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인데 가족이랑 연 끊고 싶어요

ㅇㅇ2023.02.09
조회13,652
21살 대학생입니다 장녀이고 고3 남동생 하나랑 5살 늦둥이 여동생이 있습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수급자 흙수저 집안 출신이고 가족이랑 연을 끊고 싶습니다 ..

사실 가족이라고 적어놨지만 지칭하는 사람은 저희 엄마입니다. 저희 엄마는 항상 제게 돈을 빌려가시거나 무언가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전 대학생입니다. 이제 막 스물 한 살 이고요. 제가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습니까. 시급 9700원 받으면서 식당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그 얼마 안 되는 돈 마저도 탐 내십니다

작년에 왕복 4시간 통학하면서 서울로 학교 다니고 그 와중에 쌓여가는 과제에 알바를 2개나 하니 체력도 딸리고 너무 힘들어서 쓰러졌던 적도 있습니다 …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무섭습니다. 눈앞이 컴컴해지고 몸을 가눌 수가 없을 만큼 휘청 거리다가 결국은 찬 바닥에 주저 앉았을 때. 제 현실이 너무 아파서 땅에 얼굴을 처박는 와중에도 울었습니다.

그게 너무 무서워서 결국은 알바 하나를 포기하고 학교 내에서 근로를 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수입도 줄었고 삶이 더 힘들어지고 있음에도 엄마는 또 돈을 빌려달라 하시더라고요.

엄마는 항상 소액을 빌려가십니다. 근데 매우 자주요.
ㅇㅇ아 엄마 5만원만 줄 수 있니~
ㅇㅇ아 엄마 초밥 먹고 싶은데ㅎㅎ 안 바쁘면 배달 좀 시켜줄래
ㅇㅇ아 할머니가 아프시다는데 엄마 10만원만 보내줄 수 있니 ㅇㅇ아 바쁘니? 일 끝나면 연락해라

이런식으로 제 통장을 텁니다. ‘빌려달라’ 라는 말이 좀 웃긴 게 빌리면 돌려주는 게 맞지요. 하지만 저희 엄마는 제게 받아간 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어디에 쓰는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알바 끝나고 집에 오면 엄마의 바뀐 네일아트와 잔뜩 쌓여 있는 택배상자로 어디에 돈을 썼는 지 유추할 뿐 입니다.

엄마는 과소비가 심합니다.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고 지금 당장 저축해 둔 돈도 없는데 사고 싶은 건 꼭 삽니다. 뭐만 하면 막내 동생 핑계를 대며 애기 옷 사주려고~ 애기가 치킨 먹고 싶다 해서~ 이런 식으로 저를 흔들어 놓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약합니다. 조경 분야 일용직이라서 겨울이라 추워지니 집에 있는 횟수가 많아진 아빠 탓에 수입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여동생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해주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돈을 주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 어렸을 때 돈이 없어서 친척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 받던 저처럼 살게 하기 싫어서 엄마한테 또 돈을 쥐어주며 애기 옷을 사주라고 하죠. 지금 저도 당장 입을 옷이 없어 같은 옷을 며칠 째 입고 있음에도요.


그래서 독립을 하기로 했습니다. LH청년전세임대주택에 1순위로 선정되서 이번 달 말에 이사를 가는데요. lh매물이 굉장히 없어서 몇 주 동안 집을 알아보러 다니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차도 없으니 버스-택시를 타며 lh좀 받아달라고 사정사정하고 다니다가 결국은 구했습니다. 첫 입주 때 임대보증금 100만원을 내야하기에 통장에 있는 돈을 다 끌어 모아 냈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엄마에게 계속 돈을 줄 것만 같아서요. 궁금해서 계산해보니 아직 2월 초인데 이번 년도에 엄마랑 동생에게 들어간 돈만 80만원에 육박하더군요. 엄마 생일이 겹쳐서 갖고 싶다던 샤넬 향수를 사주고 방학이라 일을 많이 늘렸다 보니 달라는 대로 다 준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제가 한심합니다.
태어나서 사교육(학원,과외 등)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고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 용돈을 벌어 썼습니다. 고등학생때는 집안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그 와중에 동생까지 태어나서 수업을 못 듣고 일을 나갈 정도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줌 수업을 하다보니 대충 틀어만 두고 일을 하거나 방학 때는 미친 듯이 화장품 공장에 처박혀 일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 또 대학은 가고 싶어서 공부도 좀 했습니다. 그리고 인서울 대학에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서야 느낍니다.
변해야한다고.. 이렇게 살다가는 부모님과 같은 삶을 대물림 받을 거라는 생각에 무서워지더라고요.

돈을 줄 수 없겠다고 하면 엄마는 항상 화를 냅니다
그럼 니가 이 집에서 쓴 전기세랑 가스비랑 수도 요금 다 내라. 밥도 안 해줄 거니깐 밖에서 먹고 들어와라.. 등등.

그 말을 듣는 게 너무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그냥 돈을 줘버리고 말았는데 이제는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 패륜으로 보일지라도 저도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는 평범해지고 싶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을 끊을 수 있을까요?


+) 현명하신 어른들의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주변에 친구도 별로 없고 말할 곳이 없어 여기다가 적었는데 인터넷 상으로도 응원을 받으니 조금이나마 숨이 트입니다. 주작이라는 등 질문들이 몇 개 보여 사적인 부분이라 적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적어보겠습니다.

Q. 어머니는 일을 안 하시냐
=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일을 하셨던 걸로 압니다만, 건강 상의 이유로 그만뒀다고 하셨습니다. 어디가 아프냐고 여쭤보면 대부분 ‘빈혈’이 심하시다고 대답하십니다.

Q. 학생이 어떻게 공장에 다니냐 법에 걸리는 거 아니냐
= 알바몬 둘러보세요. 18세부터 화장품이나 다른 포장 알바 많이 채용합니다. 제가 다녔던 공장은 왕길역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김포 고촌읍에 있는 화장품 공장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쿠팡 아닙니다.

Q. 그 와중에 인서울은 어떻게 했냐 너무 소설아니냐
= 제가 언제 스카이 다닌다고 했습니까? 말만 서울이지 그렇게 인지도 있는 대학은 아닙니다.

Q. 고3 남동생 얘기는 왜 없냐
= 작년부터 집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빠랑 크게 싸운 뒤로 친구집을 자주 들락거리며 집에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한 번씩 들어옵니다. 학교도 굉장히 일찍 갑니다 부모님이랑 마주치기 싫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Q. 주작 아니냐?
= 나도 내 인생이 주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