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육아일기

듣보잡2023.04.15
조회502

 그래도 어느덧 나이 50을 넘겼으니 ‘인생을 살만큼 살았다’는 말을 하기가 그리 면구스럽지는 않은 시점까진 온것같다. 그래도 간혹 일 때문에 오전에 전철을 타게되면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실감하듯 승객 대다수가 필자보다 나이많은 어르신들이라 당혹스럽기만 하다. 

 

 오진영 작가가 쓴 ‘새엄마 육아일기’란 책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접한지는 꽤 되었으나 그런대로 공사다망(公私多忙)한 일상을 사는 사람이다보니 뒤늦게 서평(書評)을 써보게 되었다. 일단 궁금해서 오진영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전력은 기자겸 번역가. 게다가 브라질 유학 경험까지 있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리고 좀 더 궁금해져서 페이스북을 살펴보니 대체로 2천년대까지는 범 ‘친노’쯤에 해당되는 진보성향의 기자였던 듯 하나 소위 ‘친노 패권주의’등 이런저런 진보진영의 문제점을 지켜보며 보수로 전향한 굳이 어떤이의 표현을 빌자면 ‘늦깎이 뉴라이트’ 정도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근데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것중 하나가 특히 사회적으로 일정부분 성공한 전문직 여성들은 각자 개인적인 팬층과 함께 일종의 카르텔이랄까 친목관계 같은게 서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번 느꼈다. 그게 기자든 작가든 변호사든 의사든 심리학자든 그렇게 사회적으로 일정부분 성공한 여성들끼리 서로 친목다지며 밀어주고 칭찬해주는 어떤 ‘구조’가 형성되어 있음을 느낀적이 종종 있었다. - 좀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실은 필자도 한때 범 보수성향의 정치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린적이 있는데 그때 한 유력언론사의 기자출신 자유기고가가 그곳에 칼럼을 한번 쓴적있다. (* 다만 정치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헌데 거기 (원래 댓글이 그리 자주 남겨지는 사이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선생님 글 잘 보았습니다’ 하고 서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그런 댓글이 여럿 달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 댓글을 남긴 인사중 상당수가 그 자유기고가 개인홈피에서 그 작가와 자주 교류하는 인사들이었던 것이다. 

 

 필자같은 무명의 듣보잡이 높으신 고관대작들이 어찌 교류를 하는지를 간섭하거나 관여할 주제는 못된다. 다만 오진영 작가의 ‘새엄마 육아일기’란 책의 주제와 집필의도가 어찌되었든간에 이 작가 역시 그 세계에서 어느정도 카르텔이랄까 친목계랄까 혹은 팬덤이랄까 대충 그런식의 ‘구조’가 형성되어있는 그런 인물인것만은 확실해보였다. 그분 페북에 평상시 꽤 많은 댓글이 달리고 또 그 ‘새엄마 육아일기’란 책이 출간된지 얼마 되지않은 시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 책 잘 읽어보았습니다’ 하는식의 인사글이 한동안 페이스북에 줄을 이었던 것을 생각해봐도. 

 

 사실 필자는 한때 인터넷 다음카페에서 ‘새엄마’ 관련 카페에 가입, 활동한 시절이 있다. 그러고보니 대략 2천년대 초,중반 5년 남짓한 시간인데 우연치고는 공교롭게도 ‘진보누리’란 좌파성향 정치사이트에 가입,활동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헌데 왜 하필 그런곳에 가입했는지를 이제와서 굳이 해명하자면 ‘진보누리’ 가입이 ‘정치적 호기심’이었다면 새엄마 카페의 경우에는 일단 ‘성적(?) 호기심’이었다고 말해두고자 한다. 

 

 허나 덕분에 대신 그곳에서 이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엄마는 ‘천사도 악마도 아닌’ 그냥 ‘보통 아줌마’라는 따지고보면 아주 지극히평범하고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새엄마도 알고보면 그냥 우리와 똑같은 그냥 ‘보통사람’이라는 소리다. 그저 기쁜일 있으면 웃고 슬픈일 있으면 울고 화나는일 있으면 화내고 짜증나는일 있으면 짜증내고 어디 볼일있으면 우리처럼 전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고 백화점 쇼핑도 하고 목욕탕,미장원도 가고 하며 일상을 보내는 그저 우리와 다 똑같은 ‘보통사람’이고 ‘보통 아줌마’였다는 점이다. 

 

 가만보면 세상에는 이런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가령 어릴 때 본 동화나 고전같은데 나오는 90% 정도의 ‘악독하고 사악한 계모’가 있고 그리고 아주 가끔씩 (* 가령 무슨 전쟁이나 가난,질병같은게 있던 시기에 아내를 잃은 홀아비의 후처가 되어 전실자식들을 헌신적으로 거두어 키웠다던가 하는식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은 10% 미만의 극히 드문 ‘착한 새엄마’가 있는줄 아는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마냥 천사같고 부처님같은 새엄마도 없고 무슨 부모죽인 원수도 아닌데 어린아이를 처음 보았을때부터 무조건 구박하고 괴롭히는 그런 지옥에서 뛰쳐나온 악마같은 새엄마도 알고보면 극소수라는 이야기다. 그 외 나머지 80%는 그저 아프면 아파하고 화나는일 있으면 화내고 동네 목욕탕이나 찜질방 같은데서도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중 하나. 그게 실제의 ‘새엄마’였다는 소리다. 

 

 새엄마 카페에서 접한 그 무수한 사례나 또는 그곳에서 겪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필자가 여기서 주절주절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대체로 새엄마들의 고민이 크게 두가지 정도로 집약이 되었다. 그 하나는 (1) 아이들 체벌,훈육에 관한 문제고 또 하나는 (2) 아이들 교육시키고 공부시키는 문제와 관련된 점이다. 

 

 사실 (1)만 갖고도 굉장히 애매하고 사연복잡한 사례가 많아서 생략하고 (2)의 경우 단순 요약하면 이런식이다. 아이보고 ‘그만놀고 공부하라’고 하면 계모라서 구박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래서 괜히 욕먹느니 차라리 지가 공부를 하건 다른걸 하건 관심을 끊어버리면 이젠 ‘계모라서 전실자식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는 소리다. 아이를 해외유학 보내려고 하면 ‘계모라서 아이 끼고살기 싫으니 쫒아내려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래서 하는수없이 그냥 국내에서 (좀 힘들더라도) 같이살려고 하면 ‘그 유학비 몇푼이나 된다고...그거 아깝다고 (역시 계모라서) 유학도 안보내주더라’ 이런소리 듣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따금씩 전처자녀를 학대한 계모의 이야기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면 사람들은 그 결과만을 놓고 소위 ‘악독한 계모’만을 비난하게 된다. 물론 개중에는 진짜 ‘사이코패스’ 같은 악한 여자도 있기 마련이지만 어쩌면 그네들중에도 처음 시작할때는 전처소생 자녀를 사랑으로 감싸안고자 했는데 그러다 과정을 거치면서 부득이하게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있을수도 있다. 

 

 물론 어차피 세상이치가 결과만을 놓고 논하지 그 과정을 굳이 생각하거나 이해해주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헌데 실제 새엄마 카페에서 만나보고 접한 사례중에는 그런말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에는 (아무렴 그래도 내가 다 큰 성인인데 그런 어린아이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겠냐는식의) 자신감으로 시작했거나 엄마잃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으로 감싸주고싶은 측은지심에서 시작했건만 막상 살아보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다보니 사람의 생각이 자연스레 달라지더라는 것, 또는 직접 자신의 아이를 낳고보니 결국 자신이 직접 배아파 낳은 아이와 전처소생 자녀를 바라보는 감정과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더라는 그런 사례도 많이 접해보았다. - 어쩌면 이게 자신이 직접 배아파 아이를 낳는 ‘여인’이란 존재가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일수도 있다.  

 

 또 드라마에서도 대개는 극중 등장인물간의 갈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극을 포함하여) 특히 유산(遺産)이나 후계구도 같은 문제를 놓고 다투는 사악한 계모를 대개는 등장시키고 아주 드물게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이혼남이나 사별남이 젊은 인연을 다시만나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그리기도 한다. 헌데 중요한 것은 막상 어느쪽이든 그렇게 ‘새엄마’가 되어 아이를 실제 가르치고 훈육하게 되는 과정에서 한 인간이 한 여인이 변할 수밖에 없는 과정은 생략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사실 따지고보면 소위 ‘착한 새엄마’에 관한 실제 사례들도 대개는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엄마잃은 아이들을 거두어 헌신적으로 키웠다는 그야말로 ‘헌신’과 ‘희생’이 요구되는 삶이었기 때문에 요즘의 MZ세대 여성들에게 권하기는 난감한 사례들인 것이 분명하다. 특히 여성들의 목소리와 권익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 세상에는 애딸린 이혼남이 젊은 여자와 결혼하는것조차 곱게보지 않는 시각마저 제법 있다. 

 

 가령 실제 이혼전력이 있는 연예인이 나이 한 40 넘어서 재혼한 경우도 좋은 이야기 듣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근래에도 드라마에서 애딸린 이혼남이나 사별남이 뒤늦게 젊은 여자를 만나 사랑이루는식의 스토리의 드라마가 없지는 않았으나 아니나 다를까 MZ세대 페미들의 극렬한 비난댓글만 받고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또 마찬가지로 근래에는 소위 이혼 남녀들의 ‘짝짓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가 한 케이블 방송에서 제작,방영되기도 했지만 사례들을 보니 그나마 여자가 이혼하고 혼자 아이 키우는 사례가 다른 새로운 남자와 인연이 이어진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남자가 이혼하고 혼자 아이키우는데 다른 여자와 인연이 이어진 경우(* 게다가 이 경우는 (아이가 있건 없건간에) 어차피 같은 이혼전력이 있는 남녀끼리 만나게 해서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게 해주려는 ‘실제상황’임에도)는 거의 없었다. - 아니 사실상 단 한건도 없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은 특히 남의자식 키우는거나 또는 애딸린 이혼남과 결혼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럽거나 싫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근데 실제 필자가 새엄마 관련 카페에 가입,활동한것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고 그때 교류하던 여성들이 대개 70-80년대생 젊은주부였을 것을 감안하면 그로부터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20년전 20-30대 여성과 요즘 20-30대 여성의 생각과 가치관이 참 많이 그리고 크게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만약 박경림이나 신봉선쯤 되는 특정 개그우먼이나 방송인이 토크쇼나 예능프로 같은데 나와서 이런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 “내가 지금 찬밥,더운밥 가릴처지에요 ? 애딸린 남자도 감지덕지지 !!!” (* 특정 개그우먼이나 방송인에게 악감정이 있거나 혹은 그녀들의 외모나 체구를 비하,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력이 부족한탓에 캐릭터 묘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대안적 설정일뿐이란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개그우먼이나 방송인이라도 결국 대개는 젊고 돈 잘벌고 잘 나가는 직장가진 그런 사람과의 결혼을 원하지 무슨 ‘애딸린 아저씨’와의 결혼을 원하진 않을것이란 취지에서 하는 소리다. 

 

 실제 한 10년전쯤엔 그때 모 케이블 방송을 통해 막 주목받기 시작하던 모델출신 방송인이 자신은 ‘돌싱도 상관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기자회견에서 한바 있는데, 그때 댓글을 보니 대체로 좋은 소리는 못 들은 것 같다. - 게다가 결과적으로 그 모델출신 방송인도 그냥 (일반적인 상식수준의) 돈 잘벌고 잘생긴 그런 남자와 결혼, 인터뷰 당시에는 진심으로 했었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그냥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시점에서 헛소리 한번 해본것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필자가 하고픈 이야기의 요점은 ‘새엄마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한 방송이나 작품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 거의 없다는 지적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적어도 필자가 다음카페에서 200건도 넘게 직접 접해본 사례를 종합해보면) 새엄마는 천사도 악마도 아닌 그냥 ‘보통 아줌마’였고 다만 남들이 편견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결혼을 했다는 점에서의 이런저런 고민과 고충이 많은 그런 ‘보통사람’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 여인의 책은 그런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전문직 여성이 자기 잘났다고 자랑하는 그런 수준의 책일뿐이다. 자기 좋은집으로 시집가서 그런대로 행복하게 잘살고 있노라 뽐내는 책일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90년대에 종종 출간되던 그당시 한창 잘나가던 젊은 여성 아나운서나 방송인이 이따금 내던 수기나 에세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그 시절에도 이런 지적이 있었다. ‘사연이래봤자 고작 사춘기때 이웃집 짝사랑하던 오빠가 자기마음 몰라줘서 속상했거나 대학 졸업할때쯤 되어서 취직문제로 고민한게 전부였을 젊은 여자가 무슨 사회에 귀감이 될만한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그런 책까지 내고 그러나 ?’ 하고. 허나 그런 책이 충분히 상품가치가 있고 또 그런 여성들을 소위 ‘멘토’라며 본받고 싶어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팔리고 화제도 되고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여인의 책은 그런 집안에 시집가서 (* 애딸린 이혼남에게 시집가서) 한 여인으로서 응당 겪었을 한숨,눈물,회한이 빠져있다. - 그래서 혹시 ‘fake story’는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 따라서 이런 책은 실제 ‘보통 새엄마’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진 못한다. 만약 진짜 그런 새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을 육아,훈육,교육등의 문제로 인한 고통,내적갈등,고민,울분과 설움등을 누군가가 소설로 쓴다면 1,000회 짜리 대하소설을 한 2천편쯤 낸다고 해도 그네들의 사연을 100% 온전히 담아내진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저 사회적으로 성공한 전문 지식인 여성들이 그저 자기네들끼리의 친목모임이나 혹은 어느어느 고관대작들 참석하는 세미나,리셉션,행사장 같은데서 만나 ‘아유 선생님 책 잘 읽어보았어요.’, ‘아유 선생님 책 읽고 정말 감명받았어요. 정말 훌륭하고 고매하신 인품을 갖추신 분이시네요’ 이렇게 서로 추어주고 위로받고 격려하고 그런식으로 친목다지는 딱 그럴 때 알맞은 책일 따름이다. 어느 전직대통령의 표현방식을 빌려 이 여인의 책을 ‘참 나쁜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은 이유가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