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수의사.... 인류애상실

쓰니2023.07.15
조회847
안녕하세요. 현재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도저히 어디다 말하지 않고서는 너무 기분나빠서 여기에 글 올려봅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본인의 도덕적 우월감을 위해서 동물구조해놓고 수의사에게 책임감을 강요하지 마세요.


먼저 간단하게 제가 근무하는 곳을 얘기하자면
여러명의 수의사와 동물보건사가 일하고 있는 2차 동물병원입니다.
제 근무 시간은 오후 12시 부터 오후 10까지 이고 관리 환자나 진료 환자에 따라 퇴근시간이 늦어질 수 있고
개인 매출에따라 인센티브 제도같은 것도 없고, 매출에 대한 압박도 없는 동물병원 입니다.

오늘 오후 8시쯤에 입원환자 관리 중에 갑자기 밖에서(인포메이션에 있는 동물보건사가) 새끼 고양이 상태가 응급상태이니 빨리 봐달라고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원칙상으로는 보호자 문진 후에 필요검사, 진료, 검사비용 안내, 필요 치료 안내 하고 처치를 진행하는게 맞지만
환자가 죽을 수 있는 응급상태라 응급처치를 먼저 시작했습니다.(일반적으로 인포메이션에서 응급상태라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안내하고 보호자 동의하에 처치실 안으로 들어오게 돼있습니다.) 
이빨로 봤을 때 2개월령 추청, 아주 심한 탈수, 저혈당 쇼크, 저체온(체온 34.9) 이였습니다.당장 파악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빠르게 판단하고 가온, 혈당 주입등 빠른 처치가 이뤄졌습니다.(간단하게 보일 수 있지만 혈당을 주입하기 위해, 가온을 하기위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인력들이 소모 되며, 환자에게 주입할수 있는 혈당량 체크, 가온정도, 탈수교정을 위한 수액속도 조절 등 여러가지 생각해야 할 요인들도 많습니다)
어느정도 응급처치가 이뤄지고 보호자분들(여자 1명 남자 1명)께 환자 상태나 필요검사, 검사비용, 필요치료등을 안내하기 위해 들어갔고 이외 필요한 추가 혈액검사 및 보호자 요청하에 입원비용등을 안내하였습니다.
새끼고양이를 7시간전에 비오는 도로에서 구조해서 수건에 덮어 차에 넣어 놓으셨고, 가온, 식이급여와 같은 처치는 이뤄지지 않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보호자분들 비용에대한 부담이 있으시다 하셨고, 그래서 추가검사나 입원에 관련해 대기실에서 충분히 생각해보시라고 하고 새끼고양이에게 좀 더 필요한 처치를 하러 처치실로 들어갔습니다.
탈수를 교정하기 위해 새끼고양이에게 수액을 주고 있을때(수액을 짧은 시간안에 뚝딱 놓으면 되는 줄 아시는 분들 많은데 환자 몸무게에 맞게 환자탈수정도에 맞춰 수액속도 설정해 수액을 줘야하기때문에 짧은 시간에 수액처치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보호자분들이 환자를 데리고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호자분들께 수액 처치에 대한 비용은 청구하지 않을 테니 제가 퇴근하기 전 인 10시까지만 수액을 맞추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보호자분들은 동의하시고 잠깐 나갔다 오신다고 하셨고, 저는 그동안 새끼고양이의 체온이 조절이 잘 되지 않아 10분간격으로 체온을 체크하며 체온을 조절했고, 혈당체크하면 적절한 수액과 포도당을 줬습니다.
처음왔을 떄 보다 상태가 완화 됐으나 여전히 심한 탈수 상태였고, 최소한의 하루 이틀정도의 수액, 입원 처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분들께서 입원을 하지않는다고 결정하셔서 최대한 주어진 시간동안 환장의 상태를 좋아지게 하기위해 상태체크를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보호자 분들이 귀가해서 새끼고양이에게 할 수 있는 처치들을 포스트잇에 적었습니다.원내에서 입원환자들을 먹이려고 놨둔 액체사료를 공병에 옮겨담고, 새끼고양이가 먹어야 될 양을 계산했고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임상증상등을 적 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10시 10분쯤에 왔고, 새끼고양이의 현재 상태와 집에서 할 수있는 처치를 안내했고,담아놓은 액체사료, 주사기 등을 봉투에 담고 새끼고양이를 상자에 담아 핫팩을 챙겨서 드렸습니다.
사실 이부분에서 원칙상으로 바이탈 확인 비용이나, 기타 처치 비용이 추가 될 수 있었으나 새끼고양이가 너무 안타깝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보호자에게는 비용 청구를 하지 않았고 제가 임의대로 처치를 했습니다(보호자에게는 진료 비용과 응급처치 비용만 청구하였습니다.)

문제는 지금 부터입니다.
그렇게 새끼고양이를 집에보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새끼고양이를 같이 케어해주셨던 동물보건사 선생님께서 카톡을 보내 주시는 겁니다.
아까 진료봤던 새끼 고양이 보호자들하고 같이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그 보호자들이그렇게 할거면 자기도 수의사한다. 저딴식으로 한다 이딴식으로 한다 저에대한 욕을 했다고 다음에 그 보호자들오면 그렇게 호의 베풀지 말라고 다음에 그 보호자들 와서 호의 베풀어도 그 사람들은 그런거 모를거라고 
저는 그저 응급상황에 대한 처치를 했고 새끼고양이에대한 안타까움으로 많은 부분에 대한 비용청구를 하지 안았습니다. 거기에 퇴근시간도 넘겨가면서 새끼고양이 처치를 했습니다. 보호자에게 불친절하지도 않았고 보호자가 약속한 시간을 넘겨서 왔는데도 그것에 대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수의사에대한 어떠한 혐오가 있으시면 그렇게 말씀 하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길고양이 불쌍하고 아픈아이들 보면 다 데려다 살리고 싶습니다.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것처럼 부자수의사 그렇게 많지 않고 저도 그렇게 부자 수의사도 아닙니다.
제가 불쌍하다고 제 소유도 아닌 동물병원에 진료비도 청구하지 않고 아이를 입원 시켜야 되나요?수백마리 수만마리를 제가 다 책임져야하나요.
저도 고용된 수의사로써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 떄문에, 보호자의 사정때문에 고용주 눈치보면서 비용청구 안하면서까지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처치 다 했습니다.
그 결과가 그렇게할꺼면 나도 수의사 한다라니요.
수의사 바보 아닙니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 해서 6년제 대학입학하고 또 거기서 매주, 매달 시험 쳐가면서 유급 안당하려고 애쓰고, 그 이후에 국시공부 악착같이해야 수의사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하실 수 있으시면 대학다시 가셔서 수의사 면허 따시길 바라겠습니다.
솔직 그 보호자분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불쌍한 새끼고양이를 마음씨 좋은사람들이 구해 왔으니 비용청구없이도 환자를 입원시키고환자를 무조건 살릴 수 있습니다 라고 말을 하기를 원해서 그렇게 말했다 느껴집니다.
수 많은 보호자를 보고 수많은 동물들을 보면서 정말 마음씨좋은 보호자분들도 많고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보호자 분들도 많은데 
아이가 아픈걸 알면서도 외면하다가 손쓸 수도 없을정도로 죽기직전에 병원에 와서 환자가 죽으면 검사하고 치료 했는데 왜 우리 애기 죽었냐면서 수의사에게 책임전가 하시는 보호자 분들도 있고
자기가 불쌍하니까, 우리 강아지 고양이가 불쌍하니까, 유기견, 유기묘니까 진료비용을 깎아달라고 화를 내거나 짜증낸는 보호자들도 많습니다.

왜 본인의 도덕적 우월감이나 책임감까지 수의사한테 떠넘기시나요?

그 분들에게는 
그 아이가 죽게 되면 적절한 처치를 못한 수의사인 제 탓이 될테고그아이게 살게되면 불쌍한 아이를 빗속에서 구조한 본인들 덕이 되겠죠....
아무리 그래도 그 분들이그 새끼고양이를 도덕적우월감을 위한 도구만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해주길 바라겠습니다.