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길고 무거워요.)
26살 취준생입니다.혼자 참고 산 세월이 너무 길어서 한번쯤 하소연하고 싶어서 계정 만들어봤어요.집에는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고, 친구들에게 많이 맞고자라서 오빠가 너무 싫다는 얘기를 하긴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딥하게 얘기하진 못하겠더라구요.그냥 어디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써봅니다.
우선 저희 집은 아빠 때문에 되게 힘들었어요.아빠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 일을 성실하게 하지도 않고, 수입이 생겨도 혼자 쓰고 집에 돈을 안 줬거든요. 그러다 돈 다 쓰면 집에 들어오고. 술 마시고 엄마한테 폭언도 정말 많이 했어요. 저는 새벽에 아빠가 술주정 부리고 엄마 괴롭히는 걸 자는 척하고 듣고 있다가 아빠가 잠들면 일어나서 엄마 옆에서 이불 펴고 자고 그랬어요. 제가 더 어릴 때는 아빠 때문에 엄마가 한달 넘게 깁스를 하기도 하고.... 아무튼 아빠가 정말 가장의 의무는 조금도 하지 않았죠. 제가 중학생 쯤 되었을 땐 집에 일년에 한번 올까말까였고 지금은 얼굴 안본지 5년은 된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엄마가 고생을 엄청 하셨어요. 저 8살 쯤부터 끊임없이 일하시고 계시고요.엄마 혼자 집을 책임지다 보니까 생계가 썩 좋진 않았어요. 아무튼 이혼 상태가 아니니 아빠의 수입도 소득으로 잡혀서 기초생활수급자 이런게 안됐거든요. 오로지 엄마의 불안정한 수입에 기대서 생활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엄마가 돈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나 자식들 구박하고 때리고 아빠 욕하거나 하지않고 자식들만 보고 성실하게 일하고 키워주신거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저는 성인되고서야 아빠가 정말 한푼도 안보내줬다는걸 알았으니까 말 다했죠. 그 전엔 자식들 교육비 정도는 보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도 자식들한테 하소연 안하고 묵묵히 생계 꾸려오신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오면 아빠는 집에 없고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니 8살 쯤부터 집에 저와 오빠 둘 뿐이었는데요 이때 오빠한테 학대를 당했습니다.처음에는 그냥 손들기 같은 가벼운 체벌로 시작해서 주먹질 매질 폭언....점점 심해졌어요.2학년 쯤부터 맞기 시작한 것 같은데 빰을 때리거나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거나 바닥에 눕혀놓고 등이나 배위에서 방방 뛰거나 주먹질을 하거나..... 맞아서 코피 터지고 눈두덩이에 피멍 든게 한두번이 아니었고요.
때리는 것도 그냥 때리는게 아니라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서 때렸어요.밥 빨리 안삼킨다고 뺨 때리고 이런건 예사였구요. 한번은 학습지 빨리 못푸는게 답답하다며 불꺼진 화장실에 가둬놓고 문제 풀게 만들었는데, 주변이 깜깜하니 문제를 볼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냥 10분쯤 멍하니 있다가 끌려나가서 멍청하다고 맞았습니다. 티비로 만화 보고있는게 재수없다며 티비에서 등돌리고 있으라고 하더니 만화가 끝난 뒤에는 너 나 몰래 봤지? 하면서 때리고요. 컴퓨터로 게임이라도 하면 옆에서 보다가 지금 그 아이템 조준 제대로 못하고 날리면 맞는다고 말도 안되는 협박을 했어요. 못맞추면 진짜 때렸습니다. 한번은 넌 돼지 새끼니까 이제 사람 말 하지말고 꿀꿀로 대답하라고 하더니 자기 아이디에 메일이 몇통왔는지 물어보고 꿀꿀이라 대답하면 못알아듣겠다고 때리고 정확하게 대답하면 사람 말 하지말라고 때리고...정말 말도안되는 이유 붙여가며 때렸어요.
때리는 것 자체도 물론 학대지만 지금까지도 그게 억울하고 화나서 미칠 것 같은건 그런 식으로 사람취급을 안해줬기 때문이에요. 그냥 때리기만 했으면 집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오빠도 어렸으니까 그랬겠지...하고 지금까지 옛날 일을 곱씹지 않았을텐데 제가 너무 싫고 자기 앞에 내가 납작 엎드려서 찍소리도 못했으면 좋겠고 하는 오빠의 그 악의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그걸 그냥 어렸으니까 실수했지하고 넘길 수가 없는거에요.얼굴에 침 뱉고 __로 닦거나, 쓰레기통이나 변기에 넣었던 초콜릿을 먹으라고 던져주고, 알아서 떨어져 죽으라며 베란다에 가둬놓고, 목에 식칼 들이밀며 위협하고, 12살 쯤에는 발가벗고 현관 밖으로 나가라고 한 적도 있어요. 직접 옷 벗기고 제 몸을 보고 그런건 아니지만 그러고 진짜 15분을 맨몸으로 현관문 앞에 세워뒀어요. 그때 오빠는 중학생이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고 끔찍해요.
제가 13살쯤 되어서는 일방적으로 맞는 일은 거의 없어지긴 했어요. 근데 이때 쯤부턴 제가 집안일을 해야했어요. 중학생인 오빠 돌아오는 시간 맞춰서 간식 챙겨주고, 설거지하고. 이게 별거 아닌데 지속적으로 하다보니까 오빠 일정에 제 일정을 맞춰야하고, 제 인생이 오빠한테 종속되어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묘하더라구요. 중학생되고 나서는 더 그랬는데 엄마가 이때 많이 힘드셨는지 주변 분들이랑 여행 가시기도 하고, 아픈 친구분 간병으로 하루 쯤 병원에 묵거나 그런 일이 좀 잦았어서 제가 저녁 차리고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그런 일도 많아졌어요. 오빠 눈치보면서 저녁 몇시쯤 차리지, 오빠 바쁠 때 청소하러 들어가면 싫어하겠지, 오빠 고등학교 등교시간 맞춰서 아침 해야하는데 몇 시쯤 일어나야 하지.....때리는게 줄었다 해도 여전히 기분나쁘면 욕하고 기분나쁜티 팍팍 내니까 눈치 볼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아침 차려놓은거 보고 일어나자 마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냐고 괜히 성질부리거나 그랬으니까. 오빠 간식/밥 해줘야해서 얼른 집가야한다 이런 얘기 계속하니까 친구들도 싫어하고.
그래도 제가 별말없이 집안일했던건 집안 분위기가 이때 제일 험악했기 때문이에요.일단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시기여서,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심적으로 힘드시니 건강도 안좋아져서 길에서 쓰러지시기도 하고 기운이 없으니 자주 앓고 그랬거든요. 위에서 엄마가 가끔 친구분들이랑 1박이나 2박으로 여행가고 그러신 것도 너무 답답해서 그랬던거에요. 그리고 집 분위기 나빴던 다른 이유가 이때 오빠가 고등학생이었는데 엄마랑 자주 부딪혔어요. 둘 다 예민하고 힘든 때다 보니까 소리높여 싸우고 그런일이 잦았거든요. 저는 양쪽 다 힘든 때인게 이해가서 웬만하면 싫은소리 안하고 떼 안쓰고 집안일 했어요. 한번쯤은 시험기간에 집안일 하기 싫어서 여행간다는 엄마한테 싫은소리 한 적 있긴 하지만요. 제가 기억못하는 철없는 짓이 더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긴 해요. 아무래도 저도 사춘기고 어렸으니까 툴툴대고 그랬던 적 있긴 하죠. 이때 그림그리는걸 좋아했어서 뜬금없이 미술 관련 고등학교 가겠다고 한적도 있고 다들 카톡 카스 하니까 소외되는 기분들어서 스마트폰 갖고싶다고 고집부리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도 엄마한테 소리치고 성질부린 적은 없거든요. 다들 사춘기때는 친구들이 편하고 가족들한테 성질낸다던데 저는 학교가서 울고 집에서는 눈치보고 지냈어요. 그래서 친구들 대하는게 오히려 어려워지고.
이런 얘기를 하는건 어쨌거나 저는 가족들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좀 강조하고 싶어서에요. 중학생 때부터 저렇게 참고 살았더니 고등학교가서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졌는지 원래는 활발하고 말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때는 친구한테 다가가는 것도 힘들어서 고3때는 아예 반에 친구를 안만들고 혼자 다녔고요. 집 가다가 울고 자다가 울고 , 맨날 장난인 것처럼 자살 소리 입에 달고 다니고, 아무 이유없이 짜증나고 화나서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너무 무거우니까 어디든 부딪혀서 머리 깨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고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이 좀 심했어요. 근데 집은 반대로 좀 숨통이 트였거든요. 오빠가 대학교 가고나서는 국장 받아서 학비 내니까 학교 수업료가 제 몫만 들어갔거든요. 둘 다 중고등학생일 때보단 좀 나아졌죠. 그래서 뭔가 나도 엄마한테 속마음 좀 털어놔도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나봐요.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나서 엄마는 저한테 오빠한테 자상하게 못 대해줘서 미안하다느니, 우리 둘째(저)는 무슨 걱정이 있겠냐 걱정없어 좋겠다 하는 말을 좀 자주 했어요. 저는 그 말 들을 때마다 진짜 열불나긴 했지만 그래도 오빠가 저를 생각보다 꽤 심하게 학대했다는걸 엄마는 모르고, 제가 집에서 얌전하게 있으려고 노력했으니 엄마 눈엔 별 일 없이 평온한 상태로 보였겠지 하고 이해하려고 했어요. 그냥 그런얘기 안했으면 좋겠다고 몇번 하고 말았죠. 그런데 어느 날 집 가다가 운 걸 엄마한테 들켜서 저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기에 요즘 너무 힘드니까 옛날에 힘들었던 일, 오빠한테 맞은 것까지 생각나고 너무 힘들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엄마한테 오빠가 날 어떻게 때렸다고 직접 얘기한 적은 없지만 5학년 때 수영장 갔다가 허리에 있던 매 자국을 들킨 적이 있거든요. 실제로는 그냥 좀 때린 수준이 아니지만, 아무튼 제가 매 맞은 적이 있다는건 알아요. 그때 엄마가 오빠 혼내긴 했지만 그 뒤에 저를 때린 일이 더 있는지 이런걸 물어보진 않으셨고 저도 말 안했어요. 줄줄이 말했다가 당장 내일 오빠가 절 때리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 때문에. 그래서 이 얘기를 들으면 아 생각보다 좀 심각했구나, 딸이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고 생각해주실 줄 알았어요. 근데 그냥.....제가 고3이라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는거라고만 생각하더라구요.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보지도 않고, 나중에 20살 되니 이제 고3 벗어났으니 괜찮지? 하고 당연히 멀쩡해졌을거라고 단정해서 말하는게 정말......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나는 힘들어도 가족들이 말 못하는 사정이나 심정도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참고 살았는데 그런 내 노력은 하등 쓸데없고 엄마 눈에 나는 그냥 아무 고민없이 무난하게 살아온 막내구나 싶어서.
배신감이 말도 못했어요. 원래 배려라는게 대가를 바라고 하는게 아니라지만 가족으로서 어떤 이해를 바라는 게 당연한 사람 마음이잖아요. 그리고 사람 관계라는건 원래 상호간의 이해와 존중으로 이루어지는거니까. 한쪽만 상대를 신경쓰는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빠가 저를 때렸어도, 엄마가 힘든시기에 까칠하게 대해도 당장 온 가족이 힘든시기에는 티내지 않으려고 애썼단 말이에요. 그러니 엄마가 알아서 제 마음을 눈치채주진 않더라도 제가 말을 꺼내면 아 너도 힘들었겠구나 하고 공감은 당연히 해줄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전혀 아니었네요.
그래서 성인 된 뒤에는 아주 참고 살진 않았어요.한번은 오빠가 저한테 옷가지를 집어던진 적이 있었어요. 엄마랑 오빠가 또 별거 아닌 일로 목소리가 높아지길래 한숨 쉬었는데 거기에 오빠가 순간 열받았는지 바로 던졌거든요. 저도 눈깔 돌아가서 그 옷 뭉치 그대로 집어던졌어요. 오빠가 뭔데 나한테 이걸 던지냐고. 이 집에서 화난다고 이렇게 폭력적으로 구는 사람 오빠밖에 없다, 전에도 성질난다고 유리창 깨고 그랬으면서 또 이런짓 하냐고 따졌어요. 제가 엄마있는 앞에서 소리친게 정말 드문 일이라 그제서야 잘못했단 자각이 드는지 잘못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웃긴게 사과를 어떤 수단으로 써요. 화법이 내가 이건 잘못했는데 그래서 네 잘못은 없어? 나는 인정하는데 너는 뭐하는데? 하는 식이에요. 내가 옷 던진건 잘못했지만 네가 그런 식으로 한숨 쉬는건 사람을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짓이라며 제가 항상 오빠를 사람취급을 안한다며 아주 천인공노할 잘못을 한 것 마냥 얘기하더라구요. 한숨 쉬는게 기분나쁠 수도 있죠. 근데 자기는 기분나쁘면 욕지거리도 하면서, 심지어 옷 집어던지면서 폭력적으로 굴었으면서 한숨쉬는게 더 나쁜 일인마냥 말하는게 맞나요? 전 오빠보고 욕한 적도 없고 심지어 "너" 라고 지칭해본적도 없어요. 따박따박 오빠라고 불렀지. 이 상태에서 딱히 진심으로 뭐 사과하고 화해하고 하고싶지도 않아서 어영부영 전 한숨안쉬고 오빠는 폭력적으로 굴지않는걸로 얘기하고 넘어갔습니다.
이때 이후로도 오빠랑 부딪힐 일이 있을 때마다 안 참고 같이 소리지르면서 싸웠어요. 그러면서 오빠는 여태까지 날 때린건 사과한 적도 없으면서 왜 내가 오빠한테 상냥하게 굴길 바라냐 이런 얘기가 오갈 수밖에 없었는데 오빠가 그러더라구요 엄마가 너랑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나도 많이 힘들었다, 내가 널 때린건 결국 내리갈굼이다 대충 그런 얘기. 참고로 이 얘기 하면서도 저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는 안했습니다. 미안하단 말을 하는건 그래서 난 내 잘못 인정했는데 네 잘못은 없어? 하고 반문할 때뿐이고 진짜 잘못한건 사과 안하더라구요. 아무튼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은근히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것도 웃기고요. 엄마가 오빠가 첫째고 아들이라 엄하게 군게 있다고 저도 생각해요. 근데 그래서 어쩌라고요. 저는 둘째고 딸이라서 억울한 일이 없나요? 부모가 유독 자식 한명 편애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 맞아요. 근데 그게 우리집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딸이라서 집안일 도맡아 했고, 막내딸이니까 가족들 힘든거 이해해주고 부드럽게 굴길 바랐다고요. 취업은 저보다 오빠가 더 잘돼야 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남자 기죽는다고. 엄마랑 오빠가 자주 부딪히긴 했지만 그건 둘 다 어느 한쪽이 안굽히니 그런거고, 엄마랑 제가 안싸운건 제가 따지려고 안들고 가만히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막내딸이니까 유하게 대해주신 것도 있겠죠. 근데 전 얘기할 거 있으면 화나서 하는 얘기로 들리지 않게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엄마가 안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나름대로 순화해서 말하려고 노력했으니 목소리 커질 일이 없었던거 아닐까요.
그런건 생각도 안하고 나는 엄마랑 자주 부딪혀서 힘들었고 어쩌고 저쩌고. 엄마가 오빠를 굶긴 것고 아니고 죽으라고 집밖으로 쫓아낸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만약 엄마가 오빠를 정말 학대했다고 해도 동생 사람취급도 안하면서 때리고 인격 갉아먹은게 당연한 일이 되나요? 무슨 이유든 폭력을 행한건 오빠 본인인데요. 제가 그걸 마땅히 이해해줘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아직도 이 논리를 이해못하겠습니다. 집안꼴이 말이 아니니 자기도 힘들었겠죠. 근데 어떤 상황이든 결국 화풀이를 넘어선 학대 수준의 해를 가한건 본인이고, 설령 그때는 어려서 자제가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지금은 그게 잘못되었다는걸 인지하고 저한테 사과를 하는게 맞는 일이 아닌가요.
자기는 나름대로 노력했답니다. 오빠나 저나 대화도 안하는 사이인데, 둘 다 성인되고 나서는 나름대로 분위기 풀어보려고 저한테 호의적으로 말을 걸었대요. 근데도 안받아준건 저니까 지금 우리 사이가 나쁜데에는 제 잘못도 있지 않냐고요.근데 그 호의적인 대화 저는 기분 나빴고 애초에 몇 번 되지도 않습니다. 한달이라도 매일 꾸준히 저한테 말걸고 신경쓰는 모습 보여줬더라면 저도 아 오빠가 이제 좀 잘해주려고 노력하나보다 생각했겠죠. 근데 어쩌다 한번씩 말걸어서 하는 말이 "너 알바 같이하는 친구는 왜 개목걸이(초커) 하고있냐", "네 친구는 무슨 머리를 파란색으로 염색했더라.", "너 지금 게임하는거 펫이 알아서 물약 먹여줄텐데 왜 자꾸 죽냐" 이런 얘기면 제가 과연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시비거는줄 알지. 그리고 제가 참아온 세월이 10년이 훌쩍 넘는데 고작 말 몇 마디 걸었다고 왜 받아줘야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사과를 먼저하는게 순서아닌가요. 저는 10년 넘는 세월동안 혼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이미 다 하고 그냥 오빠와의 관계를 포기했어요. 그런데 뒤늦게 이제서야 아 좀 친하게 지내볼까 하고 다가온들 제가 무슨 감흥이 있나요.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저도 고민했을테지만 그게 아닌데 제가 그 어떤 고민이나 진심도 보이지 않는 행동을 받아줘야할 이유가 있나요?
엄마도 이젠 제가 생각보다 더 우울하고 힘든 상태라는 걸 알아요. 근데 그래도 저를 이해해준다는 생각은 안들어서 별로 의지는 안되네요. 엄마랑 사이가 나쁜건 아니에요. 같이 외출도 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친합니다. 근데 심적으로 의지가 되지 않는건 어쩔 수 없네요. 그동안은 좀 힘들다는 이야기를 꺼내려 해도 엄마는 너보다 힘들었는데 괜찮아졌다, 그래도 이겨내야지 하면서 제 일을 좀 별거 아닌 것처럼 느끼시는 것 같았고, 오빠랑 제 사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고서도 오빠한테 쓴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빠가 저한테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아니 저렇게 문제를 해결하려 해주려고 할 필요도 없고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하다, 많이 힘들었겠다 이 얘기만 해줘도 마음이 풀렸을텐데 그냥....저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제가 당장 오빠 쫓아내고 호적에서 파내라는 것도 아닌데 그냥 힘들었다는 사실만 좀 공감해주면 안되나 싶은 원망이 드네요. 정신과 다니는 것도 그 약이 효과가 있긴하나 하고 탐탁치 않아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냥.....더 기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이젠 허탈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이해하고 참으면 나중에 우리 생활이 좀 편해지면 가족들 다들 서로 미안할건 인정하고 사과하고 이해해주는 순간이 올거라고 기대했어요. 근데 저만 속 문드러지고 아무것도 해결된게 없네요.저는 어릴 때 나서는걸 좋아해서 말 많고 친구 많고 그랬어요. 말 하는걸 잘해서 토론하고 발표하고 이런거 도맡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 많은 데서 발표하려고 하면 목소리가 벌벌 떨리고, 사람 사귀는게 어려워지고, 나를 싫어하나 끊임없이 눈치보고 그렇게 됐어요. 자존감이 바닥입니다. 나만 이렇게 된게 가끔 억울해요. 모든 걸 가정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서 스스로 좀 피해망상이 아닌가 싶다가도 어느순간은 또 그게 아니면 내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성격이 바뀔 이유가 뭔가 싶어서 화나기도 하고. 사람관계에 어떤 명확한 해결책이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누가 내가 바라는대로만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고 서로서로 타협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게 맞겠죠. 근데.....그래도 한번쯤은 그냥 제 말이 다 맞고 너무 고생했다는 말 들어보고 싶네요. 오빠는 그냥 누구 하나 독립하는 순간 남남으로 살겠다고 혼자 생각중이지만 아직도 엄마와는 언젠가 이해하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원망하기도 하지만, 처음에 썼던 것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자식들한테 최선을 다한걸 알아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새벽감성으로 말이 길어졌습니다.두다다 쓰다보니 말이 안맞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려니 해주세요.이렇게 자세하게 누구한테 얘기해본 적은 없는데 뭐라도 써보니 좀 낫네요.
읽어주신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
댓글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정성스럽게 써주셔서 놀랐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하나하나 답글을 달까 하다가 비슷한 말만 반복할 것 같아서 그냥 본문에 내용을 좀더 달았습니다.
댓글로 알려주신거 어렴풋이 알면서도 외면했던 문제들인 것 같아요.언젠가 아빠를 부양해야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해봤었고, 오빠가 내 말을 안들으니 엄마한테 아예 다 털어놓고 어떤식으로든 해결해달라고 하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근데 정말 생각만 하고 그렇게 하자고 밀어붙이진 못했네요. 댓글 읽어보고 깨달았습니다. 이건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다 듣고도 엄마가 내 편을 온전히 안들어주는 상황이 오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엄마가 분명 저를 안쓰럽게 여기긴 하는데 그렇다고 오빠가 잘못되었다고 딱 잘라 얘기해줄 것 같지도 않다고 내심 느꼈거든요.... 알면서도 그래도 가족인데, 하는 기대감 때문에 아예 돌아서지도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굴었네요. 한편으로는 내가 나만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에 매몰되어있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구요.
그래도 다들 제가 잘못한건 없다고 해주셔서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좀 더 나은 상황이 되고싶으면 행동하는게 맞는데 자꾸 미련이 남아서 어정쩡했어요.앞으로는 애써 가족들 신경쓰지 말고 그냥 제 몸과 마음이 편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만 생각해보겠습니다. 노력해볼게요. 알려주셔서 다들 너무 감사해요.....
정신과도 권유해주셔서.....작년까지 1년 좀 넘게 다녔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상태가 심하긴 했지만 성인된 뒤론 그때만큼은 아니라서 만성 우울증 진단받았고, 성인 ADHD도 조금 의심된다고 하셨어요.약물치료를 받았었는데 이게 어떤게 우울한 상태고 어떤게 정상적인 상태인지 구분이 안간다고 해야하나.... 약을 먹어도 체감되는게 없다보니 사실 내가 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서 차이를 못느끼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제가 유난떠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안 간지 몇 개월 됐습니다. 그만두기 전에 의사선생님께 그 상황을 설명드리고 상담받는게 맞는데 그냥 냅다 끊어버렸네요. 병원 다니면서도 어디까지 얘기해야하는지 몰라서 빙빙 돌려 얘기하고 약 부작용 있는지 없는지만 딱 얘기하고 나오고 그랬어서....심적으로 안정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좀 더 치료 의지를 가지고 병원도 다시 다녀볼게요.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 있었던 분도 계시던데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행복해져요.댓글 달아주신 분들 다들 정말 평안하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