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주구장창 카카페로 웹툰 소설 몰아봤는데 필받아서 써봄 원래 로판으로 2개 써봤는데 망해서 그냥 현판으로 잡았다.. 가볍게 한번씩 보고가줘
아무래도 나는 소설 속으로 회귀한것같다. 그것도 로판도, 무협도 아니고 웬 인소속으로.
13년을 '이혜임'으로 살아왔다. 다만 며칠 전 나는 길을 걷다 전래없는 인도에서 음주 운전 오토바이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5일을 꼬박 쓰러져있다가 눈을 뜬 것이, 바로 지금이었다. 그간의 무의식속에서 나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되었다. 전생에서 나는 '이혜임'이 아닌 '정소혜'였으며 꽤 유명한 배우로서 살아왔다. 다만 집에서 잠을 자던게 삶의 마지막 기억이다. 어떻게 죽은건지, 아니 사실 죽기는 한건지도 정확히 모른다.
회귀 직전 나는 <ME>라는 이름의 소설 원작 드라마를 준비중이었다. 소설의 여주인공 배역에 캐스팅 된 것이다 . 그 때문에 각본 만큼이나 소설을 다각도로 분석했었던 내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으며 지금껏 살아왔던 세상이 내가 연기해야했던 <Me>의 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의 나 '이혜임'은 소설의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ME>의 학생 시점 스토리는 대부분 마냥 밝고 신나는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누가 봐도 "아 이건 캠퍼스물이구나" 싶도록. 잠깐 소설을 짚고 가자면, <ME>는 드라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역하렘 소설이다. 중학생 때를 기점으로 무구한 학생들의 동경을 받는 집안, 공부, 얼굴, 인기 빠질 것 없이 완벽한 여주인공과 재벌 3세 남주인공 1, 천재 남주인공2, 국내 최고 기업 예비 후계자 남주인공 3, 톱스타 부부의 외동 아들 남주인공 4가 친해지며 전무후무한 유대 서사를 쌓고, 성인이 되어 남주들이 여주에게 대시하기 시작하는 '본격 남주 찾기' 소설이 바로 이 <ME>이다.
여기서 '이혜임'의 분량을 꼽는다면, 코딱지보다 조금 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주인공의 소꿉친구 포지션을 담당하다가 중학생때 여주인공과의 여러 재능의 격차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들과의 친분에 질투심을 느끼고 열등감 때문에 여주와의 관계를 끊는,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 바로 혜임이다. 뿐만 아니라 혜임의 행동은 여주인공에게 일종의 믿음에 대한 배신으로 다가오며 여주인공이 남주인공들을 제외한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후,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예상했던대로 내 손을 잡고 있던 것은 지음이었다. 6년 전 친해진 이후부터 줄곧 내 옆자리를 지키는 나의 가장 소중한 소꿉친구인 동시에, 내가 연기하고자 했던 소설의 여주인공. 비록 소설에서 서술한 혜임과 나의 성격은 매우 다르지만 결국 소설은 소설인걸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지음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지음아." 내 손을 꼭 쥔채로 졸고 있는 지음에게 속삭였다. 이어서 다른 손을 그녀의 손 위에 포개자 지음이 눈을 떴다. "혜임아 !"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지음의 눈가는 곧바로 붉어졌다. "으허헝..나느은..병원에서 네가 못깨어날수도...있다고..." 지음이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수록 단어들은 지음의 울음에 삼켜져 희미해졌다.
**
<유현중학교 이혜임> 문득 교복에 달려있는 명찰을 본 나는 깊은 현타를 느꼈다. 몇개월전까지는 몰랐다 쳐도 이제는 도합 42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내 나이 42에 중학교 교복을 풀착장으로 입다니. 물론 내 얼굴은 중학교 교복을 입기에 전혀 위화감이 없었지만 내 정신은 아니었다.
그렇다. 아무리 이곳이 소설이더라도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한달 반이 지나 중학교 입학식 날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나름대로 이곳이 소설 속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성공했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지음이 벌떡 일어났다. "혜임아..악 너 너무 귀여워 ! " 처음 들었을땐 온 몸에 닦살이 돋던 주접도 6년이나 들으면 면역이 생기는 법이다. "내가 좀." 아무렇지 않게 답하고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지음아 ! 너가 자꾸 그러니까 애가 이상해지잖아 !" "뭐래 지음이가 맞는 말 했구만 ! 우리 혜임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내 오빠 혜준과 지음의 오빠 지현이 뒤에서 또 싸우고 있었다. 다만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사람의 역할이 바뀐 것 같지만. 다같이 등교하려고 나를 기다린건 알고있지만 저 투닥거림을 봐줄 시간은 없었다. 왜냐? 지금 등교시간까지 10분 남았다. 입학식 날 지각생이 될 수는 없었다. "지음아, 뛰어 ! " 현관문을 열며 내뱉은 내 말을 신호로 지음이와 나는 손을 맞잡고 뛰었다.
"세이프 !" 지음과 체육관 앞으로 발을 딛으며 외쳤다. [8시 29분] . 1분을 남기고 가까스로 도착한 나는 지음이와 함께 줄 행렬에 섰다.
병실에서 몸을 털고 일어난 이후부터 나는 끊임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해왔다. 나는 이 세계의 처음과 끝을 모두 안다. 그렇기에 내 작은 행동은 나비효과가 되어 이 이야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답은 하나였다. 아무리 소설이라 해도 이제 이 세계는 나의 삶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든간에 내 삶이 제약받는 것은 내 성질에 맞지 않는다. 고로, 나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살기로 했다 ! 흘러가는대로.
역시 여주인공과 그의 소꿉친구답게 우리는 같은 반이었다. 내가 말했었나, <ME>는 사대천왕이라는 말만 덧붙이면 인소 그 자체라고. 우리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남주인공이다 !'하는 빛나는 얼굴의 네명이 연달아 들어왔다. 그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 생각했다. 과연 한국에 저 얼굴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존재했을까? 정소혜와 이혜임, 그러니까 전생과 지금의 나도 어디 가서 뒤처지는 외모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전생에서도 지음 배역에 캐스팅된거겠지. 다만 지음과 4명의 남주는 상식적인 외모의 수준을 능가했다. 오죽하면 소설에서 "얼굴에서 빛이 나서 못보겠어요!"라는 문장을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사실 자리 배치가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변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모든 시선이 그 4명의 발걸음에 모여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전생의 기억은 없어도 지식은 있던 탓에 나는 영재 교육원을 들락날락 했었다. 그리고 그 영재원에는 유현이라는 또래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그와 친해지고자 했다. 당시 나의 발랄함과 오지랖이 최고치를 찍었던 것이 이유였달까. 그렇기에 주변인 모두를 쳐내는 사회성 제로인 유현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내가 유현에게 달라붙은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주 조금, 유현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마저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영재 교육원을 가지 않게 되며 흐지부지 되었지만.
소설 속 서술과 남주들의 머리 색을 비교해보던 나는 순간 무언가를 깨달았다. 분명 남주 2의 이름이 차유현이었던 것 같은데..?
유일하게 흑발로 묘사되는 남주 2를 문득 바라본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착각이라 생각하며 눈을 돌리고 지음과 다시 말을 섞으려 한 순간 남주 2, 그러니까 차유현이 매우 빠른속도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이혜임." 그가 나를 부른 순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유현이 이 유현이구나.
어릴적 친구를 우연히 만난 것은 내심 반가웠다. 하지만 여기서 그를 아는척하면 나는 곧 만들어질 '세계 최강 차유현 팬클럽'에 의해 빠른 시일내에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한마디로 방대한 시기어린 질투와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여주인공의 절친이 되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리를 끝낸 나는 시치미를 뚝 때고 말했다. "맞는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
"우리 예전에.." "우리 초면이잖아 ! 하하 앞으로 더 친해지자!" 모른척 하면서 적당히 싸가지 없어보이지도 않게. 말을 마무리 지은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지음을 이끌고 반에서 급하게 나섰다.
"혜임아 갑자기 왜 나온거야?" "악 배.. 나 배가 갑자기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오자." 지음과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종이 치기 시작해서야 다시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왜 내 양옆앞뒤 대각선 자리가 꽉 차있는거지? 나와 내 옆자리인 지음의 자리를 중심으로 검정, 하양, 금색, 파란색.. 무지개도 아니고 1km 뒤에서 봐도 눈에 띄는 머리색들이 앉아있다. 왜인지 쎄한 기분을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 앉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내 옆자리 여주다. 여주 옆에 남주는 당연한 순리야. 자리는 곧 바뀐다. 괜찮을거야.'
하지만 내 자기최면이 무색하게도 곧 들어온 선생님은 활기차게 외쳤다. "얘들아 안녕 ! 이제 갓 입학했는데 선생님이 벌써 신입생을 괴롭히면 안되지 ! 한달간은 이 자리대로 앉자 !"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사대천왕(남주 넷보다는 사대천왕이 낫지 않을까.)에게 둘러쌓여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 1할 정도는 그들의 한가운데에 둘러 쌓여 있는 우리에게 온다는 것이다. 이 무슨 봉변인가. 이미 전생에서 관심의 중심이 질리도록 되어왔었기 때문에 기억을 찾으며 나는 이번에는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기로 다짐했다. 포지션은 존재감 없는 여주친구1로 !
우선 나의 목표를 위해 이 자리를 옮길 필요가 있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면 바로 튀어나가 자리 지정을 재고해주실 것을 부탁하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갓 입학한 새내기 중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는지 종이 칠때까지 선생님의 말씀은 끝나지 않았다.
[띵동땡동] 종이 치자마자 교탁으로 달려나가고자 했지만 내 왼쪽에 앉아있던 차유현이 더 빨랐다. 차유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다가려는 포즈를 취하는 내 앞으로 오더니 물었다. "너 왜 나 모르는 척 해?" 빡침이 묻어나오는 말투의 질문이었다. 한 번 더 차유현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직감이 들어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모르는 척 한 건 미안. 너를 어떻게 잊냐. 다만 난 관심 받는거 딱 질색이야. 아까 분위기 못봤어? 조만간 네 팬클럽도 만들어질 기세던데. 내가 너한테 아는척 했으면 그 관심에 나도 포함되는거야 ! 그게 얼마나 귀찮은데."
앞으로도 아는척하면 무시하겠다는 무언의 메세지를 담은 말대답이었지만
그는 앞뒤 다 짤라먹고 '너를 어떻게 잊냐'만 들은 모양이었다. "어쨋든 나를 못잊었다는거지? 알겠어." 이번에는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것도 같은 목소리였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냐고 따지려던 차에 차유현은 나를 막았던 그 빠른 발걸음으로 반을 나가버렸다. 싸가지중에 싸가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카카페 집착광공이 소설써봄
아무래도 나는 소설 속으로 회귀한것같다. 그것도 로판도, 무협도 아니고 웬 인소속으로.
13년을 '이혜임'으로 살아왔다. 다만 며칠 전 나는 길을 걷다 전래없는 인도에서 음주 운전 오토바이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5일을 꼬박 쓰러져있다가 눈을 뜬 것이, 바로 지금이었다. 그간의 무의식속에서 나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되었다. 전생에서 나는 '이혜임'이 아닌 '정소혜'였으며 꽤 유명한 배우로서 살아왔다. 다만 집에서 잠을 자던게 삶의 마지막 기억이다. 어떻게 죽은건지, 아니 사실 죽기는 한건지도 정확히 모른다.
회귀 직전 나는 <ME>라는 이름의 소설 원작 드라마를 준비중이었다. 소설의 여주인공 배역에 캐스팅 된 것이다 . 그 때문에 각본 만큼이나 소설을 다각도로 분석했었던 내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으며 지금껏 살아왔던 세상이 내가 연기해야했던 <Me>의 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의 나 '이혜임'은 소설의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ME>의 학생 시점 스토리는 대부분 마냥 밝고 신나는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누가 봐도 "아 이건 캠퍼스물이구나" 싶도록. 잠깐 소설을 짚고 가자면, <ME>는 드라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역하렘 소설이다. 중학생 때를 기점으로 무구한 학생들의 동경을 받는 집안, 공부, 얼굴, 인기 빠질 것 없이 완벽한 여주인공과 재벌 3세 남주인공 1, 천재 남주인공2, 국내 최고 기업 예비 후계자 남주인공 3, 톱스타 부부의 외동 아들 남주인공 4가 친해지며 전무후무한 유대 서사를 쌓고, 성인이 되어 남주들이 여주에게 대시하기 시작하는 '본격 남주 찾기' 소설이 바로 이 <ME>이다.
여기서 '이혜임'의 분량을 꼽는다면, 코딱지보다 조금 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주인공의 소꿉친구 포지션을 담당하다가 중학생때 여주인공과의 여러 재능의 격차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들과의 친분에 질투심을 느끼고 열등감 때문에 여주와의 관계를 끊는,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 바로 혜임이다. 뿐만 아니라 혜임의 행동은 여주인공에게 일종의 믿음에 대한 배신으로 다가오며 여주인공이 남주인공들을 제외한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후,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예상했던대로 내 손을 잡고 있던 것은 지음이었다. 6년 전 친해진 이후부터 줄곧 내 옆자리를 지키는 나의 가장 소중한 소꿉친구인 동시에, 내가 연기하고자 했던 소설의 여주인공. 비록 소설에서 서술한 혜임과 나의 성격은 매우 다르지만 결국 소설은 소설인걸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지음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지음아." 내 손을 꼭 쥔채로 졸고 있는 지음에게 속삭였다. 이어서 다른 손을 그녀의 손 위에 포개자 지음이 눈을 떴다. "혜임아 !"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지음의 눈가는 곧바로 붉어졌다. "으허헝..나느은..병원에서 네가 못깨어날수도...있다고..." 지음이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수록 단어들은 지음의 울음에 삼켜져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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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중학교 이혜임> 문득 교복에 달려있는 명찰을 본 나는 깊은 현타를 느꼈다. 몇개월전까지는 몰랐다 쳐도 이제는 도합 42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내 나이 42에 중학교 교복을 풀착장으로 입다니. 물론 내 얼굴은 중학교 교복을 입기에 전혀 위화감이 없었지만 내 정신은 아니었다.
그렇다. 아무리 이곳이 소설이더라도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한달 반이 지나 중학교 입학식 날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나름대로 이곳이 소설 속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성공했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지음이 벌떡 일어났다. "혜임아..악 너 너무 귀여워 ! " 처음 들었을땐 온 몸에 닦살이 돋던 주접도 6년이나 들으면 면역이 생기는 법이다. "내가 좀." 아무렇지 않게 답하고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지음아 ! 너가 자꾸 그러니까 애가 이상해지잖아 !" "뭐래 지음이가 맞는 말 했구만 ! 우리 혜임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내 오빠 혜준과 지음의 오빠 지현이 뒤에서 또 싸우고 있었다. 다만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사람의 역할이 바뀐 것 같지만. 다같이 등교하려고 나를 기다린건 알고있지만 저 투닥거림을 봐줄 시간은 없었다. 왜냐? 지금 등교시간까지 10분 남았다. 입학식 날 지각생이 될 수는 없었다. "지음아, 뛰어 ! " 현관문을 열며 내뱉은 내 말을 신호로 지음이와 나는 손을 맞잡고 뛰었다.
"세이프 !" 지음과 체육관 앞으로 발을 딛으며 외쳤다. [8시 29분] . 1분을 남기고 가까스로 도착한 나는 지음이와 함께 줄 행렬에 섰다.
병실에서 몸을 털고 일어난 이후부터 나는 끊임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해왔다. 나는 이 세계의 처음과 끝을 모두 안다. 그렇기에 내 작은 행동은 나비효과가 되어 이 이야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답은 하나였다. 아무리 소설이라 해도 이제 이 세계는 나의 삶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든간에 내 삶이 제약받는 것은 내 성질에 맞지 않는다. 고로, 나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살기로 했다 ! 흘러가는대로.
역시 여주인공과 그의 소꿉친구답게 우리는 같은 반이었다. 내가 말했었나, <ME>는 사대천왕이라는 말만 덧붙이면 인소 그 자체라고. 우리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남주인공이다 !'하는 빛나는 얼굴의 네명이 연달아 들어왔다. 그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 생각했다. 과연 한국에 저 얼굴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존재했을까? 정소혜와 이혜임, 그러니까 전생과 지금의 나도 어디 가서 뒤처지는 외모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전생에서도 지음 배역에 캐스팅된거겠지. 다만 지음과 4명의 남주는 상식적인 외모의 수준을 능가했다. 오죽하면 소설에서 "얼굴에서 빛이 나서 못보겠어요!"라는 문장을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사실 자리 배치가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변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모든 시선이 그 4명의 발걸음에 모여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전생의 기억은 없어도 지식은 있던 탓에 나는 영재 교육원을 들락날락 했었다. 그리고 그 영재원에는 유현이라는 또래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그와 친해지고자 했다. 당시 나의 발랄함과 오지랖이 최고치를 찍었던 것이 이유였달까. 그렇기에 주변인 모두를 쳐내는 사회성 제로인 유현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내가 유현에게 달라붙은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주 조금, 유현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마저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영재 교육원을 가지 않게 되며 흐지부지 되었지만.
소설 속 서술과 남주들의 머리 색을 비교해보던 나는 순간 무언가를 깨달았다. 분명 남주 2의 이름이 차유현이었던 것 같은데..?
유일하게 흑발로 묘사되는 남주 2를 문득 바라본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착각이라 생각하며 눈을 돌리고 지음과 다시 말을 섞으려 한 순간 남주 2, 그러니까 차유현이 매우 빠른속도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이혜임." 그가 나를 부른 순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유현이 이 유현이구나.
어릴적 친구를 우연히 만난 것은 내심 반가웠다. 하지만 여기서 그를 아는척하면 나는 곧 만들어질 '세계 최강 차유현 팬클럽'에 의해 빠른 시일내에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한마디로 방대한 시기어린 질투와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여주인공의 절친이 되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리를 끝낸 나는 시치미를 뚝 때고 말했다. "맞는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
"우리 예전에.." "우리 초면이잖아 ! 하하 앞으로 더 친해지자!" 모른척 하면서 적당히 싸가지 없어보이지도 않게. 말을 마무리 지은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지음을 이끌고 반에서 급하게 나섰다.
"혜임아 갑자기 왜 나온거야?" "악 배.. 나 배가 갑자기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오자." 지음과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종이 치기 시작해서야 다시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왜 내 양옆앞뒤 대각선 자리가 꽉 차있는거지? 나와 내 옆자리인 지음의 자리를 중심으로 검정, 하양, 금색, 파란색.. 무지개도 아니고 1km 뒤에서 봐도 눈에 띄는 머리색들이 앉아있다. 왜인지 쎄한 기분을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 앉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내 옆자리 여주다. 여주 옆에 남주는 당연한 순리야. 자리는 곧 바뀐다. 괜찮을거야.'
하지만 내 자기최면이 무색하게도 곧 들어온 선생님은 활기차게 외쳤다. "얘들아 안녕 ! 이제 갓 입학했는데 선생님이 벌써 신입생을 괴롭히면 안되지 ! 한달간은 이 자리대로 앉자 !"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사대천왕(남주 넷보다는 사대천왕이 낫지 않을까.)에게 둘러쌓여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 1할 정도는 그들의 한가운데에 둘러 쌓여 있는 우리에게 온다는 것이다. 이 무슨 봉변인가. 이미 전생에서 관심의 중심이 질리도록 되어왔었기 때문에 기억을 찾으며 나는 이번에는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기로 다짐했다. 포지션은 존재감 없는 여주친구1로 !
우선 나의 목표를 위해 이 자리를 옮길 필요가 있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면 바로 튀어나가 자리 지정을 재고해주실 것을 부탁하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갓 입학한 새내기 중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는지 종이 칠때까지 선생님의 말씀은 끝나지 않았다.
[띵동땡동] 종이 치자마자 교탁으로 달려나가고자 했지만 내 왼쪽에 앉아있던 차유현이 더 빨랐다. 차유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다가려는 포즈를 취하는 내 앞으로 오더니 물었다. "너 왜 나 모르는 척 해?" 빡침이 묻어나오는 말투의 질문이었다. 한 번 더 차유현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직감이 들어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모르는 척 한 건 미안. 너를 어떻게 잊냐. 다만 난 관심 받는거 딱 질색이야. 아까 분위기 못봤어? 조만간 네 팬클럽도 만들어질 기세던데. 내가 너한테 아는척 했으면 그 관심에 나도 포함되는거야 ! 그게 얼마나 귀찮은데."
앞으로도 아는척하면 무시하겠다는 무언의 메세지를 담은 말대답이었지만
그는 앞뒤 다 짤라먹고 '너를 어떻게 잊냐'만 들은 모양이었다. "어쨋든 나를 못잊었다는거지? 알겠어." 이번에는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것도 같은 목소리였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냐고 따지려던 차에 차유현은 나를 막았던 그 빠른 발걸음으로 반을 나가버렸다. 싸가지중에 싸가지라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