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순이 #7

독백2004.03.12
조회478

벙어리 삼순이 # 7

 


"무, 무슨일이야? 왜... 다시 왔어?"

 

삼순이는 말없이 옷을 건냈다. 좀전까지 입고 있던 원피스를 벗고 처음 만났을때 입고 있던 옷
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뭐 어쩌라구?"
"......."
"이거 줄라구? 됐어. 갖고가- 내가 이딴거 가져서 뭐해. 너 입어 그냥-"
"......."

 

그래도 옷을 주고 가겠다는 듯  그자리에서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근데 왜 내 눈을 안보
는 건데?

 

"됐다구! 필요없으니까 갖고가! 갖고가기 싫으면 버려버리던가-!"

 

문을 쾅 닫고 거실로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삼순이가 들어오는 듯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내가 준건 갖고 가기도 싫어?"
"......."
"왜 여자들은 하나같이 선호만 보면 좋아서 안달을 하냐? 너도 그런거지? 선호자식이 그렇게
좋아?"
"......."

 

그리고 내게로 좀전까지 삼순이가 들고 있던 원피스가 날아왔다. 삼순이가 감히 내게 옷을 집
어 던졌다.

 

"야!!!! 뭐하는 짓이야!"

 

삼순이는 울먹이며 내눈을 쏘아보곤 집에서 뛰쳐나갔다. 뭐야. 뭐하자는거야? 왜그러는건데-!
니가 좋아서 가는거잖아. 근데 왜 그런눈으로 보는거냐구!!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난 삼순이를 만나기 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고, 승민이 자식과
클럽을 다니며 다시 찾은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포켓볼 천재 황보신우씨로 돌아오셨군!"
"훗! 연한거 아냐? 이 게임에서 지는 사람이 오늘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술값 다 내기다. 어때?"
"좋지!!"

 

"오-오오-!!"

 

내말에 신이난듯 클럽내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사람들은 우리 주위로 몰려들었다.

 

"카드 꺼내놔라. 한승민!"
"내가 할소리!"
"이번에 내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넌 날 이길수가 없거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거고, 공은 쳐봐야 아는거지! 뜸들이지 말고 얼른 치기나 하시지?"
"한승민 아직 분위기 파악이 안된다 그거지?"

 

내가 자세를 잡자 주위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나에 작은 행동에도 민감
하게 반응했다. 후훗. 한승민 넌 이제 끝이야. 술값이나 계산할 생각 하라구!
그리고 내 주머니속에 있던 핸드폰이 작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진동...

 

"아씨-발. 누가 전화질이야?!"

 

주머니속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어 당구대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승민이 자식이 내 핸
드폰을 들어올리며 내게 말했다.

 

"야- 변태아저씨네-"
"뭐?누구?"
"알렉스아저씨라고!"

 

난 알렉스란 말에 굽혔던 허리를 펴며 핸드폰을 빼았아 열었다.

 

"여보세요-"
"어- 신우야. 옷 완성됐다- 너무너무너무 큐티해. 어쩌면 이렇게 잘나왔는지-"
"무슨 소리하는거야?"
"왜 승질을 부려-!! 저번에 왔던 그 촌스런 아가씨 옷하구 니 겨울코트 완성됐다구!"

 

촌스런 아가씨... 삼순이의 옷... 그걸 잊고 있었다.

 

"그냥 둬-"
"뭐?"
"그냥 두라구!"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야? 빨리 해달래서 다른 손님거 다 미루고 만들었는데!"
"내가 언제 빨리해달랬어?!"
"아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 니가 되는대로 해달랬잖아. 그게 빨리 해달란 소리지 뭐야?!"
"됐어. 됐으니까 그냥 두라구!"
"얘가 왜 이렇게 승질을 부려?"
"아씨- 끊어!"
"야-- 황보신우-!!!"

 

-툭-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잊고 있던 삼순이... 아저씨때문에 삼순
이가 다시 생각이 났다. 때문에 난 좀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포켓볼 천재 황보신우
가 아니었다. 아니 난 지금 이 게임자체에 집중을 하고 있지 못했다.

 

"자- 얼른 결판을 내자구-"

 

"오오오-"

 

주위 사람들의 환호속에 난 다시 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내가 친공은 보기 좋게 엇나가고 말았
다.

 

"이야- 내가 뭐라고 했어? 어?! 이게임은 이제 내가 이긴거나 다름없다구!"
"쉣!"
"자. 카드나 꺼내 놓으라구-!"

 

승민이 자식이 허리를 숙여 자세를 잡았고, 승민이나 게임은 전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
문에 난 승민이 자식이 공을 치건 말건 걸려 있던 내 자켓을 들고 그곳을 걸어나갔다.

 

"야임마-! 어디가는거야? 너 이자식 질 것 같으니까 도망치는 거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급히 차에 올랐다. 그리고 자연스레 난 강남에 있는 아저씨의 샵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 올 것처럼 그러더니?"
"옷이나 내놔."
"저기 있어."
"차에 실으라고 그래-"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샵 매니저가 옷이 든 상자를 들어 밖으로 나갔고, 아저씨는 웃으며
날 보았다.

 

"도대체 무슨사인데 그래?"
"뭐가 알고 싶은데?"
"나 너 안지 십년 넘었어. 프랑스에서 있을 때 부터 주욱 봐왔고, 근데 내가 널 모를거 같아?"
"쓸데없는 소리 마."
"니가 말하기 싫다면 할수 없지. 아참. 코트 한번 입어 볼래? 디자인이 너무 잘나왔어-"
"됐어. 그냥 같이 차에 실어."
"......."
"얼마야-?"
"계산해줘-"

 

아저씨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았고, 코트도 입어보지 않았기에 화가 난건지 옷을 싣고 들어
오는 샵 매니저에게 계산을 맡기곤 안으로 들어갔다.

 

"예. 여기 싸인 부탁드립니다."

 

대충 싸인을 하고 샵을 나왔다. 평소같았으면 아저씨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장난도 치고 비밀
얘기도 해줬을텐데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나질 않았다. 그저 지금 내차 뒷좌석에 하
나 가득 실린 저 옷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리고 내 차는 어느새 선호의 집앞에 멈춰있었다. 왜 여길온거야?
다시 차를 돌리기 위해 후진을 하려던 중 룸미러에 비친 뒷좌석에 쌓인 옷상자들이 눈에 띄였
다. 때문에 난 그대로 차를 주차시키곤 문을 열고 옷상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딴걸 들고 널 찾아가야 하는거야?!"

 

앞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 팔목위로 높이 솓은 옷상자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조차
힘에 겨웠다.

 

-딩동-

 

안에서 대답이 있을리 없었다. 벙어리 삼순이.

 

"나야- 문열어!"

 

그새 내 목소리도 잊은건지 아니면 안에 정말 아무도 없는건지 정말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야! 문열으라고! 삼순이 너 문 안열어?"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 삼순이란 말에 털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조금 열린 현관문 틈으로
얼굴을 빼곰히 내민 삼순이.

 

"빨랑 문이나 열어!"

 

내 팔목위에 있는 옷상자를 보고 놀란 듯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곤 얼른 문을 활짝 열어 제쳤
다.

 

"아씨- 팔아파 죽을 뻔했네. 젠장. 뭐가 이렇게 무거워?"

 

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집어 던지듯 소파에 우르르 내려놓고는 양쪽팔을 털어댔다. 게다가 내
자켓에 생긴 구김 자국들때문에 내 양 미간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뭐하고 있었어?"
"......."
"선호는 병원갔어?"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은?"

 

삼순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안 먹었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안먹었어?"

 

내 말에 삼순이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좀 늦었지?"

 

삼순이가 문을 열자 선호가 뛰어 들어왔다. 마치 신혼부부의 대화 인냥...

 

"둘이 사귀냐? 잘 노네?"

 

"어? 신우야?"
"왔냐?"
"갑자기 무슨 일이야?"
"무슨일은..."
"근데... 저게 다 뭐야?"
"양장점에서 보낸 거지."
"양장점? 알렉스 아저씨네?"
"어."
"근데 이게 다 왠거야? 니꺼는 아닐테고 내꺼야?"
"이런...."
"후훗. 농담이야. 우와- 이거 여자옷이네?"

 

선호는 가장 위에 있던 상자 하나를 열어 옷을 꺼내 들었다. 물론 패션 감각이야 뛰어난 나였지
만 저런 어린여자애 옷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어떤건지 별 느낌이 없었다.

 

"이것도 여자옷. 이것도?"
"......."
"이거 다 삼순이꺼야?"
"......."
"뭐야? 왜 삼룡이가 됐어?"
"이 자식이!!"
"하하하. 근데 정말 이게 다 뭐냐구?"
"아씨. 우리집에 있는데 옷이 하나도 없잖아. 그래서 아저씨한테 몇벌 만들랬더니 저렇게 오버
를 했네. 젠장."
"오버 정도가 아닌데? 이게 다 몇벌이야? 겨울 내내 입어도 되겠다."
"조용하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어?"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갑자기 왠 저녁?"
"내가 쏜다고. 저녁먹으러 가자구!"

 

선호는 내 말에 대답을 하기전 삼순이를 보았다. 뭐야? 둘이 주고 받는 그 눈빛에 의미가 뭔데?

 

"오늘은 좀 그런데?"
"왜?"

 

선호는 역시 대답대신 눈빛으로 주방을 가리켰다. 가스렌지위에서 끓고 있는 냄비와 식탁 위에
차려진 반찬들. 삼순이는 저녁을 하고 있는 거였다.

 

"허. 그래서 집에서 먹겠다구?"
"그래- 삼순이가 열심히 차렸는데- 내일 먹을 수는 없잖아?"
"참나-"
"너도 먹고 갈래?아니 먹고 가라-"
"됐네- 미쳤냐? 내가 언제 저런 음식 먹냐? 음식이냐고 다 촌구석 음식같아서는. 간다-"

 

뒤돌아서 손을 들고 현관문을 나왔다. 젠장. 아무도 안 잡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괴롭혔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갈까? 아니면 좀 화난척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으면 둘이 대충 상의하고 날 따라나올까? 등등... 하지만
후자쪽은 좀 불가능한 일일듯 했다. 천하에 황보신우. 좋다. 한번만 굽힌다.

 

"야-"

 

정말 짧은 오분 이었다. 그런데 안은 그새...

식탁에 앉은 삼순이와 선호. 뭐야? 내가 가길 정말 바란거냐?

 

"어? 안갔어?"
"야, 야 그, 그게-"
"에이- 들어와- 들어와서 저녁 먹구가- 이 된장찌게 무지 맛있다!"
"미, 미쳤냐? 내가 그딴걸 먹게? 내, 내가 왜 왔냐면... 그...건..."

 

그리고 내눈에 들어온 커다란 상자. 오호라. 저것이 내 코트렸다!


"내, 내옷을 두고 갔어. 내가-"

 

난 부랴부랴 거실로 걸어들어가 큰 상자 뚜껑을 열었다. 다행히 안엔 내 코트가 들어있었고, 선
호와 삼순이는 내 옷엔 별 관심이 없는 듯 그저 다정한 신혼 부부처럼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가, 간다?"
"어- 그래. 먹고 가면 좋을텐데..."
"돼, 됐다니까-? 갈거야!"

 

뒤돌아서는 날 한번만 더 잡으면 식탁에 앉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래 그럼. 잘가구-"

 

쉣! 김선호 저자식!! 그래 너네 둘이 배터지게 잘 먹어라!

 

-쾅-

 

문을 부술듯 닫아 제꼈다. 차라리 부숴졌더라면 놀라서 둘다 뛰쳐 나올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생각에... 하지만 이게 만화도 아니고 그럴리 없었다. 젠장 망할 것들! 아무도 안 잡냐? 엘리베
이터에 타기위해 버튼을 눌렀다. 1층, 2층, 3층... 8층 띠리링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
리고 낯익은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왜 하필!

=============================================================================

오늘도 끝나는 즉시 쏜살같이 달려와 주르륵~쓰곤 저녁을 먹고 후훗. 피자를 또 먹고...ㅎㅎ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에고... 어쨌든 요즘은 8시간을 꼬박꼬박 자기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시 잠을 줄여야 겠네요. 관심 감사드립니다. ^^ 내일은 주말이니까 쉬고, 월요일에

올릴게요~그땐 많이~ㅎㅎ 그럼 즐거운 금요일 저녁 &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