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전업주부로
아빠를 휘어잡고 사는 엄마를 보며
전업주부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거구나 하고
뇌리에 박혔어요.
아빠의 모든 수입을 엄마가 관리하시고
집에 융통되는 돈은 다 엄마 관리하에 엄마 허락하에
사용되었죠.
그래서 저도
돈많이벌고 나를 위해 희생하는 남자를 만나 사는게
당연히 제일 행복한 삶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멍청하게도
대학 멀쩡히 나왔지만 졸업하자마자
나 좋다고 울고불고하는 돈많이 버는 남자 만나
결혼한지 12년 째
외동 딸아이 하나 두고 살고 있어요.
아이낳고 한 5년까진 너무 좋았어요.
사랑받고 사랑하고 예쁨받고 예뻐해주고
내 가족을 바라보고 사는 삶.
월 500정도 생활비 받아 아주 넉넉했어요.
엄마처럼 가정 내 경제를 돌리기엔 제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해
처음부터 저는 생활비를 받고 남편이 운용하기로 했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어떻게 한결같겠어요
뜨겁고 예쁘기만했던 우리사이는
편안하고 당연한 사이가 되고 점점 개인시간이 늘어났어요.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남편은 누구보다 다정하지만
저부터도 남편에 대한 감정이 신혼같지 않기에 이해해요.
그런데 그렇게 느낀 순간부터
남편이 제가 쓰는 돈을 아까워하는 걸 느꼈어요
딸아이에게 쓰는 돈은 몇백 몇천도 아까워하지 않지만
묘하게 제가 쓰는 돈은 아까워하는 느낌?
얼마 전 저희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렸는데(시부모님도 보내드림)
저에게 직접 말하진 않지만 아까워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늘 남편출근하고 아이 학교가고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니
서운함보단 서러움이 다가오더라고요.
내가 바보였구나..
남편하나 믿고 내 인생 맡기기에는
그사람의 감정하나에 내 인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참 서러운 일이네요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나.
남편이 만약 나에 대한 맘이 다 식으면
그는 마음이 식고 와이프가 없어지는 것 뿐이고
다른 와이프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나는 생존이 불가능하겠구나.
그러고 옛날을 돌이켜보니
어린 눈엔 아빠를 휘어잡고 강해보이기만 하던 엄마도
사실은 아빠가 가정을 버릴까 막연히 불안해서 더 그런거고
(바람피시지도 않고, 도박, 술 안하시는데도)
결국 아빠 은퇴 후엔 두분 감정 상하셔서 별거 중 이시거든요.
결국 남편도 남이고
남의 돈으로 내 가정 영위하는 건 ( 우리 가정이지만 남편 가정이기도 하고 저의 가정이기도 하죠)
내 모든 권리를 그사람 종속하에 두는거였네요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는거였어요^^;
그 사람이 마음 변하면 내 인생이 없어져버리는 삶.
바보같이 이런 삶을 살았어요.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평생 호의호식하는 삶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제 삶은
남편이 다른사람을 좋아해 바람나거나
단순히 혼자살고싶단 마음에 저를 내치면
제 인생자체가
박살나는 최약체의 인생이었어요.
지금이라도 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이혼하겠다는 게 아니라
단돈 몇푼을 벌어도
누군가로 인해 제 인생이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예체능 대학 졸업 후 12년간 경력이 1도 없는 아줌마는
어디에 취직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