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차이 나는 사람과의 결혼 후회할까요?

ㅇㅇ2023.06.27
조회64,297
안녕하세요 31 여자입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중에 저랑 비슷한 상황인 분이 계시더라구요
비슷한 고민하던 찰나에 여쭤보고 싶어서 올립니다.

동생 한명 홀어머니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태어날때부터 31살이 된 지금까지 항상 가난했어요.
빚에 노름에 가정폭력 일삼던 아빠.. 툭하면 가출해서는
술잔뜩 취해서 집에 오면 물건 깨부수고 폭력쓰고
빚에 노름에 빠져 살아서 툭하면 빚쟁이오고 압류 당하고
빚만 남기고 돌아가셨네요..

태어났을때 사람 몸만 누으면 가득차는 단칸방에서
네식구 살았고 여름엔 푹푹 찌고 겨울엔
뜨거운물 안나오고 겨울만 되면 수도가
얼어 제대로 씻지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옷이며 신발이며 새것은 한번도 가져보지 못해서
이모가 주신 사촌언니의 낡은 옷가지 신발을
입고 쓰고 자랐네요

많이 어릴때는 그럭저럭 친구도 사귀고 어울리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잘못씻어서 더럽고
어울릴 돈도 없던 저는 점점 혼자가 되더라고요.
할수있는건 공부 뿐인데 그마저도 학원도 안다녀봤고
문제집도 없어서 학교 선생님이 풀이가 써있는
교사용 문제집을 챙겨주시곤 했어요

환경탓인지 타고난 머리가 안좋은건지 그닥 공부도
못했고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대학도 생각 안해봐서
졸업하자마자 공장 취직했다가 지금은 집 근처 작은 회사
경리자리 소개 받아서 한달에 200좀 안되게 벌고 있어요

엄마는 몸이 아프셔서 일을 못하시고 동생은 군대가서
둘이 살고 있구요 한달벌어서 빚갚고 월세에 식비에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데 몇십만원씩 겨우겨우
저축은 하고 있구요..

남동생이 군대 가기전에 친구가 못키워서 데려왔다며 강아지를 덜컥 데려왔어요. 강아지 키우면 얼마나 돈 많이
드는지 아냐고 도로 데려다 주라고 했는데
그럼 유기견 센터 보내야된다며 억지 부려서 어쩔수없이
키우게 된 강아지가 있는데 지금은 제 인생에 유일한
낙이 됐어요. 뭐 좋은 간식 좋은 사료 이런건 못해줘도
산책이나 열심히 시켜주자 하는 못난 언니에요

매일 산책 하다가 자주 만나던 남자분이 한분 있었어요
같은 견종키우시던 .. 몇주 마주치다 고개인사만 하더니
인사도 하시고 말도 걸고 하시더라구요
같은 시간대에 산책을 시켜서 그런지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나곤 했는데 반년? 좀 안되서 번호 물어보시더라구요
같이 산책이나 시키자고..

그래서 시간대 맞을때마다 같이 산책 시키고
간식이나 강아지 용품같은것도 하나씩 주시고 해서
감사히 받았어요.. 저는 뭐 해드릴건 없어서
커피같은거 한잔씩 사구요
그러다가 밥 한번 먹자고 하더니 대뜸 고백하시더라고요
만나보고 싶다고..

몇번이나 거절 했었어요 내가 연애를 하거나 그럴 상황도
안되고 그럴 마음도 없다고
쫌 부끄럽지만 저는 제대로된 연애 한번도 안해봤고
지금은 빚도 많이 갚고 조금은 여유가 생겼어도
숨통이 트인거지 남들처럼은 못살거든요
옷이나 꾸미는데 투자할 여유가 없어서
그냥 일이만원짜리 티 사서 입고 다니고
당근같은데서 나눔받고 그렇거든요...

취미랄것도 없고.. 그래서 제 모든 상황을 다 오픈 했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그래서 연애를 하거나 누구를 만날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돈걱정 상황걱정 하나도 하지말고
몇번만 만나보자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요
나이는 3살 더많고 개인 가게 운영하고
임대업 하는 흔히 말하는 건물주 아들이더라구요
가게도 부모님 명의 건물에서 하는거구요

이 사람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적어도 제가 만나본 주변 사람중에는 가장 부자였어요
잘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저는 살면서 그렇게 비싼 음식점 처음 가봤고
쾌적한 승용차 숙소 여행도 중고등학교에서 간거 말고는
처음 가봣어요 정말..

근데 정말 안타깝게 제가 그런 좋은 상황이 되도
온전히 즐기질 못하더라고요..
처음 가보는 장소라 어색하고 너무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지만 이런 좋은 경험 하면 집에있는
엄마 생각나고 남동생 생각나고 그랬어요..
좋은걸 줘도 즐기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했구요
나중에 남자친구가 그런 눈치를 챘는지
밥먹고나면 꼭 어머니 드리라고 포장해서 주곤 했네요..

이래도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정말 정말 많이 했습니다
뭔가를 받아도 온전히 선물로 받지 못하고
빚처럼 느껴지고 부담이되고.. 그래도 남자친구는
한번도 티를 안내더라고요..

둘다 강아지를 키우다보니까
강아지들 데리고 여행도 많이갔는데
또 새삼 저희 강아지한테 미안했구요 다른집 강아지는
이렇게 비싼 사료에 예쁜 옷 입고 유치원이니 뭐니
호강하면서 사는구나..

티는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티가 났을거에요
낯설어하고 신기해하고 또 속상해하는거 말 안해도
다 알더라고요.. 그래서 엄청 부끄러웠어요
제가 열등감 느끼는거 같아서요

이년정도 만났는데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안된다고 그랬죠.. 빚도 아직 남았고
나는 결혼할 여유도 없고 엄마랑 남동생도 있다고..
근데도 괜찮다고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오래 생각 했다고

제가 버는 월급 다 집에 줘도 괜찮고 그돈 니가 저금하고
자기가 따로 용돈도 드릴수 있다 빚도 같이 갚자
동생도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공부 자기가 시켜줄수 있다 그러더라고요
아무것도 없이 와도 된다고 말했는데
그냥 거절하고 집에 와버렸어요..

잘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결혼하면 생활도 편해질거고
가족한테도 좋을건데 남한테 기대어서 내 남은 여생을
이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저랑 결혼하는 남자친구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하고 ..
애초에 결혼? 연애? 라는걸 생각을 안하고 살아봐서
내가 결혼할거다 자식을 낳을거다 라는 생각도
안하고 살았고.. 자신도 없어요 ..

정말 결혼을 한다면 저는 무일푼으로 결혼하는거나
마찬가지구요... 이 사람을 2년간 봐오면서
달라진다던가 모난데를 보진 못했고 오히려
늘 배려하기만 하는 사람인데..
엄한 귀한집 자식 앞길 망치는 거같아 죄스럽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조언 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