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설화(雪化)

sOda200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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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化)

 

 

27.  복수의 칼날


혼례를 치르고 있는 집안은 밤 늦도록 흥청거렸다.

 

 

“정말 경하드립니다. 이제 모사달님의 가문이 더욱 굳건해 지실테니...”

 

“껄껄껄... 고맙소! 다 여러분 덕이오. 이 늙은이가 드디어 손자를 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구랴-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 마음껏 마시고 드시구려!”

 

 

한편,

 

모사달의 집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모사달의 집에 다다른 그림자들은, 집 그림자에 흡수되듯 홀연히 사라졌다.

 

한창 흥이 올랐던 모사달은 거나하게 취해 침소로 들었다.

 

갑자기 어둠속에 번뜩하는 빛과 함께 무언가가 빙글거리는 회전음을 내며 날아왔다.

 

그것은 곧 모사달의 목에 감겼다.

 

 

“컥...!”

 

 

모사달은 단음의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는 약했다.

 

모사달이 급하게 목에 감긴 것을 손으로 잡으려 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칼이 모사달의 목을

쿡 눌렀다.

 

 

“그냥 그대로 있어. 그게 조금이라도 천천히 죽는 길이니까.”

 

“...?!”

 

 

모사달은 점점 죄어들어오는 줄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모사달은 끈을 풀기 시작했다.

 

 

“쯧쯔...”

 

이윽고 모사달이 목에 감긴 줄을 풀어내자, 그것은 양쪽에 구슬처럼 생긴 추가 달려있는,

사냥감의 다리를 잡을때 쓰는 도구임을 알아차렸다.

 

 

“바보같긴. 내 말을 듣지 그랬어? 그대로 있었으면 조금은 더 살 수 있었을텐데...”

 

 

모사달은 괴한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괴한은 모사달 앞에 무릎을 꿇더니 복면을 벗었다.

 

여자애였다.

 

 

“네가 왜 죽는가는 죽어서 선인에게 묻거라.”

 

“...!”

 

 

모사달은 목을 죄던 끈을 풀었는데도 숨 쉬기가 곤란했다.

 

모사달은 발 끝부터 저릿해 옴을 느꼈다.

 

독이다...!

 

줄이 목에 상처를 내고, 줄에 묻혀둔 독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모사달은 힘을 쥐어 짜내 입을 열었다.

 

 

“대...대체...!”

 

 

여자애는 칼끝으로 비웃듯 모사달의 목을 다시 쿡 찌르며 말을 되받았다.

 

 

“대체 너를 왜 죽이느냐고? 내가 바로... 조세를 걷던 서인의 딸 담이다.”

 

“...헉!”

 

 

모사달은 눈을 부릅뜬채 토사물을 뱉으며 그대로 굳어서 죽었다.


 

 

원이는 주부의 막내딸과 불을 밝힌 방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되어... 미안하오...”

 

 

주부의 막내딸은 눈만 껌벅이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대를 아내로 맞을 수가 없다오...”

 

“...?!”

 

“내게는... 목숨처럼 지켜야 할 여인이 있소... 이승에서 지키지 못한다면, 죽어서라도...

그러므로 살아서 다른 여인에게 내 후손은 없을것이오.”

 

“어찌 그런...!”

 

 

이때, 방안으로 두 개의 쇳소리가 날아 들어왔다.

 

놀란 원은 급하게 주부의 막내딸을 몸으로 가리며 바닥에 엎드렸고, 바닥으로 두개의

쇳조각이 떨어졌다.

 

본 적이 있는 흉기였다.

 

담이의... 표창...!

 

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방 안으로 표창이 날아 들었다면 필시 누군가를 겨냥한 것이었으리라.

 

헌데 두개의 표창은 어디에도 꽂히지 않고 허공에서 바닥으로 튕겨지듯 떨어졌다.

 

방 밖으로 그림자들이 스르르 움직였다.

 

원은 급하게 문을 열고 나섰다.

 

그림자들은 이미 지붕을 뛰어넘으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안채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원이는 표창을 집어 소매에 감췄다.

 

 

“이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시오.”

 

“왜...입니까?”

 

“내가 그대를 아내로 맞는다는 조건이요.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오늘일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시오.”

 

 

주부의 딸은 잠시 망설였다.

 

분명 둘 중 누군가를 노린 일이다.

 

하지만...

 

저 젊고 잘생긴 남편이 자신을 부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평생 살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주부의 소생인 그녀에게는 치욕적인 일이다.

 

주부의 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남편의 목숨은 자신과 하나이다.

 

언젠가 또다시 그가 죽을일이 생긴다면... 그때 같이 죽어도 될 일.

 

 

“...고맙소.”

 

 

원은 안채로 달려가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했다.

 

표창이 깨지는듯 쇳소리를 낸것은... 허공에서 두개의 몸이 부딪친 까닭이다.

 

하나의 표창은 자신을 노렸고, 또 다른 표창은 그것을 막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대체 왜...?

 

원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을 살린이가 담이일 것이라고...

 

그것은 원이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었다.

 

담이가 왔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