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에 대해 속고 있었구나

ㅇㅇ2023.03.29
조회2,483



입덧에 대한 정확한 묘사, 표현, 설명이 의외로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미 대중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부'계층은 그것이 무언지 알고 있고

남편 계층은 몰이해 혹은 굳이 남에게 내 마누라 얘기 하기 싫어! 인듯하며

젊은이들이 그걸 알면 애 안낳으려고 할까봐 기성세대들이 비밀로 감추고 있는게 아닐까? 

 

입덧을 미혼의 여성들에게 설명해주고 싶다.

출산의 고통에는 입덧이 들어가있다고 이게 결코 만만치 않다고.

어쩌면 애가 나오는 당일보다 더 참기 힘든게 입덧이라고

멱살을 잡고 코 바로 앞에대고 따박따박 경고해주고 싶어.

고통의 정도를 보면 출산보다 아프지 않다. 당연히 안아프다.

하지만 지긋지긋함은 출산을 가볍게 넘어간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출산 당일 아침까지 구역질과 오바이트를 했다는 사람도 있고

입덧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갔어요~ 하는 럭키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나는 입덧을 시작했다. 고로 럭키맘은 될 수 없다.

내 앞에는 짧게 끝나주던가 아니면 길게 가던가 둘 밖에 없다.

그런데 모른다. 어떻게 끝날지 언제 끝날지 확신을 할 수 없다.

난 두달 이상 절대 하지 않을거라는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

 

좋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때 사람들은 얼마남았어? 부터 묻는다.

지루한 여행길이나 신체의 아픔이나 압박스러운 시험을 치루는 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넘겨다 보게 된다.

근데 입덧은 그 앞이 안보인다.

 

그리고 구역질.

티비에서 예쁜 탤런트가 입을 감싸 쥐고 "욱! 욱! 어머 나 임신인가? 꺄르르르" 하는 것..

죽여버릴까부다... ㅆㅂ

 

대한민국은 음주공화국이니 많은 사람들이 숙취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숙취는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때 술 냄새만 맡아도 쏠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속에서부터 끌어올리듯 쿠에엑 하고 토하게 되기도 하지.

그떄 올라오는 술냄새에 또 역겨워져서 다시 토하고 위액도 토하고 그러다 피도 토한다.

아무리 애주 애연가라고 해도 그 순간에 술이나 담배는 단어만으로도 역겹다.

입덧이란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하루걸러 한번씩 술을 즐기는 나였지만 술이라는 단어조차 짜증난다.

바로 저 숙취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떄문인거야.

술도 싫고 담배 냄새는 죽여버리고 싶고 좋아 그건 좋다고.

 

문제는 밥도 싫다.

대부분의 음식이 싫다.

임신한 여자가 말하는 음식냄새가 싫고 역겹다는 것은

이빠이 취한 다음날 머리는 쾅쾅 울리고 온 몸은 알콜때문에 아직도 비틀대는데

숨 쉴때마다 술냄새가 올라오고 물 한모금만 마셔도 바로 변기 끌어안고 토해버리는 상태의 사람에게

자 한잔 하라고~ 하면서 소주를 맥주잔에 가득 부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억지로 입에 대고 입벌리라고 강요하면 당신은 틀림없이 다시 변기에 고개를 묻고 

위 저 밑바닥에서부터 식도를 긁어올리는 소리를 내면서 토하게 될 것이다.

 

입덧하는 여자의 구토는 그런 것이다.

귀엽고 깜찍하게 '욱! 우욱!' 요따위 보호본능 강조하는 리액션이라니 제길 꺼져버려!!

그래서 입덧을 하는 여자들이 살이 빠지고 피까지 토하고 식도역류로 위염 식도염에 걸리고

심하면 먹지못해 유산기가 돌아 입원을 해서 링겔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입덧이 가끔 속이 안좋아지거나 하는 건줄 알았다.

먹기싫은 음식 냄새 맡으면 속이 안받는것이라고만 생각했다.

24시간 계속 속이 안좋다가 음식냄새나 기타 냄새에 

급성으로 저런 숙취 100% 상태로 돌입해서 토하게 되는 건줄 몰랐다.

게다가 두통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이냐.

입덧에 두통이 껴들어온다는거 미혼 중 몇명이나 알고 있을거 같아?

난 속았어! 속았다고!!

 

내가 워낙 술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숙취라는 것도 꽤나 경험을 했었고

덕분에 술을 조절해서 마시는것은 능숙하다.

절대 숙취의 덫에 걸리지 않게, 그러나 맥시멈으로 술을 즐기는 요령을 터득해서

안전빵으로 잘먹고 잘살았다.

 

하지만 입덧은 어쩌란 말인가 ㅠㅠ

이건 정말 도망갈 수가 없어.

누군가 한사람 만이라도 지금 나의 글처럼 입덧을 제대로 표현해줬다면

난 임신을 다시 생각....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각오라도 제대로 했을텐데

내가 숙취를 멀미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배멀미 하듯이 머리도 어지럽고 역겹고 토하고 토하고 토하고...

이 배에서 내리고 싶어도 도착지가 어딘지 언제 도착하는지 알 수도 없고..

 

가만히 보면 난 입원할 정도는 아닌데

그런데도 이렇게 미치겠는데.. 배고파 죽겠는데 먹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좋아하던 해산물은 쳐다보면 숙취100%로 돌입할 것같고

맨밥도 역겹고 숨이 턱턱 막히고 빵도 싫고 

그나마 어제는 삶은 감자로 뜻하지 않게 원푸드 다이어트를 했지만

오늘은 감자도 싫은 느낌이 들어서 못먹겠어.

먹고싶은 것만 골라먹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는데

먹고싶은것이라고 떠오르는게 고작 삶은감자에 오렌지 주스따위 일줄 몰랐다.

그리고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밥도 김치도 콩나물국까지도 먹으면 토하게 되는 

지옥의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 건줄 상상도 못했다고!

먹을때도 딱히 대단히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씹어 삼켜도 욕지기가 넘어오지 않으니까 먹는 거라고!!!

 

먹기 싫은게 아니고 못먹어.

먹기 싫어도 참고 먹으면 100% 토하거든.

오이 먹고싶을때 복숭아 두조각으로 타협했다가

위벽에 식도까지 다 긁어올리는 토악질을 해버리고 말았다고!!

 

 

대체 언제 끝나는지 확실한 날짜라도 알고싶어.

밖에 나가서 입덧이라고 하면 식당아줌마들이 급 동정모드로 변해서

진짜 불쌍하게 쳐다본다는것 알고 있나?

그들은 알고 있는거야..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아아아...

 

난 이 거대한 사회의 출산프로젝트에 속아 넘어가버린 순진한 희생양...

 

굶어도 메슥거리고 어지럽고 차멀미하는것 같지만

 

그렇다고 책에서 나온대로 비스켓따위 먹었다간 숙취 100%...

 

오렌지 주스만 겨우 소화시키고 있는 중..

 

 

 

남편놈도 나의 입덧을 보시고 매우 놀라고 놀라워 하시고 계심.

 

우리에게 아마 둘째는 없을듯.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남자에게 임신을 건네주고 싶어ㅠ

 

그럼 남자들은 입덧휴가를 만들어서 두달은 푹 쉬었을껄 분명

 

그나저나 워킹맘들은 대체 어떻게 살지?

 

기절할듯 존경합니다..워킹맘들 ㅠㅠ

 

내 친구하나 회사 화장실에서 유산했는데

 

정말.. 피눈물나네.. 새삼 




댓글 4

오래 전

입덧으로 2달동안 병원에 입원하다 결국 유산했습니다 숨도 제대로 못셨습니다 유산후 온갖 잡병에... 2년이 다되가는데도 후유증으로 위장염과 소양증 달고살고있습니다 저는 임신 체질이 아닌가봐요 아무도 입덧에대해 말하는사람없어 생각지도 못한 괴로움에 죽고싶었던...기억이 나네요 남편한테 미안하네요

오래 전

임신 5주차부터 입덧시작해서 9주차인지금까지 입덧으로 생활이완전 파괴되고 입원중.. 입원해도 한시간에 한번이상씩 구토중.. 왜애기를 가지려했는지... 너무힘드네요... 일까지다녀야하고 누굴위한임신인가

ㅇㅇ오래 전

막걸리╋와인╋소주 각 2병씩 섞어마시고 그다음날에 서울 만원지하철 2호선에서 끼어있는 느낌이

ㅇㅇ오래 전

질병은 언제 누구한테 닥칠지 모르고 같은 질병이라도 고통의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그게 꼭 입덧에 한정된 경우일까요?;; 당장 문 밖에만 나가도 언제 사고당할지 넘어질지 아프게 될지 모르는건데. 미디어 보면 총맞고도 할말 다하고 걸어다니고 심지어 뛰기까지 하는데 입덧의 미화는 차라리 귀엽지요. 나한텐 언제 어떻게 오게될지 모르니 그냥 겪어내는수밖에요. 저도 그랬고요. 과한 미화도 과한 두려움도 의미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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