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제 모습 답답해서요

쓰니2023.04.05
조회25,666
안녕하세요.

저는 40대 초반 여자입니다.

작년 이혼을 하고 혼자 오피스텔에 이사를 왔어요.

400세대가 넘는 오피스텔이여서 경비가 두분이

계셨어요.

하루씩 번갈아가며 출근을 하시더라구요.

분리수거장에서 일하실때 두분에게 각각 인사를 드렸어요.

경비분 두분이 각각 50대 70대셨어요.

그중 70대 경비가 혼자 이사오셨냐기에

차량 주차 때문에 묻는건가? 경비니까 물을수 있지

어차피 독신자들이 주로 사는곳인데

싶어서 그렇다고 대답하니 몇시간뒤 쓰레기 분리 수거

하러 나온 제게 말을 거시더라구요.

"저도 혼자 이고 그쪽도 혼자인데 같이 밥먹고 만나볼래요? "


저는 첨에 이게 무슨일인가 했어요. 그리고 곧 어이가

없더라구요. 당황해서 손만 내저으며 아니라고

그랬죠. 딱봐도 어르신인데 대체 무슨 의미로 저러는지

첨에는 황당했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 기가 막히니

어떤말도 안 떠오르더라구요.


그 뒤로...

제가 나갈때면 마주쳐요. 그러면 인연인지 자주 마주친다는

말을 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이상하게 자주 마주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중에는 씨씨티비 보고 나 나올때 나오는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마주칠때 마다 말을 걸고 전 난감해서 미치겠고...


그러다 얼마후 집 욕실에서 바퀴벌레가 지나가는걸 발견했고

기겁해서 관리사무소 가서 이야기 했더니 전 세대가 소독을

해야 하는데 거부하는 집들이 있어서 퇴치가 어렵지만

곧 소독약 뿌려주러 가겠다 하더라구요.

알았다며 집에 있으니 곧 벨이 눌리고 보니까 그 노인 경비가

소독약을 가지고 올라왔더라구요...ㅜㅜ

할수 없이 문열어줬더니 그 경비가 여기 사냐며 방

막 둘러보고 이곳 저곳을 소독하며 힐끔거리고...


그런일이 있어서 더 그런지 음흉하게 보는듯한 기분이

들어 징그럽고 미치겠더라구요.


결국 제가 사는 호수까지 알게되었고 찝찝한 기분에

사는곳까지 싫어지드라구요.


그뒤로도 은근한 찝쩍인 다는 느낌을 받았고

본인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같은것도 저한테

풀고 그러는데 저는 제가 답답해지더군요.


평생 싫은 소리 못하고 산 제가 미워서...

늘 주눅들어 살았는데 이혼 후에도 이렇게 주눅 들어

있나...


결국 다른 경비에게 물어봤어요.

저분은 연세가 어찌되냐...70대 초반이더군요.

저희 아버지보다도 많더라구요.

경비가 입주민에게 그럴꺼란 상상도 못해봤고

더군다나 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절 입양할것도 아니고 대시한다는 끔찍한 상상도

못해봤고 그분이 절 만만하게 보고 업무 스트레스까지

하소연 정도가 아니라 화를 내며 막 쏟아내는것도

이해가 안가고 밖에 나오기 싫을 정도 였어요.


그러다가 또 마주쳤을때 그러더군요.

본인이 사별한지 7년이 되었는데 외로운거 이해해주고

제가 만나기 어렵다면 주변에 아는 친구나 언니들 좀

소개해달라고...

제가 황당해서

"아는 언니들도 전부 40대인데요?"

하니 괜찮답니다.

순간 멍해졌어요.

본인이나 괜찮겠지...

그럼 본인이 100세 할머니와 만나시든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소심한 성격에 차마 뱉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 등쪽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라구요.

그리고 지나가요.


순간 수치심으로 얼었고

두고 두고 그 순간이 생각나서 소름끼치더라구요.

그냥 단순히 어깨 토닥거린걸 내가 확대해석 하는걸까

혼란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성추행 당한것에

가까운 수치심이 드니 못견디겠더라구요.

모르겠어요. 어깨만 툭툭한건데도

왜 그런 수치감이 몰려온건지.


결국 전 다른 경비에게 이제껏 있었던 사실을 이야기

했고 노인 경비는 잘리다시피 그만 두었어요.

그만둘때 제가 이야기 했다고 그년 나쁜년이네 그랬다고

다른 경비가 이야기 하더라구요. 노인네가 정신 못차렸다고...


그리고 새벽에 누군가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일도

겪었고 한동안 공포에 떨었어요.




그게 작년 말에 있었던 일인데...

어제 그 노인을 길에서 보고 얼어버렸어요.

숨도 안쉬어지더라구요.



저는 판단력이 부족한거 같아요.

저 때문에 그 경비 밥벌이가 날아갔다는 생각에 은근

죄책감을 느끼나봐요.


이십대 초반에 결혼해 세상 물정 모르고 살다가 막 혼자가

되어서 칠십대가 사십대에게 대시하는걸 경악하는건가

제가 시대에 뒤쳐진건가

자책도 하고 있어요.


저도 많은 나이지만 혼자 사는 여자니까 칠십대가 그러는건

우습게 보고 저랬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그 나이에 일할곳도 없을껀데 나 때문에 잘렸다는 생각에

괴롭기도 하구요.


다시 마주치니 불안감이 들기도 하구요.


이제 세상에 혼자 나왔는데 사리분별이 안되서

힘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