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럽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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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

이상국

비를 맞으며 우리는 소를 잡았다
경월소주 댓병을 까놓고
퍼들쩍거리는 생간을 소금 찍어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피 묻은 입을 끔찍하게 바라보았다
잎 지고 텃새들 울타리에 모여앉아 비 젖는 가을
지난해 봄 큰 거 한 장에 20만 원도 꼬리 얹어 산 소를
반 접어 통사정해도 안 끌고 가던 날
외팔이 쇠장수 뒤통수에다 대고 쌍욕을 해대고
우리는 어차피 밑지던 흥정 끝에 소를 잡았다
똥개 한 마리 30만 원이 넘던 그해
판길이 아저씨가 휘두르는 도끼 한방에
상섭이네 소는 눈을 부릅뜨고 무릎을 꿇었다
소를 타고 날아다니는 꿈 때문에
밤마다 오줌을 저린다는 우물집 아저씨에게
사골을 통째 맡겨 버리고
우리는 밸과 대가리를 먹었다
반장네 사랑에 술상을 차리고
천둥산 박달재나 돌아와요 부산항을 목청껏 부르던 그해 가을
강선리에는 쇠고기가 지천이었다
피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를 서너 근씩
비료부대에 싸가지고 돌아가
끓여도 먹고 장조림도 해먹었다
그렇게 서로의 고기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