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가족을 등지는 저는 불효녀가 맞겠죠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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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집이 정말 싫었습니다
바퀴벌레가 나오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비가 오면 물이 세는 집에 살고 있어요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여유롭지 못한 삶이었어요
그런 팍팍한 삶속에서 어떻게든 먹여 살리려는 부모님들의 성격은 당연히 억셀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에 불만이 많고 무언가를 시도조차하기전에 무조건 돈 돈, 제가 원하는 것들은 쓰잘데기 없는것들이었던 가부장적 아빠
그런 아빠 옆에서 엄마는 아빠 뒷바라지만 하느라 세상물정 모르고 늘 기죽어있고 우울한 엄마
부모님에게 고민을 털어 놓은적 속얘기를 한적 단한번도 없어요

졸업도 전에 돈 벌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면 모든게 해결될줄 알았거든요
일을 하면서 그동안 엄마아빠에게 용돈도 드리고
처음 맛 보는 비싼 음식들도 사드리고
방역업체도 부르고 낡은 가전 가구도 바꿔드렸습니다
생활비도 주면서 꿈도 못꿨던 가족 여행도 다녔어요
더불어 제 자신에게도 억눌렀던 소비도 많이 하게 됐어요
당연히 모을 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전 돈으로 어느정도 바뀔줄 알았지만 아빠는 여행을 가셔도 맛있는걸 먹어도 그 가난한티를 버리지 못하셨고 즐길줄를 몰랐습니다
새로 바꾼 tv를 보며 온갖짜증을 내면서 예전 tv는 버리지도 못한채 끌어 안고 있었어요
엄마는 제가 지원해주는게 당연해졌고
놀러가게 되면 좋다 즐겁다 대신 이런집에서 언제 살아보나 갖고 싶다 이거 좋아보인다는 말만 계속.. 외식이라도 하면 맛있다 데려와줘서 고맙다 보다 언제 와봤냐 비싸다는 말만 하셨습니다
친구들이랑 만나러 놀러나가는 날에는 뒤에서 자기도 데리고 가라며 부럽다 좋겠다....
저런 행동과 말들이 저에겐 죄책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가족에게 지원을 끊었어요
행복할줄 모르는 엄마 아빠에게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낡은 집에 늘 불평인 아빠와 우울한 엄마가 싫어져서 독립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반대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독립 한다던 제 말에 대꾸도 없었고 저보고 뭘 할줄 아는게 있어 나가냐면서 집안을 바꿀 줄 알았더니 부모를 저버린다면서 불효녀가 되었어요

그냥 나와버렸어요 이기적이게도 저 먼저 생각했어요
당연히 반대하는 입장에서 나와버린거라 연락도 잘 안합니다
가끔 안부만 묻는 정도라 보고싶을때가 있으면 그냥 삭혀요
엄마밥이 먹고 싶다고 투정도 부리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어요
그렇게 5년을 살았습니다
가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라던 아빠와 언제 올거냐고 묻는 엄마의 말에 다시 들어가는게 맞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러다가 월 2-3회정도 집에 들어가면 여전히 우울하고 칙칙합니다
물이 새버려 아예 곰팡이 핀 벽지, 떨어진 문고리, 좁은 집에 쌓아둔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또 숨이 막혀요
거기에 엄마 아빠는 점점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미칠듯이 답답해요
이렇게 엄마 아빠가 죽어버리면 너무 가엾을거같아요
한평생 애지중지 키운 딸은 부모를 등지고
마지막 까지 가난한티 못 벗으니까요
그럴때마다 왜 이렇게 우리는 불행할까 싶어요
사실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저인걸까요?
사실 엄마 아빠는 이대로도 충분한데 자기연민과 혐오에 빠진 제가 잘못보고 있는걸까요?

전 저 혼자의 행복보다는 가족 모두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래요
화목함에서 오는 대화와 감정들이 너무 궁금해요
도대체 저희 가족은 어떻게 해야 바뀔까요
제가 어릴때부터 돈을 모아 제법 집 다운곳으로 이사를 갔더라면 달라졌을까요?
바꿀수 없는 걸까요? 그냥 그 사실을 인정하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그럼 행복 할수없는건가요? 아니면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도통 모르겠습니다 질문을 끝 없이 해도 결론이 안나요
아무나 저에게 도움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