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귀찮은 남편분들..

쓰니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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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8년차, 연애만 9년 한 사람입니다.
와이프가 정말 온실속의 화초로만 자라온지라 저와 모든게 다 처음이었습니다.
와이프를 만나기 전 20대초의 저는 정말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계절마다 여행가서 놀고 했지만 와이프는 말그대로 온실 안에서만 있던 사람이라  제 자체를 되게 신기하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 신기함이 호기심이 되고 호기심이 어느덧 사랑이 되고 해서 연애를 시작했는데 문제는 인생을 즐기는 시점이 어긋나버린거죠.
와이프는 이제야 세상을 알았다며 눈을 반짝이며 여행을 추구했고
전 이미 놀거 다 놀고 볼거 다 봤다고 결정적으로 이제 직장과 일에 치여 삶에 좀 지쳐가던 시기여서..
와이프는  저를 세상밖으로 자신을 꺼내준 구원자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여행 이야기가 나올때 마다 제가 지치고 힘들어하고 노골적으로 한숨쉬고 억지로 가는듯하니 너무너무 섭섭했겠죠.
저는 저대로 이제와서 나를 통해 모든걸 다 해보려는 와이프가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구요.
그러던 어느 여름 여행에서... 욕조에 장미꽃, 입욕제 등을 몰래 준비해서 제가 뒤에서 보는 줄도 모르고
여행 내내 인상쓰고 면박주던 나를 뒤로하고
함박 웃음지으며 셋팅하는 와이프(당시 여친)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렇게나 나만 바라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데 이 사람한테 내가 뭔 짓을 한건가... 하고요.
그날 죽는날까지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그 맹세는 일단 결혼으로 시작했구요.
연애 시작 이후 17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제가 어떻게 변했는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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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변했어요.^^ 여행은 여전히 귀찮고 여전히 이해가 안가요.
그런데 너무 사랑해요. 그냥 이사람이 친구랑도 아니고 가족과도 아니고 '나랑 여행가는 것만 바라보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그곳이 화염산 옆이라도 가 줄 수 있어요. 즐겁지 않아도 말이죠.
맞춰가는 겁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와 무언가를 함께 하는걸 가장 좋아한다는것
그것만 기억하고 상기한다면 그렇게 괴롭지는 않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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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전 좀 괴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