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할게요-
새벽에 잠 실컷 설치고 익명의 힘에 기대서 속풀이 해보았는데 댓글로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댓글 다 읽어봤어요.
저희 부부는 30대 중반이고 남편이 외동인데 늦둥이라 시어머니는 70대 중반입니다. 그래서 더 아들, 아들 하는 것도 있는 듯해요.
남편이랑는 2년 전부터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주에 한 번 볼 때도 있구요. 선봐서 결혼한 거라 그런지 서로 유별나게 애틋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시어머니도 남편이 곁에 있으면 멀리서 일하다 온 아들 챙기신다고 저한테 신경을 안쓰세요. 잔소리며 스트레스 받게 할 일도 확 줄어요.
어제 저녁에는 남편이 오는 날이라 같이 식사하기로 한 건데, 남편이 늦어져서 음식 시켜두고 기다리던 중에 그런 대화가 오간 거예요.
어제 이혼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저 입씨름 때문만은 아니고, 남편이 없을 때마다 커지는 시댁 스트레스가 끝나려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나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는 삶이라니 얼마나 끔찍하게 느껴지던지요.
그래서 끝내려 합니다. 물론 남편과 둘 사이의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여기에 다 쓰기도 민망하네요.
아무튼 이제 제 딸과 저를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죠.
어제 밤에 시댁 식구들이랑 식사하다가 시어머니가 저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간절히 기도하면 아들 낳는다고. 니가 매사에 정성이 부족하다고.
저는 아 그런가요-로 대꾸했죠.
시댁이 우리 딸 임신했을 때 성별 나오기 직전까지는 저한테 참 잘해줬었어요. 딸 태어나고부턴 시댁 스트레스가 극심했지만 딸 생각에 이혼은 못했어요.
그래서 그집 식구들이 저한테 무슨 말을 하든 듣는 척하며 “아 그러세요? 아 그래요?”로 대답을 일관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려왔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아 그런가요.” 하고 말았는데 잔소리가 길어지데요.
“나 그렇게 옛날 사람 아니다. 남자쪽에서 애 성별 정한다고 젊은 여자들이 얘기하는 거 다 들었다. 그런데 꼭 과학이 다 맞는 건 아니다. 너 어른들 지혜를 얕잡아 보면 안되는 거다. 내가 산 증인이거든? 내가 ㅇㅇ이(제 남편) 가질 적에 참 기도 열심히 했다. 그러니 봐라, 아들로 태어났잖니. 민속 신앙에도 있잖니. 아들 낳게 해달라고 코 만지고 그러는 거 너 알지? 우리 조상님들이 바보라서 그랬겠니…….”
참 논리도 맥락도 없는 얘기를 듣다 듣다, 내가 저 여자 피가 섞인 애를 또 하나 가질 생각을 다 하다니 스스로가 등신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성적 사고를 너무 오랜 기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걸 문득 깨달아버렸어요.
머리에서 둥둥 울리는 잔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미칠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한마디 꺼냈어요.
“어머님. 사이비세요?”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 앉더라구요.
주변이 조용해지니 제 머릿속도 새삼 차분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물론 그 정적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시어머니 표정이 울그락 푸르락 하더니 더듬더듬 소리를 질렀다가 삼켰다가 하셨어요.
내가 사이비같은 소리를 하는 걸로 들리냐며, 모든 일에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어른의 지혜를 가르쳐 주려는 거다! 라면서요.
저는 도리어 머리가 차분해지니 말이 술술 나오더라구요.
“어머님. 전 근 몇년간 어머님께 지혜란 걸 느껴보지 못해서 배울 게 없습니다. 있다 한들, 고작 식사자리에서 몇마디 말로 가르쳐 지는 것이라면 어디서든 쉽게 얻지 않겠어요?”
그리곤 가방 챙겨 바로 나왔어요.
운전해서 곧장 친정으로 갔어요. 딸도 친정에 맡겨뒀었거든요.
운전하는 내내 옛날 당당하던 나로 돌아간 것 같아 심장이 두근두근 하더라구요. 사고날까 걱정돼서 중간에 몇번을 섰는지 몰라요. 구름 위를 둥둥 밟는 느낌이 들더군요.
참… 시어머니한테 몇년을 참다가 고작 몇마디 따진게 당당하던 나로 돌아간 것이라니.
제가 말해놓고도 웃기긴 하지만 딸을 생각해서 더 당당해져야 겠죠.
남편과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사실 저희 부부에겐 이제 나빠질 상황만이 남은 것 같아서 이혼을 얘기할 때가 된듯해요.
남편집이나 저희 집이나 재산은 비슷비슷해요.
결혼할 때 돈 보탠 것도 비슷비슷.
종종 올라오는 사이다 썰 읽어보면 피해자 집안이 더 잘 살고 그래서 이혼 후에 가해자 집안에서 후회를 하고 그렇던데, 저는 그렇지는 않구요. 세상이 드라마같지는 않네요.
간절히 기도하면 아들 낳는다는 시어머니
새벽에 잠 실컷 설치고 익명의 힘에 기대서 속풀이 해보았는데 댓글로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댓글 다 읽어봤어요.
저희 부부는 30대 중반이고 남편이 외동인데 늦둥이라 시어머니는 70대 중반입니다. 그래서 더 아들, 아들 하는 것도 있는 듯해요.
남편이랑는 2년 전부터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주에 한 번 볼 때도 있구요. 선봐서 결혼한 거라 그런지 서로 유별나게 애틋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시어머니도 남편이 곁에 있으면 멀리서 일하다 온 아들 챙기신다고 저한테 신경을 안쓰세요. 잔소리며 스트레스 받게 할 일도 확 줄어요.
어제 저녁에는 남편이 오는 날이라 같이 식사하기로 한 건데, 남편이 늦어져서 음식 시켜두고 기다리던 중에 그런 대화가 오간 거예요.
어제 이혼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저 입씨름 때문만은 아니고, 남편이 없을 때마다 커지는 시댁 스트레스가 끝나려면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나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는 삶이라니 얼마나 끔찍하게 느껴지던지요.
그래서 끝내려 합니다. 물론 남편과 둘 사이의 다른 문제들도 있지만 여기에 다 쓰기도 민망하네요.
아무튼 이제 제 딸과 저를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죠.
———
제목 그대롭니다.
첫째는 딸이구요.
최근 둘째를 생각중이었는데 시댁에서 첫째를 못마땅해 해요. 딸이라서.
어제 밤에 시댁 식구들이랑 식사하다가 시어머니가 저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간절히 기도하면 아들 낳는다고. 니가 매사에 정성이 부족하다고.
저는 아 그런가요-로 대꾸했죠.
시댁이 우리 딸 임신했을 때 성별 나오기 직전까지는 저한테 참 잘해줬었어요. 딸 태어나고부턴 시댁 스트레스가 극심했지만 딸 생각에 이혼은 못했어요.
그래서 그집 식구들이 저한테 무슨 말을 하든 듣는 척하며 “아 그러세요? 아 그래요?”로 대답을 일관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려왔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아 그런가요.” 하고 말았는데 잔소리가 길어지데요.
“나 그렇게 옛날 사람 아니다. 남자쪽에서 애 성별 정한다고 젊은 여자들이 얘기하는 거 다 들었다. 그런데 꼭 과학이 다 맞는 건 아니다. 너 어른들 지혜를 얕잡아 보면 안되는 거다. 내가 산 증인이거든? 내가 ㅇㅇ이(제 남편) 가질 적에 참 기도 열심히 했다. 그러니 봐라, 아들로 태어났잖니. 민속 신앙에도 있잖니. 아들 낳게 해달라고 코 만지고 그러는 거 너 알지? 우리 조상님들이 바보라서 그랬겠니…….”
참 논리도 맥락도 없는 얘기를 듣다 듣다, 내가 저 여자 피가 섞인 애를 또 하나 가질 생각을 다 하다니 스스로가 등신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성적 사고를 너무 오랜 기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걸 문득 깨달아버렸어요.
머리에서 둥둥 울리는 잔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미칠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한마디 꺼냈어요.
“어머님. 사이비세요?”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 앉더라구요.
주변이 조용해지니 제 머릿속도 새삼 차분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물론 그 정적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시어머니 표정이 울그락 푸르락 하더니 더듬더듬 소리를 질렀다가 삼켰다가 하셨어요.
내가 사이비같은 소리를 하는 걸로 들리냐며, 모든 일에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어른의 지혜를 가르쳐 주려는 거다! 라면서요.
저는 도리어 머리가 차분해지니 말이 술술 나오더라구요.
“어머님. 전 근 몇년간 어머님께 지혜란 걸 느껴보지 못해서 배울 게 없습니다. 있다 한들, 고작 식사자리에서 몇마디 말로 가르쳐 지는 것이라면 어디서든 쉽게 얻지 않겠어요?”
그리곤 가방 챙겨 바로 나왔어요.
운전해서 곧장 친정으로 갔어요. 딸도 친정에 맡겨뒀었거든요.
운전하는 내내 옛날 당당하던 나로 돌아간 것 같아 심장이 두근두근 하더라구요. 사고날까 걱정돼서 중간에 몇번을 섰는지 몰라요. 구름 위를 둥둥 밟는 느낌이 들더군요.
참… 시어머니한테 몇년을 참다가 고작 몇마디 따진게 당당하던 나로 돌아간 것이라니.
제가 말해놓고도 웃기긴 하지만 딸을 생각해서 더 당당해져야 겠죠.
남편과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사실 저희 부부에겐 이제 나빠질 상황만이 남은 것 같아서 이혼을 얘기할 때가 된듯해요.
남편집이나 저희 집이나 재산은 비슷비슷해요.
결혼할 때 돈 보탠 것도 비슷비슷.
종종 올라오는 사이다 썰 읽어보면 피해자 집안이 더 잘 살고 그래서 이혼 후에 가해자 집안에서 후회를 하고 그렇던데, 저는 그렇지는 않구요. 세상이 드라마같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