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으며 우리는 소를 잡았다 경월소주 댓병을 까놓고 퍼들쩍거리는 생간을 소금 찍어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피 묻은 입을 끔찍하게 바라보았다 잎 지고 텃새들 울타리에 모여앉아 비 젖는 가을 지난해 봄 큰 거 한 장에 20만 원도 꼬리 얹어 산 소를 반 접어 통사정해도 안 끌고 가던 날 외팔이 쇠장수 뒤통수에다 대고 쌍욕을 해대고 우리는 어차피 밑지던 흥정 끝에 소를 잡았다 똥개 한 마리 30만 원이 넘던 그해 판길이 아저씨가 휘두르는 도끼 한방에 상섭이네 소는 눈을 부릅뜨고 무릎을 꿇었다 소를 타고 날아다니는 꿈 때문에 밤마다 오줌을 저린다는 우물집 아저씨에게 사골을 통째 맡겨 버리고 우리는 밸과 대가리를 먹었다 반장네 사랑에 술상을 차리고 천둥산 박달재나 돌아와요 부산항을 목청껏 부르던 그해 가을 강선리에는 쇠고기가 지천이었다 피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를 서너 근씩 비료부대에 싸가지고 돌아가 끓여도 먹고 장조림도 해먹었다 그렇게 서로의 고기를 먹었다
그해 가을
그해 가을
이상국
비를 맞으며 우리는 소를 잡았다
경월소주 댓병을 까놓고
퍼들쩍거리는 생간을 소금 찍어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피 묻은 입을 끔찍하게 바라보았다
잎 지고 텃새들 울타리에 모여앉아 비 젖는 가을
지난해 봄 큰 거 한 장에 20만 원도 꼬리 얹어 산 소를
반 접어 통사정해도 안 끌고 가던 날
외팔이 쇠장수 뒤통수에다 대고 쌍욕을 해대고
우리는 어차피 밑지던 흥정 끝에 소를 잡았다
똥개 한 마리 30만 원이 넘던 그해
판길이 아저씨가 휘두르는 도끼 한방에
상섭이네 소는 눈을 부릅뜨고 무릎을 꿇었다
소를 타고 날아다니는 꿈 때문에
밤마다 오줌을 저린다는 우물집 아저씨에게
사골을 통째 맡겨 버리고
우리는 밸과 대가리를 먹었다
반장네 사랑에 술상을 차리고
천둥산 박달재나 돌아와요 부산항을 목청껏 부르던 그해 가을
강선리에는 쇠고기가 지천이었다
피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를 서너 근씩
비료부대에 싸가지고 돌아가
끓여도 먹고 장조림도 해먹었다
그렇게 서로의 고기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