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박현수 바람은 알고 있었다사람이 사는 데처럼 계절이 사는 곳에도 강이 흐른다는 걸오늘 한 떼의 바람이 찌르레기의 들을 지나 알려왔다인화물질 보관함 속에 새끼를 쳤던산새도 떠나가고쓸쓸함이라도 담으라고 빈 둥지만기우뚱 남겨놓았다두 손바닥만한 범나비가 나는 곳은밤이면별자리도 낯선 여느 계절의 영토식곤증처럼 노곤한 빨래를 걷고나면빨래줄엔 꼬리가 빨갛게 타는가을이 여럿, 노을에 졸고 있다통 튕기면깜짝 놀라서 흩어지는 가을의 음계
가을
가을
박현수
바람은 알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 데처럼 계절이 사는 곳에도
강이 흐른다는 걸
오늘 한 떼의 바람이 찌르레기의
들을 지나 알려왔다
인화물질 보관함 속에 새끼를 쳤던
산새도 떠나가고
쓸쓸함이라도 담으라고 빈 둥지만
기우뚱 남겨놓았다
두 손바닥만한 범나비가 나는 곳은
밤이면
별자리도 낯선 여느 계절의 영토
식곤증처럼 노곤한 빨래를 걷고나면
빨래줄엔 꼬리가 빨갛게 타는
가을이 여럿, 노을에 졸고 있다
통 튕기면
깜짝 놀라서 흩어지는 가을의 음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