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글) 저를 모질게 키운 엄마를 용서하고 싶어요

ㅇㅇ2023.06.05
조회15,689
먼저 방탈 죄송합니다
저는 서른살이 다 되어가고 결혼도 했습니다.그런데 아직까지도 학창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엄마가 저한테 모질게 했던 말들이 상처가 되어 문득 떠오르고 꿈에 나타나서 저를 힘들게 합니다.
엄마는 지금 암투병 중이십니다.엄마가 더 아프시기 전에 엄마를 마음깊이 용서하고,엄마를 떠올려도 더이상 마음 아프고 싶지 않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 조언을 구합니다.
엄마는 공부에 대한 욕심을 저를 통해 대리만족하려고 하셨습니다.그래서 어릴적부터 학원도 정말 많이 다니고어려운 살림에 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강남 3학군으로 무리해서 이사를 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지만그 부담감은 어린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학원 숙제를 하지 않으면 유치원 초등학교때부터 매를 맞았습니다.머리끄댕이를 잡히고 뺨을 맞고 발로 차이고 욕을 먹었습니다.제가 SKY를 가지 못하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습니다.성적이 조금만 잘 나오지 못하면 엄마는 저에게 들어간 돈이 너무 아깝다, 그 돈을 모았으면 지금 얼마가 있었을텐데, 쟤는 지방대 어디밖에 못간다 라고 친척들과 동네 이웃들에게 제 앞에서 제 흉을 보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고 말했을때, 돌아온 대답은 항상 저는 엄마가 돈들여서 가르쳐줘서 배운것만 잘하는 것이지, 안배운 것은 못하니 엄마가 가라는 진로대로 가라는 말이었습니다.당시에는 엄마의 말에 반항심은 생기더라도, 부담감에 결과적으로는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제가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 하거나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면, 제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제 공부를 방해하지 말라고 혼을 내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엄마의 욕심 덕분에 공부는 잘하는 아이가 되었지만, 마음속에 그 당시의 상처가 크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대학에 다니면서도 엄마는 본인이 가르쳐서 제가 좋은 대학에 갔는데 본인에게 돌아오는 건 하나도 없다며, 저를 잘못 키웠다는 말을 항상 했습니다.그럴만도 한게 대학에 다닌다고 해서 제가 큰 돈을 갑자기 벌게 되는 것도 아니고,저는 오히려 학교생활을 하느라 더 바빠져서 엄마가 섭섭해하셨던 것 같습니다. 
취업준비 중에도, 엄마는 경제적 지원을 해주시면서도 막상 말씀으로는, 될것 같지 않으니 때려치라고 항상 했습니다.
제가 회사에 합격했을 때도, 엄마는 제가 붙은게 자기에게는 아무 이득이 없다. 네 아빠한테나 이득이지.(자랑할 회사 사람들이 있어서) 라며 불평하셨습니다. 용돈을 드리니 그제서야 좋아하시더라구요..
회사를 다니면서, 살면서 힘이 들면 어릴 때 일이 자꾸 생각난다고 엄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큰거 바라지 않고 그냥 그때 미안했다라는 말 한마디만 들었어도 제가 마음이 풀렸을 것 같습니다.근데 엄마는 제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거라며, 자존감을 높이라고 했습니다.그 말을 듣고 사실 엄마와 대화를 통해 옛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제가 결혼하기 전에, 엄마가 큰 병에 걸리셨습니다.저는 엄마가 아픈지 모르는 상태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결혼식을 1~2주 정도 남기고, 친정에 갔습니다. 엄마는 아무래도 제가 남편을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다,남편도 너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결혼하면 너가 엄마 팔자를 따라갈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엄마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남편이 결혼전 같이 친정집에 갔을 때,제가 벗는 자켓을 제 남편이 안 들어 주는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정말 다정한 성격이고, 저희는 당연하게도 서로 많이 사랑하기에 결혼을 결심했습니다.잘 할 수 있을거다, 힘들어도 서로를 믿고 살아가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엄마의 말 한마디가 또 실망과 상처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말씀은 날카롭게 하셔도 항상 저를 걱정하고 미안해하시는 분입니다.또 엄마에게 받은 상처만큼 받은 사랑도 많습니다.
그걸 알기에 제 마음 속에는 항상 원망과 죄책감이 함께 있습니다.더욱이 엄마가 지금 많이 아프시기에,저는 더 늦기 전에 엄마를 진심으로 용서하고 무엇보다도 제 스스로가 그 기억과 상처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의 조언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질까 싶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무거운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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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실타래를 풀듯이 제 마음 안에 있는 복잡한 감정들이 하나하나 분리되어서,설명할 수 있는 감정으로 나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제가 대학도 가고, 직장도 잡고, 사회인으로서 자리잡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는 건 항상 잘 알고 있었습니다.엄마 덕분에 분수에 넘치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렇기에 엄마에게 용돈도 자주, 많이 드리려고 했고 편지도 많이 쓰고, 감사하다는 말씀도 많이 드렸습니다.하나 아쉬운건,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싫었으면 제가 공부를 안하든, 경제적 지원을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씀도 공감합니다.엄마 성격을 알면서, 엄마 덕을 보려고 하면 당연히 감내했어야 하는 일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아무 지원도 없이 자식을 예뻐라만 하는 다른 부모와 비교했을 때 제가 더 나은 상황이 아닌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도 이제 곧 출산을 하는 부모된 입장으로서 쉽게 답하기는 어렵네요.적어도 저는 제 아이에게 아이가 괴로워 하는 것을 경제적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ㅠㅠ
아무튼 감사한 마음과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제가 힘들었던 이유는 성인이 되어서 혼자 있거나, 자다가 악몽으로 갑자기 깰때, 유년기의 상처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공황장애처럼 무력하고 우울한 순간들이 닥쳐왔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순간들이 너무 힘들어서, 몇 년 전부터 제 안의 감정들을 마주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그러고 나니 제 안에 엄마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한 양가적인 감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괴롭더군요.제가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고, 지금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얽메여 있는게 스스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댓글들을 읽으면서 많이 위로가 되고, 엄마가 이해가 되고, 제 스스로가 이해가 되었습니다.그때의 엄마와 지금의 엄마가 다르다는 댓글을 읽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생각이 와닿았습니다.또 한분의 댓글처럼, 엄마가 저를 사랑했던 만큼, 제가 멀어지는 순간들이 엄마에게 허망함으로 다가왔기에 그렇게 말씀하셨겠거니 하고 이제 이해가 됩니다.
앞으로는 과거의 기억에 메여 힘들어하기 보다, 지금의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해드리고, 제 자식은 상처없이 보듬어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위로해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