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비닐봉지가 날아갔다

럽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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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비닐봉지가 날아갔다

조 정


창밖에 검은 비닐봉지가 날아갔다
참수된 내 머리인 줄 알았다
숨을 죽인 허공에
검은 머리채가 들려 있었다
허전한 목이 무릎을 떨며 더듬거렸다
내 머리가 저기 있으면 내 팔다린들 여기 있겠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가는 시나이 광야는
수만 장 비닐봉지가 수만 그루 가시덤불에 끼어 휘날렸다
내 출애굽을 배웅해 주던 때 전 바람
더럽고 낮은 지평선이 눈물겹게 작별의 입을 맞추었다
참수된 내 머리도 그리로 가라
낙타 냄새 나는 누런 비닐들과 함께
혼자 출발하는 길에게 맹렬히 손 흔들어 주러 가라

돌아서다 팔꿈치로 한란 꽃대를 쳤다
파르스레 맺힌 꽃망울이
톡 부러져 버렸다
꽃이여, 눈부신 참수였다
그림자 없는 몸짓이었다
참회하지 않는 내 머리는 날마다 잘려도 괜찮다
꽃 없이도 한란은 깨진 돌 틈에
향기를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