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바람피고 있어 물증은 확실해

쓰니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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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바람을 펴. 피는 것 같은게 아니라 정황이 확실해.

우선 나는 디자인 계열에서 일을해. 그래서 보통 내가 아빠 수업 자료를 만들어주는데(이곳저곳 강의 다니심) 그날도 피피티 만들려고 이전에 만들어 뒀던 거 찾아보고 있었어. 참고하려고.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아빠자료 저장하는 폴더에 들어가서 찾다가 그 파일을 클릭하게 된거야.

내용은 기념일에 연인에게 이벤트 해주는 느낌으로 구성돼 있었어. 요즘은 편지를 그렇게 전달하나봐.
실물이 남으면 안되니까? 파일엔 이미 여름 사진 봄 사진 많아서 오래된 사이인거 알겠더라고.

아빠는 예전에도 한번 바람핀 적 있다더라. 내가 첫짼데 나 태어나자마자 질려서 ㅋㅋㅋ 바람폈대. 엄마는 이혼하려고 그랬는데 친정 사정이 너무 힘들어서 외조부모님께 알리기가 힘들었나 봐. 그리고 그때 내가 너무 어려서 이혼 안 하고 여태 살았어. 아빤 그 이후로 가정에 충실하게 잘 살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척이지.) 동생도 둘 있어. 둘 다 성인 되려면 5년은 넘게 남았고.

아무튼. 예전에 바람 폈던 건 엄마가 얘기해줬는데 아빠한텐 조용히하고 나만 알고 있으라고 했어. 그러면서 한 번만 더 걸리면 끝이라고, 진짜 끝이니까. 불륜을 할거면 들키지 말고 하라고 그랬대. 근데 나한테 걸린 거지. 아직 누구한테도 말 안 한 상황이야.

나는 동생들이 상처받길 원하지 않아. 엄마한테는 얘기할 수 있거든? 근데 엄마가 알게 되면 (그래도 일단은) 분노할 테고 (엄마가 성격이 좀 불같으셔.) 정말 끝이랬으니까 이혼할지도 몰라.

티비 보면서 바람은피면 끝이지 나는 절대 용서해줄수없어 라고 늘 생각했고 정말 싫어했는데. 막상 실제로 부모님의 이혼을 생각하니까 현실적인 상황이 더 눈에 보여. 가장 먼저 상처받을 게 동생들이라 너무 속상해.

그래서 머릿속이 참 복잡해. 여기서 나만 참으면 아무도 모를 일이잖아. 내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면 끝나는데.. 근데 또 내가 모르는척 넘어가면 아빠는 계속 그 여자 만날 거 아니야. 동생들은 신경도 안 쓰고. 일하러 간 줄 알았던 것도 다 그 여자 때문에 자고 온 거더라고.

솔직히 말해서… 아빠는 자꾸 일 핑계로 밖으로 나도는데 생활비도 제대로 안 줘. 그것 때문에 (원래 맞벌이기도 했고) 엄마는 동생들 챙기면서 일하시느라 몸도 성치않거든. 나도 내 돈벌이는 하는데 생활비에 보탤만큼은 아니야. 아직 대학생이고.

너무 고민이 많아. 여기서 내가 말하면 이혼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럼 동생들은 상처받잖아. 이혼하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동생들 모르게 조용히 싸울 사람들이 아니라서 무조건이거든. 동생들은 아예 모르게 하고싶은데.. 아..

근데 말하지 않아도 이미 동생들은 방치되고 있어서.. 여행 한번 제대로 못 가보고, 아빠가 싫어하는 집구석에, 둘만 남아서 아빠가 그 여자한테 말한대로 구질구질하게..그렇게 살것같아. 둘 다 동생들이 힘든 건 마찬가지야. 이 상황은 내가 더 속상한것 같기도 해. 아빠가 바람핀다는 걸 몰랐을 때도 부러 동생들 데리고 놀러가고.. 산책하고.. 맛있는거 사다주고 했는데. 근데 이미 막내가 한번 자해를 했거든.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내가 온전히 신경쓰지 못하는날이 오면 그땐 어떻게 될까 불안하고.

근데 내가 이야기를 하든 안하든 아빠는 그 여자랑 헤어졌으면 좋겠어. 내가 참고 아무 이야기도 안 하면, 아빠는 모르는 줄 알고 계속 그 여자랑 사귈 거 아니야.

첫날에 그 파일 보고 속 뒤집어져서 인터넷부터 뒤졌어 다들 어떻게 대처하는지. 근데 나처럼 발견한 경우가 없어서 미치겠더라. 여자 얼굴은 너무 대놓고 사진 속에 존재하는데 이름도 못찾겠고 대충 어떤사람인지도 감이 안 와. 여자한테 연락해서 헤어지게 하라는데 찾기가 너무 힘들어.. 아빠 휴대폰은 경계가 너무 심하고. 만약 찾는대도 내가 뭐라고 얘기를 해야 헤어지지 이런 고민.. 절대 안 헤어진다그럼 어떡하지.. 이렇게 고민하면서 자꾸 나만 갉아먹고 있네.

이틀동안 아빠를 관찰했더니 바람이 확실하더라. 휴대폰 숨기는 거. 몰래보는 거. 은근슬쩍 애들 다 성인 되면 손 뗄것처럼. 같이 안 살 것처럼 말하는 거. 그걸 이제야 알았어. 원래 아빠 성격인 줄 알았는데…

아.. 정말 나 어떡해야 할까. 조만간 아빠가 그여자 사는 곳으로 또 일하러.. 가는데 아마 자고 올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