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어떤 마음일까요(내용 긺)

쓰니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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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하게 적으면 만약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의 친한 친구가 봤을 때 제가 적었다는 걸 알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연락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과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 자세하게 적고자 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읽고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이 싫으시면 마지막 네 문단만 읽으셔도 됩니다.

3년간 장거리 연애를 이어왔습니다. 저는 남자고, 저보다 어린 여자친구와의 연애였습니다. 열아홉, 스물둘에 시작한 연애는 초반에는 많이 싸우고, 헤어지자는 말까지도 나왔지만 결국 봉합하고 갈등이 생길 상황이 되면 어느정도는 서로 자기자신을 컨트롤하며 연애를 이어갔습니다.

평생동안 공부, 진로와 담을 쌓고 지내던 전 여자친구는 저를 만나며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방향을 틀어가며 진로를 찾고 올해 스물 둘이라는 나이로 디자인 계열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힘든 과정을 겪는 그 사람을 리프레시시켜주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면 같이 고민하고, 지쳐할 때는 격려하고 멘탈케어해주며 연애를 이어갔습니다.

상대는 많이 미성숙한 사람이었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께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며 자랐고, 그런 결점은 친구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애 중에도, 그런 부분은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집착하는 모습도 보였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런 부분은 괜찮아졌지만 제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희생을 요구하고, 뒤늦게 자신이 같은 상황이 되면 저에게 사과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래도 연애하며 조금씩 성숙해지고 배워가는 상대를 보며 저는 행복을 느꼈고 미래를 그렸습니다.

이별은 직전, 서로의 불만이 어느정도 쌓여 생겼습니다.

상대는 제가 상대와 다른 부분에서 맞추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제가 노력하는 부분을 알아주지 못하면 저도 힘들다는 말을 가스라이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공부에 집중하다가 상대의 연락에 집중이 끊겨 카톡으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상대는 그게 큰 상처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신입생이 되고, 저는 대학생활에서의 애인의 구속이 부담이 될 걸 알아 너도 사회생활이 있으니 남자랑 단둘이 술 먹는 정도가 아니면 괜찮다, 술자리가 있으면 연락만 꾸준히 해줘라, 라는 마인드였습니다. 상대는 그런 제 모습이 다른 사람을 견제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디자인 계열의 학과라 야작으로 과 친구들과 매일 몇 시간씩 함께 있으면서, 일이주에 한번 보는 제게 다른사람들은 자기를 이렇게 사랑해주는데 저는 자기를 그렇게 많이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아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마, 장거리 연애의 한계에 부딪혀 생긴 불만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불만도 있었습니다. 발렌타인데이 데이트로 상대가 좋아하는 인디 가수의 공연을 보던 날, 제 도착을 기다리며 상대는 인디 가수에게 줄 손편지를 적었습니다. 입학 전, 시간이 많은 상대였기에 저는 당연히 제 것도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날 데이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데이트 중 생긴 버릴 것을 모아 제가 버리겠다고 챙겼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그걸 정리하는 도중, 깨끗한 여분의 편지지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에게는 시간이 없어 미처 제 것은 적지 못했다는 변명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입시 준비로 인해 금전적 여유가 없던 상대에게, 크리스마스와 주년 선물과 제 생일선물을 하나로 묶어서 줘도 되니 지금 당장 못 챙겨주는 것에 서운해하지 말라며 저는 상대가 갖고 싶어하던 닌텐도 스위치를 선물했습니다. 좋아하지만 부담을 보이는 상대에게, 부담스럽다면 저도 저렇게 묶어서 주는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세 달 정도 시간이 흘러 제 생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연애 도중 향수가 가지고 싶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흘렸고, 세 달이라는 시간도 주었으니 당연히 미리 선물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선물을 같이 고르자는 말도 아니었고, 상대는 그냥 데이트 중 올리브영을 들러 향수를 보고 5만원 가량의 제품을 보며 이런 거 어떠냐,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실망감에 내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다,라는 답변을 돌려주었고 제가 생각하던 이십만원 정도의 라인업을 본 상대는 예상보다 비싼 가격이었는지, 고민하다가 이건 나중에 사주고 옷 한 세트를 사주겠다는 말로 끝냈습니다. 그리고, 옷 역시 이별할 때까지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설령 제가 준 것과 금전적 차이가 심한 선물일지라도 온 마음을 다해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갈등이 있었던 손편지 역시도 받고싶어함을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대의 대학생활에서도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소개팅 주선자로서 자리에 나가 기숙사 통금 직전까지 함께 술을 마시고 들어오거나, 야작하다가 과 친구들과 피시방을 가 남자 동기와 외투를 바꿔입거나, 애인이 있음에도 이상형이라고 연락 온 사람이 있다며 자신의 자존감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애인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접근 사건이 있었음에도, 아직 어린 스무살 동기들이 프로필의 연애일자를 보고 언제 결혼하냐고 지속적으로 놀리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아 프로필을 내리고 싶다고, 저와 타협해 일자만 내리거나 등의 대안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않고 프로필을 기본으로 바꿔버리며 제 입장에서는 타인에게 여지를 주는 행동으로 보이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애인이 있는 상황에서 애인에 대한 예의라고는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사건들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는 밤에, 울면서 연애가 너무 힘들다고 전화했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막차를 타고 상대의 학교 기숙사 앞으로 찾아갔고, 밤을 새며 대화를 해 상대에 대한 신뢰는 깨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시간을 갖자는 말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서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버티지 못한 저는 일주일 정도 후에 어떻게든 상대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가져보고자 상대와 전화로 대화를 했고, 변명을 이어가는 상대에 실망해 감정적으로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제가 너무 성급했으며 아직 많이 사랑하고, 제가 준비가 안 되었음을 느껴 잡아보고자 했지만 이미 모든 연락수단(전화, 문자, 카톡, 인스타, 디스코드)은 차단을 당한 뒤였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별 3주쯤 후, 상대의 짐을 택배로 부치며 잘 지내는지,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내가 미숙했다, 앞으로의 너를 응원하고 더 성숙하고 멋진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동봉했습니다.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이후 상대를 정리하기 위해 며칠 뒤 인스타를 비공개로 돌리자 다음 날 상대는 인스타 계정을 삭제했고, 제가 카톡 프사를 새로 찍어 바꾸자 다음날 상대는 커플 폰케이스에서 새로 바꾼 폰케이스가 보이도록 거울 셀카를 찍어 카톡 프사를 바꾸었습니다.

상대가 많이 잘못했고, 제3자의 입장에서 제가 답답해보임을 알고 있습니다.(재결합하면 절교할거라는 친구의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상대를 못 잊고 많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 상대가 저를 신경쓰고 있는 건지, 그저 저의 착각이고 가망 없으니 잊어야 하는 상황인지 알고 싶네요. 이별한지 얼마 안 되어 비슷하게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이곳이라면 보다 상대의 심리를 잘 파악할 거라고 생각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