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어머니는 약간 쿨병? 털털한 여자? 이미지에 도취되어 계신 분입니다.
근데 그게 옆에서 보기에 전혀 자연스럽지 않고
나 이런 사람이야. 어때? 하고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에요.
말로 간단하게 쓰려니 어렵네요... 예를 들자면
1. 신혼 초에 그냥 인삿말로 어머니 오늘 입으신 코트 색깔 너무 예뻐요. 어머니 취향이 고급스러우시네요. 했더니... 갑자기 손사레 치고 미간 구기며 무슨 취향이냐며 있으니 입는거지. 나 그런걸로 까탈부리는 사람 아니다. 야야 이거 너 가져 하고 던지듯 주셨어요. 근데... 그 과정이 정말 누가봐도 왜 저래.. 싸워? 화내는거야?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어요.
2. 비오면 우산이 있는데 비닐봉지 뒤집어 쓰고 주머니에 손 꽂고 걸어다니세요. 우산 있어도요. 영국에선 다 비맞고 다닌대요. 결국 환갑 넘으시고도 그러시다 폐렴 와서 진짜 가실뻔 했어요...
3. 약간 예민해 보이는 예술적 직업을 가진 여자들을 너무 까내리는 말을 많이 하세요. 예를 들자면 전도연, 고현정, 문소리 같은 여배우들이나 스우파 한창 유행 할 때는 진짜 한 30초 티비에 자료화면 나온 거 보시고 어찌나 흉을... 꼴값한다. 예쁜 거 알아서 예민 떨어도 주변에서 치켜주니 저런다. 자고로 자기처럼 매사 수더분하고 쿨(...)한 사람이 더 진국이라며 저 여자들 남편은 피곤하겠다. 자식들도 여왕이랑 사는 거 같아서 기죽을 거다.. 암튼 만약 제 친구가 이런 소리 했으면 우리 그냥 다른 얘기하면 안되니??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흉보는 소리를 엄청하세요.
4. 이게 지금 제일 문제인데요... 자꾸... 밥을 다 섞어드세요. 예를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어묵우동을 시켰다면 같이 나오는 김치나 단무지를 우동 그릇에 부어버리고 먹어요. 그러면서 제스쳐는 딱 그.. 아시나요.. 아 말로 설명하기가 힘든데.. 난 미식가인냥 깨작 거리지 않고 이렇게 쿨하게 먹어! 엄청 효율적이고 털털해보이지? 그러는 느낌...
암튼 그래서 지금 터진 문제는요.. 어쨌든 시어머니의 이 쿨병(?)에서 비롯 된건데... 신혼 초에 자꾸 외식 나가면 한정식 집에서 돌솥 숭늉낸거에 반찬 섞어드시고, 굳~~이 활어회를 손으로 집어서 무슨 김치 찢은거 김장하다 먹듯이 위로 들고 고개 젖혀 입안으로 늘어뜨려 드시고 이런거 때문에 제가 비위가 너무 상했으나.. 다행이 그 쿨병 덕인지 자주 보자고는 안하시는 분이라 생신 어버이날 아버님기일(납골당만 갔다 옵니다.) 명절만 뵙기 때문에 계속 참았어요.
신랑 17살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아버님이랑 같이 하던 시장 떡집 하시면서 신랑이랑 두살 아래 도련님 키워내신거라 억척스레 사신 세월이 지문처럼 남은거라고 신랑이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진저리 치기도 뭐했거든요..
저도 제가 철이 없어 어른께서 고생하며 사셔서 모르시는건데 좋은 거 더 알려드리진 못할 망정 싫어하면 안되겠다 생각도 했어요.
근데 지금 우리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했거든요.
지지난주에 시아버지 기일이어서 시댁에 다녀왔는데.. 제가 비위 상하는거 힘들어서 그냥 수제비 보리밥집, 국밥집 처럼 원래 그렇게 섞어 먹고 부어먹는 집 위주로 어머니랑은 외식을 갔었어요. 솔직히 고급지고 좋은 음식 대접해 드려도 좋은 소리 한번 못 듣고(이런거 다 허세다.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거 그냥 내 입맛에 맞게 고추장에 비벼먹을란다.) 그래서요..
근데 이번엔 아들이 돈까스가 먹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차 타고 오는 길에 있는 거 봤다고. 보니까 일식 돈까스... 규카츠도 파는... 하.. 속으로 그냥 한국식 김천 돈까스 집 같은데였음 좋았을 텐데 했네요 간판 보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시어머니는 메뉴판 보자마자 돼지고기에 튀김옷 좀 입혔다고 가격이 만원이 넘냐. 음식 나오니 신랑이 시킨 규카츠보고 아까운 소고기를 왜 튀기냐, 익힐거면 다 익히던가 튀기기도 반만 튀겼네... 이런 소리 하시면서 본인 시키신 메뉴는 아휴 돈 아까워, 아까워서 내가 먹는다. 하시면서.. 돈까스 계속 손으로 집어서 드시고... 진짜 애 앞에서 보고 있기 힘들더라구요.
신랑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고상 떨라고 까진 안할테니까 제발 매너 있게 식사 좀 하자고 한마디 했는데.. 너(신랑)보다 훨씬 고상한 며느님도 아무 말 안하는데 니가 왜 입을 대냐며 입에 음식 가득한채 깔깔... 그치 며느님? 깔깔 켁켁..
거기서 제가 이성이 끊겼는지... 결국 어머니 저도 비위상해요. 그냥 참는거에요.^^ 그리고 애가 이제 학교도 다니고... 보고 느끼는 게 있을테니 좀 걱정이네요.. 해버렸어요.
그 순간 진짜 서슬퍼런.. 살기 같은게 느껴지더라구요. 솔직히 비위 상해서 어머니쪽 잘 안보고 있었는데 그런식으로 쏘아보는건 평생 어디서도 경험 못해봤어요. 제가 눈 마주치고.. 저도 무슨 용기였는지 무슨 문제라도...? 하는 표정으로 갸우뚱 했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사이다 한 캔 원샷하고 트름 시원하게(...) 하시더니 집에 가시는 내내 아무말이 없으셨어요.
그 이후로 톡도 읽씹. 전화도 안받으시고... 근데 저희가 드린 생활비 카드는 쓰시고..ㅎ 남편은 자기가 말하게 두지 왜 평생 가만히 있다가 말 얹어서 노인네 맘 상하게 하냐는데... 제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건가요?
아니.. 저도 결혼 생활 10년 만에 처음 말하는건데.. 참다참다... 저 많이 잘못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