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와의 관계가 어렵습니다.

쓰니2023.05.12
조회1,679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스무살이 되던 해

서류상으로 완전히 이혼하셨어요.


저는 그 둘의 하소연을 모두 다 받아냈습니다.

장녀의 숙명이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칼부림이 나는 싸움 상황에서도

정신줄 붙잡으며 공부하려 애썼습니다.

그래서 공부도 곧잘 했습니다.

원래 다른 대학을 다니다


스물 두 살에 교대에 입학하여 지금은 교사입니다.

힘들어하는 엄마아빠 기 한 번 살려주자, 라는 생각으로

교사 한 번 되어달라는 부탁에 기꺼이 공부를 했습니다.


교대에 한창 다니고 있을무렵

아빠가 새엄마라며 어떤 여자분을 데리고 왔습니다.

새엄마는 자식을 낳지 못해

시댁의 압박으로 이혼을 당한 분이었습니다.


무의식에는 거부감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새엄마가 큰집에서 불편하지는 않을까

옆에 붙어 나름의 노력을 했습니다.


교대 근처 원룸에 살다가 기숙사로 들어가는데

아빠가 짐을 옮겨주러 새엄마와 함께 오셨습니다.

새엄마는 냉장고를 정리하던 중에

버릴 거 버려도 되냐고 물으시더니

이 것 저 것 정리하시다가

새엄마가 친엄마가 만들어준 레몬청 커다란 한 통을

싱크대에 다 쏟아붓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크게 내색하지 못했어요.


교대 4학년이 되었습니다.

친아빠랑 새엄마는 웃으며 농담을 했습니다.

00이가 나중에 월급받으면 우리한테 용돈 주겠지.

그래서 너한테 투자하는거야.

00이 나중에 애 낳으면 돌봐줘야해, 그래야 우리 늙으면

우리 돌봐줘.

이런 말들이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 때는 어려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어느 날은 우엉을 말려서 갖다주길래

친구들과 나눠마시며 맛있게 잘 먹었다는 피드백을 했더니 아버지가..

다음에는 니네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라 라며

새엄마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도서관에 있는데

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본인 한탄을 늘어놓습니다.

새엄마가 결혼식 자리에 앉고 싶어한다며

약속을 해달라고 조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너무 괴롭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새엄마한테 너무 화가 났습니다.

카톡으로 따져 물었습니다.

아빠한테 왜 그러시냐고요.


그 뒤 또 대학교 4학년 어느날 밤

새엄마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너 아니면 니네 아빠랑 싸울일이 없는데

너때문에 싸우고 이제 헤어질거니

마지막으로 너한테 다 쏟아내야겠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릅니다.


카카오스토리에 친엄마 사진이 있어서 화가 나고

(새엄마가 카톡을 안하던 때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을 사고 제 카카오스토리를 봤습니다.

거기에 친척언니오빠들이 엄마 사진에 그리워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친가 식구들 행사에 동영상을 찍어 가족밴드에 올렸는데 거기에 자기 모습은 안찍혀서 화가 나고…

(작은 고모랑 싸워서 친가 식구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고, 큰어머니 사돈들 틈에 앉아계셨습니다.)

고향에 와서 친엄마한테 들렀으면 아빠집에도 들러야하는데 안들러서…. 갖가지 이유로 아버지랑 싸운답니다.


그리고 명절 때마다 큰집에 가서

친척들한테 제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몇 년 동안 저는 큰집에 가지 못하고

친엄마와 명절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비슷한 사촌 둘이서

저에게 상황을 전해줍니다.

새엄마가 욕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고..

큰아버지들은 듣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신다고..

사촌들은 나를 안좋게 보고 있으니

와서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하라고..


그래도 아무말 하지 않았습니다.

저까지 나서서 새엄마를 욕하면 아빠가 설자리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새엄마가 자신에게 카톡으로 따진 것을 사과를 하러

오라고 하더군요.

사과를 했고, 그 다음부터는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그 즈음에

새엄마가 고모한테 욕을 했습니다.

고모 말로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쌍욕이라고 했습니다.

고모 또한 자기 친정 식구들한테

이런 갈등상황과 욕을 들었다는 말을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셨고

저한테 이야기하며 우셨습니다.

고모도 분명 잘못이 있으셨겠지만, 그렇게까지 쌍욕을 하고...


또 제가 정말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은

친가 식구들한테 한 명 한 명 붙어서

니네 고모가 어땠는 줄 아냐며... 정말 스스럼 없이 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 제 눈으로 보고도 경악스러웠습니다.

충실한 교인으로 성경책을 몇 번이나 통독하고 손글씨로도 써낸 사람이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에이, 그래도 고모 없는데 이야기 하면 좀 그렇잖아요. 그만 하셔요~"

이렇게 제가 제지를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결혼할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새엄마를 찾아뵙고,

친엄마도 앉고 싶어한다며 이야기를 했는데

새엄마가 흔쾌히 너의 친엄마가 앉고 싶어하면 앉게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앉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제 남동생 결혼식은 별로 앉고 싶지 않다더군요.


이 말도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사실 당연히 친엄마가 앉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아버지도, 친엄마도요.

그리고 얼마 뒤,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어요.

새엄마한테 친엄마가 앉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야하는데 겁이 난다고요.

그러자 아버지가 

자기가 알아서 이야기할테니 저더러 전화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더니..

얼마 뒤 또 아버지한테 전화가 옵니다.

난리가 났다고요.


친엄마랑 네가 둘이서 짜고 자기를 기만했다면서요.

또 한 번 큰아버지댁에 찾아가서 00이 결혼하는 문제로

더이상은 아버지와 못살겠다며 난리를 치셨어요.


저는 깜짝놀라서 새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또 소리를 지르며 "너는 이제서야 뭣하러 전화를 했냐?" 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촌오빠에게는

"너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결혼을 하냐"는 말도 듣습니다.


친가 식구들에게는 아버지가 항상 아픈 손가락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대신에 가계를 이끌어가신 분이 큰아버지신데

항상 막내 동생인 아버지를 안쓰러워 하십니다.

돈을 워낙 잘 버셨고, 저희 아버지는 그 큰아버지의 돈을 마음껏 가져다 썼습니다.

그리고 큰아버지한테 항상 잘해야한다고 당부하셨죠.


막내동생이 이혼을 당하고,

큰아버지 집에서 얹혀 살던 때도 있어서

가족 모두는 아버지를 안쓰럽게 생각했고


그 부분은 새엄마는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00이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면, 가족들이 자기 편을 들어줄거라는 것을요.

아버지도 저한테 그러더군요.

니가 아빠를 위해서 새엄마한테 좀 잘해주면 안되냐고요.


제 나름대로는 잘 했었는데...

새엄마 친정집에도 따라가서 잘 있다 나왔었는데..

저는 새엄마의 딸이 되어줄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00이가 딸이 되어줄거라는 말을 했다는데..

새엄마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한 뒤,

아버지는 저를 피하셨습니다.

전화도 회사에 있을 때만 하라고 하셨고

만나는 것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습니다.


새엄마는 친가 식구들과 연을 끊었고

아버지를 보려면 친가 식구들을 모두 불러모아 제가 밥을 사드리면서

봐야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가 너무 불안해했으니까요.


그렇게 5년이 지났습니다.

그 중간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서 뵈었는데,

새엄마는 저랑 고모가 다가가 인사를 해도 안받아주시고

장례식장 안에서 마주치면 휙 돌아 가버리십니다.


그리고도 제 남편에게는 다가가서

오늘 어디서 자냐며, 밥은 챙겨먹었냐며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생각없는 남편이 오늘 장모님 댁에 간다고 하더니

새엄마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더랍니다.

저는 이런 심리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친가 식구들에게 쓰레기였던 저는 장례식장에서도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사촌들이 우스갯소리를 하며 저한테 말을 함부로 했었습니다.

나중에 듣고보니 고모한테도 몇몇 큰어머니들이 새엄마한테 왜그랬냐며

질책을 했더라고요.


이 때 쯤, 저한테는 이상한 현상이 생겼습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사람이 두려워졌습니다.

너무 괴로웠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무서워졌으니까요.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 뒤

저는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아이를 낳아 키우면 안좋을 것 같아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제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게되었습니다.

그 상처에 몸부림을 치다가 자가면역질환에 걸리게 되었고요.


5년간 저를 피하고 숨겼던 아버지의 행동을 처음에는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서 서운함이 올라와 아버지한테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냐고 물으면,

"너만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오면 돼, 그러면 편하게 만날 수 있어."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무렇지 않게 그 새엄마를 만날 자신이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많이 다치고 상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냥 훌훌털고

사람들에게 욕먹은 것도 그냥 덮어버리라고 합니다.

그 사람이 욱하면 소리지르고 사정없이 말은 하지만,

또 잘하면 간도 쓸개도 다 빼줄 사람이라고 합니다.


작년 가을에 아버지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몸이 많이 아프다,

일년에 한 번이라도 편하고 자유롭게 아버지를 못보는게 말이 되느냐,

손자가 엄마의 아빠는 죽었냐는 말을 하더라, 라는 말을 하면서

엉엉 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이제는 전화도 맘 편히, 얼굴도 맘대로 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집에 한 번 찾아오셨습니다.


저는 정말 용기를 내어서

아빠.. 나중에는 새엄마랑 같이 봐야하겠지,,? 라는 말을 하면

아버지는 바로 새엄마한테 전달하고

같이 뭘 먹을지를 정하고 무척 기분 좋아합니다.

새엄마는 저한테 참치를 사주겠다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그 새엄마를 만나지를 못하겠습니다.

만날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롭습니다.

만나면 아버지가 더 편하게 지낼텐데..

이제는 정말 나이가 들고 힘도 많이 없어진 아버지인데

마음 하나 편하게 못해드립니다.


아빠는 말씀이 정말 많은 분인데,

새엄마랑 잘먹고 잘 살고 있다며

새엄마가 위자료 받아서 사둔 건물을 팔아 몇 억이 생기고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이번에 차도 샀다며...

캠핑카를 샀으니 손자를 태워주겠다며...

그러면서 은근히 새엄마 돈으로 캠핑카도 샀으니

얼굴을 같이 봐야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도 너무 화가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할 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제 나이도 적지 않은데

예전에 받았던 상처에 너무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가까이 하면 새엄마로 인해 또 고통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하고

왜 저렇게 욕하고 소리지르고 뒷담화를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얼굴을 보면서 살 수 있는 건지..

그 새엄마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큽니다.

동시에 난 왜 아직도 철이 없을까, 하는 자책이 듭니다.

어떤 말이든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