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歌

미친놈200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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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머슴이 있다네.

부모대대로 머슴생활을 했던 고지식한 머슴이라네.

부모때는 바보같이 항일투쟁으로 집안말아먹고

자식에게 교육조차 시켜주지 못해 아들놈도 돌머리네

 

빛이 굴절된 시기의 주인과 그 아들네미도 

머슴을 종처럼 부리고..

우리 사람좋은 머슴은 그저 허허허허

가슴속에 비수하나....

 

동네잔치 열려 갔더니 이웃마을 머슴 아들이 면장이 되었네

만취되어 이제 머슴의 세상이 온겨 덩실덩실 춤을 췄네

하지만 먼동이 터올무렵 면장하던 머슴아들 주인집 아들들의

닥달에 면장일 그만두게 되었다네

 

주인은 다 니들 세경 챙겨주기 위해 그랬다 하지만

마음속 비수에 내 가슴이 멍드네

내일이면 주인집 밭에 김매러 가야된다네

그래도 죽지않을만큼 세경주는 주인마님 마음씨

너무도 고왔다네

 

오늘은 주인집 먹다남긴 잔치음식 가져다 아들놈을

주었다네

아들놈은 오랫만에 고기를 보자 횟병이 났는지 밤새 설사

했다네

아마도 고기가 썩었을 것이오. 의원의 얘기에도 썩은고기조차

던져주는 우리 고마운 주인님에 감복했네.

 

이웃 머슴들은 우리도 사람이라 외쳐대지만 나는 이 생활이

만족스럽네

주인집 아버지가 독립운동 하던 아버지를 때려죽인건

아마 머슴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일것을..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네 왜 나를 나으셨나? 그게 그리좋은

일이면 왜 나는 머슴이냐?

 

벌써 주인집에선 잔치가 한창이네 기생도 왔네 며칠만에 죽을상에서

화색으로 얼굴색도 돌아왔네 나도 기분이 좋네 주인의 얼굴이 폈으니..

나는 어쩔수없는 종놈이가보구려..

 

면장하던 머슴아들 울면서 가네 가면서 가면서 이제 니 아버지의

원한을 갚질 못해 미안하다고

이해 못했네 난 주인나리 얼굴색 펴진 것땜에 기분 좋은데

그런데 사라지는 면장 뒷모습에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