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인생이 너무 고되보여요.

아빠사랑해2023.06.15
조회23,908
올해 연세 70이신 아빠가 아직도 현업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정년은 지나셨고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1년씩 연장해 지금까지 일을 하세요.정년이셨을 때 가족들이 이제 그만 일하셔도 된다 말해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셔서 그러시라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하시는 일은 아니고 외부에서 일을 하시는데 어제 오후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라구요.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드렸더니 옷이며 속옷이며 다 젖었다고 '아이고 무슨 비가 이렇게 오냐' 하는데.. 그 시간이 오후 3시쯤 이었거든요. 퇴근하려면 적어도 3시간을 더 있어야 하는데 그 젖은 옷으로 일하실 거 생각하니 울컥하더라구요.(중간에 여벌옷으로 갈아입고 하실만한 일은 아닙니다..)몸도 무거울거고 찝찝할거고 일은 남았고..
비단 어제 뿐 아니라 제가 아빠 통장관리를 하고 있어서 가끔 카드내역보면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한 김밥집에서 6천원씩 결재를 하시는 걸 알게 되었어요.물어보니 일 할 때는 시간이 없어 김밥으로 먹는다. 저녁에 집에 와서는 집밥먹으니 걱정말라 하셨거든요. 저는 구내식당이 있어도 오늘은 나가서 점심 외식할까 하고 맛있는 거 사먹고 디저트까지 먹고 하는데 우리 아빠는 왜 70이 될 때 까지 밥도 이렇게 떼우듯이 먹는건지 너무 안쓰럽네요.
젊은 사람들과 일하시면서 모르는 용어들도 많고, 예전에는 다 종이로 전달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텔레그램, 밴드 이런걸로 알려준다 했을 때도 일일이 가족들한테 얘기는 안하셔도 일하시면서 고충이 많겠다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예전부터 아빠 힘들고 버거울 거라 느끼고 있었던 거 같아요.결혼해 애 키우면서 맞벌이로 사는 나는 지금 친정식구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내가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효도다. 이렇게만 생각했거든요.그래도 형제들끼리 사이가 좋아 달에 한 번씩은 만나 술도 한잔하고 그러는데그럴 때 마다 아빠가 정말 행복해하셨던 거 같아요.
그냥 지금도 저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사무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빠는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내겠구나 생각하니 목이 메여요.아빠 인생은 우리를 키우면서 다 지나간 거 같고, 지금도 편한 삶을 사는 거 같지도 않고,인생에 낙이 있으실까 싶고. 참 성실히 꾀 안부리고 일하셨던 거 같은데 모자라진 않아도 풍족하게 사는 인생도 아니었고...
어제 그 통화가 마음에 걸려 오늘 출근길에 오늘도 화이팅 하자고 전화를 드렸는데아빠가 '우리 딸~ 오늘도 애 등원시키고 출근하느라 고생했어~ 회사가서 커피한잔 마시고 일해~' 하는데 진짜 눈물이 날 거 같았어요.
그냥 푸념입니다. 다들 부모님께 잘 하시면서 살고 계신가요...?한다고 했는데 저는 아닌 거 같아요. 정말이지 엄마아빠 없는 삶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먼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더 잘해야 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