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당입니다 - 1

화인2023.07.09
조회21,825
안녕하세요. 현직으로 무당을 하고있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쓰게된 이유는 별 것 없었습니다. 그냥 살아온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싶었고 여기가 적당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가 이곳에 적을 글들은 제가 무당이 되기전,된 후 벌어졌던 일들에 관한 것 입니다. 누군가는 미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헛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최대한 제가 겪은 그대로만 적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이 될 예정입니다. 쓰는동안, 여러분이 읽는동안 모두가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 편의상 편지형식으로 적을것이라 반말로 쓰여집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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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인 너에게.
간만이다. 참 오래간만에 너에게 글을 적는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고있겠지만 나는 작년 말에 정말 무당이 됐어. 그렇게 가지 않으려고 버텼던 길인데 막상 받아들이고 나니까 마음도 몸도 너무 편안하다. 너는 잘 지내고 있어? 너무 오래간만이라 무슨 말 부터 운을 띄워야 할지도 잘 감이 안오네. 앞으로 자주 편지할게.
편지한건 별 이유가 없어. 그저 말 할 상대가 필요했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읽을 너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를 바래. 그러기엔 내가 지금부터 할 말이 참 무겁기도, 무섭기도 할 이야기지만.
앞서 밝혔지만 난 무당이 됐어.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귀신이 엄청나게 보인다거나 하는건 아니야. 귀신을 보고 귀신이랑 대화하는 무당은 딱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진짜 만신급의 무당이거나 미친 사람이거나. 내 생각에 우리나라에 그정도 만신급 무당은 정말 한손에 꼽을거라고 생각해. 평균적으로 무당은 귀신을 보는게 아니라 느끼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너도 어떤무당이든 귀신이 보인다고 하면 의심부터 해보는걸 추천해. 근데 말이야. 지금부터 할 얘기중에 가장 첫 이야기가 바로 그 이야기야. 내가 귀신을 처음 본 이야기.
나는 내가 무당이 될거라고 생각했어. 아주 어릴적부터 말이지. 헛 것을 보고 그래서 그런게 아니야. 정말 귀신이 보였고 때론 내 몸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적도 있어. 상상한것이 몇 초 이내에 벌어지기도 하고 말이지. 이상하게도 진짜 무당이 된 지금은 앞날을 내다보는 정도 말고는 잠잠하단 말이지.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이 이야기는 어디에 잘 한적이 없어. 사회적으로 귀신을 본다는건 미친사람 취급 받기 딱 좋은 이야기잖아?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자 이제 사설은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넘어갈게.
내가 귀신을 처음 본건 6살 때였어. 정확히 기억해. 그 날의 공기, 바람, 냄새 다 기억할 정도니까. 어떻게 보면 그 기억이 내 인생 첫 기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전의 기억은 없어. 너는 내가 인천에서 어린시절을 보낸걸 알거야. 아주 작고도 큰 동네였어. 말이 이상한가? 음.. 자세히 말하자면 다 쓰러져가는 작은 판자집들이 엄청 많이, 넓게 모여있는 그런 동네였어. 오후면 밥짓는 냄새가 온 동네를 휘감았지. 바다 앞 동네라 여름이면 항상 짙은 해무가 마을을 감쌌던게 기억난다. 우리집은 그 동네에서도 구석에 있는 작은 다세대 주택이었어.
다세대 주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빌라같은걸 생각해. 하지만 내가 말하는 다세대 주택은 그런게 아니야. 디귿자 모양으로 생긴 집이었어. 세 집이 나뉘어 살고 있었지. 가운데 집엔 우리 가족이 살았어. 왼쪽집에는 어부 아저씨가 살았는데 나이는 40대 초반 정도 였던걸로 기억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대머리 아저씨였어. 매일 몸에선 땀과 담배쩐내가 섞여서 나는 그런 사람이었어. 말수도 적어서 그 아저씨랑 무슨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어. 기분나쁜 사람이었지. 오른쪽 집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혼자 살고계셨어. 나중에 어머니께 듣기로는 과부였다고 해. 남편과 아들이 사고로 죽어 과부가 되신 분이었대. 근데 참 긍정적이고 좋은분이어서 내 기억에도 과자를 주시거나 사탕을 자주 주셨던 기억이 나.  아무튼 그렇게 세 가구가 사는 다세대 주택에 살고있었어.
그날은 한 6-7월 정도 였던걸로 기억해. 낮에 어머니랑 시장에 간 기억이 있거든. 시장에 갈때 난 반팔차림이었고 햇볕이 너무 강해서 목이 볕에 데어 따가웠던 기억이 나. 그날 간 시장에서 어머니는 캐릭터 신발을 사 주셨어. 내가 좋아하던 만화였는데 너도 내용 들으면 뭔지 알거야. 그 신발을 사들고 집에 와서는 수박을 먹었어. 아버지도 배를 탔기때문에 몇일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일이 많으셨어. 그날도 아버지가 집에 계시지 않았지. 수박을 먹고 어머니는 동생에게 젖을 먹이셨어. 기억나? 내동생. 내 동생은 나보다 세살 어렸기 때문에 당시에 세살이었어. 갓 말을 할 까 말 까 하는 나이였지. 잠들기 전 기억은 그게 전부야. 문제는 자려고 누워서 부터였어. 내 기억도 그때가 가장 강렬해.
90년대 중반이었지 그땐. 그때까지만 해도 못사는 동네엔 티비가 많이 없었어. 그래도 집집마다 라디오는 거의 있었어. 우리집도 그런 집이었지. 어머니의 유일한 취미가 라디오 듣기랑 사연보내기여서 나도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들으며 자란거야. 근데 그 라디오가 문제였어. 
해가 떨어지고 두어시간 지났을까? 어머니와 나, 동생은 자려고 누웠어. 어머니는 동생을 안고 잠에 드셨고 난 땀이 너무 나고 더워서 구석의 벽에 붙어서 누워있었어. 모기향 냄새를 맡으면서 천장을 보고 있었지. 근데 발 아래 장식장 위에 놓여진 라디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 별 소리는 아니었어. 이명이 들릴때 나는 삐- 소리 있지? 그 소리가 계속 나는거야. 음의 높낮이가 계속 바뀌면서 말이지. '삐이이-이이-이이' 하면서. 이명은 별게 아니지. 근데 그게 라디오에서 나면 이야기가 다른거니까. 무서웠던 나는 일어나서 라디오를 살펴보기 시작했어. 근데 라디오가 꺼져있는거야. 그리고 보니까 내가 가까이 간 순간부터 그 소리가 또 안나는거야. 다시 누운지 몇 초 지났을까? 라디오는 또 그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어린마음에 그냥 무서워서 천장도 보는것을 그만둬버렸어. 눈을 꼭 감고 숫자를 셌어. 하나, 둘, 셋.
오십 쯤 넘게 셌을까? '펑' 하는 소리가 나더라고. 무서워서 눈은 못떴지. 근데 계속 '펑'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무서움을 이긴 호기심이 눈을 뜨게 만들었어. 일어서 앉아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지. 소리는 어부아저씨네 집에서 나고 있었어. 이번에는 소리만 나는게 아니었어. 반투명 유리창 밖으로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어. 어부아저씨네 집에서 말이지. 펑 하는 소리는 불에 무언가가 타서 터지는 소리였던거야. 놀란 나는 어머니를 깨웠어. 
이 기억에서 제일 이상한게 그거였어. 어머니는 잠이 들어있었다고 했잖아? 근데 내가 "엄마!" 하고 부르자마자 동생을 안고 집 밖으로 달려나가셨어. 마치 내가 깨워주길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말이야. 어머니는 집 대문 앞까지 달린 후에야 멈춰섰어. 아마 집 안에 있는 내가 생각이 나셨나봐. 그 짧은 시간동안 어부아저씨네서 시작된 불길은 아주머니네 집까지 옮겨 붙었어. 기름이 샜는지 뭔지는 몰라도 어부아저씨네 집하고 아주머니네 집하고 불로 이어져 있더라고. 우리집만 딱 남기고 말이야. 그래봤자 세 집은 붙어있었기 때문에 우리집에도 조금씩 불길이 번지고 있었어. 
불로 이어진 벽이 어머니와 내 사이에 있었어. 불길이 일렁거리는 너머로 어머니가 나를 부르는게 보였어. 놀랜 눈, 식은땀 흘리는 모습 다 기억해. 내 이름을 소리질러 부르고 계셨지. 나는 얼른 나가려고 신발을 발에 꿰었어. 아니 정확히는 신발을 신으려고 했지. 아까 말한 그 캐릭터 신발 말이야.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자꾸 발하고 손이 미끄러지더라고. 무서웠으니까. 근데 몇 초 쯤 지났을까? 어머니가 날 부르는걸 멈추셨어. 
사람이 파랗게 질린다고들 하지? 그 말이 무슨말인지 직접 본적이 있니? 난 그때 봤어. 어머니의 얼굴은 말 그대로 파랗게 질려있었어. 입술은 거의 보라색이었고 눈은 울었는지 연기때문인지 새빨갛게 충혈되어 계셨지. 무언가를 보고 놀라신 것 같더라고. 질리다 못해 바닥에 주저 앉으시더라. 그러다 정신을 차리셨는지 목이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셨어. 
"나와 !! 얼른 나와 !!!! 나와!!!"
나도 그때 정신을 차렸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달려나갔어. 신발이 중요한게 아니었으니까. 어린 나도 이대로 좀 더 지나면 죽는다는걸 알 수 있었어. 쏜살같이 달려나와 불길을 뛰어 넘었어. 어머니 앞에 도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져 버렸어. 그때 정말 심하게 무릎이 까졌었는데 그 흉터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어. 무섭고 아파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 그리고 덜덜 떨며 나를 안고 있던 어머니의 팔도 기억이 나.
그날은 가까운 이웃 집에서 잤어. 나는 약을 바르고 나서 지쳐 골아떨어졌던 것 같아. 우리집은 그러고 몇 일 후에 수원으로 이사를 갔어. 나중에 말해주겠지만 이사간 그 집에서도 귀신이 나왔으니 참 나는 귀신하고 인연이 깊어.
아? 귀신은 언제 나오는거냐고? 편지를 쓰면서 생각난건데 이 첫 편지는 귀신을 본 이야기가 아니야. 정확히는 귀신을 겪은 이야기지. 귀신을 본게 내가 아니니까. 귀신을 본 건 우리 어머니였어.
내가 고등학생때 우리집 아랫층에 절이 있던건 알지? 상가건물 꼭대기에 살았잖아. 그 아래는 절이었고. 그 집에 살때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는 학교에서 유명했기때문에 너도 알거라고 생각해. 그 때 어머니랑 옛날 이야기를 몇시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야. 지금부터는 어머니한테 들은 그대로 써줄게.
"나는 그날 진짜 없는 애가 떨어질뻔했잖여. 그날 니 동생을 안고 자는데 글쎄 애가 이상한겨. 애가 잠에 든건 분명한디 팔을 들어서 내 얼굴을 자꾸 긁더라고. 손톱정리를 못해줘서갖고 날카로웠는디 긁기까지 하니께 너무 아픈거여. 팔을 내려줘도 긁고 내려줘도 긁고, 잠에 들기가 참 어려웠지.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자다깨다 하는디 꿈에 내 이모할머니가 나오시드라고. 무당이셨던 분이었는디 꿈에서도 무당들이 입는 옷을 입고 나오셨드라. 이모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쉰 목소리로 얼른 나가라그러드라고. 나가라 나가라 소리를 듣고있는디 니가 날 딱 깨운겨. 눈떠서 보니까 불은 났지 탄내는 나지, 살아야 겠다는 생각부터 들어서 달려 나갔지. 지금 말하면 뭐 너한텐 좀 미안해도 일단 안고있던게 느이 동생이니까 안고 뛴겨. 그렇게 뛰어나가 보니까 니가 없는거지. 정신차리고 널 찾는데 이 멍청한놈이 그 신발 사준거 신겄다고 그걸 신고 앉았더라고. 나오라고 나오라고 소리는 지르는데 너는 내 눈치 봐가매 그 신발을 계속 신고 있었다니께?"
"아니 근데 엄마는 그때 왜 벌벌 떨었던거야?"
어머니는 갑자기 표정이 변하셨어. 반쯤 웃는 표정으로 말하고 계셨는데 표정이 싹 굳으시더라. 표정을 굳힌 어머니가 말을 이어가셨어.
"근데 니가 신발 신는걸 가만히 보는데 신발 옆으로 이상한게 조금씩 보이더라고. 처음엔 무슨 쓰레기봉다린가 했지. 주황색 봉다리. 자세히 보니까 그게 사람 머리더라고. 사람 머리가 보이고 니 신발을 붙들고 있는 손도 봤지. 그걸 딱 꺠달았는데 그 머리가 천천히 돌아가는거여... "
듣는 나도 식은땀이 나고 있었어. 
"머리가 다 돌아가고 얼굴이 보이는디 피칠갑을 한 여잔겨. 표정을 보는디 씨익 웃드라고. 웃으면서 이빨을 딱딱거리는데 그 사이로 목소리도 들려. '가가가가각가가가가각각가가각' 하고 말이여. 놀래서 주저앉았지 뭐. 그래도 아들 살리겄다고 고래고래 널 부르니께 그제야 니가 맨발로 뛰어나오는거여. "
"와 그럼 그집에 있던 귀신이 날 죽이려고 한거네?"
"아니. 그 귀신은 그 집에 원래 있던 귀신은 절대 아녀."
"응? 왜?"
"소방관들 오고 불 다 끄고 나서 집에 남은 짐은 없나 찾으러 갔는디, 웬걸 경찰들이 엄청나게 와있는겨. 어부네 집을 보고 있는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겨. 뭔일인가 보는디 구급차도 오고 하는거여. 근디 그집에서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뭘 들고 나와. 그때 나는 선채로 기절하는줄 알었다."
"뭐였는데?"
"반쯤 탄 시체여. 반쯤 탔다는게 딱 반이 탔는거여. 반은 타고 반은 썩어 문들어져서 구데기가 끓는디 비니루로 꽁꽁 싸매놨었는가 탄데는 비닐이 눌어붙어있고 썩은데는 비니루로 싸져있는거여. 속이 메스꺼워갖고 헛구역질을 하는디 그 시체 머리를 딱 본겨. 시상에 그 사람 머리가 주황색인거여. 염색을 했는가 탈색을 했는가 주황색이대... 니 신발잡고 있던 그여자가 그 시체로 나온 그여잔겨.. 나중에 사람들 말 들어보니께 어부 이 썩을놈이 그 여자를 패 죽여갖고 장롱에 너놨다드만. 한달은 그러고 살았다는거여. 지금 생각하면 진짜 그놈을 내가 찢어죽이고싶어. 나도 너도 니 동생도 한 달은 그 시체 옆방에 산거아니냐... 아무튼 그 사람이 외로웠는지 우리가 미웠는지 싹 다 죽이려고 한거를 이모할머니가 살려준거여... "



뭐 이런 이야기야. 내 인생 처음 귀신을 겪은 이야기. 재미있을지 무서울지 모르겠다. 어디다 말하고 싶어서 쓴거니까 무겁거나 무섭게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음 편지는 내가 귀신을 본 이야기를 적어줄게. 어머니와 저 이야기를 했던 때 우리 가족에게 벌어졌던 이야기들이야. 다음에 편지할때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보고싶다.
Ps. 의심이 많은 너라서 사진 한 장 첨부한다.

 





다음 편지는 사나흘 뒤 쯤 올리겠습니다.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