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여친을 잊는 방법

secret2023.04.10
조회10,775
어쩌면 짜증을 낼 지도 모르겠다. 글재주가 없는 나에게.
어쩌면 무관심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이별이라.
혹은 오글거린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 묻고 죽기엔 너무 한이 맺혀, 이름 모를 누군가의 외침을 한 명쯤은 들어주겠지 싶어 네이트 판이라는 곳에 회원가입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지난해 5월, 옆동 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으로 보내졌다.(4년동안의 극심한 우울증 때문에 3개월에 한 번 정도 샤워를 해서 그랬는지, 냄새가 나서 경찰에 신고했댄다)

거기서 수연이(가명)를 만났다. 생애 처음으로, 그것도 예쁜 여자애에게 받아본 고백은 너무 기뻐서 바로 수락해 버렸다.
처음 며칠간은 그저 좋았다. 나에게 고백하고 사귀기로 한 날 다음부터 윗층에 가버린 것을 의아해한 것 빼면. 3일 후 같은 층으로 다시 왔을때 엄청 기뻐했는데, 같이 입원 중이던 다른 여자애가 '팔불출이여, 팔불출.'이라고 말할 때, 분명 수연이는 '팔불출이 뭐야?'라고 물어봤다.
나는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러나 일석이조 뜻도 모르고, 11-10도 몰랐다.
그제서야 알았다. 수연이는 정신지체 3급이였다.
괜찮았다. 솔직히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한 달 정도 지나서, 나는 퇴원했다.
그 뒤 보름, 수연이도 퇴원했다. 그런데 그냥 퇴원이 아니라 병원에서 불을 질러서 퇴출되어 다른 정신병원으로 입원하기 전에 내가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같이 살기로 한 거다.
그때부터였다. 수연이와의 지독한 악연은.

병원에서 낸 화제로 팔뚝에 동그랑땡만한 화상 자국이 나서 수술하러 가자고 할 때 헤어지자고 말하며 가출한 것을 시작으로, 수연이와 나는 여러모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처음엔 이것저것 다 사줬는데, 애가 경제관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일주일 지출이 30만원이 나왔다. 놀이동산에서 산 토끼 장난감도 5만원 정도에 사고 이틀 가지고놀다 버렸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병원에서 분명 어렸을때 자신을 ㅅㅍㅎ했다던 친오빠를, 보고싶다며 고향에 가고 싶어한 것도 같이 가 줬는데 밤이 너무 늦어 모텔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근데 2만원짜리 충전기를 안사줬다고 헤어지자며 어두운 길에 어디론가 가버리고, 새벽 4시쯤에 들어왔다.
자고 나서 물어봤다. 어디 갔다 왔냐고
너무 외로워서 전남친이랑 하고 왔다며, 미안하댄다.
나는 다신 보지 말고 깔끔히 헤어지자며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갔다.
그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3일 후 나에게 나를 너무 좋아하고, 다신 그럴 일 없을거고, 정말 미안하다고 연락이 와서 수연이를 다시 데리고 왔다.

그 후로도,

사건이 벌어짐 > 싸움 > 수연이 가출 > 사과함 > 다시 데려옴

이 짓을 몇십번 했다.
자잘한 싸움인데도 일주일에 한 번은 걔가 경찰을 불러서 내가 화났을 때도, 내 집에 불을 질러 작은방을 반년동안 못쓰게 했을 때도, 내 돈 60만원을 훔쳐 강아지를 사고 도망갔을 때도, 심지어 다른 남자와 성매매했을 때도.

성매매는 과장 안하고 걔가 말한것만 따져서 5번이다. 그걸 다 참았다. 물론... 성매매를 하고 왔을땐 때렸다. 두세번 땐 주먹으로 머리를 아주 세게 여러번 내려쳤는데, 그 후론 배게로 때렸다. 나도 안다. 내가 잘못한 거...

작년 11월 13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가출은 하지 않았다.
내 인생 중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 길었던 날이었다.

1월 초쯤, 11월 13일때의 가출에서 어떤놈이 수연이와 관계도 하고 돈을 주기는 커녕 게임으로 돈을 벌자며 꼬셔 40만원 가량을, 12월에 40만원 총 80만원을 수연이 계정으로 결제한 놈의 존재를 알았을때, 바로 같이 경찰서로 향했는데, 자기 일인데도 미적거리다가 경찰 앞에서
"저는 안 오고 싶었는데 남자친구가 자꾸 가재서..."
이래버린다. 하필 중간에 눈 때문에 한 번 자빠져서 오른쪽 넓적다리 옆부위가 멍이 든채로 다리를 절며 오는 바람에, 자기가 싫다는데도 억지로 끌고 온 나쁜 몸으로 매도당해 쫓겨나며 뒤편에서 들려오는 남자 형사의
"혹시 남자친구가 성매매를 시켰다던가 그런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라."
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어찌나 화가 나던지.(성매매 이슈나 성폭행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경찰서에 데리고 갔는데, 성폭행이라는 것이 사실 증거가 거의없는 둘 뿐인 이야기라 맨날 허탕만 치고 돌아갔는데, 그걸 기억하던 형사가 나를 의심하는 것)
그래서 그냥 꼴도 보기 싫으니 꺼지라고 집 밖으로 쫓아내 버리고, 3시간도 안되서 불안해서 벌벌 떨다 경찰서에 찾아와 수연이를 데리고 왔다.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나를 힘껏 끌어안고, 손을 벌벌 떨고, 그 떨리는 손으로 쏟아지는 내 눈물을 닦아주며 미안하다고 오열하는 수연이. 손과 함께 울음소리도 같이 떨리던 수연이. 이 날 이후 다시는 수연이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3월부터는 정신적으로 점점 이상해졌다.
한물 간 로판의 전생, 회귀물처럼 어린아이로 유아퇴행을 하질 않나,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칼로 자해하려 하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3월 말쯤 수연이는 요 며칠 새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다 새벽에 울어서 잠에서 깼다.
왜 우냐고 물으니, 모르겠댄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야 내가 정말 사랑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를 연신 외치며 집 문을 열더니, 그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집을 떠나려는 행동과는 반대되는 말을 계속하며 내가 귀신처럼 보이는 듯 도망쳐버렸다.

그 후 주민신고로 경찰서에 잡혀있었는데, 경찰서에서 정신병원으로 인계해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저번주 월요일, 그 병원에서 나에게 전화를 하며 근황을 전했다. 처음 만났을때도 내가 퇴원하니 바로 다른 남자친구를 만들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람을 피웠다. 그걸 지 입으로 이야기했다.

그럼 왜 전화했냐고 하니, 집에 있는 자기 핸드폰이랑 옷좀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랑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댄다.
그래서 그럼 그 남자애랑 정리하라고 했다.
4월 8일, 다시 전화가 왔다. 보통 정말 날 좋아하면 연락이 매일 와야하는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전화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전화를 받았다.
여전히 그 남자와 사귀고 있다고 한다. 자랑인가...? 정말 바람을 거리낌없이 피운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헤어졌을 심각한 일이 새삼 이제 아무렇지 않아하는 내가 조금 낯설었다.

나와 헤어지든 걔와 정리하든 둘중 하나만 해라, 하다가 그냥 헤어지자고 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뒤에 '집에 있는 핸드폰이랑 옷 좀 갖다주라'는 말 덕분에 형식적으로 하는 말처럼 비추어져서, 그냥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끊어버렸다. 나를 정말로 좋아했다면 그때쯤 울고불고 미안하다고 했을텐데, 정말 미련없이 '알았어. 근데 휴대폰 좀...'
일단 휴대폰은 갖다주러 안 갈거다. 그 정신병원은 멀어서 가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차비도 많이 든다. 퇴원할때 찾아가든지... 이제 우린 남이야.



근데 걔가 만약에 나를 진심으로 붙잡으면, 또 마음이 흔들릴 것 같다. 분명 헤어지자고 한 건 난데... 나에게 오열하며 미안하다고 할때의 눈물 흘리며 우는 얼굴을 생각하니 보고싶어 눈물이 난다. 내가 없으면 데리고 있을 친척 하나 없는 그녀인데... 그 악연도 이제 끝을 맺으려 하고 있다.

정말 나에게 다시는 연락해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 더는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해야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내 첫 사랑은 너무 아프다.




글 엄청 길다...
글재주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요약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최대한 줄인게 이거라.
여러분은 행복하세요. 예쁜 사랑 하시구요..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