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남과여의 연애 그리고 결혼

ㅇㅇ2023.03.20
조회645
안녕하세요.
고민이 있어 아주 몇년만에 이렇게 네이트판을 오게 되었네요..
(이 긴글을 다 읽으신다면 피곤하실거로 예상됩니다.. 결혼 생활이.. 결혼이 그렇더라고요..)
최근 이혼 고려중이고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는 없습니다.
대략적으로 저희 부부를 소개하자면, 
연애 2년 결혼 1년차, 
나이 저 40, 남편 37 (아이X)남편 직업 회계사무원 연봉 4,000, 저는 중소기업 인사팀 3,600
최근 이혼 얘기가 나오게 된 건 앞서 적어두었듯이 특별한 사건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계기라면 남편과 저녁식사 후 반주를 나누던 중에 서로 결혼생활에 대해 힘든점을 말하기 시작했고, 
서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끝까지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결국 서로 감정만 상한 채 몇 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화 내용을 카테고리? 식으로 정리해보자면,

1. 생활패턴남편 입장 : 내가 워라벨이 잘 지켜지는 회사기에 연애때부터 당신 자취방 살림부터 도맡아 했다. 좋아서 했다. 그런데 당신 직장은 과도한 업무량과 적은 급여를 주는데 계속 다니는 이유가 있냐, 나도 결혼하면 같이 살게 되니 좀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당신은 여전히 일밖에 모른다.주말에 피곤한 사람 붙들고 집안일이며 나들이며 양가 인사 가자는 말도 눈치가 보이니 이게 결혼인가 싶다.
아내 입장 : 과거 오래다녔던 직장이 코로나로 쓰러지며 어렵게 이직한 회사다. 입사때 20명이던 직원이 현재 140명이다. 내 업무 특성상 일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연애때는 그 부분에 대해 당신이 선 넘는 서운함 감정을 과한 말로 표출해도 당신에게 화내거나 기대지 않았다. 나도 노력했다.내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성과까지 냈고 그 다음 회사측에 앞으로 계속 이렇게 과도한 업무량을 주신다면 퇴사하겠다고까지 했다. 회사측은 내 프로젝트를 인정해 팀까지 옮겨줘 당신과 결혼까지 한거다. 당신과 함께 하려 했던 나의 노력은 왜 알아주지 않는지 속상하다.눈치 보지 말고 대화하면 되지 않냐. 내가 눈치를 줬음 모르겠는데 왜 지레 눈치를 보고 내탓을 하는지 힘들다.
2. 가치관남편 입장 : (회계 전공으로 졸업 후 CPA준비를 하다 관련 회사에 알바 간 곳에서 정규직 되고 11년 근무, 워라벨, 복지, 지원금 등 튼튼한 회사)
공부를 하던 중에 관련 회사에서 적당한 업무와 급여에 만족하며 살게 되다 보니 굳이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아도 인생이 행복했다. 젊음을 나름대로 즐겼고 후회 없다.
회계사들이 겪는 고충을 보니 난 이겨낼 자신도 없고 굳이 라는 생각만 들었다.이후 가정을 이뤘지만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어 준비하고 싶은데 연애 때 내가 널 기다려 줬듯이 너한테 이해해달라고 하기 쉽지 않다. 내가 그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 당신은 모른다. 눈치 보인다.
여자 입장 : 우리가 아이를 계획하고 있지만, 당신이 만약 시험준비를 하면 사실 우리가 서로 협의가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그걸 내탓으로 돌리는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때를 놓치고 시험준비를 안 한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면서 한 선택이 모두 맞지는 않으니 그걸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시험 준비 하고 싶으면 아이를 낳지 않고 싶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난 하루 빨리 낳고 싶다.
남편 입장 :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고 당신이랑 이런 대화로 다투는 게 피곤하다.
여자 입장 : 참다가 같은 말 마음 풀릴 때 까지 여러번 반복함.
3. 가정환경남편 입장 : (남편 초3때 시부모님 이혼, 고2때 아버님 암으로 작고, 누님 2명 계시지만 친하지 않음.) 내가 어릴때부터 외롭고 우울함을 많이 겪어 마음 고생한 거 당신한테 보상 받으려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행복으로 그걸 채우고 싶었다. 연애 때도 그것 땜에 너무 힘들었다.그런데 지금 내가 속한 가정의 어디에도 행복이 없다. 
여자 입장 : (아픈 언니 1명, 그런 언니에게 평생을 바친 부모님과 나)결혼때 당신이 내 어려운 재정 상황, 가정 환경등을 다 안아주고 결혼 준비 다 해준거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할 말 없다. 당신 마음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 내가 여유가 없었다.
남편 입장 : 미안하다는 말 지친다.
여자 입장 : 화를 내면 다투고, 접고 들어가면 지친다고 하고 나란 사람이 싫은 거냐. 
4. 돈관리남편 입장 : 웬만하면 내가 다 할 거고, 당신은 용돈 받는 게 좋겠다. 협의가 안될 경우 각출 하자.
여자 입장 : 집 명의도 재산도 다 당신거니 욕심도 없고 무슨 뜻인지도 잘 알겠다. 하지만 나도 가계부 써보고 싶고 1년간 돈관리 해보고 싶다. 돌아가면서 해보고 잘하는 사람이 하기로 하자. 각출은 룸메이트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서로 이혼이 답인건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속에 서로 예민하게 말하고, 좋게 말해도 예민하게 받아 들이게 되더라고요.
늦은 나이에 서로 진심으로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 더 애틋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축약한 내용이 많아서 오해도 살테고 욕도 먹을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냥 간단하게 정답이나 공식처럼

무엇무엇은 좋은 부부무엇무엇이 갖춰지면 좋은 가정
역시 이러이러하면 하면 안될 결혼
이렇게만은 세상이 돌아가지 않고 저도 남편도 늦은 나이에 정말 가슴 뜨겁게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

우리도 보통의 부부들처럼 이런 저런 속 얘기로 서로 상처 줄줄은.. 몰랐어요..
연애때도 솔직히 서로의 흠이 다 보였지만 그거 안고 한 결혼이고, 
어른들 말씀대로 서로 이해하고 접어주고 그렇게 살자고 했었답니다..
제가 이혼을 고민하는 건 남편이 저로 인해 불행한 것 같아 슬프고,
스스로의 만족감이나 행복을 찾을 의지도 잃은 것 같아서 놔줘야 하나 싶어서 입니다.
물론 저도 힘듭니다...
각자가 짊어지고 갈 십자가는 다 있겠지요.
그런데 내가 지치면 옆에서 같이 힘이 되주고 상대가 지치면 그게 내가 되주려고 한 결혼인데요,
요새는 남처럼 대화합니다...
사무적으로..
서로 또 상처줄까봐 눈치만 잔뜩 보고 사랑은 정말 짜게 식었다는 표현이 적당하네요..
연민.. 뭐 그런게 남아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요..
차라리 둘중 누가 바람을 피웠거나, 때렸거나 명확한 이유라도 있음 좋겠는데요...
그냥 안맞는 사람들끼리 억지로 사는걸 우리만 모르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