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결혼 후 아내는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꿈에 그리던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었던 1년이 흐른 2019년 11월, 코로나의 발생으로 저희 부부 모두 직격탄을 맞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버텨볼 수 있을까 각자 살아남느라 바쁜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는 생각보다 훨씬 오랜시간 모두를 괴롭혔고 자동차 기름값도 사치라고 느껴질 때 즈음, 지인이 오토바이를 처분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정 거리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돈이 덜 들겠다는 생각에 저에게 팔 생각 있는지 물었고, 저라면 그냥 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아내에게 얘기를 꺼냈지만 오토바이는 절대 안된다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 그저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생각에 얻어왔습니다.
더 많이 조심하고 경계해서 다니겠노라 맹세의 맹세를 했음에도,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가 다른것도 아닌 한푼이라도 아껴볼 요량이라는 것에 아내는 더욱 속상해했지만 애써 모른척 했습니다.
2021년 4월, 여느 날과 같이 일을 마친 뒤 아내의 카페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길이었고 제가 기억하는 그날의 마지막은 제 바로 앞에서 번쩍하던 불빛이었습니다.
삼거리에서 상대 운전자가 비보호 좌회전으로 가다 제 오토바이를 쳤고, 심지어 슬금슬금 그냥 가려던 것을 그 현장을 목격한 택시기사님들과 배달기사님들이 쫓아가서 붙잡아주셨고, 그렇게 붙잡고 보니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운전 상태였던 것입니다.
사고와 동시에 의식을 잃었고 3일 뒤 깨어난 저는 모든 것이 절망스럽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큰 병원이 없어 이송된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하다 판단되어 다른 지역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왔고, 의사선생님은 저에게, 왼쪽 갈비뼈가 모두 부러짐과 동시에 비장이 파열 되었고, 오른쪽 무릎 파열, 왼쪽 팔 인대 끊어짐, 또 척추가 일부 손상되었지만 사고나실 때 몸을 웅크리고 계셨는지 신경은 살아있어서 다행히 걸을 수 있다고 무시무시한 말씀들을 덤덤하고 희망차게 전해주셨습니다. 오랜 재활이 필요하겠지만 오토바이 그것도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에 이정도면 죽지 않는걸 다행으로 생각하셔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요.
끔찍한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온 몸이 찢어질 듯이 아픈 통증보다, CT며 MRI며 하루걸러 하는 검사들이나 몇 번씩 이어지는 수술들보다, 다시 제대로 걷기 위해 재활했던 그 시간들보다도 저를 힘들게 했던 건 배변활동을 제 자력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세히 다 서술할 순 없겠지만 정말이지 수치스럽고 너무너무 끔찍했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했던 기간동안 아내와 어머니, 누나가 번갈아가며 제 병수발을 들었는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나중에는 그 시간이 두려워 밥도 최소한으로만 먹었습니다. 왜 이렇게 못먹냐 먹고 싶은거 없냐는 아내의 말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신경질도 엄청 냈습니다. 괜찮을거다 금방 나을거다라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 본인일 아니니 쉽게 말하는거 같고 듣기 싫었습니다. 점점더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갔고 저의 피폐함은 저만큼이나 가장 힘들 제 아내도 말라가게 했습니다. 지금 얘기하면 본인이 백번 잘못하신일이라 말씀하십니다만, 당시 어머니께서 아내에게도 모진말씀 많이 하셨고 그렇게 저로인해 이 사고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아내에게 진지하게 내가 너를 놔줘야 할 거 같다며 이혼에 대한 얘기를 꺼낸적도 있습니다.
전치 12주 진단, 무릎은 평생 장해, 팔과 갈비뼈 등은 후유장해 5년 진단을 받고 8개월의 병원생활 끝에 통원이 가능해졌어도, 먹고 사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 거래처들은 이미 다 떠나간 뒤였고, 코로나의 타격에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텨보던 아내의 카페는 제 병간호로 인해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해자에게서 단 한번의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상대측 보험회사에서 제 연락처를 가해자에게 알려줘도 되냐고 해서 저는 그러라 대답했고, 심지어 경찰이 물었을때도 그렇게 하시라 했는데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사과 해주기를 피해자가 오매불망 기다려야하는 이 상황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21년 12월,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을 문자로 받았습니다. 너무 늦게 연락드려 죄송하다며 연락처를 너무 늦게 알아서 그동안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고 전화를 주겠다 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경찰과 상대측 보험사가 제 연락처를 알려줘도 되는지 물었던게 사고난 직후 길어봤자 고작 일주일 내였는데, 그 해가 다 지나가는 시점에 연락을 해놓고선 사고에 대한 사과도 없이 늦게 연락준것에 대한 미안함, 심지어 그 핑계마저도 거짓말이라니..
‘연락처를 아실려고 했으면 진작 알수도 있었을텐데 합의 이야기 하시는건 좀 놀랍네요’ 하고 답장을 보내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습니다.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얘기하고 싶은데 코로나 문제도 있고 또 지방으로 일하러 왔다는둥 또 이어지는 핑계에 시간과 장소를 적어 일방적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가해자와 만나서 본인 동의하에 대화 내용을 녹취했습니다.
만나자마자 합의를 하고 싶다 하시기에 분통이 터져서, 사과가 먼저 아니냐 왜 이제야 연락을 했냐 물으니, 이 일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언짢은 마음이 생겨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방금 언짢다 하셨냐 되물으니 실수로 그렇게 말했다고 본인은 돈도 없고 차도 팔았고 가정도 깨지기 일보 직전이고 직장도 일용직이라 어쩔 수 없다며 500만원을 주겠다 하더라구요. 내가 왜 이런 사고를 당했지를 넘어서서, 뭐 이런 사람한테 사고를 당하나 싶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습니다. 저는 그런 가해자의 태도에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그 날 저녁 또 본인의 신세한탄과 함께 800만원까지밖에 만들 수 없다며 조만간 다시 한번 찾아오겠다 미안하다 하더니 그 다음해 2월까지도 감감무소식 이었습니다.
1심 재판이 시작되고, 판사님께서 ‘내가 두 번 봐줬는데 돌아오는 결과가 이거냐’ 하시는걸보니 음주운전이 상습인 사람이었나 봅니다. 울분이 터져 울고 있던 저를 판사님께서 달래주시더라구요. 피고인에게 항소심을 줄테니 그동안 제대로 사과하고 피해자의 합의를 받아오라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하셨고 3년이 구형되었으나 보험회사와 민사적 합의를 봤으니 1년 6개월 실형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판사님이라도 제 억울함을 알아주시는구나, 저정도로 얘기 들었으면 이제 제대로 사과하고 해결 하겠지 싶어서 제가 먼저 어떻게 하실꺼냐고 문자 했습니다. 근데 보기좋게 연락 씹히고 연락 두절 되더라구요.
교통사고는 법정구속이 안된다는거 처음 알았습니다. 초범이 아니여도 말이죠. 가해자는 항소기간동안 아무런 제약없이 본인의 생활을 다 할 수 있더군요. 저는 그래서 아둔하게도 혹시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일하고 있으려나 하는 미련한 생각도 하며 가해자가 연락 없는 또 그 긴 시간들을 견디며 잊고 지내려 노력하면서 재활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1심 선고 후 1년이 지날 때쯤, 카카오톡에 가해자의 프로필이 업데이트가 됐더군요.
술집에서 갸루브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필드 나가서 골프채 잡고 멋드러지게 포즈 취하고 있는 사진.... 이 분노와 절망감, 좌절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법원에 진정서를 내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첫 번째 항소심날, 2심 판사님은 가해자가 괘씸하다며 바로 법정구속을 시키시는걸 보고, 그나마 죗값이라도 치루는거같아 조금 후련했습니다. 피해자가 구치소에 들어가자마자 가해자의 가족들이 합의를 하고 싶다며 변호사를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기도 안차더라구요 이제. 어차피 진심어린 사과 하실 생각 없으시니 합의금 5천만원 달라, 그게 아니면 제대로 사과 하신다면 3천만원에 합의하겠다고 상대 변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네 이제 안믿습니다. 그 이후에는 또 연락이 없었고, 가해자는 판사님과 저에게 반성문을 썼습니다. 마음으로 갚을테니 선처해달라고.
마음으로 갚을 시간 충분했고, 그런 모습조차 한톨도 보이지 않았던 가해자였기에 저는 더 이상의 선처란 없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입장은 달랐나 봅니다.
피해자는 반성문과 함께 500만원의 공탁을 걸었고, 1심에서의 1년 6개월형을 1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내 일상과 인생은 모두 망가졌는데 도대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왜이렇게 가벼운건지 법은 왜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기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장황하고 두서없는 글 끝에 제가 전하고 싶은 호소는,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하는 제 억울함도 있지만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벌이 너무나 가볍다는 것에 대한 한탄입니다.
음주운전자는 예비살인자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이 마약을 하고 칼을 손에 쥐는것과 무엇이 다른걸까요. 언제든 누군가를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의 사람들이며, 습관적으로 그 준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음주운전 피해자는 살인사건이 미수에 그쳐 살아남은 살아남은 생존자들입니다. 이 가해자처럼 세 번째임에도 가벼운 형벌이 처해지는 작금의 상황은 가해자를 그저 더 안일한 가해자로 방치하고, 더 많은 피해자의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싸움중에 있습니다. 더는 가해자로 인해 아프고 싶지 않습니다.
(방탈죄송합니다) 음주운전 피해자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2018년 11월, 결혼 후 아내는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꿈에 그리던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었던 1년이 흐른 2019년 11월, 코로나의 발생으로 저희 부부 모두 직격탄을 맞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버텨볼 수 있을까 각자 살아남느라 바쁜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는 생각보다 훨씬 오랜시간 모두를 괴롭혔고 자동차 기름값도 사치라고 느껴질 때 즈음, 지인이 오토바이를 처분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정 거리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돈이 덜 들겠다는 생각에 저에게 팔 생각 있는지 물었고, 저라면 그냥 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아내에게 얘기를 꺼냈지만 오토바이는 절대 안된다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 그저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생각에 얻어왔습니다.
더 많이 조심하고 경계해서 다니겠노라 맹세의 맹세를 했음에도,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가 다른것도 아닌 한푼이라도 아껴볼 요량이라는 것에 아내는 더욱 속상해했지만 애써 모른척 했습니다.
2021년 4월, 여느 날과 같이 일을 마친 뒤 아내의 카페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길이었고 제가 기억하는 그날의 마지막은 제 바로 앞에서 번쩍하던 불빛이었습니다.
삼거리에서 상대 운전자가 비보호 좌회전으로 가다 제 오토바이를 쳤고, 심지어 슬금슬금 그냥 가려던 것을 그 현장을 목격한 택시기사님들과 배달기사님들이 쫓아가서 붙잡아주셨고, 그렇게 붙잡고 보니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운전 상태였던 것입니다.
사고와 동시에 의식을 잃었고 3일 뒤 깨어난 저는 모든 것이 절망스럽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큰 병원이 없어 이송된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하다 판단되어 다른 지역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왔고, 의사선생님은 저에게, 왼쪽 갈비뼈가 모두 부러짐과 동시에 비장이 파열 되었고, 오른쪽 무릎 파열, 왼쪽 팔 인대 끊어짐, 또 척추가 일부 손상되었지만 사고나실 때 몸을 웅크리고 계셨는지 신경은 살아있어서 다행히 걸을 수 있다고 무시무시한 말씀들을 덤덤하고 희망차게 전해주셨습니다. 오랜 재활이 필요하겠지만 오토바이 그것도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에 이정도면 죽지 않는걸 다행으로 생각하셔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요.
끔찍한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온 몸이 찢어질 듯이 아픈 통증보다, CT며 MRI며 하루걸러 하는 검사들이나 몇 번씩 이어지는 수술들보다, 다시 제대로 걷기 위해 재활했던 그 시간들보다도 저를 힘들게 했던 건 배변활동을 제 자력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세히 다 서술할 순 없겠지만 정말이지 수치스럽고 너무너무 끔찍했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했던 기간동안 아내와 어머니, 누나가 번갈아가며 제 병수발을 들었는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나중에는 그 시간이 두려워 밥도 최소한으로만 먹었습니다. 왜 이렇게 못먹냐 먹고 싶은거 없냐는 아내의 말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신경질도 엄청 냈습니다. 괜찮을거다 금방 나을거다라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 본인일 아니니 쉽게 말하는거 같고 듣기 싫었습니다. 점점더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갔고 저의 피폐함은 저만큼이나 가장 힘들 제 아내도 말라가게 했습니다. 지금 얘기하면 본인이 백번 잘못하신일이라 말씀하십니다만, 당시 어머니께서 아내에게도 모진말씀 많이 하셨고 그렇게 저로인해 이 사고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아내에게 진지하게 내가 너를 놔줘야 할 거 같다며 이혼에 대한 얘기를 꺼낸적도 있습니다.
전치 12주 진단, 무릎은 평생 장해, 팔과 갈비뼈 등은 후유장해 5년 진단을 받고 8개월의 병원생활 끝에 통원이 가능해졌어도, 먹고 사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 거래처들은 이미 다 떠나간 뒤였고, 코로나의 타격에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텨보던 아내의 카페는 제 병간호로 인해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해자에게서 단 한번의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상대측 보험회사에서 제 연락처를 가해자에게 알려줘도 되냐고 해서 저는 그러라 대답했고, 심지어 경찰이 물었을때도 그렇게 하시라 했는데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사과 해주기를 피해자가 오매불망 기다려야하는 이 상황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21년 12월,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을 문자로 받았습니다. 너무 늦게 연락드려 죄송하다며 연락처를 너무 늦게 알아서 그동안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고 전화를 주겠다 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경찰과 상대측 보험사가 제 연락처를 알려줘도 되는지 물었던게 사고난 직후 길어봤자 고작 일주일 내였는데, 그 해가 다 지나가는 시점에 연락을 해놓고선 사고에 대한 사과도 없이 늦게 연락준것에 대한 미안함, 심지어 그 핑계마저도 거짓말이라니..
‘연락처를 아실려고 했으면 진작 알수도 있었을텐데 합의 이야기 하시는건 좀 놀랍네요’ 하고 답장을 보내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습니다.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얘기하고 싶은데 코로나 문제도 있고 또 지방으로 일하러 왔다는둥 또 이어지는 핑계에 시간과 장소를 적어 일방적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가해자와 만나서 본인 동의하에 대화 내용을 녹취했습니다.
만나자마자 합의를 하고 싶다 하시기에 분통이 터져서, 사과가 먼저 아니냐 왜 이제야 연락을 했냐 물으니, 이 일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언짢은 마음이 생겨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방금 언짢다 하셨냐 되물으니 실수로 그렇게 말했다고 본인은 돈도 없고 차도 팔았고 가정도 깨지기 일보 직전이고 직장도 일용직이라 어쩔 수 없다며 500만원을 주겠다 하더라구요. 내가 왜 이런 사고를 당했지를 넘어서서, 뭐 이런 사람한테 사고를 당하나 싶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습니다. 저는 그런 가해자의 태도에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그 날 저녁 또 본인의 신세한탄과 함께 800만원까지밖에 만들 수 없다며 조만간 다시 한번 찾아오겠다 미안하다 하더니 그 다음해 2월까지도 감감무소식 이었습니다.
1심 재판이 시작되고, 판사님께서 ‘내가 두 번 봐줬는데 돌아오는 결과가 이거냐’ 하시는걸보니 음주운전이 상습인 사람이었나 봅니다. 울분이 터져 울고 있던 저를 판사님께서 달래주시더라구요. 피고인에게 항소심을 줄테니 그동안 제대로 사과하고 피해자의 합의를 받아오라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하셨고 3년이 구형되었으나 보험회사와 민사적 합의를 봤으니 1년 6개월 실형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판사님이라도 제 억울함을 알아주시는구나, 저정도로 얘기 들었으면 이제 제대로 사과하고 해결 하겠지 싶어서 제가 먼저 어떻게 하실꺼냐고 문자 했습니다. 근데 보기좋게 연락 씹히고 연락 두절 되더라구요.
교통사고는 법정구속이 안된다는거 처음 알았습니다. 초범이 아니여도 말이죠. 가해자는 항소기간동안 아무런 제약없이 본인의 생활을 다 할 수 있더군요. 저는 그래서 아둔하게도 혹시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일하고 있으려나 하는 미련한 생각도 하며 가해자가 연락 없는 또 그 긴 시간들을 견디며 잊고 지내려 노력하면서 재활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1심 선고 후 1년이 지날 때쯤, 카카오톡에 가해자의 프로필이 업데이트가 됐더군요.
술집에서 갸루브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필드 나가서 골프채 잡고 멋드러지게 포즈 취하고 있는 사진.... 이 분노와 절망감, 좌절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법원에 진정서를 내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첫 번째 항소심날, 2심 판사님은 가해자가 괘씸하다며 바로 법정구속을 시키시는걸 보고, 그나마 죗값이라도 치루는거같아 조금 후련했습니다. 피해자가 구치소에 들어가자마자 가해자의 가족들이 합의를 하고 싶다며 변호사를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기도 안차더라구요 이제. 어차피 진심어린 사과 하실 생각 없으시니 합의금 5천만원 달라, 그게 아니면 제대로 사과 하신다면 3천만원에 합의하겠다고 상대 변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네 이제 안믿습니다. 그 이후에는 또 연락이 없었고, 가해자는 판사님과 저에게 반성문을 썼습니다. 마음으로 갚을테니 선처해달라고.
마음으로 갚을 시간 충분했고, 그런 모습조차 한톨도 보이지 않았던 가해자였기에 저는 더 이상의 선처란 없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입장은 달랐나 봅니다.
피해자는 반성문과 함께 500만원의 공탁을 걸었고, 1심에서의 1년 6개월형을 1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내 일상과 인생은 모두 망가졌는데 도대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왜이렇게 가벼운건지 법은 왜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기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장황하고 두서없는 글 끝에 제가 전하고 싶은 호소는,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하는 제 억울함도 있지만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벌이 너무나 가볍다는 것에 대한 한탄입니다.
음주운전자는 예비살인자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이 마약을 하고 칼을 손에 쥐는것과 무엇이 다른걸까요. 언제든 누군가를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의 사람들이며, 습관적으로 그 준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음주운전 피해자는 살인사건이 미수에 그쳐 살아남은 살아남은 생존자들입니다. 이 가해자처럼 세 번째임에도 가벼운 형벌이 처해지는 작금의 상황은 가해자를 그저 더 안일한 가해자로 방치하고, 더 많은 피해자의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싸움중에 있습니다. 더는 가해자로 인해 아프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