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3개월짜리 엄마

ㅇㅇ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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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 받으러 가는 엄마, 따라가는 동백)






 


따라오지마 나도 보여주기 싫은거 안보여 줄 권리 있다고




 


- 엄마 투석이 그게 그렇게 힘들다며, 그냥 이식이 최고래

 




 


​동백아 내가 죽든살든 내 생사는 내가 선택할 권리 있다니까

왜 이래 진짜





- 엄마, 엄마는 죽을 권리가 없어.

엄마는 나랑 딱 7년 3개월짜리 엄마잖아.

엄마 나랑 얼마나 살았는 줄 알아?

어렸을때 7년 이제와서 3달

딱 고거 살았어 그런 엄마가 어딨어?

겨우 7년 3개월짜리 엄마면서 뭐 고깟 보험금으로 나보고 떨어져나가라고? 엄마 고아로 커봤어?

엄마는 내 인생에 매일매일 있었어

매일 매일 수도없이 상처줬어

나 억울하고 약올라서 고깟 보험금으로

퉁 못쳐줘 나 엄마랑 20년은 살아야겠어

그러니까 살아.

살아서 빚갚아 엄마 노릇해!


 



 

망할년.. 사람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해. 왜.





(투석 받는중)

- 엄마 무서워? 내가 옆에 있어줘?


그래서 넌 7년 3개월이 괜찮았어?괜찮았어? 으이구 속도 좋아

- 그럼 엄마는? 엄마는 7년 3개월이 어땠는데?

난 그냥 적금 타는거 같았어엄마는 이번생에 너무 힘들었어정말 힘들었어정말 사는게 벌 받는거 같았는데너랑 3개월을 더 살아보니까아 7년 3개월을 위해서내가 여태 살았구나 싶더라독사맞은 세월도 다 퉁되더라
​- 나는 퉁이 안되는데 엄마는 퉁이 되네



 


(상담 받고 온 틈에 사라진 엄마)




 


(그리고 모텔방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엄마)





- 동백이에게 남긴 편지 -

 

 

동백아 나는 남자보는 눈이 너무 없었어.



술 취한 애비가 지 마누라한테 던진 소주잔에 니 뒤통수가 째졌는데 그때 내가 눈이 돌데.

소주병으로 걔 머리통을 갈기고 나와버렸어.

너는 자꾸 크는데 널 달고 일 할데가 있어야지.





주방 쪽방에서 같이 살게 해준다길래 룸살롱 주방일을 했는데

니가 오빠오빠 소리를 배우더라.

아빠아빠도 못해본 내 딸이 오빠 소리 배운게 그렇게 싫더라고.





 


돌고 돌다 술집 언니들 식모노릇도 꽤 했는데

서른살 먹은 년 지문이 다 닳아빠지게 일을 해도

애하나 키우기가 허덕허덕 하더라고.

근데 자꾸 뛰쳐나와봐야 갈 데가 있나.





 


못먹고 커서 그런가 배고프단 소리를 하루에 골백번씩 하는데

속창아리가 타들어도 어떡해.

그놈에 돈이...돈이 죽어도 없는데

그렇게 여인숙을 전전하다가 딱 한번

정말 딱 한번 서울역에서 너를 안고 잤어.

그리고 결심을 했지. 너를 버려야겠다.





 


​이 모질아, 내 부탁을 제대로 기억했어야지.

고아원에 딸내미 맡기고 온 애미한테

세상에 못할 일이 없더라.

너 고아원 보내고 그 대포집에서

젓가락을 들던 순간 조정숙이는 죽었어.

그냥 너 찾으려고 산 단 마음밖에 없었는데

가난이란게 꼭 아귀 같아서 쳐내면 쳐낼수록 더 달려들더라.

차라리 같이 죽고 말지 못보고는 못살겠어서 널 찾으러 갔는데

그때는 내가 널 버린게 너한테 제일 잘한 일 같더라.

너같이 예쁜 애를 왜 파양했을까?

이상하게 너무 알고 싶더라.




 


근데 겨우겨우 널 찾고 보니까

니가 진짜로 술집을 하고 사는거야 그것도 미혼모로.

정말로 내 팔자를 물려받았나 억장이 무너졌는데

근데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니가 웃어.

니가 웃는거야.

너는 나랑 다르더라고.




 


못해준 밥이나 실컷 해먹이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니가 나를 품더라.

내가 니 옆에서 참 따듯했다.



 

 

이제 와 이런 애기를 너한테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어서야.​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 받은 7살로 남아있지마.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아 훨훨.





7년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 엄마, 엄마 근데 있잖아

엄마 나 속상해서 그러는데

손 좀 잡고 그러면 안돼?

우리는 원래 손 안잡나?

넌 속도 좋다.

내가 그렇게 좋으냐?

- 몰라 엄마 엄마 부르는것도 좋아

그러니까 잔소리말고 옆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