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킬링타임용 이야기이다. 마음은 가볍게,심심한데
할 것 없는 한가한 시간에 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글은 귀신을 인정하거나 미신을 조장하는 글이 아니다.
개인적 실제 경험담이며,과학적 증거는 없음을 밝힌다.
(이야기가 길어 지루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외가쪽은 대대로 땅부자였다.자식들이(특히 첫째,둘째 외삼촌)
사업을 한답시고 돈을 가져가 시원한 냉면처럼 말아먹어도 크게
탓하지 않고,그런 경험으로 말미암아 잘 살길 바랬던 분이시다.
그렇게 귀하게 키운 딸이 아버지를 배필이라 데려 왔으니 개뿔
쥐뿔도 없는 놈이라고 문전 박대를 당하셨다.칠전 팔기로 두들
겨 보았으나 난공불락의 요새는 열리지 않았고,결국 젊은 남녀
는 불 같은 사랑의 힘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그러니 천인공노한 외할어버지는 둘의 관계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고,어머니가 형을 출산하고 데려갔을 때도
받아주지 않으셨다.2년후 내가 생겨 다시 찾아갔지만 같은 이유
로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고 한다.정작 아버지는 포기 상태에
이르렀지만 어머니는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께 둘의 관계적
허락을 취하기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셨다.세월에 장사가 없다
고 심신이 약해진 할아버지는 드디어 굳게 잠긴 문을 여셨지만
여전히 우리 두 형제의 존재를 달갑지 않게 여기셨다.외할머니
의 증언에 의하면 우리가 근처에 다가가면 은근히 손으로 스윽
밀어내셨단다.우리가 미웠다기 보다 자식과 사위에 대한 언짢
은 감정이 투영되었다 생각한다.우리가 말을 시작했고 할비
란 단어를 꺼내며 다가가자 그것을 어쩌겠는가?그 조막만 한
녀석들이 할비라며 들러붙으니 더 이상은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그때 부터 마음은 조금씩 여셨다.
외할아버지의 특유에 성격과 카리스마 덕분에 다른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어려워 하며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지만 그 시절
종특이었던 나는 말을 무섭게 하거나 매섭게 노려 보아도 시골
마당에서 키우는 발바리 마냥 응댕이를 흔들어 대니 어린 놈이
기특하다고 한 번 더 안아주시고는 했다.
국딩1년차 여름방학 때 당연한 듯 그곳을 찾았다.다른 손주들은
와보라 하여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거나 쭈폇됐다.
나는 오라면 오고,가라면 갔다.그래서 본인에게 이쁘고 기특해
보였던지 자주 내 손을 잡고 다니셨다.
마을 어귀에 개울이 넓은 개울이 하나 있고,개울 사이에 돌다리
가 놓여져 그 끝으로 작은 숲이 있었다.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
소유의 땅이었다.매년 놀러가면 그 개울에서 물놀이를 했는데
국딩3년차에 그곳에 갔을 땐 노쇠하신 할아버지도 함께 동행하
셨다.개울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다가 그 숲이 궁금하여 계속
쳐다보니 외할아버지가 곁으로 와 물으신다.
왜?너 저기 가보고 싶나?궁금하냐~ 어떤 곳인지?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아니지만 어린시절
나는 베어그릴스 형 뺨따구를 때릴 만큼 미지에 공간에 대한
탐험의 욕구가 가득했다.할아버지는 숲에 가고 싶은 인원을
있냐 물었지만 물놀이에 빠진 어린 양들은 그곳에 관심이 없었다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간 숲은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과
풀들로 빛이 많이 들지 않아 어둡고 청량감 마저 들었다.
좁게 난 오솔길을 걷다 보니 넓은 평지가 나온다.
평지 중앙에 거목(느티나무)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 아래로 낡은 초가집이 보인다.할아버지 피셜에 따르면 나무는
이 마을 신목(신이 깃든 나무)이고,초가집은 신목을 지키는 무당
집 이었는데 매년 굿도 하고,마을에 안녕을 빌기도 했다고 하셨
다.이곳을 지키던 무당은 작고 하였고,다른 무당은 와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져 지금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내 얘길 조금은 들으셨는지 할아버지가 훈하말씀을
건내셨다.그러면서 혼자는 여기 들어오지 말라 당부하셨다.
그렇게 미지의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결되었다.
다음 해에 할아버지의 지병이 급격히 악화되어 거동이 불편해
지셨다.내가 다가가도 살짝 미소만 지으시는 정도였다.
그해도 개울을 찾아 아이들 모두 여름 물놀이를 즐겼다.
해가 뉘엿뉘엿 산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있을때 우연히 숲 길목을
바라보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빛이 움직이는게 보여 형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게 반딧불이 라고 했다.베어그릴스는(아!아니)
나는 그 빛에 매료되어 의도치 않게 숲길로 들어섰다.
낮에도 음산했던 그곳은 해가 떨어지자 더욱 어둑어둑 하고
을씨년스러웠다.그 빛은 공중을 비행하며 마치 어두운 길을 안내
하는 듯 움직였고,난 빛을 나침반 삼아 숲속 안쪽으로 향한다.
넓은 공간이 나왔다.빛은 나무 주변을 몇 바퀴 빙빙 돌더니 이내
나무 아래 당집으로 들어간다.무섭다기 보다 신비했고,할아버지
의 말씀처럼 그것이 신목에 자리잡고 있는 신 같은 것이라 생각
을 했던 것 같다.그냥 홀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맨발로 들어와 발바닥이 따끔 거림을 인지하면서도 당집으로
향한다.좁은 툇마루에 올라 안을 들여다 보았다.
벽면에 요상한 그림들이 붙여있고 굿을 할때 사용되덧 그릇들,
향초를 꼿아 놓던 항아리와 촞대등이 먼지가 쌓여있다.
불빛이 뱅그르 돌며 더욱 환한 빛을 만들더니 이윽고 왼쪽으로
나 있는 작은 공간을 사라졌다.이상하게 두려움은 없었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보니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xx아...뭐해?얼른 들어와 여기 다 모여 있잖아...
분명하고 명확한 어머니의 음성이였다.잠깐의 의구심에 머리를
갸우뚱 거릴때 그 의심을 파고는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야 뭐해?엄마가 들어오라고 하잖아?빨리 들어와...
형은 방금 전까지 분명 개울가에 있었는데 어떻게 저기 있지?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확실히 뭔가 홀린 상태였으리라..
높은 문턱을 넘어 안으로 오른쪽 발을 들이밀다 잠시 멈칫했다.
그 와중에 일말의 의심이 들었던 것 같았다.분명 어머니나
형이 그곳에 있을 리가 없는데 이게 가능한가?에 대한
스스로의 자문자답 이었다. 곧~익숙한 소리가 또 들렸다.
요놈~할애비가 여기 혼자 오지 말라고 했지?
괜찮으니까 들어와..다 여기 있으니까 얼른 들어와라
그 말이 크리티컬 데미지가 되어 남은 발 마저 넘지 말아야
할 문턱을 넘어섰다.공중에 떠 있던 빛이 섬광 처럼 크게 번쩍
이더니 방안의 공기가 무척 무거워지고 한기가 돌았다.
비로써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몸은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양쪽 귀로 서로 다른 형태의 비웃는
소리가 들리면서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그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이명이 들리고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거려 주체가 안된다는 느낌이 들자 눈물
이 주루룩 흘렀다.눈이 어두움에 익숙해지자 어떤 형체들이 눈에
들어왔다.둘이었던 것 같다.왼쪽으로 작은 키에 형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불빛이 그 가운데 둥둥떠 있는데 뭔가 굉장히 우락
부락 거대해 보인다.
움직여...춤 춰봐 재미있게 놀면 돼..히히히히
빨리 움직여 무당x처럼 방방뛰고 팔도 흔들어봐..헤헤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팔,다리가 움직이고 껑충껑충 뛰기 시작
했다.기억이 너무 또렸해서 더 무서웠던 광기 어린 춤사위가
진행됐고,신내림을 받는 무당처럼 뛰면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대자 온 몸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관절이 꺽이는 듯한
통증에 눈은 울상이고,입은 웃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꽤 기괴하고 무서웠을 것이다.
이대로 미치거나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신이 아득해 지는
시점에 누군가 뛰어 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게 누구든 상관이 없었다.누구든 제발 나를 좀 살려줬으
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내 이름이 불려진다. 이번에는 진짜
어머니의 음성이었다.어머니와 그 뒤로 큰삼촌,중년에 여성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살짝 떳을때 중년여성이 나를 눕혀 상체를 끌어올리고는
하얀 그릇에 뭔가를 훌훌 저어 입으로 가져다 댓다.
그 냄세가 너무 역겹다는 생각에 팔로 그릇을 밀쳐냈다.
스스로 열이 너무 올라 감당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뜨거워
비명을 지름며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다시 뭔가를 만들어 와서 억지로 라도 마시고 삼켜야 한다고
했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어 끝끝내 거부했다.
향냄세가 진동을 하고,노란 셀로판지를 눈에 덧댄 듯 하늘이
노란색이다.누군가 다가와 작은 나무가지로 온몸을 툭툭치며
방울을 흔들었다.
나와...나와 이 썩을 것들아...뭐한다고 애 꼬드겨서 이리도
괴롭히냐?얼른 나와서 니 있던 데로 가라...
방울소리 같은 게 들리자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대성통곡을 했다.
그러다 불현듯 눈물을 똑 그치고 베시시 웃는 모습에 어머니가
아연실색 하며 슬퍼하시던 모습이 보였다.둘이 동시에 들러
붙어있는데 하나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자신이 모시는 신도
감당이 안된다며 아는 분에게 연락을 해놓을 테니 그쪽으로
가보라고 했다.열이 떨어지지 않으니 일단 병원으로 향해 긴급
처방을 받았고,잠시 잠이 들었다.
눈을 떳을땐 흔들리는 자동차 안이었다.그냥 희미한 기억의
잔상들만 남아 당시에 상황은 기억이 안나지만 들은 바에
의하여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어디 가는지 안다고 하거나
욕설을 내뱉어 두 양반을 협박했다고 한다.헛구역질을 하고
정신을 놨다가 다시 깨어나 웃고,난리를 쳤다니 알만하다.
외할아버지의 명에 의해 다른 무속인에게 향했다.
비포장 도로를 지나 마당이 넓은 집으로 들었다.
하얀 삼베 모시 한복에 그 만큼 하얀 꼬깔모(신모라 부린다)
를 쓴 분이 마당에 나와 있었다.큰삼촌이 나를 업고 내리자
가만히 다가와서 눈을 한참 째린다.분명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웠는데 그런 기분과는 별개로 입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무당이 같이 웃어보이며 나에게 소금을 흩뿌렸다.
웃어?웃기냐?어디 고결한 신당에 들어가도 니가 지금처럼
그렇게 쳐 웃나 두고 보자..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으나 목소리에 힘과 절도가 있어 괜히
움츠려드는 기분이 들었다.사열을 하듯 양쪽으로 몇 사람이
앉아 꽹과리며 장구를 끼고 있다.
어떤 놈이 죄 없이 사람 몸에 들어와서 장난질 치는지 어디
그 쌍판떼기 좀 보자..좋게 좋게 가보자..
무당이 운을 띄우자 풍악놀이 하듯 그들만의 의식이 진행된다.
씨그럽고,요란한 소리들이 고막에 내려앉는다.
기본적으로 무속인의 퇴마를 하지 않는다.혼을 끌어내 가두고
성불하는 개념으로 천도를 올리는 방식인데 소리나 악을 만들어
귀신을 모여들게 한다고 들었다.때때로 의식이 거행되면 정신을
놓는다고 하던데 멀쩡했다. 하늘이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소리에 맞춰 방울이나 부채를 흔들면서 겅중겅중 뛰는 무당의
모습이 보였다.본인이 모시는 신을 불러 들이는 것인지,내 몸에
것들을 불러내는 행동인지 나로써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 리듬에 머리가 부스러 질 듯 아파 악을 쓰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누구냐고 반복적으로 묻는 무속인에 질문에
떼굴떼굴 구르기만 할뿐이다.
어여 나와서 한바탕 놀자...너 놀고싶잖아??그래 죄 없는 꼬맹
이 꼬드겨서 무당놀이 했잖아...얼른 나와봐 누군지 보자..
꽹과리의 리듬미컬한 박자에 정신이 혼미해 졌다.어머니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렸다.난 왜 이렇게 태어났지..?
주변에 사물들이 뭉개지면서 알아 듣던 단어들이 점차 귓가에
전달되지 않았다.다른 공간안에 혼자 들어와 있었다.
잠이 든 것도 들지 않은 것도 아닌 가위눌림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 잠잠한 기운이
들더니 시야가 맑아졌다.
내 눈 바로 앞에까지 다가온 무당은 눈은 뱀처럼 차갑고 무서
웠다.있는 힘을 다해 울면서 어머니를 불렀다.
근데 내가 부르는 건지?아닌지를 모르겠다.그게 분간이 안갔다.
엄마~~?무서워 나 좀 살려줘~엉엉...
곁에 있던 어머니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자 무당이 앞을 가로
막고는 제지했다.
그대로 있어요..아들인지 누군지 몰라..괜히 다가가서 건들면
옮겨 붙는다.됐다고 할 때까지 그대로 가만히 계셔...
그것이 부모와 자식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건지,아니면 무당
말처럼 내 몸에 있는 게 장난을 치는 것인지 거기 있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또 한 번의 무당의 강렬한 몸부림이 시작
되었고,내가 악을 지르며 고통을 느낄 때마다 반복적으로 뭔가
를 회유시켰다.
그러니까 그만 나와서 누군지 말하고,좋게 좋게 올라가자..
칠성신님이 그렇게 해주신단다.어여 나오자.
체력이 바닥이 났다.스스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이 마른 걸 떠나서 쓰고,누군가 눈알을 손가락을 만지는듯
뻐근하고,죽어서 축 늘어진 시체처럼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어 그대로 모든 것을 놔버렸다.(기절했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같은 온기가 느껴졌다.향냄새를 뚫고
들어오는 익숙하고 포근한 특유에 내음..어머니 냄새...
어찌나 우셨는지 눈이 벌겋게 달아 올라 퉁퉁 부어있었다.
그 순간에도 옮긴다고 붙어 있으면 안된다고 했더니 방긋
웃으면서 괜찮다고,끝났다고 하였다.
둘이 들어가 하나는 금방나왔고,하나가 말썽을 부려 결국
끄집어내 물건에 봉인하여 무당이 따로 처리를 한다고 했다.
당장내 몸이 괜찮아지진 않았다.몸살기운이 며칠은 갔다.
끝끝내 나를 괴롭히던 정체는 (미신이다 가볍게 다가가자)
마을 산신 노릇을 하던 연혁이 오래된 귀신이라고 했다.
가끔씩 오래 묵은 악귀들은 무당이 받는 신보다 파워가 쎄서
같은 귀신 부리거나 지금의 귀신처럼 도깨비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도깨비가 장난이 많아 사람 형태로 변하고,목소리도
똑같이 따라하는데 그것을 기기막히게 따라서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천도를 거부하는 귀신들은 모아 다가 봉인하여 기운을
약하게 만들어 큰 굿을 할때 같이 올려보낸다고 했다.
뭐 그들만의 리그라서 나도 더 이상은 자세히 모르겠다.
그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외할아버지가 별세하시고 그쪽
땅은 큰외삼촌에 의해 외지인에게 넘기셨다.
안가본지 꽤 됐으나 내가 마지막으로 들렸을때 그곳은 주차장
부지를 만든다고 하여 개활지가 되어 있었다.
이야기를 끝맺음
늦게 와서는 이야기 길이 조절에 또 실패하여 나눠서 올리려
했으나 한꺼번에 그냥 올림..긴 글 보시느라 고생하셨음..
또 뵙길 바라...
킬링타임용 무서운이야기(열번째)
할 것 없는 한가한 시간에 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글은 귀신을 인정하거나 미신을 조장하는 글이 아니다.
개인적 실제 경험담이며,과학적 증거는 없음을 밝힌다.
(이야기가 길어 지루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외가쪽은 대대로 땅부자였다.자식들이(특히 첫째,둘째 외삼촌)
사업을 한답시고 돈을 가져가 시원한 냉면처럼 말아먹어도 크게
탓하지 않고,그런 경험으로 말미암아 잘 살길 바랬던 분이시다.
그렇게 귀하게 키운 딸이 아버지를 배필이라 데려 왔으니 개뿔
쥐뿔도 없는 놈이라고 문전 박대를 당하셨다.칠전 팔기로 두들
겨 보았으나 난공불락의 요새는 열리지 않았고,결국 젊은 남녀
는 불 같은 사랑의 힘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그러니 천인공노한 외할어버지는 둘의 관계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고,어머니가 형을 출산하고 데려갔을 때도
받아주지 않으셨다.2년후 내가 생겨 다시 찾아갔지만 같은 이유
로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고 한다.정작 아버지는 포기 상태에
이르렀지만 어머니는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께 둘의 관계적
허락을 취하기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셨다.세월에 장사가 없다
고 심신이 약해진 할아버지는 드디어 굳게 잠긴 문을 여셨지만
여전히 우리 두 형제의 존재를 달갑지 않게 여기셨다.외할머니
의 증언에 의하면 우리가 근처에 다가가면 은근히 손으로 스윽
밀어내셨단다.우리가 미웠다기 보다 자식과 사위에 대한 언짢
은 감정이 투영되었다 생각한다.우리가 말을 시작했고 할비
란 단어를 꺼내며 다가가자 그것을 어쩌겠는가?그 조막만 한
녀석들이 할비라며 들러붙으니 더 이상은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그때 부터 마음은 조금씩 여셨다.
외할아버지의 특유에 성격과 카리스마 덕분에 다른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어려워 하며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지만 그 시절
종특이었던 나는 말을 무섭게 하거나 매섭게 노려 보아도 시골
마당에서 키우는 발바리 마냥 응댕이를 흔들어 대니 어린 놈이
기특하다고 한 번 더 안아주시고는 했다.
국딩1년차 여름방학 때 당연한 듯 그곳을 찾았다.다른 손주들은
와보라 하여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거나 쭈폇됐다.
나는 오라면 오고,가라면 갔다.그래서 본인에게 이쁘고 기특해
보였던지 자주 내 손을 잡고 다니셨다.
마을 어귀에 개울이 넓은 개울이 하나 있고,개울 사이에 돌다리
가 놓여져 그 끝으로 작은 숲이 있었다.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
소유의 땅이었다.매년 놀러가면 그 개울에서 물놀이를 했는데
국딩3년차에 그곳에 갔을 땐 노쇠하신 할아버지도 함께 동행하
셨다.개울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다가 그 숲이 궁금하여 계속
쳐다보니 외할아버지가 곁으로 와 물으신다.
왜?너 저기 가보고 싶나?궁금하냐~ 어떤 곳인지?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아니지만 어린시절
나는 베어그릴스 형 뺨따구를 때릴 만큼 미지에 공간에 대한
탐험의 욕구가 가득했다.할아버지는 숲에 가고 싶은 인원을
있냐 물었지만 물놀이에 빠진 어린 양들은 그곳에 관심이 없었다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간 숲은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과
풀들로 빛이 많이 들지 않아 어둡고 청량감 마저 들었다.
좁게 난 오솔길을 걷다 보니 넓은 평지가 나온다.
평지 중앙에 거목(느티나무)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 아래로 낡은 초가집이 보인다.할아버지 피셜에 따르면 나무는
이 마을 신목(신이 깃든 나무)이고,초가집은 신목을 지키는 무당
집 이었는데 매년 굿도 하고,마을에 안녕을 빌기도 했다고 하셨
다.이곳을 지키던 무당은 작고 하였고,다른 무당은 와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져 지금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넌 뭐가 보인다고 했지??보인다고 무서워 하지 말고,들린다고
주눅들지 말고,당당해져야 사내대장부가 되는거다.
어머니에게 내 얘길 조금은 들으셨는지 할아버지가 훈하말씀을
건내셨다.그러면서 혼자는 여기 들어오지 말라 당부하셨다.
그렇게 미지의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결되었다.
다음 해에 할아버지의 지병이 급격히 악화되어 거동이 불편해
지셨다.내가 다가가도 살짝 미소만 지으시는 정도였다.
그해도 개울을 찾아 아이들 모두 여름 물놀이를 즐겼다.
해가 뉘엿뉘엿 산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있을때 우연히 숲 길목을
바라보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빛이 움직이는게 보여 형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게 반딧불이 라고 했다.베어그릴스는(아!아니)
나는 그 빛에 매료되어 의도치 않게 숲길로 들어섰다.
낮에도 음산했던 그곳은 해가 떨어지자 더욱 어둑어둑 하고
을씨년스러웠다.그 빛은 공중을 비행하며 마치 어두운 길을 안내
하는 듯 움직였고,난 빛을 나침반 삼아 숲속 안쪽으로 향한다.
넓은 공간이 나왔다.빛은 나무 주변을 몇 바퀴 빙빙 돌더니 이내
나무 아래 당집으로 들어간다.무섭다기 보다 신비했고,할아버지
의 말씀처럼 그것이 신목에 자리잡고 있는 신 같은 것이라 생각
을 했던 것 같다.그냥 홀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맨발로 들어와 발바닥이 따끔 거림을 인지하면서도 당집으로
향한다.좁은 툇마루에 올라 안을 들여다 보았다.
벽면에 요상한 그림들이 붙여있고 굿을 할때 사용되덧 그릇들,
향초를 꼿아 놓던 항아리와 촞대등이 먼지가 쌓여있다.
불빛이 뱅그르 돌며 더욱 환한 빛을 만들더니 이윽고 왼쪽으로
나 있는 작은 공간을 사라졌다.이상하게 두려움은 없었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보니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xx아...뭐해?얼른 들어와 여기 다 모여 있잖아...
분명하고 명확한 어머니의 음성이였다.잠깐의 의구심에 머리를
갸우뚱 거릴때 그 의심을 파고는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야 뭐해?엄마가 들어오라고 하잖아?빨리 들어와...
형은 방금 전까지 분명 개울가에 있었는데 어떻게 저기 있지?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확실히 뭔가 홀린 상태였으리라..
높은 문턱을 넘어 안으로 오른쪽 발을 들이밀다 잠시 멈칫했다.
그 와중에 일말의 의심이 들었던 것 같았다.분명 어머니나
형이 그곳에 있을 리가 없는데 이게 가능한가?에 대한
스스로의 자문자답 이었다. 곧~익숙한 소리가 또 들렸다.
요놈~할애비가 여기 혼자 오지 말라고 했지?
괜찮으니까 들어와..다 여기 있으니까 얼른 들어와라
그 말이 크리티컬 데미지가 되어 남은 발 마저 넘지 말아야
할 문턱을 넘어섰다.공중에 떠 있던 빛이 섬광 처럼 크게 번쩍
이더니 방안의 공기가 무척 무거워지고 한기가 돌았다.
비로써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몸은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양쪽 귀로 서로 다른 형태의 비웃는
소리가 들리면서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그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이명이 들리고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거려 주체가 안된다는 느낌이 들자 눈물
이 주루룩 흘렀다.눈이 어두움에 익숙해지자 어떤 형체들이 눈에
들어왔다.둘이었던 것 같다.왼쪽으로 작은 키에 형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불빛이 그 가운데 둥둥떠 있는데 뭔가 굉장히 우락
부락 거대해 보인다.
움직여...춤 춰봐 재미있게 놀면 돼..히히히히
빨리 움직여 무당x처럼 방방뛰고 팔도 흔들어봐..헤헤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팔,다리가 움직이고 껑충껑충 뛰기 시작
했다.기억이 너무 또렸해서 더 무서웠던 광기 어린 춤사위가
진행됐고,신내림을 받는 무당처럼 뛰면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대자 온 몸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관절이 꺽이는 듯한
통증에 눈은 울상이고,입은 웃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꽤 기괴하고 무서웠을 것이다.
이대로 미치거나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신이 아득해 지는
시점에 누군가 뛰어 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게 누구든 상관이 없었다.누구든 제발 나를 좀 살려줬으
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내 이름이 불려진다. 이번에는 진짜
어머니의 음성이었다.어머니와 그 뒤로 큰삼촌,중년에 여성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살짝 떳을때 중년여성이 나를 눕혀 상체를 끌어올리고는
하얀 그릇에 뭔가를 훌훌 저어 입으로 가져다 댓다.
그 냄세가 너무 역겹다는 생각에 팔로 그릇을 밀쳐냈다.
스스로 열이 너무 올라 감당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뜨거워
비명을 지름며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다시 뭔가를 만들어 와서 억지로 라도 마시고 삼켜야 한다고
했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어 끝끝내 거부했다.
향냄세가 진동을 하고,노란 셀로판지를 눈에 덧댄 듯 하늘이
노란색이다.누군가 다가와 작은 나무가지로 온몸을 툭툭치며
방울을 흔들었다.
나와...나와 이 썩을 것들아...뭐한다고 애 꼬드겨서 이리도
괴롭히냐?얼른 나와서 니 있던 데로 가라...
방울소리 같은 게 들리자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대성통곡을 했다.
그러다 불현듯 눈물을 똑 그치고 베시시 웃는 모습에 어머니가
아연실색 하며 슬퍼하시던 모습이 보였다.둘이 동시에 들러
붙어있는데 하나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자신이 모시는 신도
감당이 안된다며 아는 분에게 연락을 해놓을 테니 그쪽으로
가보라고 했다.열이 떨어지지 않으니 일단 병원으로 향해 긴급
처방을 받았고,잠시 잠이 들었다.
눈을 떳을땐 흔들리는 자동차 안이었다.그냥 희미한 기억의
잔상들만 남아 당시에 상황은 기억이 안나지만 들은 바에
의하여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어디 가는지 안다고 하거나
욕설을 내뱉어 두 양반을 협박했다고 한다.헛구역질을 하고
정신을 놨다가 다시 깨어나 웃고,난리를 쳤다니 알만하다.
외할아버지의 명에 의해 다른 무속인에게 향했다.
비포장 도로를 지나 마당이 넓은 집으로 들었다.
하얀 삼베 모시 한복에 그 만큼 하얀 꼬깔모(신모라 부린다)
를 쓴 분이 마당에 나와 있었다.큰삼촌이 나를 업고 내리자
가만히 다가와서 눈을 한참 째린다.분명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웠는데 그런 기분과는 별개로 입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무당이 같이 웃어보이며 나에게 소금을 흩뿌렸다.
웃어?웃기냐?어디 고결한 신당에 들어가도 니가 지금처럼
그렇게 쳐 웃나 두고 보자..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으나 목소리에 힘과 절도가 있어 괜히
움츠려드는 기분이 들었다.사열을 하듯 양쪽으로 몇 사람이
앉아 꽹과리며 장구를 끼고 있다.
어떤 놈이 죄 없이 사람 몸에 들어와서 장난질 치는지 어디
그 쌍판떼기 좀 보자..좋게 좋게 가보자..
무당이 운을 띄우자 풍악놀이 하듯 그들만의 의식이 진행된다.
씨그럽고,요란한 소리들이 고막에 내려앉는다.
기본적으로 무속인의 퇴마를 하지 않는다.혼을 끌어내 가두고
성불하는 개념으로 천도를 올리는 방식인데 소리나 악을 만들어
귀신을 모여들게 한다고 들었다.때때로 의식이 거행되면 정신을
놓는다고 하던데 멀쩡했다. 하늘이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소리에 맞춰 방울이나 부채를 흔들면서 겅중겅중 뛰는 무당의
모습이 보였다.본인이 모시는 신을 불러 들이는 것인지,내 몸에
것들을 불러내는 행동인지 나로써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 리듬에 머리가 부스러 질 듯 아파 악을 쓰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누구냐고 반복적으로 묻는 무속인에 질문에
떼굴떼굴 구르기만 할뿐이다.
어여 나와서 한바탕 놀자...너 놀고싶잖아??그래 죄 없는 꼬맹
이 꼬드겨서 무당놀이 했잖아...얼른 나와봐 누군지 보자..
꽹과리의 리듬미컬한 박자에 정신이 혼미해 졌다.어머니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렸다.난 왜 이렇게 태어났지..?
주변에 사물들이 뭉개지면서 알아 듣던 단어들이 점차 귓가에
전달되지 않았다.다른 공간안에 혼자 들어와 있었다.
잠이 든 것도 들지 않은 것도 아닌 가위눌림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 잠잠한 기운이
들더니 시야가 맑아졌다.
내 눈 바로 앞에까지 다가온 무당은 눈은 뱀처럼 차갑고 무서
웠다.있는 힘을 다해 울면서 어머니를 불렀다.
근데 내가 부르는 건지?아닌지를 모르겠다.그게 분간이 안갔다.
엄마~~?무서워 나 좀 살려줘~엉엉...
곁에 있던 어머니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자 무당이 앞을 가로
막고는 제지했다.
그대로 있어요..아들인지 누군지 몰라..괜히 다가가서 건들면
옮겨 붙는다.됐다고 할 때까지 그대로 가만히 계셔...
그것이 부모와 자식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건지,아니면 무당
말처럼 내 몸에 있는 게 장난을 치는 것인지 거기 있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또 한 번의 무당의 강렬한 몸부림이 시작
되었고,내가 악을 지르며 고통을 느낄 때마다 반복적으로 뭔가
를 회유시켰다.
그러니까 그만 나와서 누군지 말하고,좋게 좋게 올라가자..
칠성신님이 그렇게 해주신단다.어여 나오자.
체력이 바닥이 났다.스스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이 마른 걸 떠나서 쓰고,누군가 눈알을 손가락을 만지는듯
뻐근하고,죽어서 축 늘어진 시체처럼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어 그대로 모든 것을 놔버렸다.(기절했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같은 온기가 느껴졌다.향냄새를 뚫고
들어오는 익숙하고 포근한 특유에 내음..어머니 냄새...
어찌나 우셨는지 눈이 벌겋게 달아 올라 퉁퉁 부어있었다.
그 순간에도 옮긴다고 붙어 있으면 안된다고 했더니 방긋
웃으면서 괜찮다고,끝났다고 하였다.
둘이 들어가 하나는 금방나왔고,하나가 말썽을 부려 결국
끄집어내 물건에 봉인하여 무당이 따로 처리를 한다고 했다.
당장내 몸이 괜찮아지진 않았다.몸살기운이 며칠은 갔다.
끝끝내 나를 괴롭히던 정체는 (미신이다 가볍게 다가가자)
마을 산신 노릇을 하던 연혁이 오래된 귀신이라고 했다.
가끔씩 오래 묵은 악귀들은 무당이 받는 신보다 파워가 쎄서
같은 귀신 부리거나 지금의 귀신처럼 도깨비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도깨비가 장난이 많아 사람 형태로 변하고,목소리도
똑같이 따라하는데 그것을 기기막히게 따라서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천도를 거부하는 귀신들은 모아 다가 봉인하여 기운을
약하게 만들어 큰 굿을 할때 같이 올려보낸다고 했다.
뭐 그들만의 리그라서 나도 더 이상은 자세히 모르겠다.
그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외할아버지가 별세하시고 그쪽
땅은 큰외삼촌에 의해 외지인에게 넘기셨다.
안가본지 꽤 됐으나 내가 마지막으로 들렸을때 그곳은 주차장
부지를 만든다고 하여 개활지가 되어 있었다.
이야기를 끝맺음
늦게 와서는 이야기 길이 조절에 또 실패하여 나눠서 올리려
했으나 한꺼번에 그냥 올림..긴 글 보시느라 고생하셨음..
또 뵙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