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와서 집안일 하고 밤에 쉬는데
손녀가 남친이랑 집에 왔고 주거침입으로 신고했다네요
할머니에게 인터뷰 요청했는데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게 말이 되냐며 우셨다는...
손녀에 대한 악플, 할머니에 대한 짠함으로
댓글들이 달리고 있는데 전 생각이 좀 달라서요.
제가 초등 고학년일 때 최진실은 언제나처럼 전성기였고
저희집은 엄마가 이혼해서 홀로 남매를 키우고
남매는 최진실 씨처럼 누나-남동생으로 되어있었고
아빠가 떠나있는 최진실 씨 유년기랑 같은 환경이었어요
저는 이혼녀가 된 엄마의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아서
지금 어릴 때 사진보면 표정이 그냥 슬퍼요
학교 선생님들은 애가 무슨 고민이 있는 거 같다고
엄마에게 종종 전화를 하셨고
엄마는 매번 폭언과 매질로 화풀이를 했어요.
그러면서 티비에 엄마랑 같이 나온 최진실이
엄마와 투닥이거나 엄마한테 속상해하며 말하거나
어릴 때 동생이랑 싸우다가 맞았다는 얘기 등
어린 나이였지만 그냥 흘려들어지지않고
그 하나하나 상황과 마음이 이해되더라고요
왜 제 얘기까지 하냐면 기사를 보고
할머니가 키운 공은 있지만 그닥 잘하신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됐거든요
최진실 살아 생전에도 홀어머니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좋은 말로 매일 투닥였지 나쁜 말로는 애증의 관계였죠
나를 키워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엄마가
나를 가장 속상하게 하는 사람일 때 그 서러움...
최진실 때야 홀어머니가 딸을 감정쓰레기통 삼아도
딸이 다 감당하고 가슴에 멍드는거 혼자 삭혔지만
요즘 애들이 그거 누가 받아주나요
아들이나 손자한테 힘든 소리하는건 또
딸이나 손녀한테 힘든 소리 하는 거랑 달라요.
저 할머니도 젊어서 이혼하고
혼자 힘들게 남매 양육한 거 맞고
안 키우는 놈보단 나은 책임감있는 사람이지만
양육자로서 부족한 면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안 키운 사람은 악역도 하지 않았으니
어릴 땐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크면 알 수밖에요
날 힘들게해도 먹이고 가르친 사람은 키워준 사람이었고
나몰라라하며 안 키운 사람은 사람 취급부터가 어렵죠
최진실 때도 그러셨지만
자기 서러운거 또 저렇게 기자가 얘기하란다고
바로 앞에서 눈물 보이며 하소연하는데
본인 한풀이도 안 되고 손녀와 관계회복에도 안 되고
애는 애대로 또 낙인찍히고
최진실 씨 살아계셨으면 딸 호되게 혼내고나서
엄만 도대체 왜 맨날 그러냐고
엄청 속상해하며 울었을거예요.
예전에 금쪽같은 내새끼에
엄마 땜에 크면서 늘 스트레스 받은 아빠와
이젠 그 아빠의 아들이
할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있던 편이 생각나네요.
그 할머니도 절대 나쁜 할머니는 아니었죠.
이혼한 아들의 아들을 돌보는 게 보통 일인가요.
근데 진짜 당사자는 미치게하는 양육방식이니 문제였죠
맡아 키운다해서 어떤 양육방식이든
합리화가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할머니를 신고하냐?
저희집이 더 최악이었는지
머리가 좀 굵어진 동생이
엄마 감정쓰레기통인 저를 같은 취급했고
대학 가서는 저를 심하게 폭행해서 경찰 부른 적이 있는데
그때 저희 엄마가 어떻게 동생을 신고하냐고 했어요
저는 최소한 저 꼴을 보면
괜찮냐고 먼저 물어봐줄줄 알았어요.
준희가 잘했다고 무조건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크면서 할머니 때문에 속상하고 화나는 일 많았을텐데
양육자가 할머니뿐이라 다른 데 기댈 곳도 없고
주변에 용기내서 자기가 할머니 땜에 힘들다 해봐야
할머니가 너희 키우신다고 어쩌고 소리 들으며
절망만 했을거예요
실제 학창시절에 기사로 나올 정도로
할머니와 갈등상황인게 드러나기도 했죠
엄마 친구들이래봤자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혈육도 아니니 개입해서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가 너무 감정이입을 한 건 맞는데
그 스트레스 받으며 컸을 애한테
무조건적인 비난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저를 무척 예뻐하는 이모한테
엄마 땜에 힘들다고 어렵게 얘기했는데
이모는 그래도 촌수가 더 가까운 자기 언니 편이죠
어른들 사정으로 인해
소외받고 상처받으며 크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