 등록금 문제도, 제가 가고싶지 않았던 대학에 지원할 때 엄마가 먼저 나서서 약속하셨어요. 입학만 하라고, 네가 무슨 성적을 받든 학사경고만 안 받으면 되고, 등록금은 졸업할 때까지 줄 거라고. 이걸 가지고 감사하라는 분들은... 저랑 다른 결을 가진 분들이니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 부모가 케어해준 거니까 갚아라, 라는 댓글도 많이 보였는데요, 저는 양육이 부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물론 많은 보살핌을 받았고 그것에 감사해야하는 건 인간의 도리라 생각하지만, 그 보살핌을 받는 동안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던 말이 “너 이렇게 들어간 돈 다 갚아야 한다” 였기에 저는 정말정말 태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뭐 어쨌든 처음엔 저를 알아볼까 걱정돼서 배경을 많이 생략하고 글을 올렸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했는데, 그렇다보니 읽는 사람 입장에선 좀 중구난방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셨길 바랍니다.
그럼 글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지만, 제 편 들어주시고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말씀 해주신 분들께 더 감사드려요. 그럼 요즘 마스크 많이 벗고 다니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
앗 그리고 댓글은 안 지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랑 같은 입장이든 다른 입장이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거라 저는 잊어버릴 때쯤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 그럼 진짜로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