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럽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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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 근

항아리 같은 뚜껑을 열고 사내는 깨어났다 낡고 낡은 저 바깥엔 삼백예순 날 종일 비 내리고 빗방울 하나마다 부릅뜬 눈알들 추녀 끝 마당엔 여자가 온몸으로 눈알을 맞고 있었다 여자는 희게 젖고, 엄마 나는 저 눈깔들이 무서워요 무서워 할 것 없단다 얘야 지느러미나 혓바닥이 내릴 날 있을 거다 저것들은 엄마가 죽인 아기들의 눈깔인가요? 얘야 저것들은 무수한 날에 바꿔 달 눈알들이란다 또로록 또로록 굴러다니며 검은자위들이 본 저 징글징글한 것들을 내가 다 다시 봐야 한다고요? 보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너 같은 건 다 거짓말이란다

눈알 비 맞고 새들이 떨어져 죽었다 희게 젖은 여자가 죽은 새들을 들췄다 새들의 찬 부리 위에는 눈 없이 텅 빈 구멍만 뚫려 있었다 사내애는 제 눈알을 뽑아 여자에게 버렸다 희게 젖은 여자의 옷에 붉은 피 번졌다 여자는 이제 영영 붉은 여자가 되었다 잎사귀마다 데롱데롱 눈알들을 달고 나무들이 사내애를 쏘아보았다 대지는 터진 눈알들로 질퍽거렸다 없는 눈으로 사내에는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거렸다 아무것도 아니란다 네가 살아 있다는 것도 지느러미도 없이 시들한 혓바닥도 없이 멀리서 항아리 깨지는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