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매일 반복되는 꿈에 점차 피폐해지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 어떤 꿈이냐고? 매번 같은 장소이다. 집 앞 공원, 그리고 매번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꿈속의 나는 달리고 있다. 왜 달리는지는 모르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린다.
공원의 풍경이 빠르게 내 옆을 지나간다.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응시한다. 그저 응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있는 힘껏 눈을 크게 떠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한 상태로 모두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표정이라도 있다면 이토록 무섭지는 않을 텐데, 꿈속의 내가 이처럼 끝나지 않는 뜀박질을 하고 있노라면 저만큼 떨어진 뒤에서 들리던 '탁!' '탁!' '짝!' '짝!' 소리가 점차 빨라지면서 가까워진다.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항상 잠에서 깨어났다.
벌써 5일째다. 그저 꿈에서만 달렸을 뿐일 텐데, 어째서인지 항상 나는 땀에 젖은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다리와 발바닥에도 방금까지 열심히 달린 사람처럼 열기와 통증이 있었다.
새벽5시반이다. 하지만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그저 밤이라기에는 밝고, 아침이라고 하기 에는 어두운 푸르스름한 하늘의 색만이 내 방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꿈을 되짚어 봤다. 공원의 입구, 달리기 시작, 눈을 부릅뜬 채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뒤에서 들리는 의문의 소리, 빨라지는 속도와 한없이 가까워지는 내 뒤의 의문의 존재.
이후에도 반복되는 일상과 꿈 때문에 나는 점차 기력, 아니 생기를 잃어갔다.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싶지만 33살의 백수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그 흔한 친구 하나도 사치다. '안녕?' 이라는 일상적인 인사말을 들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실 내게 꿈보다 무서운 건 현실이었다. 꿈속에서의 나는 어쩌면 다가오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그토록 달리고 또 달린 건 아닐까? 꿈에서라도 편하면 도대체 어디가 덧나는걸까? 이렇게 의미 없고 생산적이지 못한 생각을 반복하노라면 어느새 나는 또 다시 공원의 입구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된다. 모든 것이 똑같다.
매일 같이 뛰었지만 왜 똑같이 힘들까? 꿈 속의 나도 현실의 나처럼 전혀 발전이 없는 패배자인걸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다르다. 평소보다 내 뒤에 있는 그것이 더 빨라졌다. 박자도 이상하다. '탁, 탁, 탁, 탁, 탁' 중간 중간에 섞여있던 '짝,짝' 소리가 없어졌다. 이번에는 나도 조금은 달라지기로 했다. 앞만 보는 것이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기록 결심했다. 즉, 꿈에서 깨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기필코 보고야 말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내 뒤에서 달리던 그것은 어느덧 내 옆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나를 앞서 간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아니 많이 이상하다. 내게 보여야 할 것은 당연히 그것의 뒷모습이다. 그런데 그것은 달리고 있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뒤로 뛰고 있었다. 무표정한 듯 동그란 눈, 아무 감정이 없는 듯 꽉 다문 입술.
나는 큰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후회했다. '뒤를 돌아볼 걸, 꿈에서 깨어날 걸, 답답하지만 나의 하루를 살아볼 걸.' 다시는 꿈에서 깨어날 수, 즉 현실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때 였다. 내 앞을 달리던 그것이 손을 들더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늘 내뒤를 따라오던 그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뜀박질을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후에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그 모습에 나는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조차 없었다.
내 앞의 그것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 광기어린 웃음이 심해질수록 그것의 눈에서는 빨간 피눈물이 쏟아졌으며, 입은 찢어져라 벌어진 채 깔깔거리는 웃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입 안에는 선지와 같은 시뻘건 피로 가득하여, 웃을 때마다 내게 그 피가 마치 비처럼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나는 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약을 먹지 않았을 텐데.' 뒤늦은 후회가 가득 피어난다.
스트레스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는 핑계로 먹기 시작한 수많은 약들, "자고 일어나면 꼭 '오늘'은 힘차게 살아보리라!" 늘 다짐뿐이었던 텅 빈 말들, "내일부터는 꼭 변하자!"효과가 없던 주문을 매일 되새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들, 용돈이 부족하다며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짜증만 내던 그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후회로 채워져 간다.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절망적이고 무서운 순간에 마주하고 나서야 그 모든 것들을 후회하는 내 자신이 누구보다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내 앞에 믿기 힘든 모습으로 달리는 이 녀석을 따라 달릴 뿐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점차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곤 언제 꺼낸지 기억도 나지 않던 그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안녕?"
"다음 소식입니다. xx시 oo동의 한 원룸 건물에서 취업 준비를 하던 ㅁㅁ씨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어 주변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평소 ㅁㅁ씨는 ...."
공포소설 4편 "안녕?"
나는 요즘 매일 반복되는 꿈에 점차 피폐해지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 어떤 꿈이냐고? 매번 같은 장소이다. 집 앞 공원, 그리고 매번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꿈속의 나는 달리고 있다. 왜 달리는지는 모르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린다.
공원의 풍경이 빠르게 내 옆을 지나간다.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응시한다. 그저 응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있는 힘껏 눈을 크게 떠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한 상태로 모두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표정이라도 있다면 이토록 무섭지는 않을 텐데, 꿈속의 내가 이처럼 끝나지 않는 뜀박질을 하고 있노라면 저만큼 떨어진 뒤에서 들리던 '탁!' '탁!' '짝!' '짝!' 소리가 점차 빨라지면서 가까워진다.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항상 잠에서 깨어났다.
벌써 5일째다. 그저 꿈에서만 달렸을 뿐일 텐데, 어째서인지 항상 나는 땀에 젖은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다리와 발바닥에도 방금까지 열심히 달린 사람처럼 열기와 통증이 있었다.
새벽5시반이다. 하지만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그저 밤이라기에는 밝고, 아침이라고 하기 에는 어두운 푸르스름한 하늘의 색만이 내 방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꿈을 되짚어 봤다. 공원의 입구, 달리기 시작, 눈을 부릅뜬 채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뒤에서 들리는 의문의 소리, 빨라지는 속도와 한없이 가까워지는 내 뒤의 의문의 존재.
이후에도 반복되는 일상과 꿈 때문에 나는 점차 기력, 아니 생기를 잃어갔다.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싶지만 33살의 백수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그 흔한 친구 하나도 사치다. '안녕?' 이라는 일상적인 인사말을 들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실 내게 꿈보다 무서운 건 현실이었다. 꿈속에서의 나는 어쩌면 다가오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그토록 달리고 또 달린 건 아닐까? 꿈에서라도 편하면 도대체 어디가 덧나는걸까? 이렇게 의미 없고 생산적이지 못한 생각을 반복하노라면 어느새 나는 또 다시 공원의 입구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된다. 모든 것이 똑같다.
매일 같이 뛰었지만 왜 똑같이 힘들까? 꿈 속의 나도 현실의 나처럼 전혀 발전이 없는 패배자인걸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다르다. 평소보다 내 뒤에 있는 그것이 더 빨라졌다. 박자도 이상하다. '탁, 탁, 탁, 탁, 탁' 중간 중간에 섞여있던 '짝,짝' 소리가 없어졌다. 이번에는 나도 조금은 달라지기로 했다. 앞만 보는 것이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기록 결심했다. 즉, 꿈에서 깨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기필코 보고야 말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내 뒤에서 달리던 그것은 어느덧 내 옆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나를 앞서 간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아니 많이 이상하다. 내게 보여야 할 것은 당연히 그것의 뒷모습이다. 그런데 그것은 달리고 있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뒤로 뛰고 있었다. 무표정한 듯 동그란 눈, 아무 감정이 없는 듯 꽉 다문 입술.
나는 큰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후회했다. '뒤를 돌아볼 걸, 꿈에서 깨어날 걸, 답답하지만 나의 하루를 살아볼 걸.' 다시는 꿈에서 깨어날 수, 즉 현실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때 였다. 내 앞을 달리던 그것이 손을 들더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늘 내뒤를 따라오던 그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뜀박질을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후에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그 모습에 나는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조차 없었다.
내 앞의 그것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 광기어린 웃음이 심해질수록 그것의 눈에서는 빨간 피눈물이 쏟아졌으며, 입은 찢어져라 벌어진 채 깔깔거리는 웃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입 안에는 선지와 같은 시뻘건 피로 가득하여, 웃을 때마다 내게 그 피가 마치 비처럼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나는 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약을 먹지 않았을 텐데.' 뒤늦은 후회가 가득 피어난다.
스트레스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는 핑계로 먹기 시작한 수많은 약들, "자고 일어나면 꼭 '오늘'은 힘차게 살아보리라!" 늘 다짐뿐이었던 텅 빈 말들, "내일부터는 꼭 변하자!"효과가 없던 주문을 매일 되새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들, 용돈이 부족하다며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짜증만 내던 그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후회로 채워져 간다.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절망적이고 무서운 순간에 마주하고 나서야 그 모든 것들을 후회하는 내 자신이 누구보다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내 앞에 믿기 힘든 모습으로 달리는 이 녀석을 따라 달릴 뿐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점차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곤 언제 꺼낸지 기억도 나지 않던 그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안녕?"
"다음 소식입니다. xx시 oo동의 한 원룸 건물에서 취업 준비를 하던 ㅁㅁ씨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어 주변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평소 ㅁㅁ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