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4개월하고 그만뒀어요

ㅇㅇ2023.07.11
조회2,865
속상한 것도 있고, 어디다 와다다 쏟아내고 싶어서 가입 후 글 써봐요. 방탈이라면 죄송합니다.

원래 적어도 반년, 가능하면 내년까지.. 거진 1년 동안 일하려고 했던 알바였어요. 친구한테 소개받은 곳이었는데 조건이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요즘은 최저시급만 제대로 챙겨줘도 괜찮은 곳이잖아요. 친구는 시험 준비하느라 그만둬야 한다해서 냉큼 들어갔죠.

처음에는 정말 좋았어요. 잘 챙겨주시고, 저 실수해도 넘어가주시고.. 이전에 몇 번 알바 면접 보러도 다녔는데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자는 분은 여기가 처음이었네요. 아무튼 그렇게 일을 시작했어요.

일이 힘들다고 느낀 건 사장님이랑 일하면서도 아닌, 같은 알바분이랑 일하면서 였어요. 저만한 아들이 있으시대요. 저보다 4개월 더 일하셨대요. 그런데도 정말.. 힘들었어요. 그분도 힘드셨겠죠. 무슨 자기 아들만한 어린 애가 와선 같이 일하자는데..

하지만 저한테 물어놓구선 가르쳐드리면 아닌데,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대체 왜 물어보신거지 싶은 반응만 보이지, 제 생년월일 듣고는 무슨 타로? 같은거 다니시나봐요. 무슨 사이트에 돌린건지 이것저것 뭘 물어보시는데 솔직히 껄끄럽잖아요.

그리고 제가 마스크를 꼭꼭 쓰고 다니기도 하고, 목소리 크게 내는 걸 싫어해서 (머리가 울려요.) 대답을 해도 뭐.. 작게 들렸던 것 같은데, 그걸 몇 번이나 다시 대답을 요구하시더라구요. 네? 안들려요? 네? 네? 이걸 하루에 4시간? 하는 알바에서 대여섯번을 들으니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중요한 이야기도 아녔어요. 사담이나, 그냥 나중에 재고 정리하면서 보면 되는 것들인데..

어떤 날은 자기가 불편하냐고 물으셨어요. 솔직히 거기다가 그렇다, 라고 대답하면 예의가 없는거잖아요. 얼떨떨하게 웃으면 아.. 아녜요ㅎㅎ 하고 대답하니까 냅다 이것저것 질문이 아주 폭탄급이었어요.

같이 일하는게 주 3회에서 1번, 하루 3시간 반.. 일주일에 단 하루 만나는 사이인데.. 아마 만난지 몇 번 되지도 않았을거예요. 5번은 만났나? 근데 누가 남자친구 있냐니 그런걸 캐물어요.. 저 시집 얘기도 가족들 외에 처음 들어봤어요.

어르신 대접 받고 싶으셨겠죠. 나이도 있는데, 내가 어린애랑 같은 취급 받아야하나, 그런 건 있으셨겠죠..

그렇게 4개월 일하고, 이제 5개월째 들어가는데 그만두신대요.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5개월째 되는 첫째주에, 사장님네가 해외여행 가신다하셔서 제가 풀로 보고, 같이 일하는 분이 오전, 오후 두 번 오시는 걸로 진행했어요. 첫째날은 무난히 넘어갔어요. 이제 둘째날부터 문제였네요.

이전에도 본인이 실수한 것을 저한테 사갈 생각없냐, (도시락 가게예요) 하고 떠넘기는 일이 있었어요. 당연하지만 사가진 않았었구요. 이번에는 어차피 제가 점심을 챙겨야하니까 본인이..ㅋㅋ 신경써서! 본인이 실수한 거지만! 먹기 좋게 냄비에! (제가 설거지 해야하는데!) 부어주고 가신다는 거예요..

전 매운걸 정말정말 못먹어요. 신라면은 늘 정량보다 물 한 컵을 더 부어서, 한강으로 만들어야 겨우 먹어요. 게다가 다이어트 중이라 밥 챙기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그걸 아시면서 자기가 실수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저한테 이정도(부대찌개였고, 상당히 매웠어요.)는 먹어도 괜찮죠? 라며 뒷처리 맡기고 가신거예요.

이미 오전에 제가 주문받는 동안 튀김기 넣는거 부탁드렸더니 본인도 할 일이 있는데 왜 시키냐는 말투로 본인이 받은건 본인이 처리하자더니, 결국 실수 하나 해서 항의 전화 들어오니까 이거 학생이 주문 받았던 거 맞죠^^? 하고 저한테 떠넘기는 일이 있었어요. 손님은 신경질이란 신경질은 다 내고, 저는 거기서 죄송하다고 싹싹 빌고, 본인은 옆에서 아ㅠㅠ 재배달 가면 손해 보는데ㅠㅠ 이러고.. 아니 그럴 시간에 다시 보낼 거 준비라도 해주던가.. 아무튼 그런 일도 있었는데 자기 편하자고 그러고 오전 근무 퇴근하신 거예요.

와중에 설거지도 그릇은 지들끼리 낑겨서 포크로 겨우겨우 떼어내고, 천장 떨어진 거 떨어졌어요~ 한 마디 하고 저녁에 보자며 홀랑 가셨었네요. 그래도 그때까지는 안울었어요.

마지막 3일째였어요. 사장님이 분명 9시에 출근하라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카톡을 다시 보니 9시 반이라 되어있어서.. 일찍 온 걸 확인한 순간 눈물이 터졌어요.

천장은 또 떨어져있지, 제가 뒷정리 하는 동안 설거지랑 재고 하나 다시 넣는거 부탁드렸더니 그걸 또 냉장고에 안넣어두고 가셨지..

나중에 와서는 뒤에서 일찍 온 김에 재고들 다 정리나 해두지.. 이러는거 제가 못들었을 것 같나요..

어느 가게가 다 그렇듯이.. 선입선출은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어차피 어제 만든거니 다 똑같다는 식으로 아무거나 집어가질 않나, 셋팅된 것이 없어서 급하게 만들어서 올렸더니 왜 자기가 순서대로 하고 있는데 마음대로 올려서 헷갈리게 만드느냐, 온갖 걸 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어요.

화룡정점이라고 해야하나요, 설거지 부탁드렸다고 자기가 설거지 하는 사람이냐니, 눈치도 없냐니, 같은 알바라고 친구로 보이느냐니.. 등등 온갖 소리를 다 들었네요.

당연하지만 저희 설거지하고 음식하러 알바다니는 거 맞아요. 그게 저희 주요 업무 중 하나구요. 그런데 한가득 쌓인 거 설거지 좀 부탁드렸다가 욕만 안섞였지 온갖 화풀이랑 화풀이, 비난을 제가 다 받았어요. 그래놓곤 꼰대처럼 안굴려고 했는데 도움이 안된다네요..

너무 무서워져서 동생이랑 엄마랑 불렀어요. 왜, 이 사람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날 해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있잖아요. 그게 퍼뜩 들어서 점심에는 동생이 와서 같이 있어줬고, 저녁에는 엄마가 데리러 와주셨어요.

당연하지만 사장님께 다 카톡으로 이야기했어요. 사실 큰 기대는 안했어요. 어차피 나가는 알바분 붙잡고 뭐라하나요.. 나중에 전화와서도 그냥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하고 끝났구요.

여기까지만 이었으면 일을 그만두진 않았을거예요.

일요일에, 오후 8시인가? 쯤에.. 카톡이 왔어요. 실수가 있었다면서 (배달실수 2번요.) 다음부턴 신경쓰자며, 또 실수가 나면 제가 계산하는 걸로 하자고 사장님께 톡이 온 거예요.

밖이었는데 눈물이 터졌어요. 제가 그렇게 많이 실수했나, 벌벌 떨면서 소개해준 친구한테 이게 맞는지 문자 넣었어요. 사실 계속 연락 중이었고, 자기가 다른 알바 분 면접도 봤는데 그런 줄 몰랐다면서 저한테 계속 미안해하던 친구였는데.. 저 이 친구랑 곧 15년 지기인데 아마 평생 들을 미안하단 소린 이번에 다 들었을 거예요.

집에 부모님이랑도 뒤집어졌죠. 근무시간 외에 전화하고, 불러낼 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동생도 이건 아니라면서 뭐라뭐라.. 결국 저 발목에 염증도 생겼고, 잘못하면 수술을 하든 후유증이 남든 둘 중 하나라 진단받아서 그만둔다고 금방 연락드렸네요.

그만둔다고 이야기했던 톡들, 친구들이랑 같이 봤어요. 소개해준 친구까지 모두요. 저 이 친구랑 오랜만에 1시간씩 전화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속상하다고, 너네들 너무 보고싶다고 하니 바로 다음날 약속잡아주고 달래주는 걸 보면 제가 친구복은 많은가봐요.

말이 오락가락했네요.. 정말 마지막 톡만, 저보고 앞으로 계산하라던 톡만 아니었다면 저도 없던 일로 치고 계속 일했을거예요.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그냥 기회려니.. 싶어서 한동안 발목 물리치료나 다니려구요. 친구들이랑 두고두고 이 이야기를 안주거리마냥 올리겠죠. 그래도 어딘가에 속시원히 털어놓고 싶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